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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영화 드라마 다큐

KBS 파노라마 친환경 유기농의 진실을 보고

by 격암(강국진) 2014. 8. 6.

KBS에서 몇일전에 친환경 유기농의 진실이라는 방송을 했습니다. 친환경 농업을 하도록 국가가 17년간 매해 몇천억씩의 돈을 써가며 권장을 하고, 친환경 농업 인증도 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그와 동시에 이것이 얼마나헛짓이 되어버리고 말았나를 보여주는 방송이었습니다. 





이 방송을 보고, 또 이와 관련하여 의견을 낼 사람은 아주 많을 것입니다. 농민입장에서 공무원입장에서, 혹은 소비자입장에서 혹은 친환경농업 선진국가를 잘 아는 사람입장에서 말을 하겠지요. 저는 이 방송을 보고 여러가지 측면과 그 자세한 내용과 관련없이 한가지 생각이 반복해서 나더군요. 


친환경농업의 핵심은 결국 신용이라는 것입니다.  친환경이니까 환경을 보호하는 것이 핵심이라고 주장하는 분도 있을 수 있지만 그런 것은 사실 문제의 작은 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그게 핵심이라면 그런 것은 그냥환경보호운동으로 전혀 친환경농업 권장하듯이 하게 되지 않습니다. 친환경농업 이외의 농사는 불법이라고 하는 법을 만들어 처벌하거나 아니면 홍보캠페인이나 하겠죠. 


농업은 농산물을 만들어 파는 것이고 그 핵심은 만드는 사람과 소비자 사이에 존재하는 신뢰입니다. 이건 무슨추상적이고 윤리적인 아름다운 관계를 말하는게 아닙니다. 만약에 우리가 작은 마을에 살고 누가 쌀을 만들고 채소를 키우는지를 개인적으로 알며 그 재배과정을 우리가 매일 직접 보는 경우라면 친환경농업같은 이야기는 나오기 어렵습니다. 왜냐면 농산물 가지고 굉장히 이상한짓 안한다는 것을 아니까요. 


우리가 왜 외국농산물에 대해 공포를 가집니까. 그건 모르기 때문입니다. 중국인들이 수출하면서 한국인이 먹고 죽던 말던 내가 무슨 상관이야라면서 팔지도 모르고, 그 나라는 중금속이 들었건, 말건 신경 안쓸지도 모르죠. 모르니까 조금 더 믿을 수 있어보이는 국산이 더 비싸도 삽니다. 그 가격차이는 대부분 보험료같은 성격을 띱니다. 


또 그냥 배추라고 해도, 한국에서 배추키우는 사람은 당연히 한국사람이 김치를 어떻게 담그는지 아니까 소비자의 목적에 맞는 상품을 알면서 생산할 거라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데 외국에서 배추를 생산한다면 그 사람들은 그런 걸 모릅니다. 즉 소비자의 요구가 생산자에게 잘 연결 안될것 같은 것입니다. 국산과 외국농산물간의 가격차이에는 이런 소통, 신뢰의 기대값에 대한 비용이 들어가 있습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그렇기 때문에 작은 농촌마을에서 자급자족하면 이런 부분이 등장할 이유가 없어집니다. 직접 보고 직접 생산자와 아는데 무슨 보험료를 내겠습니까. 아들과 아버지가 거래를 하는데 사기당할까봐 보험드는 사람이 있겠습니까? 보험료가 아까워서 그렇게 안하죠. 그런데 세상이 점점 빨라지고 커지고 전문화되니까 또 환경오염문제가 점점 심각해지고 사람들이 부자가 되니까 이 농산물 가격에 있어서의 보험료 부분이 커지게 되는 것입니다. 모르니까. 소통이 안되니까. 도시의 소비자들은 믿을 수 있고, 자기를 아는생산자가 만든 것을 먹고 싶은 것입니다. 채소나 쌀 값 좀 아낀다고 하다가 어디 이상한 나라에서 흘러온 것, 이상한 곳에서 재배된 것을 먹고 싶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니까 농민은 이제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 이상으로 신용을 생산해야 합니다. 신용이 결국 돈이니까요. 내가 잘했다, 내가 잘 키웠고, 나도 먹는다 같은 건 중요한게 아닙니다. 자기자신은 나는 상식적인 사람으로 이상한 짓을 당연히 안하지 이렇게 생각하는 것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그건 자기 생각이고 다른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안하면 내 농산물을 비싸게 사줄 리가 없으니까요. 그래서 농산물 인증제도도 만들고 토양검사도 하고, 생산과정도 자세히 밝힙니다. 제품 자체이상으로 나를 믿게 만들 수 있는 시스템과 쌓여진 신용이 돈을 만들어 냅니다. 


