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서와 글쓰기/영화 드라마 다큐

엠비씨 다큐 공간혁명 작은집을 보고

by 격암(강국진) 2014. 3. 14.

3월11일에 MBC에서 공간혁명 작은집이라는 다큐를 방영했습니다. 평소에 작은 집에 대해, 쓸모 있는 집에 대해 관심이 있어서 그 다큐를 보게 되었고 그에 대해 몇가지 소감을 기록합니다. 


저는 이 다큐를 보고 열심히 만든 다큐이며 또한 유익한 다큐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했을때 제 가슴에 남은 것은 '시대에 뒤진', '대안이 되지 못하는'과 같은 단어였습니다. 어떻게 보면 다큐의 기본 시각이 좀 뒤섞여 있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작은 집이라는게 과연 어느 정도가 작은 것일까요. 우선 다큐는 그 문제에 대해 제대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 않나하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50평짜리 아파트도 어떤 사람에게는 소박하고 작은 것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대궐처럼 큰 아파트이기 때문입니다. 


전반적으로 보아 이 다큐에서 말하는바는 주어진 공간의 활용도를 최고로 살릴수 있는 집이 바로 작은 집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같습니다. 즉 30평짜리 집이라도 제대로 공간활용을 못하면 큰집이고 50평짜리 집이라도 최대한 그 공간을 활용하여 쓰는 집이라면 작은 집이라는 것입니다. 최소한의 것에 최대한의 것을 담는 다는 의미랄까요. 극단적으로 말해 건축비를 10억쯤 들여서 연면적 100평쯤되는 집을 만들었어도 그 100평이 안에 들어가보면 400평처럼 느껴지면 작은 집이라는 것입니다. 


다큐에서 정확히 지적하는바대로 한국의 주된 주거문화인 아파트는 주거공간이라기 보다는 투자상품이었기 때문에 어디의 몇평짜리 아파트는 얼마하는 식으로 가치가 매겨졌습니다. 그러니 그 몇평을 잘 활용하는 것에 건축가들이 관심이 없었던 것이죠. 부동산 투기가 주춤하자 이제야 비로소 이왕이면 더 살기좋은집운운하면서 공간활용을 고민한 아파트나 단독주택이 나오기 시작하는 것같습니다. 차라리 이 공간활용이라는 것에 집중했다면 다큐의 메세지는 보다 분명했겠지만 그렇지 못하고 이야기가 좀 퍼지게 된 것이 문제인것 같습니다. 


이 부분을 제가 물고 늘어지듯 설명하는 이유는 이런 작은 집의 의미에서 빠져있는 것이 있으며 그것이 저에게 아쉬웠기 때문입니다. 그 빠져있는 부분은 바로 절제 혹은 무소유 혹은 공유입니다. 다큐에서 드는 예들에는 이것들이 거의 들어있지 않은 예도 있고 들어있는 경우도 있어서 전반적으로는 이런 부분이 작은 집의 개념에서 제거되어 있거나 메세지가 왔다갔다한다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3억 4억하는 집들을 보여주면서 작은 집을 이야기하게 되겠지요. 3억 4억이 작은 집이라면 보통집은 6억 8억씩 해야 할것같지 않습니까? 6억짜리 집에 사는 사람들이 없다거나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는 문화적 대안이라던가 문화적 정체성이라던가 하는 측면에서 애매모호해 진다고 생각합니다. 이 의미가 글의 끝에 가서 좀 더 분명해지기 바랍니다.


다시 절제로 돌아가 봅시다. 제가 생각하기에 작은 집의 개념에 절제가 들어갔을때 우리는 한가지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공간이 부족한게 아니라 우리가 그것을 너무나 쓸모없는 것들로 채워넣고 있다는 것이죠. 실제로 다큐는 이런 점을 부분적으로 지적하려는 노력을 합니다. 아파트가 있을때 그안에서 사람들이 각각의 공간을 얼마나 쓰고 있는가를 보여주는 것이죠. 사람들의 동선을 기록해 보면 우리는 생각보다 작은 공간만 쓰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사실 새로운 하드디스크를 산다던가 좀 더 넓은 집으로 이사갔을때 사람들이 느끼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가 막연히 빈공간이 있으면 그것을 채워넣는 것은 정말 순식간이라는 것입니다. 실질적으로는 그 공간은 쓰지 않는 물건들이나 파일들이 금방차지합니다. 그래서 이사라도 간다고 물건을 버리고 물건을 빼내면 우리집이 이렇게 큰집이었던가하고 놀라게 됩니다. 집이 작은게 아니라 그걸 온갖 것들로 채워서 좁게 만든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입니다. 


그럴때 과연 우리는 그것들을 정말 소유해야 할까요? 아주 비싼 가격을 들여서라도? 그러니까 집을 넓히는 대신에 우리의 소유에 대해 다시 고민하면 우리는 작은 집에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런 것은 연전에 EBS의 EIDF다큐 작은집에 산다는 것같은 집에서 잘 보여줍니다. 정말 최소한의 주거공간을 생각하면서 뭘 버릴수 있는가를 고민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죠.





