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제별 글모음/집에 대한 생각

2층집에 대한 동경

by 격암(강국진) 2014. 8. 4.

14.8.3

집중에 제일 좋은 집은 아마도 내가 아직 살아보지 않은 집일 것이다. 새로운 것을 경험하는 것은 항상 기쁨이니까. 여러가지 집들은 다 장단점이 있고 따라서 비록 반년도 되지 않아 싫증이 날 것 같아도 아직 그런데서 살아보지 않았다면 한번 살아보고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주로 그래서이겠지만 나한테는 2층집에 대한 동경이 있다. 이것은 반드시 크고 멋진 집에 대한 동경은 아니다. 큰 집에 한 번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만 내가 2층집을 생각할 때는 아주 작은 집이라도 2층집이라면 재미있을 것같다는, 그런 느낌인 것이다. 사실 전에 자동차에 대해 말할 때도 언급했지만 이게 기본적으로 내가 사물을 보는 방식이다. 저거 재미있을까, 저게 나에게 어떤 상상을 펼치게 해주는가, 그것이 중요하다. 

 

사실 단순히 큰 집이란 것만으로 그 집이 흥미롭게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평수넓은 아파트라고 해도 집이 커봐야 얼마나 크겠는가. 그러나 2층집은 2층으로 올라가고 나면 완전히 동떨어진 공간을 만난다. 그게 2층집에 대해 아주 중요한 점이다.  그곳은 침실이 될 수도 있고 서재가 될 수도있다. 베란다에 평상을 놓고 여름에 시원한 바람을 쐬는 곳이 될 수도 있고 바베큐를 해먹거나 비오는 날 빈대떡을 먹는 장소가 될 수도 있다. 상상력을 펼칠 수가 있다. 

 

내가 2층집에 동경을 느끼는 첫번째 이유는 내가 혼자만의 공간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나는 좀 그런 성격이 있다. 그래서 사실 대학교때도 남들은 다가는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못하고 기숙사 한 구석에 처박혀 있곤 했다. 아는 사람들이 가득 찬 곳에서는 공부에 집중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혼 초기에도 아내는 늘상 내 옆에 붙어있는 것을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나는 그게 영 적응이 느렸다. 몇번은 아예 다른 방에 가서 혼자 잤는데 나는 깊게 잠들 수 있어서 좋았으나 아내는 영 반응이 나빴다. 그런 식으로 적응하면 부부사이가 나빠진다는 것인데 그때 들었을 때도 그랬고 지금 생각해도 그 말은 일리가 있게 들렸으므로 나는 그런 시도를 그만두고 말았다.  

 

그래서 참았다. 잠이 잘 안올 때도 있었고, 뭐랄까 병이 날정도나 크게 확 피곤해 지는 것은 아니라고 해도 누군가와 항상 함께 있는 것이 알게 모르게 신경에 피로를 주는 것 같았지만 적응했다. 덕분에 지금은 그럭저럭지내고 있다. 하지만 지금도 역시 나만의 공간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은 근사하게 들리는 것이다.

 

여담이지만 실은 2층집도 짓기 나름으로 그렇게 까지 완벽하게 차단이 되는 것은 아니다. 여기 일본에서 집을 보러다니면 보통 다 2층이나 3층집이 되기 마련인데 상상과는 달리 2층에서 하는 소리가 1층에서 꽤 크게 들렸다. 그 집은 계단에 문이 달려있지 않았으니 그럴 수 밖에 없다. 이래서야 1층 거실에서 텔레비전을 본다면 2층에서 그 소리를 다 듣게 될 것 같았다. 그래도 모든 집이 그런 것은 아닐 거라고 믿으며 나는 2층집에 대한 동경을 유지하고 있다.  

