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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투기, 교육 투기 그리고 국제중학교 소동

by 격암(강국진) 2013. 6. 24.

최근에는 아이때문에 몇개인가의 일본 고등학교를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일본 고등학교는 크게 사립학교와 공립학교로 나뉘는데 비평준화되어 있는 일본은 성적을 등수가 아니라 평균에 대한 편차치로 따져서 어느 정도 이상이면 합격된다는 식입니다.

 

그런데 그런 학교를 돌아다니면서 저는 당연하다면 당연한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것은 오늘날 학교에 있어서 홍보가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며 그러다보니 홍보가 학교를 망치는 일이 쉽게 일어나게 되었다는 사실입니다.

 

학부모의 입장이건 학생의 입장이건 우리가 어느 학교에 간다면 우리는 결국 뻔한 소리를 듣고 뻔한 것을 보게 됩니다. 명문대학에 진학률이 어떻게 된다더라 라는 이야기를 제외하면 건물이 좋다던가, 수학여행을 어디로 간다던가, 수업을 영어로 한다던가, 과외활동이 어떻고 문화제가 어떻고 하는 것을 보고 듣게 됩니다.

 

이렇게 이런 것들을 듣고 나면 우리는 그 학교에 대해 많은 것을 안 것처럼 생각되지만 실은 그것은 큰 착각에 불과합니다. 진짜 교육에 대해서라면 우리는 아무 것도 알지 못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교육이란 결국 그 핵심이 인간이 인간을 가르치는 것입니다. 건물이 인간을 가르치고, 커리큘럼이 인간을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수학여행을 미국으로 가고 영어선생님이 원어로 영어를 가르친다는 사실은 교육의 지극히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가장 큰 교육의 핵심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내지는 보기 힘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그것은 특히 너도 나도 우리가 좋은 학교라고 떠들어 대는 광고의 홍수속에서 그 학교를 방문하는 경우 더 그렇습니다. 우리가 한개인을 만날 때도 딱딱하게 면접을 보듯이 만나서는 알기 어려운데 학교전체가 되면 그건 더 그렇습니다. 더구나 학교를 방문할때 우리는 대개 인간과의 접촉이 적습니다. 건물을 보고 프로그램을 봅니다. 설사 선생과 대화를 나눈다고 해도 최대한 좋은 인상을 주려고 노력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얼마나 진실을 알아낼 수 있을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선이나 소개팅을 통해서 누굴 만나서는 생각보다 사랑이 성사되는 일이 적다고 합니다. 서로가 솔직해 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특히 선이라면 당연히 조건 맞추기에 급급해 지기 쉽상이지 않습니까.

 

아 그런 문제야 물론 있지요. 알고 있습니다라고 말할 분들은 많겠지만 좋은 학교가 되기 위해서 홍보가 중요한 시대에 결국 홍보가 보이는 부분에 집중된다는 사실이 결합되면 어떻게 될지 모두 깊게 생각해 보지는 않는 것같습니다. 그렇게 되면 결국 진짜 교육이 그 홍보때문에 죽고 맙니다. 말하자면 과자를 파는데 모두 포장지만 가지고 선택을 하게 되면 과자의 맛이나 영양따위에 신경쓰는 과자 장인은 퇴출되거나 싸구려 취급을 받는 사람이 되고 포장지 잘 만드는 사람만 출세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요즘이 그렇습니다.

 

일본 학교를 둘러보아도 최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방영한 국제중학교 비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도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람들은 명문 명문하지만 도대체 명문이 무엇이고 좋은 교육이 뭔지는 어느새 사람들의 발에 짓밟히고 있는 느낌이어서 매우 흥분되고 분노하게까지 되었습니다.

 

부동산 투기의 현장과 교육의 현장은 놀랍도록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그 두가지에 참여하는 학부모들이 사실 같은 사람이라는 측면에서 그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릅니다.

 

좋은 아파트가 뭡니까. 오늘날 좋은 아파트는 곧 비싼 아파트입니다. 비싸니까 좋은 아파트가 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비싸면 비쌀수록 값이 더 잘오른다면서 좋아합니다. 그렇게 해서 부동산 거품이 부풀어 오르고 건설사는 아파트를 잘짓는 일에는 큰 관심이 없어집니다.

 

결국 사람들이 관심있어 하는 것은 그 집에 들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 집의 가격이 올라가는 것이기 때문에 집에 하자가 있어도 부녀회같은 곳에서 서로 쉬쉬하면서 하자를 알아서 숨겨주는 것이 한국의 아파트 현실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아파트를 짓는데 원가가 평당 이백이 들었건 삼백이 들었건 그 가격이 천이 되고 이천이 되도 불평이 없습니다. 단지 지금 평당 이천만원에 샀는데 그 가격이 오르기만 하면 되는 것입니다.

