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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자본주의와 노동 그리고 자기찾기

알바가 행복한 나라는 모두가 행복하다

by 격암(강국진) 2017. 7. 17.

얼마전에 최저임금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거기서 나오는 이야기들 중 하나가 최저임금이 상승하면 알바비가 비싸서 작은 점포를 하는 사람들이 망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알바가 불행한 나라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여기에는 소비자는 물론 사장인 자영업자들도 포함된다.


한국의 현실을 좀 보자. 한국은 oecd국가중 가장 자영업자 비율이 높은 나라중의 하나다. oecd 평균의 두배로 자영업자 비율이 높고 일본보다는 두배 반이 높다. 그런데 왜 이렇게 자영업자 비율이 높을까? 그리고 이렇게 많은 자영업들은 모두 건전한 것일까?


일본에서 살았던 내 경험으로 보면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너무 쉽게 시작한다. 심하게 말하면 장사를 너무 우습게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장사는 투자이기 때문에 이것은 무모한 투자를 쉽게 한다는 말이 된다. 그래서 인지 나는 불과 몇달만에 문을 닫은 가게들도 종종 보게 되는데 설사 장사가 안된다고 해도 몇달밖에는 장사를 지속하지 못했다는 것은 충분한 생각과 준비없이 장사를 시작한거라고 밖에는 이해할 수가 없다. 


물론 자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비난하는 듯한 이런 말들은 하기가 조심스럽다. 그 분들도 다 나름대로 고민하고 노력한 끝에 그렇게 된 것이지 누가 엄청난 손해를 감수하면서 일부러 가게를 망하게 하겠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이런 지적을 하는데에는 다른 무엇보다 한국에서는 알바의 사회적 처우가 너무 나쁘다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다. 알바가 행복해야 모두가 행복해진다. 소비자도 그렇지만 사장도 행복해진다. 내가 이것을 충분히 잘 설득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단 이런 질문부터 시작해 보자. 어떤 가게를 하려고 하는 사람이 바로 그 가게를 시작하는 것이 옳을까 아니면 그 분야에서 한동안 직원으로 일하면서 경험을 쌓은 후에 가게를 시작하는 것이 옳을까? 앞에서 말했듯이 가게를 운영한다는 것은 큰 투자를 하는 것이다. 그것은 위험한 것이므로 이렇게 생각하면 그 분야에서 직원으로 일하면서 경험을 쌓은 후에 가게를 시작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사소해 보이는 것에도 다 노하우가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가게를 시작하면서 알바를 충분히 경험해 보고 시작하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아주 많은 사람들은 아무런 경험없이 가게를 시작한다. 망할 가게들은 이렇게 만들어 진다. 그리고 일이 이렇게 되는 중요한 이유는 바로 알바에 대한 사회적 평가와 재정적 댓가가 나쁘기 때문이다.


가게를 시작하면 위험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어디있겠는가. 그러니까 만약 알바자리가 많고 월급도 매우 좋으며 무엇보다 알바가 갑질도 안당하고 권리를 찾을 수 있어서 일도 배우고 게다가 저금도 할 수 있다면 누구나 왠만하면 알바를 할 것이다. 자기 가게를 가지고 싶어도 일단 경험부터 쌓으려고 할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현실은 그 반대다. 알바는 한국에서 제대로된 직업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사람들은 정규직을 무조건 갈망하고 뭐든지 빨리 사업을 시작해서 사장님 소리를 들으며 알바를 고용하고 알바에게 명령을 내리고만 싶어한다.


그 결과가 아주 약간의 공부만 가지고 피자가게나 커피숍을 여는 것이고 공부하기 싫으니까 체인점을 하는 것이다. 체인은 운영 노하우를 모두 본점에서 가르쳐 준다고 선전되기 때문이다. 체인이던 아니던 전혀 프로가 하는 것같지 않은 망하는 가게들은 이렇게 양산된다. 사업을 아무런 기술도 지식도 없이 자본만 가지고 시작한다. 


일은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이런 풍토는 사장들에게도 나쁘다. 아직도 무한경쟁이 좋은 결과를 낳는다는 망상에 빠진 사람도 많이 있지만 사실 자격없는 사람들이 여기저기서 가게를 열면 좋은 가게들도 망한다. 첫째로 고객들은 새로운 것을 갈망하기 때문에 새 가게에 가보기 때문이다. 둘째로 능력없는 가게 주인들이 할인이나 서비스 공격을 해대면 상대적으로 좋은 가게들은 비싸게 보이게 되기 때문이다. 너무나 많은 가게가 있는 한국의 상황은 한국의 자영업풍토를 결정하는 핵심적 요소다. 


이 결과 사람들은 나쁜 가게들을 둘러보다가 좋은 가게에 가는 횟수가 줄어든다. 단골이라는게 생길 틈이 없다. 그리고 나쁜 가게에 지친 사람들이 그제야 기억나서 좋은 가게를 찾아 돌아가보면 이미 그 가게가 망하고 없어진 경우도 생긴다. 너도 나도 아무런 상도의나 자격없이 가게를 열어서 무한경쟁을 하면 좋은 가게도 소비자도 모두 피해입게 되는 것이다.