지금 이시점에서 저에게 이상적으로 보이는 집에 가장 가까운 것은 엠비씨 다큐에서도 보여준 주택인 금산주택이었습니다. 





가온건축의 임형남, 노은주 부부가 만든 이 금산의 주택은 대청부분을 제외하고 따지면 연면적이 17평정도 밖에 되지 않는 작은 집입니다. 그런데 대청부분이 있기 때문에 더운 여름에는 집을 두배로 쓸수 있고 추운 겨울에는 작은 연면적덕분에 난방비를 절약할수 있는 집입니다. 물론 작은 공간을 잘 쓸수 있도록 내부구조도 아이디어가 들어갔지만 이집의 최고 미덕은 바로 대청과 작은 집을 이어붙인 한옥의 전통의 지혜를 살린 것입니다. 일찌기 온돌을 쓰던 한국은 기본적으로 다 이런 구조를 가졌었습니다. 마루부분을 제하면 실제로 집이 굉장히 작습니다. 짐은 온돌방에서 빠지고 대청마루나 광에 넣습니다. 그래서 좁은 집이지만 여름과 겨울을 다 잘 지낼수 있는 구조입니다. 


이런 집이 확고한 대안이 되지 않는다고 해도 주거문화의 대안으로 고려가능한 이유는 그 집이 쓸모가 있고 가격이 싸며 철학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즉 우리는 이러저러하게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하는 생활방식을 제안 하는 것이죠. 필요없는 것으로 채워넣자면 17평정도의 공간이 남아날수는 없을 것입니다. 


이런 집에 비교하면 다큐에서 여러번 소개한 다른 집들은 대개 반대의 철학을 추구합니다. 즉 최대한의 것을 소유하겠다는 철학입니다. 버리는 것을 강조하지 않고 작은 공간을 잘 활용하여 어떻게 더 많은 것을 채워넣을까를 고민합니다. 도서관도 놀이터도 음악실도 커피숍도 노래방도 내 집안에 다 갖출수 있는 그런 작은 집입니다. 그렇게 되면 설사 작은집이라고 하더라도 몇억짜리 집이 됩니다. 사람의 취향과 삶은 각각이기 때문에 몇억이 아니라 더한돈을 들여서 집을 짓고 조금씩 고쳐가면서 평생살집으로 생각하면서 사는게 좋은 경우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현대인의 삶의 패턴은 한집에서 평생이라는 말을 할수있는 경우가 별로 없습니다. 몇억을 땅에 파뭍고 집은 여기저기 미로처럼 내맘대로 고쳐서 팔기도 힘든 집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내맘에 드니 여기에 뿌리박고 죽을때까지 살자고 하는 그런 주장이 과연 현대인에게 주거문화적 대안으로 설득력이 있을수 있을까요? 이동성이 극심하고 미래를 알기 어려우며 1인이나 2인 가구가 급증하는 현대에?


위에서 소개한 EBS 다큐에 나오는 극단적으로 작은 집인 트레일러에 끌고다니는 작은 집이 우리를 솔깃하게 만드는 유혹요소는 우리가 집에 노예가 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살다가 마음이 바뀌어 다르게 살고 싶으면 미련없이 버려도 크게 문제가 알될 것같다는 것이죠. 작아서 부담이 없으니까요. 




다큐는 공유의 부분도 지나가면서 언급합니다. 공유공간을 크게 설정한 공동주택을 보여주면서 우리가 공간을 독점하지 않으려고 했을때 우리는 작은집에서 부유하게 살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아이들의 놀이공간이나 거실공간을 공유하면 집집마다 공간이 부족해도 공동주택주민들이 그부분을 활용해서 좋은 인간관계도 만들어가면서 행복하게 살수 있다는 것입니다. 결국 우리가 불편하고 심지어 가난해 지는 이유는 뭔가를 독점적으로 소유하고자하고 공유하는 정신이 없으며 절제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결국 전체적으로 우리 시대가 필요한 것에 대해 이야기하면서도 이야기가 하나의 흐름을 이루지 못하고 뒤섞이는 느낌을 주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이것이 몇억씩 들여서 집을 꾸미는 고급 취미를 가진 부자들에게 보여주는 다큐인지, 좀 다르게 살아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대안으로 제시하려고 하는 것인지, 절제와 공유의 철학을 강조해서 현재의 우리 주거 방식을 비판하는 것인지가 잘 구분되는 쪽이 좋았지 않나 합니다. 하지만 재미있고 유익하게 봤습니다. 제 생각을 다시 한번 정리하는데도 도움이 되어 추천하고 싶은 다큐입니다. 조금 더 라고 하면서 아쉽다고 말하자면 그렇다는 것이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