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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이 안나오는 이유는 우리 자신에게 있다.

by 격암(강국진) 2013. 5. 31.

얼마전에 일베현상에 대해 누군가가 진단을 하면서 그것을 소위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간의 다툼속에서 민주화 세력에 대한 역풍으로 해석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즉 민주화 세력이 지나치게 산업화 세력의 긍정적인 면을 받아들여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에 대한 역풍이 불어서 오히려 반민주화 바람이 불게 되었고 그런 흐름중의 하나가 일베현상이라는 것입니다.


이런 진단은 나름의 일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니 어쩌면 진실에 아주 가까운 진단이라고 해야 할 것입니다.  그게 진실에 가깝다고 생각할수록 저는 오히려 약간 우울해 집니다. 지겹도록 많은 곳에서 발견되어지는 왼쪽이 아니면 오른쪽이고 오른쪽이 아니면 왼쪽이다 식의 사고가 가지는 문제를 다시 발견하기 때문입니다. 


답은 왼쪽도 오른쪽도 아니고 왼쪽과 오른쪽을 적당히 섞어놓은 것도 아니고 답은 위로 간다는 것일수 있습니다. 이런 말은 그저 말장난이 아닙니다. 


일찌기 철학자 화이트헤드는 헤겔의 정반합 원리를 가리켜 옳지만 충분히 제대로 표현되어지지 않았다고 하면서 성장의 삼단계를 논합니다 (http://blog.daum.net/irepublic/7888300). 그리고 로맨스의 단계, 세밀화의 단계 그리고 일반화의 단계를 말했는데요. 화이트헤드와 헤겔의 차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정과 반이 등장했을때 그 둘다로 해결되어 질수 없는 문제를 돌파하는 것은 정과 반을 적당히 섞는 것이 아니라 정과 반으로 대표되어지는 사고의 범주를 넘어서는 것이라는 겁니다. 


이런 건 정말 말장난이 아니며 수없이 많은 문제에서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서 아이에게 사교육을 시켜야 할까요 시키지 말아야 할까요. 여러가지 의견이 있습니다만 흔히 토론이 격화되면서 두가지 극단이 생겨납니다. 시켜야 한다와 시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죠. 그럼 많은 사람들은 이 양쪽을 헤매면서 시켰다가 안시켰다가 하거나 어느 한쪽을 믿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안에 빠져들지 않고 외부적인 안목에서 이런 토론과 의견나누기를 주목해 보면 어느새 사람들의 사고는 단순해져 있다는 느낌을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들은 어느새 교육이란 학원을 시키는가 안시키는가의 문제로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김치찌개를 만드는데 마늘을 넣어야 하는가 마는가를 가지고 싸우다 보니 마늘의 양이 김치찌개의 맛에 절대적인 중요성이 있고 다른 것들은 어느새 잊어버리는 것같은 상황인것입니다. 꽁치통조림을 넣었는가 참치통조림을 넣었는가 고추를 넣었는가 물의 양은 얼마이며 쓰는 김치는 어떤 것인가에 따라 답은 다 달라질수 있는데 마늘을 안넣으면 무조건 맛이없다는 사람과 마늘을 넣으면 맛이 없다는 사람의 싸움속에서 마늘을 얼마나 넣어야 하는가에만 고민하는 것처럼 되는 겁니다. 요리의 고수가 보면 초등학생고민같은 걸 하고 있는 것이죠. 


좌파냐 우파가 없다는 말은 흔한데 이걸 우리나라에 진정한 좌파가 없다던가 진정한 우파가 없다던가 하는 식으로 이해하는 분도 많습니다. 그것도 물론 어떤 문맥에서는 옳은 말입니다. 그러나 좌파니 우파니 하는 개념은 결국 그 자체가 영원한 자연의 법칙같은 것이 아니라 그저 사회의 변화 단계에서 생겨난 하나의 흐름들이었을 뿐입니다. 다시 말해 그 사회, 그 시대를 지나치고 나면 진정한 좌파니 진정한 우파니 하는 식으로 사고하는 것 자체가 문제를 일으킨다는 겁니다. 마치 학원을 보내는 양이나 김치찌개에 넣은 마늘을 고민하는 식으로 나는 중도야 라고 말하면서 나름대로 좌파와 우파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면 되지 않겠어라고 생각하는 것, 바로 그런게 문제를 일으킵니다. 


왜냐면 그런 생각은 결국 답은 좌와 우 그리고 그 사이의 어디엔가 있다는 식으로 우리의 시야를 좁히기 때문입니다. 그런 논법은 네가 틀린걸 증명하면 내가 맞는게 된다는 식의 논법입니다. 가능한 의견은 무한대니까 사실은 우리 둘다 틀릴지 모릅니다. 그런데 상대방이 틀렸다고 증명하면 따라서 내가 맞는게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왜냐면 그 사람이 생각하는 가능성의 공간이라는것이 좁기 때문입니다. 왜 그렇게 되는가. 마늘가지고 싸운 이야기를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왜 그렇게 되는지. 


