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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집에 대한 생각

부동산 하강기 단상

by 격암(강국진) 2013. 12. 17.

우리나라는 서민경제하면 부동산입니다. 회사들은 몰라도 개인들은 집이 가진 전재산이거나 빚까지 내서 산 집에 살고 있거나 한 경우가 워낙 많으니까요. 그리고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은 우리가 부동산 대세하강기를 살고 있다고 말합니다. 이것에 대해 이게 맞는가 저게 맞는가에 대해 논하지만 사실 이제 진짜 중요한 질문은 그렇다면 그 부동산 대세 하강기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하는 것입니다. 지금이 부동산 대세 하강기인가 아닌가는 이제 더이상 주장하거나 토론할 가치가 별로 없다는 것이죠. 그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야 한다는 것입니다. 


미래는 물론 모릅니다만 집착하는 것이 인간이니 집착하는 인간이 가진 사회가 어떻게 흘러갈까를 생각해 보면 이렇습니다. 부동산 대세 하강기에도 많은 사람들은 집을 팔지 않을 것입니다. 왜냐면 가진걸 전부 집에다 퍼부었기 때문에 집을 손절매 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주식도 그렇습니다. 다들 손절매가 안되서 적어도 자기가 산 가격이 되야 팔겠다면서 하염없이 가격이 떨어져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이 많습니다. 심지어 그 주식이 휴지가 되도 나는 안 판다고도 합니다. 그러면서도 그것이 합리적 판단인것처럼 말하는데요. 그건 인간이 손실과 이득에 대해 느끼는게 워낙 달라서 그렇습니다. 10억가진 사람이 있다고 합시다. 이 사람이 10억을 투자해서 5억을 번다면 물론 기쁘겠지만 재산이 10억에서 15억으로 늘어도 음 다 잘돼가는군, 기쁘군 하는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사람이 5억을 손해봐서 재산이 10억에서 5억으로 줄어들면 대개 눈앞이 캄캄하게 느낍니다. 사실 이런거 때문에 도박에 중독된 사람은 본전만 찾고 끝낸다고 하다가 결국 전재산 다날리고 빚까지 지고 맙니다. 본전에 대한 집착이 워낙 커서 내가 이정도 손해 보고 끝내느니 전재산 다 거덜내더라도 끝까지 가고야 만다라는 식의 생각에 쉽게 빠집니다. 전재산을 다잃고 나면 물론 그런 바보같은 생각을 했던 것을 후회하지요. 


저를 포함해서 인간은 이런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니 집에 전부 투자한 한국사람들은 집을 팔지 않습니다. 부동산 대세 하락기에 집을 팔지 않으면 그럼 어떻게 되는걸까요. 부동산이란 일종의 유가증권같은 것이니 그 가격이 떨어지면서 세상에 돈이 더 귀해 질것입니다. 경매물건이 늘어나면서 어쩔수 없이 나오는 매물이 늘겠죠. 그러나 아직은 약간은 더 버틸수 있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 사람들은 버틸수 있는데까지 버티겠다고 할 것입니다. 


그럼 빚이 늘겠죠. 돈이 필요한데 가진 돈은 전부 부동산에 박혀있고 부동산은 팔기 싫다면 이자도 내고 생활비도 쓰고 하기 위해서 택할수 있는 쉬운 방법은 소비를 줄이고 빚을 더 내는 겁니다. 점점 더 비싼 이자를 무는 빚을 내야겠지만 그래도 집을 포기하지 않는 사람은 그렇게 합니다. 제2금융권에 사채까지 쓰는 겁니다. 물론 그럴수록 빚은 더 빨리 불어나겠죠. 그리고 생활은 궁핍해 질것입니다.


집을 팔지 않는다는 집착은 아이러니하게도 집의 가치를 크게 떨어뜨리게 될 것입니다. 백억짜리 빌딩을 가졌어도 현금흐름이 있어서 매달 통장에 돈이 들어와야 부자인 것이지 팔지 않거나 돈도 안벌어준다면 백억짜리 빌딩은 그저 돌멩이일 뿐입니다. 팔수 없다면 그집의 가격이 백억이라는 말은 그저 말장난이죠. 그러니 모든 돈을 아파트에 집어넣고 거기에 깔고 앉고 사는 사람은 자신의 총재산이 10억이나 5억이라고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실은 한푼없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부동산 상승기처럼 집이 잘팔리는 시절이면 여차하면 집을 자신이 기대하는 기대가를 받고 팔수 있을지 모릅니다. 즉 집은 환금성이 있는 상품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이 집착으로 안팔겠다고 버티면 집의 가치가 유지되는게 아니라 오히려 집의 가치가 거의 제로로 수렴하는 것입니다. 왜냐면 환금성이 없어지기 때문이죠. 한번 사면 다시 팔수 없는 게 집이라면 그런 집은 우리가 지금 익숙한 유가증권같은 집이라는 개념과 전혀 개념이 달라지는 것입니다.  안받아주는 수표나 어음은 휴지니까요. 


