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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일베를 만들었는가.

by 격암(강국진) 2013. 5. 23.

왜 일베를 고민하게 되는가


일간베스트 줄여서 일베라는 곳이 연일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이 일베가 어떤 곳인가 하는 것에 대해 나는 자세히 연구하고 싶지 않다. 그 이유는 안다는 것은 그와 동화되는 면이 어느 정도 있기 때문에 그렇다. 그러나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이유로 일베를 가장 멀리 해야할 사이트 중의 하나로 인식한다. 그 이유란 다음과 같다. 


첫째로 내가 아주 싫어하는 변희재같은 사람들이 칭찬하는 사이트라는 점,

둘째로 나대신 일베를 연구했다는 사람의 소개에서 보인 일베의 모습이 상상을 초월하는 모습이라는 점 (서울대생의 일베연구와 폭로, 이글을 참조할수 있겠다) - 참고로 알면 다친다는 말이 어울릴 정도로 음란하므로 굳이 다치고 싶지 않은 사람은 읽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세째로 이외에도 광주에 대한 비하, 민주화 같은 단어를 마구 뜻을 바꿔서 쓰고 있다는 점따위나 기억나지 않는 몇몇 이게 일베에서 올라오는 글이다라는 예로 보이는 글들이 주는 모습, 한겨례 신문에서 일베 회원을 인터뷰한 기사 (여기)같은 것을 통해 들어나는 그들이 모습이 있기 때문이다.


사실 나 개인이 일베를 가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거론하는 이유중 극히 일부만으로도 충분하다. 내가 일베에 대한 일들을 간접적으로나마 더 알고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일베가 이미 단순히 내가 관여하고 싶지 않은 사람들이나 사이트 수준을 너머서 사회적 현상내지 한국사회의 한축으로 변질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내가 자주하는 말인데 나는 이 세상에 상종하지 못할 정도로 기괴한 사고를 하는 인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전혀 놀라지 않는다. 우리는 모두가 아니면 대부분 이따금 비정상적으로 행동한다. 게다가 우리의 일부는 아주 이상하다. 그것에는 전혀 놀라울것이 없다. 일본이 한국을 침략한 것이 좋은 일이라고 말하는 한국인이 있다는 사실에 나는 충격받지 않는다. 뉴스의 사건 사고란을 보면 어차피 매일 우리의 상상을 초월할 패륜을 저지르는 사람들에 대한 기사가 양산되고 있다. 


내가 놀라고 긴장하는 것은 그런 사람들이 세상을 흔들 영향력을 가지는 것처럼 보일 때이다. 이 세상에 정신병자가 있다는 것은 놀랍지 않다 (이건 반드시 과장법이 아니다. 위에서소개한 일베에 대한 서울대생연구글이라는 것을 읽어보면 이건 조금 저질이라던가 흥분해서 그랬다 수준이 아니라는 것을 알것이다. 내가 파악한 일베는 한마디로 정신병동이다). 그런데 그 정신병자가 대통령 대변인이 되거나 장관이 되거나 국회의원이 된다면, 그럴 수 있는 세상이 된다면 곤란하다.


이 문제는 두가지 방면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다. 하나는 희생자로서의 일베고 또하나는 사회적 병리현상으로서의 일베다. 


희생자로서의 일베


희생자로서의 일베라는 파악은 이렇다. 정상적인 사회라면 일베에 존재할만한 사람들은 음지에서 당연히 그래야 할 것처럼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고, 힘을 쓰지 못할 사람들인데 그들을 이용해 먹을 누군가가 그들에게 칼을 들려주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지적장애가 있는 누군가에게 거짓말을 좀하고는 칼이나 총을 쥐어주는 것과 같은 행위다. 그 지적장애인이 대참사를 일으킨다고 해도 상황이 이렇다면 알고보면 그 지적장애인도 희생자인 것이다. 문제는 그들의 손에 총과 칼을 들려준 양심없는 인간들이다.