화이트헤드는 일반화의 단계와 로맨스의 단계 사이를 거론하면서 이 단계에서 우리는 우리에게 익숙한 것에 대해서는 잘 알게 되었고 아직 새로운 것을 알지 못한 그런 단계로 묘사합니다. 말하자면 세상에 있는 한국드라마란 드라마는 다 보고 나니 이제 볼것도 없고 세상 참 따분하다. 새로 나오는 것도 그게 그거 인 것같네라고 느끼는 것이 일반화의 단계의 마지막입니다. 따분해서 아무리 뒤적거려도 이젠 재미가 없는 것입니다. 로맨스의 단계란 그런 따분하고 답답한 상황에서 새로운 것에 눈을 뜨는 것이죠. 미국드라마도 재미있네라던가, 등산을 취미로 해볼까라던가 청춘은 역시 연애를 하면서 살아야 돼 하는 식으로 완전히 다른 방향을 쳐다보는 것입니다. 


한국 사회가 지금 찾아야 하는 것은 새로운 가치이며 그것은 과거의 것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면서도 그것을 포함해서 더 넓고 큰 시각을 가질수 있는 삶을 찾는 것입니다. 과거에 대한 평가가 어떠하건 우리는 더이상 피죽도 못먹는 해방이후의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필리핀한테 원조받고 미군이 주는 옥수수가루 먹고 사는 그런 나라가 아닙니다. 게다가 민주화라는 가치는 버릴수 없는 것이지만 동시에 낡은 것이기도 한것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분노하고 비판하고 불의를 보면 거리로 나와 촛불을 들수 있는 시민의식이 필요하지만 그것만으로 21세기를 살아갈 수는 없습니다. 


그럼 당연한 질문은 그 새로운 가치가 무엇인가, 인간은 응당 어떻게 살아야 한다는 것인가 같은 질문이 나오거나 이것도 저것도 아니면 그럼 답이 뭐냐는 말이냐 같은 질문이 나오기 쉬운데요. 그것은 특히 이거 아니면 저거라는 식으로 생각해 오신 분들이 그렇게 할 것입니다. 


이런 생각을 해봅니다. 윤창중을 비판하는데 보수냐 진보냐의 개념이 필요할까요. 대통령 대변인이 외국에 나가서 성추행을 하지 말아야 한다라는 것을 말하는데 보수냐 진보냐의 개념이 필요합니까. 대학생 살인교사범이 무기징역을 받고 바깥으로 나와서 돌아다니는 것을 비판하는데, 세상이 그래서는 안된다는 것을 말하는데 보수냐 진보냐의 개념이 필요할까요. 내가 누구를 믿거나 믿지 않는데 대부분의 경우 상식이면 충분합니다. 복잡한 개념이나 진영구도는 필요없습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죠. 그래서 네가 하면 불륜 내가 하면 로맨스식의 이야기가 넘쳐납니다. 


저는 일단 모두가 개인이라는 관점으로 다시 돌아가서 생각했으면 합니다. 산업화니 민주화니 하는 개념만으로는 우리의 일상의 삶을 살아갈수가 없지요. 그런 개념으로 아이는 어떻게 키워야 하는 것인지, 하루 생활은 어떻게 해야 하고, 직장은 어떻게 선택하고, 어떤 사람과 결혼하며, 주말은 어떻게 보내고, 집은 사야 할까 말까 같은 것에 대한 답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국가는 소중한 것입니다만 한국이 부자나라가 되면 나도 성공하는 것이다 라는 식으로 사고하기에는 현대는 이미 너무 복잡합니다. 성공이 뭔지도 정의하기 어렵습니다. 한국이 부자나라가 되는 것, 한국이 민주적인 나라가 되는 것, 이런 것 다 중요하지만 동시에 그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나입니다. 내 인생 내가 고민해야 하고 그걸 고민하는 일도 너무나 힘들고 바쁜 일입니다. 피상적으로 살아가는게 아니라면 인생에 고민해 봐야할 고민거리는 헤아릴수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뭘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습니까. 


저는 이기적으로 살라는 말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기심에 빠져서 사는 것이 과연 진정한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가를 고민해본다면 내가 중요하다는 말을 그렇게 이해할수는 없을 것입니다. 저는 사실 진정으로 자기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된다면 결국 거기에서 우리를 발견하게 된다고 믿습니다. 한국이 부자되고 한국이 민주화 되는 것 중요하지요. 그게 왜 중요한지 자기를 생각하면 알수 있게 되고 그렇게 알때 우리의 이해는 달라진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미 삶의 질의 문제를 고민하고, 공동체운동도 하고 있습니다. 시대의 대세는 힐링이라는 말도 나옵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권위주의적인 한국사회의 망령속에서 빠져나오지 못한채, 좁을 틀속에서 열심히 답을 찾고 있는 것같습니다. 일베에서 흘러 나오는 이야기들을 보면 그 사람들의 특징도 은둔형 외톨이 인경우가 많은 것같더군요. 


삶에 답이 없는 것같을때 누구나 답답합니다. 저도 그렇습니다. 그러나 그럴때 섯불리 우리가 아는 것만이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고 더 큰 세상을 생각해 보고 느끼는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건강한 몸과 건강한 정신을 가지고 우리 눈에 새로운 것이 나타나기를 기다리는 마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왼쪽과 오른쪽을 맴돌면서 좌절속에서 초조해 지고 분노하기만 하는 것으로는 우리는 결코 답을 찾지 못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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