사실 지금도 지방이나 시골에 가면 집값이 서울과는 비교할수 없게 싼 집들이 있습니다. 그 집들의 대표적 약점은 아니다 싶어도 다시 되팔기 어렵다는 겁니다. 경치좋은 산중에 있는 집 1억에 샀다가 좀 살아보고 아니다 싶으면 빌려온 비디오 반납하듯 1억받고 다시 팔수있는게 확실하다면 산중에 별장같은거 마련하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입니다. 그런데 시골이나 지방에서는 한번 사면 몇년씩 집을 못파는 경우가 비일비재고 팔려고 팔려고하다가 포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심지어 전세도 한번들어가면 주인이 돈없으니 나를 고소하든지, 다음 세입자 잡아서 알아서 뽑아가라고 하는 경우가 훨씬 많다고 하더군요. 적어도 그런 공포가 실존합니다. 그러니 비싼 값에 팔면 안팔리죠. 아니다 싶으면 최악의 경우 버린 돈으로 생각할 수 있을 것을 각오해야 하니까요. 환금성이 달라지면 집의 개념이 바뀝니다. 수표에서 팬티로 말입니다. 수표는 더러워져도 액면가대로 유통되는 것이죠. 팬티는 입어서 중고되면 아무리 비싼 팬티라도 그 가치가 거의 없어지지 않습니까? 환금성 없는 시대의 집이란 사는 순간 그 돈이 없어지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약간 다르지만 집의 개념변화에 관련하여 김광수연구소장은 전세의 종말은 집의 개념을 바꿔서 집값 하락을 가속화시킬것이라 주장한바 있습니다. 전세가 임대의 주종이라면 집이란 일단 세입자에게 맡기면 소유권을 유지하면서도 현금으로 상당부분 환금되는 물건입니다. 그러나 월세가 임대의 주종이라면 집이란 다달이 임대하여 돈을 버는 수단이 됩니다. 말하자면 채권이 호미나 삽으로 변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소비수준을 생각하면 한국집의 가격에 걸맞는 월세수입이 안나오니까 집의 개념이 변화하면서 사람들이 거품을 깨닫는다는것이죠. 


물론 가치가 한순간에 0이 되는 것은 아닐것입니다만 총 가치가 몇천조에 달한다는 한국의 부동산이 환금성 저하로 실제로는 한순간에 날아가듯 그 가치가 떨어지면 한국에는 돈가뭄이 심해질 것입니다. 사람들은 황금으로된 방석에 앉아있을지 몰라도 거지가 되는 것이죠. 


외식은 줄이고 먹어도 더 싼걸 먹게 됩니다. 복고풍 바람이 불어서 피자먹던 사람들이 붕어빵먹고 호떡 먹는 것이죠. 옛날 처럼 도시락 싸가지고 다니는 겁니다. 난방비가 아까우니 집에서 텐트치고 살고 집에서 두터운 외투입고 버팁니다. 사람 만나면 돈이 나가니까 사람들과 만나는 회식자리가 줄어듭니다. 어른들 찾아가고 자식들 돌보는 일도 줄어듭니다. 중고시장이 활성화됩니다. 노인이 되어서도 청소일이나 거리정리하는 일로 나와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아집니다. 일을 두개 세개씩 하는 사람들이 늘어납니다. 집안에 돈이 씨가 말랐으니까요. 은행에 내야할 이자라도 벌어야지요. 


한국에서 가난한 사람들의 소망중 하나가 연탄보일러를 놓는거라고 하더군요. 연탄으로 난방하면 따스하게 살수 있기 때문에 연탄때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은데 연탄보일러 시공할 돈이 없어서 춥게 산다고 합니다. 지금은 아주 가난한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만 언제까지 그럴지 알 수 없지요. 20년전에는 아파트안에서 런닝셔츠만 입고 겨울을 나던 사람들이 뾱뾱이로 집을 완전히 둘러쳐서 조금이라도 난방비 아끼는 시대가 되었으니까요. 