 

2층집에 대한 동경이라는 것이 또 어느정도 만화나 동화책같은것에서 생겨난 것이라는 것도 사실이다. 어릴적 본 만화영화 알프스의 소녀 하이디는 작은 창이 달린 지붕밑 다락방에 살았다. 하이디는 그 다락방을 아주 마음에 들어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하이디를 동경한 것같지는 않지만 그래서 그런지, 아니면 언젠가 어디 다른 곳에서 본 것 때문인지 다락방이란 내게는 왠지 아늑하고 낭만적으로 보이는 공간이다. 이제는 시대에 뒤진 것이 되어버린 기차여행이 왠지 낭만적으로 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고 보면 요즘 어린아이들은 우리와 다를지 모른다. 그들에게 기차란 그저 엘피판처럼 시대에 뒤진 물건이라는 느낌밖에 없을 것이다.

 

나는 정식으로 2층인 집이 아니라 집에 작은 다락방이 있다거나 혹은 복층이 딸린 원룸이라는 말만 들어도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하지만 그정도로는 부족하다. 사실 나는 지금도 다락방이 딸린 아파트에 살고 있다. 처음 이사올때는 접이식 계단을 타고 올라가는 그 다락방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나와 아내는 그 다락방을 잘 치워서 놀이방처럼 쓰겠다는 야심을 키웠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자 올라가기 어렵고 올라가면 갑갑한 다락방은 그냥 창고가 되고 말았다.

 

나는 복층 원룸에 산적은 없지만 듣기로 복층이란 그다지 좋지 않다는 말도 들었다. 사람에 따라서는 그 복층의 잠자리가 덥거나 추워서 결국 그 공간을 창고로 쓰고 바닥으로 내려온다고도 한다. 결국 그건 제대로된 2층이 아닌 것이다. 결국 2층집은 단독주택 2층집인 모양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전부터 그렇게 생각했지만 참 한국에는 집에 대한 대안이 없다는 생각이 다시 들었다. 그 개발의 역사가 다양성을 말살해 왔다. 결국 한국에서 주된 주거는 아파트다. 하지만 나는 아파트 생활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아파트라고 무조건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니겠지만 아파트는 뭐랄까 개성이 없다는 느낌이다. 집이란게 나와 대화를 하고, 나의 상상력을 현실화 시켜주는 공간이라고 생각을 하면 아파트란 전혀 집이 아닌 것이다.

 

돈도 없는 주제에 배부른 소리라고 할 사람도 있을지 모르지만 수천만원짜리 드레스를 입고 다니지 못하는 부자나 귀족이 아니라면 색도 모양도 상관없이 푸대자루같이 남과 똑같은 것을 입고다녀야 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왕처럼 먹지 못하다고 그저 에너지나 공급하는 차원에서 식사하고 싶은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나에게 아파트란 편리하고 쓸모있지만 어쩐지 에너지바같은 것으로 에너지 공급을 해서 식사를 끝마치는 그런 느낌이다. 항상 번거로운 식사를 하는 것은 질색이다. 그러니 한동안 에너지바로 식사를 마치는 것도 마음에 들 때가 있다. 단칸 원룸에 살면서도 기쁘게 살아가는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선택하여 소식하고 단식도 할 수 있듯이 말이다. 그러나 선택에 의해서가 아니라 어쩔수 없이 그저 평생을 에너지바만 먹다가 죽을거라는 생각을 한다면 우울해 지는 것이다.

 

그렇게 불만이라면 2층집도 좋아하고 하니 단독주택에 살면 되겠다고 할지 모르나 한국의 집은 아무래도 아파트가 대세다. 대세라서 대세를 따르겠다는 게 아니라 그러다보니 단독주택에서 편리하게 살 수 있는 환경이 잘 안된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단독주택에 사는 형식은 대개 3가지 중의 하나다. 하나는 –물론 기준이 뭐냐의 문제이기는 하지만- 땅값이 비싼 동네에서 엄청나게 비싼 집을 짓고 사는 것이고, 또하나는 반대로 후미진 동네에서 다닥다닥붙은 낡은 집에 사는 것이며 마지막은 소위 전원주택이라고 불리는 시골집에 사는 것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이 이런 꿈을 꾼다고 생각해 보자. 나는 큰 돈도 없고, 시골에 틀어박혀 살고 싶은 생각도 없으며 관리가 좀 잘된 동네에 살고 싶다, 그런데 2층집에 살고 싶다. 그러면 한국에서 답이 거의 없는 것이다. 집은 있어도 마을이 없고, 마을이 있다면 아주 부자동네거나 낡은 마을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나마 새로 생겨나기 시작한 수도권의 타운하우스라는 것도 그저 몇채에서 몇십채의 집이 상가나 다른 마을과 뚝떨어져 홀로 있는 곳인 경우가 많다. 기본적으로 우리소득수준에 비해 한국의 땅값이 비싸기 때문에 생긴 현상이다.

