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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사람도 아메리카노를 마실까?

by 격암(강국진) 2013. 9. 17.

오늘도 아내와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다가 나는 다시 한번 한국의 커피에 대해 불평을 했다. 입맛이야 사람마다 다르니 사람들이 그게 좋다고 말하면 그만이지만 요즘 내게 한국의 커피는 정말 맛이 없다. 그건 바로 소위 아메리카노라는 녀석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아메리카노 커피에 대해 불평을 늘어놓았다. 


전에는 아메리카노라는 게 뭔지도 몰랐다. 일설에 의하면 이 아메리카노는 이탈리아에서 에스프레소 커피에 물을 타서 팔았던 커피를 그렇게 불렀다고 한다. 미군들이 쓴 에스프레소 커피를 좋아하지 않아 거기에 물을 타서 희석해 먹었기 때문에 그렇게 부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데 제대로 만든 아메리카노라는게 있는지 모르겠지만 내입맛에는 이 아메리카노 커피가 영 입에 맞질 않았다. 그야말로 물탄 커피로 쓴 맛만 느껴지기 때문이다. 나는 우유 크림이나 카라멜, 초코렛으로 범벅이 된 커피는 좋아하지 않아서 우유도 설탕도 넣지 않은 블랙커피만 주로 마시는데 그렇다고 해서 그 커피맛을 단순히 쓴 맛으로 먹는 것은 아니다. 블랙 커피에는 당연히 블랙커피 나름대로의 커피향과 맛이 있다. 그런데 아메리카노 커피는 그야말로 아무런 맛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이다. 


일단 세상사람들이 다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실까? 적어도 일본은 그렇지 않다. 내가 미국에 있을때도 그런 물 탄 맛이 느껴지는 커피는 아니었다. 일본에도 물론 내가 안가는 스타벅스가 있고 맥도널드도 있으니 제조방법이 비슷한 커피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내 입으로 확인한 커피의 맛은 전혀 다르다. 일본사람들은 주로 드립커피를 마신다. 그리고 그건 취향의 문제를 넘어서 굉장한 맛과 정성의 차이가 있다. 


드립커피는 뭐고 에스프레소는 뭐고 아메리카노는 뭘까? 기계로 뽑는 에스프레소는 커피에 증기와 뜨거운물로 압력을 가해서 뽑아내는 커피다. 대개 뒤에서 말하는 드립커피보다 빠르게 커피를 뽑아내는 것이다. 아메리카노는 이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더해서 희석시켜서 만들어 낸다. 커피숍에서 원샷이니 투샷이니 말하는 것은 아메리카노 커피에 들어가는 에스프레소 커피의 양을 말하는 것인데 대개의 매장에서는 에스프레소 커피를 대량으로 미리 만들어 두고 그걸 물에 타서 준다. 일단 이 부분이 문제다. 그 과정에서 향과 맛이 다 없어지고 만다. 내가 보기에 아메리카노 커피라고 커피숍에서 파는 커피들은 슈퍼에서 파는 캔커피보다 맛이 있어야 할 이유가 별로 없다. 향은 날아가고 맛은 희석된 커피니까. 실제로도 맛이 없다. 


드립커피는 필터위에 놓여진 커피가루에다가 뜨거운 물을 부어서 천천히 커피가 녹아내리게 만든 커피를 말한다. 



 


커피를 뽑는 것은 설탕을 녹이는 것과는 다르다. 커피에는 물에 녹아 나오는 부분이 있고 물에 놓지 않는 지용성 부분이 있다고 한다. 커피가루에 뜨거운 물을 부으면 설탕에 물을 부을때와는 달리 거품이 생기면서 커피가 부풀어 오르는 것은 그때문이다. 시간을 들여서 한잔 한잔 뽑아낸 커피가 대량으로 빠르게 뽑아낸 커피와 같을리가 없다. 이 지용성의 커피부분은 통상 드립커피를 마실때 표면에 뜨게 된다. 이 커피 크림은 크리마라고 불리곤 한다. 


그래봐야 이탈리아어로 크림이라는 뜻이지만 나는 이 크리마가 있는 커피가 좋다. 이런 커피가 향이 좋고 입에 쓴 커피를 부드럽게 느끼게 해주기 때문이다. 드립커피안에 이 크리마가 녹아 사라졌어도 그렇게 된 커피는 부드러운 맛이 난다. 한잔 따랐을때 커피 거품이 가득한 커피는 증기로 뽑아낸 에스프레소에 맹물을 타서 불린 커피하고는 상당히 다른 맛이다. 





천천히 커피를 내린 드립커피는 확실히 '내가 시식한' 한국의 아메리카노 커피들 보다는 맛이 있다. 나는 맛있는 아메리카노 커피를 먹어본 적이 없어서 맛있는 아메리카노라는게 가능한지나 모르겠다. 


불과 4-5년전만해도 한국도 어딜가나 아메리카노 커피만 있는 세상은 아니었다. 그런데 어느 해에 한국에 가보니 블랙커피는 아메리카노와 같은 뜻의 의미라고 쓰일만큼 어딜가나 아메리카노 이야기뿐이었다. 사람들도 블랙커피라고 하면 아 아메리카노요라고 대답하는 기분이다. 크림이나 설탕을 넣지 않은 커피라는 뜻인 블랙커피라는 단어에 불평하면서 이탈리아어로 된 아메리카라는 단어인 아메리카노라는 단어는 무슨 전문용어 쓰듯이 한다. 덕분에 나는 늘상 여러모로 투덜거리면서 커피를 마셨다. 맛도 없는 커피 이름을 잘난척 하면서 까지 판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아메리카노 커피가 좋은가 보다. 한국은 이제 아메리카노 커피밖에 없다. 나는 정말 묻고 싶다. 그런게 정말 맛이있는가라고. 느리게 사는 삶, 힐링이 있는 여행같은게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다고 들었다. 한잔 한잔 정성스럽고 느리게 커피가루를 부풀려서 만든 드립커피가 맛이 있는게 당연한거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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