주상복합 아파트나 큰 평수 아파트는 무엇보다 관리비가 너무 많이 나와서 인기가 없다고 하더군요. 돈이 씨가 말랐는데 관리비 많이 나오는 집은 별로 인 것이죠. 집이 잘팔리던 시절에는 리모델링해서 낡은 아파트도 좋게 만들어 사는 사람들이 있었으나 집이 잘 안팔리면 그렇게 돈을 들이기 어렵습니다. 그러므로 낡은 아파트의 노후화는 더더욱 가속화 될 것입니다. 그리고 낡은 아파트의 가치는 더더더욱 빨리 하락하겠죠. 


정부와 지자체로서는 당연히 세금이 전처럼 걷히질 않으니 큰 곤란에 처하게 될 것입니다. 무엇보다 잘나가던때 이리저리 마구 지어놓았던 인프라들이 요즘 경기가 안좋으니 나도 돈을 안달라고 하겠소할리가 없지 않습니까. 미국에서는 고속도로 관리할 돈이 없어서 고속도로를 파괴하여 자갈길로 만드는 곳도 있다고 하더군요. 일본도 관리비 문제때문에 길이며 공원이며 다리같은 걸 폭파하면 안되겠냐는 주장도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우리나라도 동계올림픽때문에 강원도가 여러가지 투자를 했지만 성공적으로 치뤄도 올림픽끝나고 나면 그 시설들을 어찌관리해야 할지 몰라서 이미 골치를 썩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밖에도 각종 지자제가 허공으로 날린 돈이 수도 없습니다. 


그러니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세수가 줄어들면 정부와 지자제의 빚이 로켓처럼 증가하거나 세금을 늘리고 공공요금을 올릴 수 밖에 없을것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미국이나 일본처럼 신용이 좋은 나라가 아니니까 답은 세금증대와 공공요금 증대일 것입니다. 파산하지 않고 빌릴 수 있는 돈이 얼마 안되니까 말이죠. 파산하면 그리스에서 이것저것 다 내다팔듯 나라재산이 다 헐값에 팔려나갑니다. 세금은 당연히 올라갑니다. 그러니 그러지 않기 위해서는 미리 세금과 공공요금을 올려야 한다고 할 것입니다. 없는 돈은 더 없어지는 것이죠. 


집은 거지꼴이 되고, 그 안에서 거지처럼 살아도, 외식도 못하고 옷도 낡은 것을 입으며, 친구도 친인척도 못만나고 살아도 나날이 늘어나는 빚때문에 파국이 코앞에 닥쳐와도 한국 사람들은 집을 안 팔것입니다. 사람은 집착하니까요. 부동산 가격을 올려보라고 이명박을 뽑았지만 나라 여기저기의 빚만 엄청나게 늘어나고 유지비 들어갈 공사만 잔뜩 벌여놓아서 문제는 몇배로 더 심각해 졌습니다. 


이웃중에 친구중에 파산하여 야반도주하고 하루 아침에 소식이 끊기는 경우가 늘어갈 것입니다. 집을 안팔고 버티다가 파산하면 도망가는 것이죠. 겉으로는 가난하지만 안으로 내실이 있는게 아니라 겉으로보면 멀쩡했지만 안으로는 거지였으니 그 허세가 깨어지는 순간 이렇게는 챙피해서 못살겠다면서 하루 아침에 사회적으로 증발하고 잠적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왜 그런지 짐작하지만 그래도 집은 안팔것입니다. 집팔아 빚갚고 사실은 내가 무일푼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거기에서 부터 시작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사람은 집착하니까요. 그저 벼락처럼 내집이 본전이라 생각되는 가격으로 다시 돌아가 팔리기만 기대할 것입니다. 


그러니 부동산 가격 올려보라고 또 투기 잘하는 그런 사람 뽑아서 공직으로 올릴 것입니다. 황당한 인물이 나타나서 대운하 같은 것 이상의 뻥으로 내가 대통령이 되면 이 모든 문제를 한순간에 해결해 주겠다고 하면 또 지지할 것입니다. 집은 안 팔 것입니다. 손절매는 할수 없을 것입니다. 허세를 인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사람은 집착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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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말 우리 이렇게 까지 집착하면서 살아야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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