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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집에 대한 생각

작은 방, 작은 방을 가진 집

by 격암(강국진) 2013. 11. 20.

2013.11.20

 

금산주택으로 상을 받은 노은주 임형남 건축가 부부는 사람을 살리는 집이라는 책을 썼다. 그 책에는 커다란 집을 가졌지만 한평이 좀 넘는 작은 방을 가지고 싶어한 건축주 이야기가 나온다. 그는 아무것도 없는 그런 작은 방에 들어가 독서를 하고 싶다고 했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건축에 대한 관심이 많아져서 책도 읽고 다큐도 좀 보고 하는 편이다. 그러다보니 서구식 삶과 우리의 삶의 차이 그리고 그에 따른 집의 구조의 차이같은 것도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점점 작은 방에 끌리게 되는 것을 느낀다. 

 

요즘에는 작은 방은 인기가 없다. 대개 사람들은 이 방에는 침대넣으면 너무 자리가 좁다는 식으로 말한다. 아이들방도 침대에 책상까지 넣을 생각을 하면 사람들이 말하는 작은 방이란 내가 말하는 작은 방보다 훨씬 큰 방이 되기 마련이다. 사실 그러고도 그런 방들은 매우 비좁다. 물건들이 그 방을 가득채우기 때문에 조금만 물건이 어질러 진다 싶으면 방이 난장판이 되어 들어가기 싫을 정도다. 

 

나도 아무것도 없는 작은 방을 가지고 싶다. 그 방의 크기는 한평정도 쯤이면 될것같다. 2x2 미터정도면 충분할 것이고 그 이상 커서는 안된다. 옛날 한옥집방은 원래 대개 그 정도로 작았다. 요강신세를 지고 싶지는 않으니 그 방한쪽으로는 작은 화장실을 달겠다.  그 옆으로는 벽장을 만들어 침구같은 것들은 넣었다 뺐다하게 하고 싶다. 그 방자체에 물건을 둘 필요를 더더욱 줄이고 싶다. 그 방은 그냥 텅빈 방으로 남기고 싶은 것이다. 

 

 

 

 

 

나혼자 산다면 나는 그런 방 하나면 족할 것이다. 그러나 식구가 여럿이라면 그런 방이 몇개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그런 방옆에 물건을 집어넣을 작은 방을 달고 그 옆으로는 대청마루를 달고 싶다. 추운 겨울은 작아서 따뜻한 방안에서 보내고 더운 여름은 대청마루에서 보내는 것이다. 

 

방이 작다는 것은 방안에 최소한의 물건만 가질수 있다는 것이다. 사람들이 부유해지면서 서양에서도 동양에서도 집은 이상하게 변질되었다. 연료를 방안에서 태우는 외국의 경우 가난한 살림이란 커다란 거실같은 연결된 공간에 모든 식구가 다 같이 사는 것이었다. 우리의 초가와는 좀 다르다. 그런데 부자가 되면서 각자의 공간이 생기고 각자의 난방이 생긴다. 그러나 그 기본개념은 바뀌지 않은 것같다. 다시 말해서 모든 물건을 내 영역, 내 방안에 둔다는 것이다.

 

 

 

 

 

이제는 서구화된 우리의 방을 봐도 마찬가지다. 아이들방도 어른들 방도 그 기본개념은 그 방안에 내물건이라고 생각되는 것을 모두 집어넣고는 그 방을 나갈 필요가 없는 자급자족의 공간으로 만드는 것이다. 아이들 책은 아이들방에 있고 아이들 옷도 아이들 방에 있으며 장난감이나 책상도 아이들 방에 있다. 거기에는 공유의 정신이 실종되어 있다. 

 

내가 상상하는 작은 방을 가진 집은 그와는 다르게 하고 싶다. 사람들이 사는 공간을 제외하고도 작은 방들을 여러개 만들고 어떤 방은 옷들이 모여있는 드레스룸으로 쓰고 어떤 방은 책들을 모아놓은 서재로 쓰며 어떤 방은 잡동사니를 모아놓은 창고로 쓸 것이다. 그러니까 모두의 책은 책방에 있고 모두의 옷은 옷방에 있고 그밖의 잡동사니는 또 잡동사니 방에 있는 것이다. 

 

나는 주변에 우리가 가진 모든 것을 늘어놓고 사는 것은 정신적으로 건강하지 않은 삶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오직 한번에 한가지씩만 집중할 수 있다. 그러니까 우리의 생활공간에는 우리가 임시로 가져다 놓은 최소한의 물건만 있는 것이 좋다. 

 

두번째로 가족들이 서로 만나고 이야기하는 집이라면 각자의 방에 모든 것이 다 갖춰져서는 안된다고 생각한다. 옷을 가져오려면 옷방에 가야하고 책을 가져오려면 책방에 가야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서로 만나고 이야기하게 될것이다. 오늘날 모든 것을 자기 방에 집어넣고서 문만 잠그고 다른 사람과 만나지 않겠다는 식으로 사는 사람은 얼마나 많은가. 

 

물론 위의 사진이 보여주듯이 이런 이상과 가장 비슷한 것은 우리의 전통 가옥이다. 그러나 나는 초가를 짓겠다거나 한옥을 짓겠다는 것은 꼭 아니다. 재질에 대해 고민이 더 필요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작은 방을 가진 집이고 대청마루를 가진 집이면 되지 한옥이어야 하는가는 잘 모르겠다. 게다가 인구밀도가 다른 요즘은 치안이나 사생활 보호를 위해서 구조를 좀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 

 

이런 것들은 다 돈을 들이고 집을 크게 짓는 다면 문제가 될것이 없다. 예를 들어 우물정자로 집을 짓고 집 한가운데 마당을 가진 집을 짓는다면 개방적이면서도 바깥으로부터는 보이지 않는 집이 될것이다. 그러나 가능하다면 나는 작고 싸게 지을수 있는 집이 좋다. 

 

내가 당장 집을 짓지는 않을 것이고 또 여러가지를 보게 되면서 나의 생각은 달라질 것이다. 예를 들어 나는 지금 여러가지로 변화할수 있는 집은 불가능한가 하는 생각을 한다. 생활이 변하는 속력이 전보다 빠른 요즘 우리는 고정된 집에서 오래 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집에 대한 고민은 적어도 절반 이상은 집을 짓는 다는 구체적 행동과는 다른 이유를 가지고 있다. 나는 집에 대해 생각해 보면서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살고 있는가하는 것을 배우는 면이 많다고 생각한다. 설계를 하는 사람들은 건축주에게 어떻게 살아갈 거냐고 묻고 그 삶에 맞춰서 집을 짓는다고 한다. 뒤집어 생각해 보면 바람직한 집을 생각해 본다는 것은 바람직한 삶의 형식을 찾는 것이다. 지금 이대로의 우리 삶에 맞추는 집을 찾는게 아니라 바람직하게 살아가는 것을 도와줄 집의 모양을 찾는 것이다. 깨닫고 배우는 것이 있으면 큰 돈을 들여서 대공사를 일으키지 않아도 생활에 도움이 되는 것이 있지 않을까. 예를 들어 작은 방을 가진 집은 우리에게 소유하는 것의 문제점을 가르쳐 주는 것 같다. 작고 텅빈 방이면 충분한데 뭘 그렇게 많이 가져야 하는가라고 말해 주는 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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