 

이것이 사람들이 이집저집 고려해보지만 결국 대부분 아파트로 주저앉게 되는 큰 이유다. 한국에서는 인구밀도도 얼마 안되는 지방에서도, 농촌에서도, 아파트를 짓는다. 오래된 마을은 해체만 되어져 왔고 관리가 잘 안되어졌다. 따라서 살만한 환경을찾다보면 결국 아파트만 남게 되기 쉽다. 

 

이런 생각에 빠져서 언젠가 상황이 더 좋아질때까지는 2층집에 대한 동경은 동경으로 남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던 중에 나는 재미있는 소식을 들었다. 그것은 바로 원룸건물의 복층형 주인세대라는 물건이다. 원룸건물은 말그대로 원룸만 있는 경우도 있지만 요즘은 방이 두개 세개씩 달린 큰 세대도 섞어서 짓는다고 한다. 그렇게 만들어진 집중 가장 커서 주인이 들어와 산다고 해서, 주인세대라고 불리는 물건은 보통 방이 3개쯤 되는 3-40평짜리 아파트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이 집은 옥상에 따로 방을 만들어 복층구조로 만들어 진다는 것이다. 옥상 일부를 베란다로 쓸수도 있다. 사진으로 구경해보니 멋진 집들이다. 말하자면 주인세대라고 불리는 집은 마치 작은 2층집을 빌라 꼭대기에 올려놓은 모양이다. 이집은 전원주택도 아니고 낡은 집들만 있는 동네에 있지도 않으며 집세도 비교적 싸다. 같은 평수의 아파트보다 주인세대 물건이 더 임대료가 싸다.

 

한국도 부동산 대세상승은 끝난지 한참 되었다. 그래서 슬슬 전보다 더 주거의 질이란 것에 대한 관심도 높아져 가는 것같다. 아파트만 해도 한계는 있지만 남들과 똑같이 쓰는 것이 아니라 리모델링을 하고 인테리어 장식을 다르게 해서 다른 모습으로 바꿔서 쓰는 사람들이 있다. 아파트가 아닌 주거의 대안도 나올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땅값이 파격적으로 떨어지지 않는한 수도권은 안될 것이고 지방에서나 가능한 일이겠지만 말이다.

 

낡은 마을을 예쁘게 리모델링하는 것 즉 마을 재생사업이니 마을만들기 사업이니 하는 것도 주목받고 있다. 잘만되면 아파트에 갇혀 있던 사람들이 답답하게 생각하던 부분을 해결해 줄 것이고 아파트 가격상승이 멈춘 시대에 주택의 가치를 효율적으로 올리는 방법이 될지도 모른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아파트란 결국 간편한 에너지바 같은 것이다. 가난했던 시절 흉칙한 먹거리밖에 없는 시절에는 멋지게만 보였을지 모르고 올라만 가는 집값을 기뻐했던 시절에는 딱딱 두부처럼 규격에 맞춰서 지어지는 집이 환금성이 좋아서 좋게만 보였을지 모르나 결코 원래 항상 다른 주거에 비해서 장점만 있는 집이 아니다. 

 

나는 과연 언제 2층집에 대한 동경을 현실화 할 것인가. 그것은 물론 이사가는 그날까지는 확신할 수는 없는 일이다. 급할 건 없다. 그래도 언젠가는 재미있는 집에 살아보고 싶다. 

 

'주제별 글모음 > 집에 대한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장농과 집  (0) 2015.01.17
존경받지 못하는 부모를 위해서  (0) 2014.11.21
부동산 하강기 단상  (0) 2013.12.17
작은 방, 작은 방을 가진 집  (0) 2013.11.20
아파트, 시골 그리고 양극화  (0) 2013.11.07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