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보면 세상에는 참 뻔한 일이 계속 반복된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무슨 이야기를 듣고 어떤 행동을 하게 되는가에 대한 것이다.
소위 잘나간다는 사람, 성공한 사람들은 대개 두가지의 행동을 하게 된다. 하나는 유명해지고 성공한 만큼 남의 질시를 받고 비방을 받게 되기 때문에 그런 사람을 의식하고 피하려고 하게 된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서 그런 필요를 가진 다른 사람들과 손을 잡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세상의 있는 사람중에 백에 하나, 천에 하나는 어떤 기준으로든 미친사람이거나 나쁜 사람이라고 불러야 할 사람일수 밖에 없다. 그런 사람들의 목표가 되면 우리는 피곤하고 살기 어렵다. 그 사람들은 같이 죽자는 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성공한 사람들은 보호막을 필요로 한다. 그러니까 그런 필요가 있는 사람들끼리 뭉치기 시작한다. 누가 나를 근거없이 비방하면 내가 너를 막아줄테니 너도 나를 막아다오라는 식이 되는 것이다. 비방이 아니라고 하더라도 애초에 분란의 싹이 없게끔 아예 성공한 사람들은 성공한 사람끼리만 만나기 시작한다. 이러한 경향은 인간 생활에서 인맥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람들의 믿음에 의해서 당연히 강력히 촉진된다. 그리고 이것은 패거리와 특권과 특혜의 시작이 되는 것이다.
개의 눈에는 개만 보이고 부처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던가. 성공한 사람이 되면 그 사람의 눈에는 자신을 질시하는 못난이들과 자신이나 자신이상으로 성공한 사람들만 보이게 되기 쉽다. 물론 이 성공이란 사회적 직위이거나 돈같은 것을 말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들의 눈에 보이는 것은 착시다. 공주나 재벌집 아들 딸이 순수한 사랑을 하기 어려운 것과 같은 것이다. 재벌집 아들딸들은 자기 집의 재산을 노리고 자신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을 조심해야 한다. 그러기 때문에 당연히 어느 정도 다른 사람을 볼때 경계심을 가지고 보게 된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어떻게 될까? 그들은 사기꾼들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할수 있게 되지만 자신의 재산이나 성공여부와 상관없이 그 재벌집 아들딸의 재산따위는 정말 상관하지 않는 사람들을 또한 자기 주변에서 제외하게 된다.
부자집 아이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안달이 난 사람들은 그들의 주변에서 와글거리지만 그런 것을 별로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그런 인의 장막을 뚫고 거기서 얼쩡거리고 싶은 생각이 없는 것이다. 그들의 재산에 별 관심이 없는데 뭐하러 그런 추하게 보이기 쉬운 일을 하겠는가. 결국 그 재벌집 아들딸의 주변에 있는 사람은 재산에 관심 많아서 안달난 사람들이 아니면 그이상으로 돈이 많아서 나도 돈이있거든 하고 말할 수 있는 그런 사람만 남게 된다.
그러니 재벌집 아들딸이 세상을 보면 세상은 극명하게 둘로 갈라지는 것이다. 바로 재벌들의 세계와 비루하게 돈을 노리는 사람들의 세계다. 아무리 봐도 이 세상에는 그 두부류말고는 별로 보이지 않는다. 이렇기 때문에 성공한 사람들의 결속은 점점 더 심해지고 부패와 특권은 강해지기만 한다. 그들은 그들끼리 모여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다. 그럼 저 이상한 사람들하고 섞여 살라는 말입니까? 그들의 성공과 재산이 그들을 외롭게 만들었다는 사실은 이성적으로는 이해되지만 결국 대부분의 경우 사람들은 그것을 잊는다. 직접적 경험에 의해서 그런 사람들은 비뚤어진 세계관을 가지게 되기 쉬울 것이다. 결국 이렇게 해서 세상은 썩어가게 된다.
그렇다면 이 필연적으로 보이는 세상의 부패는 피할 수 없는 것일까. 적어도 어떤 상황에서 이러한 과정이 촉진되는가는 분명하다. 그것은 바로 인생의 성공을 단순하게 정의하고 남이 쉽게 뺏어갈수 있는 것으로 정의할 때 그렇다. 돈을 벌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돈을 쉽게 뺏어갈수 없을 것같지만 돈이란 결국 몸바깥의 물건이라 뺐기기 쉬운 것이다. 그러니까 돈을 가진게 성공이라고 하면 위에서 말한 부패과정이 빨리 진행될수 밖에 없다. 직위도 마찬가지고 유명세도 마찬가지다.
무엇보다 적어도 성공한 사람이라는 기준이 여러가지라면 우리는 적어도 여러종류의 사람들을 만날수 있을 것이다. 즉 성공한 사람들의 그룹이라는게 생긴다고 해도 그 안에는 여러종류의 사람들이 모이게 된다는 뜻이다. 그렇게 함으로해서 그룹의 안과 바깥이 존재한다고 해도 그 그룹안에는 여러정보가 들어오고 사람들은 쉽사리 완전히 장님이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성공이란 결국 뭐뭐다 라는 식으로 한가지 조건만 생각한다면, 예를 들어 성공이란 결국 돈이다라고 한다면 그 그룹안에는 돈을 가진 사람들만 있을 것이다. 그 그룹안의 다양성은 급격히 작아지고 사람들은 서로 서로 세상에 대한 편견을 만들어 내서 서로를 장님으로 만든다. 이러한 일은 재벌집 사람들만 하는게 아니다. 다양성을 적게 가진 그룹안에서 서로 모여서 서로를 장님으로 만드는 일은 직장에서 동네의 노인정에서 학원의 학부모 모임에서 강남에서 부산에서 어디나 일어나고 있다.
우리는 꿈이나 성공같은 것에 대해 게으르게 그저 남이 이런다더라 하는 식으로 생각하면 죽어가게 된다. 의식하지 못할뿐 눈이 가려져 있을 수록 그 속도가 더욱 빠르다. 이미 가려진 눈으로 세상을 보면 아무리 세상을 봐도 자기가 믿는게 틀리지 않다는 결론만 나온다. 잘생긴 미남 미녀는 미남미녀라는 껍질 속에 갇혀 있고 부자는 부자라는 껍질에 갇혀 있으며 수재는 수재의 껍질에 갇혀있다. 그나마 유명하지도 성공하지도 않는 사람들이 가진 껍질이 그들보다 얇다. 그런의미에서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은 참 행복하게 사는 것이다.
이영희선생이 존경하고 김지하의 스승으로 알려진 장일순은 비교적 조용히 살다가 갔다. 그가 김지하에게 한 말은 낮은 곳으로 향해서 기어라라는 말이었다고 한다. 세상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이 세상을 지켜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의 아름다움은 그들이 성공하고 유명하지 않다는 데에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세상에는 그들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그들의 힘은 보이지 않게 세상을 지킨다. 그렇지 않았다면 세상에 존재하는 장님들과 비루한 인간들때문에 만들어 지는 세상을 개판으로 만드는 경향은 이미 세상을 예전에 훨씬 더 나쁜 곳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이런 저런 사람들이 세상에 나아가 잘난척을 하지만 그들은 대개 사기꾼이요 잘해봐야 광대에 지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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