 

국제중학교같은 신흥명문이란 곳은 결국 여러가지 홍보를 합니다만 나중에는 본질이 실종됩니다. 인기가 좋아지면 성적이 좋은 학생들이 거길 입학할테고 그러면 교육따위 어떻게 되건 졸업생들의 진학성적은 좋을 것입니다. 학교가 인기를 누리고 돈을 벌면 입시에 도움되는 인력을 구하기도 쉬울테지요. 즉 인기가 인기를 부릅니다. 핵심이 포장지가 됩니다. 돈이 돈을 부르는 부동산 투기와 다를 것이 없습니다. 사실 사람들은 졸업장을 따고 우리 아이가 그 재벌집안의 누구도 다녔던 그 중학교 출신이야라고 말하는 것에나 관심이 있을 뿐 교육의 질 자체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아파트와 교육은 너무나 닮아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사람들은 거기서 무슨 교육이 이뤄지는가에는 큰 고민도 없이 거길 들어가지 못해 안달이 납니다. 자신의 소중한 전재산을 투기판에 던지듯, 자신의 소중한 자녀들을 광기어린 자들의 손에 던져넣는데 별로 주저함이 없습니다.

 

전에 말한적도 있고, 이 글에서 다시 좋은 교육이 뭔가를 떠들 생각은 없습니다. 그러나 교육은 인간이 하는 것입니다. SBS방송에서 저를 가장 분노하게 한것은 중학생 하나가 사소한 일로 퇴학까지 당하고 그 자리를 다른 사람이, 아마도 돈을 내는 사람이, 메꿨다는 사연이었습니다. 어른들이 되어서 중학생을 퇴학이든 전학이든 당하게 만든다는 것은 어떤 변명도 있을수 없는 것입니다. 어른의 입장에서는 그걸로 인생이 끝나지 않는다고 말하겠지만 그 중학생의 입장에서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이며 어른들이 부당하게 직장을 잃는 것보다 훨씬 큰 일일 것입니다. 그런것보다 훨씬 사소한 일에도 자살까지 하는게 청소년들입니다. 아기쯤이 되면 사탕하나가 온세상일수 있습니다. 청소년에게 그런게 큰일이 아니라면 그 학교의 이사장이며 선생들을 모두 재산을 다 빼앗고 무기징역에 처해도 좋을 것입니다. 그건 또 왜 그리 큰일이겠습니까. 내 손가락 아픈건 못견뎌도 남의 가슴에 칼을 꼽을 수 있다는 것입니까?

 

선생들이 한 어린 인간을 짓밟는 현장이 소위 한국의 명문 중학교라고 불린다는 사실에 저는 우울해서 한참을 산책을 하고야 진정할 수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모두 무슨 도박이나 투기에 미친 사람들을 보는 듯하여 참을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싸구려 홍보가 세상을 지배하는 이유, 투기 바람이 쉽게 일어나는 이유는 하나입니다. 사람들이 나만 쉽게 살 방법을 찾기 때문입니다. 남들은 열심히 일해서 돈을 버는데 피라미드 사업같은 것에서는 별거 안해도 떼돈을 번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도 뛰어들고 주변에도 아직도 그런거 모르느냐고 유혹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대참사가 벌어지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에도 배운 사람들이 있고, 상식이 있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누가 일같은 걸하냐, 당연히 로또나 사야지라는게 우리나라의 상식입니까? 눈치작전으로 돈을 써서 국제중학교 같은데 가면 아이의 평생이 보장될수 있다는 식의 로또 정신이 그 이사장같은 더러운 사기꾼들을 번성하게 만듭니다.

 

어른들은 그마나 자기 돈이요 자기 인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이들이 허황된 생각을 하면 꾸짓고 정도를 알려줘야할 어른들이 먼저 나서서 로또를 권하고 눈치작전을 권하며 편법을 권하는 세상이란 화가나는 세상입니다. 도대체 초등학생이나 중학교 아이들에게 뭘 가르치는 것일까요. 그러면서 아이를 위하고 교육을 논하는 학부모들은 제 정신일까요. 자기가 공부하는 힘은 안기르고 쪽집게 과외선생부터 어릴때 부터 붙여준다면 그 아이는 결국 혼자서 서는 방법은 배우지못한 정신적 불구가 될 것입니다. 도대체 좋은 교육이 뭐고 명문이 뭐라는 것입니까. 불행한 교육의 현장을 보면서, 어른들이 아이들을 그렇게 만들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저는 매우 슬펏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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