머니투데이의 기사, 일베 ... 1억운용비 감당은?  기사를 보면 일베는 뒷배경이 있다는 말이 어떤 근거에서 나온 것인가가 분명해 진다. 일베의 시시함을 생각하면 그들이 지나친 영향력을 발휘하게 되었을 때 인터넷의 자정능력에 의해 일베가 망가져야 정상이다. 그리고 바람직한 것은 아닐지 몰라도 그런 자정능력발휘는 다른 사이트와의 불화의 형태로 나타난적이 있고 그들은 그 싸움을 견뎌내었다. 바로 돈을 쓰지 않으면 견뎌낼수 없는 싸움을 말이다. 이건 동네의 청소년깡패가 난동을 벌인다고 해서 군대가 출동했는데 청소년깡패가 군대와 접전을 벌인다더라 같은 소식이 나온거나 마찬가지다. 


일베에 보이지 않는 자금지원이 있다는 설이 사실이 아닐지라도 일베가 기업들에게 광고를 수주한다는 사실자체가 이상하다. 일베문제가 시끄러워지니까 모든 광고가 끊겼다는 말에서 나오듯이 기업들이 일베같은 사이트에 언제부터 그렇게 후해 졌는가. 


그들에게 돈이라는 총은 앞으로건 뒤로건 건네졌다. 그리고 그 루트가 뭐건 간에 그걸 누가 줬는가는 그 혜택을 누가 받는가 하는 것에 따르면 분명하다. 일베는 친여성향을 지닌 대표적 사이트가 되었다. 웹공간은 오프라인보다 권위주의가 살아나지 않는 공간으로 소위 보수 세력은 그때문에 약세를 보여왔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지지해주는 사이트, 인터넷 공간의 전위부대로 등장한 것이 일베인 것이다.


이런 그림에서 봤을 때 최소한의 양심을 저버린 인간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분명해 보인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웹에 똥물을 끼얻는 것이다. 그들은 혼란을 원한다. 그래서 지적장애인들에게 기관총을 주고 쇼핑몰로 보내는 것과 같은 행위를 한다. 그 총알은 이유도 명분도 없이 모든 사람에게 쏘아질것이 뻔해도 그렇게 한다. 그리고 물론 일베는 지금 집중포화를 맞고 붕괴될 것처럼 흔들리며 수많은 정신적 공황상태의 인간들을 양산시키고 있다. 여기서 누가 죄인일까. 자기가 누군지 알지 못했던 사람들?


사회적 병리현상으로서의 일베


나는 일베가 한국 사회가 가진 철학적 정신적 능력이 육체적 물질적 능력에 압도되면서 나타나는 병리현상이라고 생각한다. 물질이 풍부해지고, 로또의 상금액수가 올라가듯 세상의 물질적 유혹도 -또한 세상의 불확실성에 대한 위협도- 더더욱 강력해 질때, 인간들은 그 속에서 길을 잃어버리게 된다. 


나는 반드시 우리가 지금 상식이라고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역사의 정론이 절대로 뒤집어 지지 않는다거나 뒤집어져서는 안된다고 말하지는 않지만 그것은 한국 사람들 모두를 나아가 세계인과 한국인의 관계를 해치지 않는다는 점에서 세계를 포용할수 있는 관점의 수준에서 변화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신없이 세상은 흘러가고 좋은 일은 없고 누군가는 원망해야겠고 하는 상황에서 사상적 정신적 혼란이 오면 병적인 현상이 발생한다. 혼란을 견딜수가 없으니까 간단한 답을 믿는 것이다. 간단히 세상을 선악으로 갈라서 모든 고통은 이 악에서 출발한다고 말하고 그것에 대한 증오를 불태우면서 힘든 세상을 견뎌나갈 힘을 얻는 것이다.


