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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자본주의와 노동 그리고 자기찾기

공유경제는 어떤 직업을 없애는가.

by 격암(강국진) 2014. 2. 19.

공유경제는 어떤 직업을 없애는가 (그리고 만드는 가)


공유경제의 성공적 사례로 말해지는 에어비앤비는 보통 사람들이 자기집 빈방을 빌려주고 돈을 받는 네트워크 사업이다. 한 연구에 따르면 이 에어비앤비 사업이 1% 증가할때 호텔의 매출은 0.05% 감소하게 된다고 한다. 공유경제라는 것이 만약 정말 세상을 바꿀 새로운 흐름이며 인터넷 증가처럼 단기간에 수백배 수천배 증가하게 된다라고 하면 호텔사업은 별로 전망이 좋지 않은 사업인 셈이다. 





기술적 사회적 변화가 직업환경을 완전히 바꾸는 예는 많다. 내가 좋아하는 예는 녹음기와 가수인데 옛날 서양에는 식당마다 가수가 있었다고 한다. 그러나 축음기가 나와서 소수의 가수가 음반을 내고 그 가수의 녹음된 음악이 레스토랑에 퍼지게 되었다. 사람들은 1류 가수의 녹음된 소리가 3류가수의 생음악보다 좋았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가수가 되는 일은 전보다 훨씬 더 어려워졌다. 전국적 스타가 될정도의 능력이 있던가 아니면 아예 가수로 먹고 살수 없어진 것이다. 물론 전국적 스타가 된 사람은 전보다 오히려 더 큰 돈을 벌었다. 


공유경제를 소개하는 한 칼럼에서 토마스 프리드만은 이같은 변화를 평범함의 종말이라고 말한다 (링크는 여기). 이것은 전혀 새로운 변화는 아니다. 이것은 시장화, 전문화인 것이다. 시장이라는게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 집 텃밭에서 채소를 직접 기르지 않으면 우리는 채소를 먹을 수 없다. 그러니까 어느 집에나 텃밭을 보살피는 일을 하는 사람이 필요했다. 다시 말해 수없이 많은 집들이 있다면 집집 마다 3류농부를 가지고 있었다는 이야기다. 재수가 좋으면 1류농부가 키우는 맛있는 채소를 먹고 재수가 없어도 3류농부의 채소에 참아야 했다. 


그러나 시장이 생기면 채소는 전부 1류농부가 키운다. 그들은 채소재배의 전문가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기텃밭에서 나오는 채소보다는 시장에서 사온 것에 더 만족한다. 물론 요즘 귀농바람이라던가 텃밭가꾸기가 인기를 끄는 것을 보고 이런 평가가 옳지 않다고 할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흐름은 전체적 시장화속에서 나온 역풍인 것이지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다시 시장을 닫아버리고 집집마다 채소를 직접 길러서 먹는 시대로 갈리가 없다. 낚시 동호회가 있다고 어부들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우리는 이제 텃밭은 팔아버리고 그런게 없는 아파트에 산다. 즉 텃밭은 더이상 소유하지 않지만 아파트는 소유한다. 텃밭이 없어도 야채를 못먹게 되는 것을 걱정하지는 않는데 그건 물론 시장시스템에 대한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시장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은 옛날 사람들에게 현대인이 사는 모습을 설명한다면 그들은 아니 시장을 어떻게 믿어 그래도 텃밭이 있어야 야채떨어질 걱정을 하지 않지라고 말할테지만 말이다. 


여기서 우리는 당연하다면 당연한 질문을 던지게 된다. 그럼 우리는 차나 아파트를 언제까지 계속 소유하게 될 것인가? 거대한 책장이며 옷장을 언제까지 소유하게 될 것인가. 우리는 말한다. 아니 그래도 내 차가 있고 내 집이 있어야지 시장을 어떻게 믿어라고. 나는 내 책이나 DVD 수집품을 포기할 수 없어라고. 사람이 집이 없어서는 인생이 안정되지가 않지라고. 그런 의구심은 적어도 현재시점에서 타당하다. 그러나 언제까지 그럴까. 나는 의도적으로 지금 우리가 하는 답이 텃밭에 대해 옛날 사람들이 하는 답과 같은 모양이 되게 했다. 우리는 그 옛날 사람들과 같은 착각을 하는게 아닐까. 


오늘날 우리는 사람들을 이어주는 새로운 네트워크 기술의 성숙을 목격하고 있고 그때문에 우리가 익숙한 시장의 확대를 목격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전에는 사고 팔지 않던 것을 사고 팔고 공유하고 교환한다. 이러한 변화를 어떤 사람들은 열광하면서 환호하고 어떤 사람은 두려워하면서 거부할 것이다. 


그들의 의견은 둘다 틀리지 않다. 우리는 미래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사는 모습을 봐도 그것을 알수 있다. 현대인은 수없이 많은 전문화, 기계화, 관료화 속에서 산다. 그 안에서 그런 것이 휩쓸리는 것은 비인간화를 낳는다. 따라서 그런 것에 완전히 빠져서는 안된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현대인이 모든 기술과 지식을 버리고 모두가 천년전쯤의 생활방식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은 옳은 것일까? 우리는 그 두가지를 모두 이룩해야 한다. 더 좋은 도구가 주는 더 큰 힘을 얻으면서도 그 힘을 자제하고 자신을 망치지 않게 할 절제를 가능하게 하는 내적인 성장도 필요하다. 어느 한쪽만을 찬성하거나 거부하는 것은 재앙적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공유경제의 옹호자들은 공유함으로서 우리는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건 환경문제와 빈곤문제 취업문제를 해결한다. 환상적이 아닌가? 마치 아메리칸 드림의 부활같이 들린다. 우리는 더 많이 번영하며 풍요로워지리라는 약속말이다. 그 두 약속사이의 유사성은 사실 자명한 이유에서 나온다. 공유경제는 성장할 수 있는 새로운 분야를 만들어 낸 것이다. 마치 농업사회가 산업화로 경제성장을 하듯이 말이다.