나쁜 가게는 악순환을 만든다. 본래 능력없는 사람은 남탓을 하기 마련이고 그중에서도 자기가 억압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약자 탓을 하기 마련이다. 그래서 능력없는 업주들은 자기 가게가 망하는 이유를 주로 알바의 게으름이나 알바가 지나치게 월급을 많이 받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


물론 그것이 사실인 경우도 있겠지만 가게가 망하는 경우는 비싼 월세 때문일 수도 있고 무엇보다 점주의 잘못된 판단으로 돈이 쓸데없이 낭비되고 있기 때문일 가능성이 크다. 소규모 점포에서 알바를 쓰면 몇명을 쓰겠는가. 그들에게 월급줄 정도의 소득도 올리지 못했을 때 그것은 주인탓일까 아니면 너무 돈을 많이 받는 알바탓일까? 가게가 망하는 이유를 알바탓이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치다. 가게가 망하는 제일 큰 이유는 당연히 무능한 점주에서 찾아야 한다. 


나쁜 사장은 알바의 처우를 더더욱 나쁘게 만들고 인격적 모독도 가한다. 그리고도 가게가 망해가는 것에 대해 알바탓을 한다. 이것이 악순환이 되는 이유는 이런 현실을 보고 사람들은 더더욱 알바를 하고 싶어하지 않게 되기 때문이다. 결국 사람들이 내가 누군데 알바같은 걸 해라고 말하는 사회가 된다. 이런 사회에서는 알바를 하는 것은 선택지가 아니다. 형편이 되면 아니 형편이 안되서 빚이라도 낼 수 있다면 그렇게해서라도 사장을 하는 것이 당연해 보인다. 나쁜 사장이 또다른 나쁜 사장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여기서 내가 일본에서 경험한 것을 몇가지 말해보겠다. 일단 일본에서는 아주 많은 사람들이 알바를 한다. 젊은이들 뿐만 아니라 가정주부들도 안하는 사람이 있을까 싶게 다들 알바를 하고 있다. 그리고 시급도 아주 세다. 지금 환률로 치면 시작부터 만원에 가까울 정도고 업종에 따라 경험이 쌓이면 그 이상 받는 경우도 많다. 


그리고 사람들이 굳이 정규직이 되고 싶어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규직을 꼭 회피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규직과 알바는 서로 다 장단점이 있어서 자기에게 맞춰서 그 직업을 원한다는 식이지 일본에서는 정규직만 될 수있다면 알바따위 절대로 하지 않는다는 분위기가 아니다. 내가 아는 한 일본인은 알바를 하고 있었는데 회사에서 자꾸 그녀보고 정규직이 되라고 해서 곤란해했다. 그녀가 말하길 정규직은 근무시간도 탄력적이지 않고 월급도 그다지 더 높지 않은데 책임은 훨씬 늘어서 그녀로서는 정규직을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일본의 현실을 나라가 망할 세상으로 말하는 한국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은연중 알바가 편하면 나라가 망한다고 생각한다. 알바를 마구 부려먹고 구박해서 죽도록 일을 시켜야 나라가 제대로 굴러간다고 믿는다. 


이런 관점은 사실이 아니다. 적어도 사실의 전부가 아니며 지나치게 이미 자리를 잡은 업주의 관점에서 말하고 있는 것이다. 회사가 망하는 것은 직원이 게으르기 때문이라는 관점 말이다. 우리는 왜 회사가 망하는 것은 무능한 경영자탓이라는 관점을 무시해야 하는가? 우리는 왜 행복한 노동자가 되는 대신 잔혹한 사장이 되는 것을 꿈꾸며 그들의 관점에서만 세상을 보는가? 


사장과 직원은 상하관계라기 보다는 각자 자기의 위치에서 자기의 역할을 하고 서로 돕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돈만 대면 사장이라는 관점은 구시대적이다. 엉터리같은 경영을 해도 직원들이 피땀흘려서 회사를 돌아가게해야 마땅하다는 식의 관점은 구시대적이다. 직원들은 머슴이 아니고 사장은 왕이 아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비정규직이나 알바가 불행한 것은 사회를 위험한 투자로 뒤덮히게 만든다. 사장과 정규직 직원과 비정규직 직원을 상하관계로 파악해서는 신분상승의 사다리를 오르겠다고 무모한 짓을 저지르게 한다. 그 결과 한국에서 독점적 지위를 차지하는 몇몇 재벌가문같은 극부유층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을 소비자를 포함해서 모두가 불행해 지는 것이다. 이것은 재벌이 만들어 내는 메세지에 중독된 불쌍한 한국인의 모습이 아닐까?


비정규직이 행복해야 정규직이 행복해 질 수있다. 알바가 행복해야 모두가 행복해진다. 나만 더 올라가려고 하면 나만 더 행복하려고 하면 오히려 추락의 가능성이 커진다. 이건 마치 새치기를 하면 뭐가 좋아질 것같은 착각이나 마찬가지다. 내가 새치기를 하면 모두가 새치기를 하고 그러면 지옥같은 혼란속에서 내 몫은 오히려 줄어드는 것이다. 알바가 행복한 나라는 모두가 행복하다. 우리는 이것을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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