그런 정신적 혼란은 적어도 일정부분 의도적으로도 만들어진다. 말이 안되는 것을 욕망에 의해서 말이 된다고 주장하고 싶은 자본들이 자신들의 영향력을 통해서 구부러진 논리를 만들어 퍼뜨리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미디어를 통해서 온갖종류의 광고와 세뇌에 노출되고 그런 정보들을 앞뒤를 맞추다보면 좌절한다. 본래 그 정보들, 그 논리들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최소한의 일관성을 가지지 않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국정원이 선거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뚜렸해도 우리의 일부는 그것을 별거 아닌 일로 해석하거나 그렇게 해석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그게 별거가 아니라면 노무현 대통령이 탄핵당해서 상당기간동안 대통령 직무가 중지되었던 과거는 어떻게 일관성있게 해석할 수 있을까. 당연히 못한다. 


수없는 희생자를 내고 그 유족이 살아있는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인격적 테러를 가해도 수사는 미진하다. 그런데 아고라에 국가경제에 대해 자기의견을 올린 미네르바는 허위사실 유포죄로 기소되었었다. 이걸 어떻게 일관성있게 앞뒤를 맞출수 있을까. 당연히 못한다. 


이런 일관성은 알게 모르게 우리 머리속에서 증오와 차별을 만든다. 저들은 다르게 차별당해도 싼 나쁜 놈이야라는 식의 인식을 따로 만들지 않으면 우리는 정신적 고문을 당하기 때문이다. 공산주의 국가이며 우리와 한국전쟁때 싸웠던 중국을 자유로이 드나들고 거기에 수출도 하면서, 사방에서 중국제 물건을 쓰면서 빨갱이 잡아야 한다고 지나치게 광분하는 사람들은 정신적 혼란속에서 길을 잃고 허상속을 해매는 사람들이다. 


세상을 포용하는 식견이라는 것은 간단하면서도 일관성을 잃지 않은 세상에 대한 설명이다. 우리 사회는 그런 철학과 사상이 약하고 게다가 물질에 휘둘려서 그런 생각들이 퍼지고 공감대를 얻게 되는 것을 고의로 막고 있다. 공포와 혼란속에서 이득을 취하고 싶은 자본의 욕망때문이다. 


그속에서 병이 생긴다. 일베는 병이다. 그렇다면 누가 가해자인가. 


맺는 말


나는 가난한 환경탓만 하면서 도둑이 된 사람, 실제로 도둑질을 한 사람의 잘못이 없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개개인으로 가면 자신의 행동을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 그러나 숲이 마르면 산불이 나듯이 사회가 그런 조건을 충족시키면 병은 생긴다. 그래서 우리는 레미제라블 같은 이야기를 들으면서 장발장이 빵을 훔친것을 미워할수만은 없다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병은 고쳐야 한다. 그 병을 고치는 길은 물질적 자극이 좀 덜한 환경으로 물러서던가 유혹속에서도 자기를 지킬수 있는 공부를 하던가 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자발적으로 좀 가난해 지자고 하면 동의할 사람이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어느정도는 그렇게 해야 한다. 우리 사회는 지금 너무 많은 거품속에서 우리가 실제보다 훨씬 부자라고 생각하는 병속에 빠져있다. 그래서 기대치만큼 사치하지 못하는 것에 좌절하는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일본이나 미국같은 진짜 부자나라에 비하면 소득이 절반정도인데도 국민들은 해외 유학이나 연수를 우습게 생각하는 면이 있다. 유럽인이나 일본인이나 미국인들보다 더 사치하는 듯이 보이는 면이 분명히 있다. 더 과시하고 싶어하고 집도 차도 옷도 더 보여주기 위해 소비한다. 이런 과시욕이 남을 마구 누르는 권위주의와 만나면 병자를 양산하는 것이다. 


그리고 물론 이미 가진 것이라도 잘 가질수 있게, 그것에 휘둘리지 않게 자신을 지키는 공부를 해야 할 것이다. 지식인들이 노력해야 하고 사람들도 각자 자기 자리에서 노력해야 할 것이다. 객관적 상황이상으로 그 상황을 바라보는 시각이 많이 비틀어져있다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할 것이다.


그럴 때 우리는 훨씬 덜 고통스러운 세상에 살게 되지 않을까. 그렇지 못할 때 일베는 창궐한다. 일베는 그렇지 않은 우리가 만들어 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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