왜 그런가? 공유경제는 더 많은 것을 시장화한다. 그러므로 많은 직업을 만들어 내고 많은 직업을 없애버릴 것이다. 녹음기가 없던 시절 최고 인기가수의 노래를 우리 식당에서 들려주기 위해 우리는 엄청난 돈을 지불해야 한다. 3류가수를 참아내야 한다. 그러나 기술이 가수라는 직업을 없애고 음악을 트는 비용을 급감하게 만든다. 


사실 우리는 자본주의를 저주하고 있을때가 많지만 시장이 없을때 사람들은 훨씬 더 부자유했다. 사람이 사는 데는 여러가지가 필요하고 그중의 하나만 없어도 생존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을 소유해야 할때 사람들은 그것들을 가진 사람들에게 여러가지 방식으로 속박되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시장시스템이 우리를 보다 무소유에 가깝게 살게 해준다. 즉 돈을 벌어야 하기는 하지만 모든 것을 다 소유할 필요는 없게해준다. 따라서 개인적 선택의 자유는 올라간다. 공유경제는 이 무소유를 더 극단으로 밀어부친다. 지금기준으로 우리가 소유하는 것이 당연한 모든 것을 다 무소유로 만들수 있다. 그만큼 인간은 자유로워질수 있을것이다. 물론 시스템에 삼켜지지 않는다면 말이다. 


에어비앤비는 빠르게 발전하고 싸구려 집이 아니라 좋은 집을 공유하는 원파인스테이 같은 서비스도 나오고 있다. 이런 시대에 낡은 관념을 가지고 호텔 영업을 하는 사람들은 망할 것이다. 그들은 사라져간 3류가수처럼 시장에서 퇴출될 것이다. 


임대업자도 마찬가지다. 우리나라의 월세는 전세나 집거래가격처럼 실거래가 공개도 안된다. 그런데 네트웍이 정보를 투명하게 만들고 기꺼이 방을 공유하려는 노력이 커지면 안일하게 방을 임대하여 수입을 올리던 사람들은 시장에서 퇴출되게 될 것이다. 


호텔 사업처럼 렌트카 사업이 사라지지는 않겠지만 이익을 남기기는 점점 더 힘들어 질것이다. 


공유경제의 옹호자들은 많은것을 덜 소비하게 만드는 것이 공유경제라고 말하지만 나는 그건 잘 모르겠다. 역사적으로 보면 그 반대였다. 시장화는 물건의 가격을 싸게 만들었지만 그 결과는 우리는 더 많이 소비하고 더 비싼 것을 소비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공유경제는 가진 것을 공유하게 만드는 것이니까 소비를 줄여서 경제를 침체시킬것이라고 생각할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반대일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소비는 증가하고 지금 우리가 상상할수 없는 고품질의 상품들이 나오게 될 가능성이 훨씬 크다. 즉 우리는 공유경제를 발전시켜서 오히려 훨씬 더 좋은 집, 더 좋은 차, 더 좋은 옷을 사용하고 살게 될 것이다. 


전반적으로 사회의 전문화 수준은 급상승하게 되어 뭘하든 전문가라는 소리를 들을수 있게 특출나게 잘하는 것이 필요해진다. 김치찌게 하나를 잘끓이든 목소리하나는 끝내주든 종이접기를 잘하든 뭔가를 아주 잘하는 것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퇴출될 것이다. 즉 3류가수처럼 직업을 잃게 된다. 


우리는 보다 추상적인 사회에 살게 될 것이다. 사물의 가치를 자기의 눈으로 보고 그것을 실현시키는 안목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고 시스템에 삼켜져서 광고에 넘어가고, 기계적으로 살게 되면 머지 않아 시스템은 우리를 삼켜버리고 우리를 쓸모 없는 존재로 만들어서 위험에 처하게 만들 것이다. 죽자사자 일하고 뭐하나 즐긴 것없는 인생을 보냈는데 정신차려보니 빚은 엄청나고 사는 것은 점점 힘들어져만가는 그런 상태가 되는 것이다.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것은 전보다 훨씬 더 많은 사람들이 교육이나 연구시스템에 종사하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 중심사회란 어떤 의미로 정신적으로 불균형한 사회다. 따라서 사람들은 더 많은 시간을 정신적 치료를 위해 휴가나 오락에 쓰게 될 것이다. 정신과 치료라는 것이 점점 흔해지듯이 미래에는 남들의 정신적 안정에 기여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늘어날 것이다. 


기계가 할수 없는 것이란 칼럼에서 데이비드 브룩은 그것이 무엇인가를 소개하고 있다. 뭔가를 열정적으로 길게하며, 전략적 안목이 있어야 하고, 일자체보다는 그 일을 하는 과정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어야 하며 사물의 핵심을 꽤 뚫어보는 창의력이 있어야 한다. 인간을 기계와 다르게 하는 마음이 미래의 자산이다. 공유경제의 시대가 성숙해 진다면 우리는 정말 그런 것이 많이 필요해 질 것이다. 그 시대에는 성공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기억하는 것이 더더욱 중요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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