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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자본주의와 노동 그리고 자기찾기

콜라, 경쟁사회 그리고 자기기만

by 격암(강국진) 2013. 4. 12.

언젠가 코카콜라 같은 탄산음료들에 대한 방송을 본 기억이 있다. 그 방송에서는 그런 음료수 안에 얼마나 많은 설탕이 들어있는지를 보여주었다실은 물에다가 그렇게 많은 설탕을 넣으면 대개의 사람들은 그 설탕물이 너무 달아서 먹지 못한다고 한다. 그런 독한 설탕물에 다른 첨가물을 넣으면 비로소 그 설탕물이 덜 달게 느껴지면서 먹을 만한 음료로 변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싸고 맛있는 음료수란 몸에 해로운 것들을 잔뜩 넣어서 사람의 감각을 속인 음료라고 말할 수 있다.

 

나는 싸구려 음식이 몸에 나쁘다는 당연한 말을 하기 위해 이런 이야기를 꺼낸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우리는 상업화를 통해 스스로 우리를 속이고 우리에게 해로운 것을 만들어 내는데 골몰하고 있지 않나하고 말하기 위해서 이다.

 

우리는 콜라가 아니라 약하게 탄 설탕물 정도도 맛있게 먹을 수가 있다. 콜라를 먹지 않는다고 죽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우리는 싸고 맛있는 것을 찾아 콜라 같은 것을 자주 마신다. 그것이 핵심이다. 싼데도 맛이 있다. 환상적인 것같지만 실은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우리의 감각을 속이고 우리의 몸에 해로운 것이 되기 쉽다. 그것은 적어도 일정부분 세상의 상업화와 관련이 있다.

 

요즘은 뭐든지 직업이 되고 상품이 되고 만다. 그런데 익숙해져서 사람들은 그게 좋은 것이고 그게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는데 종종 익숙하다. 뭐든지 직업이 되고 상품이 되고 만다는 것은 그것들이 시장에서 경쟁하는 상황에 빠진다는 뜻이다. 그 경쟁은 경쟁하고 싶지 않은 것들도 시장에서 밀어낸다. 자기가 살아 남기위해서다. 그렇게 해서 종국에는 모든 것을 몸에 해로운 싸구려 음료처럼 만들어 버리는 것은 아닐까?

 

예를 들어 보자. 요즘은 당연히 가르치는 일도 직업이고 상품이다. 그런데 공부를 하는 것에는 여러가지 방식이 있을 수 있다. 혼자 공부하거나 집에서 학습지를 풀거나 학원에 가거나 개인교습 선생을 두거나 하는 식이다. 공부하는 것이 상품이 아닌 시대에 우리는 그저 각자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방식으로 공부할 수 있다. 사람마다 상황이 다르고 같은 사람도 때에 따라 공부방식을 다르게 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가르치는 것이 직업이 되고 상품이 되면 이제 각각의 공부하는 방식은 다른 방식에 대해 어떤 식으로 건 배타적 입장을 가지게 된다. 학원선생님은 왜 혼자서 공부해서는 안되며 학원에 와야만 하는가를 선전하게 된다. 학습지 판매원은 왜 학습지를 공부해야만 하며 그 방법으로 공부하는 것이 필요한 가를 선전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굳이 다른 방식과 경쟁하고 싶지 않는 사람이 있다고 해도 그 사람은 끊임없이 비난과 압력에 빠지게 된다. 스스로 자기변호에 나서지 않으면 할말이 없어서 못하는 것처럼 취급되고 심지어 바보취급도 받는다. 남과 다른 그 사람이 성공하여 다른 방식에 대한 부정적인 증거가 되고 마는 일은 다른 사람들이 원하는 바가 아니다. 돈이 걸려있기 때문이다.

 

보험산업은 나는 보험같은 거 믿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대학교육에 관련된 직종에 관련된 산업들은 대학에 안가는 사람들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자동차 산업은 자동차를 몰지 않는 사람들을 가만히 두지 않는다. 서로 다른 사람들이 모여서 살때 그 차이점은 항상 어느 정도의 압력을 서로에게 발휘하기 마련이지만 모든 것이 상품이되고 산업이되고 직업이 되고마는 시대에는 그 압력은 비할수 없이 조직적이고 지속적이며 따라서 강력하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온갖 종류의 것에 대하여 사회적 압력에 놓이게 되고 당신은 바보입니다, 늦었습니다, 이럴수가 이걸 모르다니, 이것도 없는 당신은 초라한 인생과 같은 말들을 듣게 되는 것이다.