문제는 방송을 보면 이러한 점을 고민하고 아는 사람이 거의 없어 보인다는 것입니다. 먼저 한국의 농촌은 나이드신 할아버지 할머니로 채워진지 오래입니다. 그분들이 제가 쓴 것을 알까요? 공무원들은 알고 있을까요? 심지어 정치가들은 알고 있을까요? 없기야 하겠습니까만 많지는 않을 겁니다. 알고 있다면 17년동안 해마다 수천억씩 쓰면서 이렇게 진행하지 않았을 겁니다. 


무엇보다 신용이 뿌리박을 수 있도록 농민에게 권하고 보조금 주는게 아니라 인증제도가 믿을만하게 만드는데최선을 다했겠죠. 일단 그게 되고 나서 친환경농업이 경제성을 가지게 되면 말려도 알아서 친환경농업을 했을 것입니다. 친환경농업이 경제성이 없다면 즉 국민들이 보험료 낼 생각이 없다면 그냥 길에다가 몇조를 뿌린 셈입니다. 


그런데 인증제도가 문란해 지자, 지난 17년간의 노력은 친환경농업을 권장하는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엄청난 방해를 해온 셈이 되었습니다. 내가 성실하고 열심히 홍삼을 만들어 파는데 정부가 말도 안되는 품질의 홍삼도홍삼 성분을 보장한다고 도장을 쾅쾅 찍어주면 성실하게 홍삼만드는 사람은 역차별로 망하는거죠. 어차피 세상엔 다 가짜인데 네것은 뭘로 믿고 더 비싸게 사겠는가라고 할것입니다. 그러니 차라리 정부나 공무원이 안끼어든 상태에서 농민들 고민끝에 다른 나라보고 친환경농업을 브랜드로 만들자고 해서 노력했으면 더 좋은 결과가 나왔을지도 모르는데 공무원이 끼어들어 판을 더럽게 만들었으니 친환경농업은 오히려 엄청난 방해를 받았겠죠. 


방송에 보면 나는 농민편에서 편의를 봐준 것뿐이라고 강변하는 공무원이 나옵니다. 작게 보면 그말이 맞을지 모르지만 큰 그림을 보면 바로 그런 공무원들이 모여서 농민들의미래를 갉아먹고 있는 셈입니다. 농민들이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길을 차단하고 있으니까요. 이나라 시스템을 소비자가 안믿는데 돈 더내는 사람은 바보 아닙니까? 그러다가 또 미국이나 일본 누가 와서 우리를 믿으십시요하면 거기에다가 돈을 가져다 바쳐야하겠고한국농민은 더 망하겠죠. 한심한 일입니다. 


이제 김치 한조각, 밥한그릇을 먹어도 실은 배추와 쌀을 먹는 것 이상으로 지식과 정보를 먹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유통이 복잡한 시대이기 때문이고, 우리가 더 높은 수준의 문화를 추구하기 때문입니다. 한조각의 케잌과 한덩어리의 설탕사이에 내용물의 차이가 나면 얼마나 나겠습니까. 3류 가게와 1류가게의 차이는 나면 얼마나 나겠습니까. 우리는 그안에 들어 있는 정보, 이미지, 문화를 먹고 만족감을 느끼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농민도 무식해도 할수 있는게 아니고 반대로 한국같은 경우는 도시노동자보다 더 지적이어야 하는 시대가 된 것입니다. 양보다 질로 승부해야 하는 나라니까요. 싼걸로 치면 외국농산물을 당할수 없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농촌은 상대적으로 교육수준이 낮은 고령의 노인들로만 차있는데 정부는 친환경농업을 밀어부칩니다. 이건 100킬로 이상의 비만자들만 모여있는 학급에서 남들이 발레를 한다니까 우리도 당장 발레를 무대에 올리자고 하는 것과 다를게 없습니다. 준비가 안되었다면 준비하는데 시간을 쓰는게 빠른 길이겠죠. 어쩌면 친환경농업으로 가는 가장 빠른 길은 농촌에 도서관을 짓고 강연회를 여는 것을 도와주는 것일지 모릅니다. 농촌에 지식인을 공급하든지 하는게 빠른 길인지 모릅니다. 그러면 살기 좋은 농촌이라도 만들어 져서 노인들만 남아있는 현실이 개선이라도 되겠죠. 즉 현실이 어렵다면 차라리 농촌살기 좋게 만들기 운동이나 하는게 돈을 아끼는 길이라는 것입니다. 


대충대충하는 가운데 수조씩 수십조씩 녹아나가는 뉴스는 이제 놀랍지도 않습니다. 우리 계속 이렇게 살아야 하는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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