 

모든 것이 상품이 되고 직업이 된다는 사실을 이해했다면 콜라의 예를 다시 기억하면서 그 다음 단계가 어떻게 될까를 우리는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중요한 것은 장사는 이익을 최대화하려고 있는 것이며 따라서 우리의 감각을 속이는 상품이 사람들을 장악하게 된다는 것이다. 음료산업은 당연히 홍보에 큰 돈을 쏟아 넣어서 실질적으로는 식혜나 수정과 같은 다른 음료를 인기없게 만들려고 노력하며 그러면서도 최대한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중독성있고 맛있으면서도 재료비가 안드는 음료를 만들려고 한다. 그렇게 해서 싸면서도 자극적인 콜라같은 음료가 표준으로 등장하게 되는 것이다.

 

똑같은 일은 어디나 생기는 것같다. 요즘 인기 좋은 멘토라는 것도 이젠 산업이 되고 말았다. 그들은 말하자면 멘토시장이라는 것을 만들고 멘토라는 것도 상품이고 직업이 되게 한다. 그렇게 해서 종국에는 사람들이 어디를 가도 콜라를 마실 수 밖에 없는 것같은 환경이 만들어 진다.

 

상업화에 세뇌된 우리는 이제는 아예 대놓고 많이 판 것이 바로 곧 훌룡한 것이라는 증거라고 생각하곤 한다. 예를 들어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면 그 작가는 훌룡한 작가라고 더 주목을 받는다. 난 일년에 10억을 버는 강사입니다라고 하면 이 사람은 곧 훌룡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가운데 중요한 것이 망각될 수 있다. 예를 들어 마약환자들이 있다고 하자. 이 사람들은 마약을 더 싸고 많이 공급하는 사람들에게 돈을 더 많이 가져다 바친다. 그들은 마약을 팔아서 수십억씩 버는 사람은 큰 손이라던가 스타로 생각할지 모르지만 누군가가 나는 마약이 없다고 하면 그 사람은 별로 관심을 줄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실상 마약환자에게 필요한 것은 마약이 해롭다고 말해주는 사람이다.

 

이 예는 인기도나 수입이 다시 그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곤 하는 상업화 직업화된 세계에서는 하나의 패러다임에서 벗어나는 일이 어려워진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사람은 스스로 자기 패러다임을 강화하는 것만 소비한다. 그러니까 그 사람이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세상을 봐야할 필요가 있을 때도 그런 일에 도움을 줄만한 사람은 오히려 아무 메세지도 없는 것같고 주목할만한 가치가 없는 것으로만 보이는 것이다. 결국 사람들은 우우 몰려다니면서 유행을 만들고 비극을 만들어 낼 뿐이다. 상업화는 강력한 매체들을 동원해서 패러다임의 자기강화를 비할 수 없이 튼튼하게 만든다.

 

이런데도 세상은 점점 더 모든 것을 더더욱 세분하고 직업으로 만들고 상품으로 만드는데 열중한다. 민영화를 하는 것이 진리라고 외쳐대는 목소리가 드높다. 진정한 자유시장의 이상이란 이미 깨진지 오래인데도 대학도 초중고 학교도 이젠 기업처럼 운영되거나 그래야 한다고 주장된다. 그들은 게임속의 경쟁만 보일 뿐 게임의 법칙을 선택하고 통찰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쉽게 잊는다. 스스로를 상품으로 생각하여 스스로를 잘 파는 기술을 익혀야 한다고 조언된다.

 

그런 세상도 바깥에서 보면 지옥이 따로 있는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는게 그리 어렵지 않다. 모든 것을 당연하고 피할 수 없는 것으로 생각하게 만드는 안쪽의 마법에서 피해있기 때문이다. 진실은 경쟁따위 필요없다거나 상업적 경쟁이 모든 것의 해결책이라는 그 둘 다 아니다.  경쟁이냐 아니냐를 묻는 것은 질문이 잘못되어 있다. 진실은 좀 더 미묘한 것이지만 조금만 천천히 생각해 보면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니다. 콜라 한병만 천천히 쳐다보면서 생각해도 뻔히 느낄 수 있는 것이 그 진실이다. 우리는 대개 너무 빨리 너무 복잡하게 생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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