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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가 한국의 것인 이유

by 격암(강국진) 2014. 8. 26.

14.8.26

김치는 한국음식의 대표다. 그리고 널리 세계에도 알려져서 외국인들도 김치라는 말을 알뿐만 아니라 일본에서도 김치가 아주 흔한 음식이 된지 오래다. 김치를 아주 좋아하는 일본인을 나는 꽤 많이 만났다. 그리고 일본인들도 김치를 만들어 판다. 중국인들도 그렇다. 거기서 더 나아가 아예 아리랑과 김치에 대해 중국 소수민족중의 하나가 조선족이라는 이유로 그것들은 자신들의 것이기도 하다는 주장을 편다는 기사도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런 현실에 대해 어떤 한국 사람들은 우리 것을 남에게 빼앗길 수는 없다면서 한탄하곤 한다. 

 

그 반면에 한국에 가보면 외국 과자와 음식이 아주 많이 들어와 있다. 나는 일본에 살기 때문에 일본에 있는 것이 한국에 그대로 있으면 특히 그것을 잘 주목하게 되는데 다이소 같은 가게나 쓰시로 같은 회전초밥집이 들어와 있다거나하면 음 일본 것이 들어오고 있군 하고 생각하는 식이다. 그것들이 아니더라도 한국사람들이 운영하는 일본식 초밥집, 돈까스집, 이자까야는 한국에 넘치도록 있다. 

 

앞에서 김치에 관련되어 말했던 한국인의 태도와 비교해 보면 이상한 것은 이러한 것을 우리는 대개 한국에 대한 외국 문화의 침략으로 생각할지는 몰라도 우리가 외국 문화를 약탈하고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차이에 대해 나와는 다른 식으로 설명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지만 나는 기본적으로 이것은 김치가 한국의 것인 이유에 대해, 어떤 문화가 어떤 지역이나 나라에 속하는 이유에 대해 착각을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흔히 그것이 우리의 것이라고 할 때 그것을 마치 물건을 소유하거나 돈을 소유하는 것처럼 소유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것은 마치 김치를 만드는 제조법은 우리 민족의 비밀이요 재산이니 외국인들이 그것을 훔쳐가지 못하도록 잘 지켜야 한다는 식의 태도를 만든다. 

 

그러나 문화 유산이란 것은 기본적으로 비밀일 수가 없는 것이다. 만약 어떤 사람이 조선시대에 김치를 혼자서 만들어 아무에게도 제조법을 알리지 않고 혼자서만 만들었다면 김치는 한국인의 음식이 되지 못했을 것이다. 너도 나도 다 만들고 그 제조법이 개방되어 있기 때문에, 너도 나도 다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김치는 한국인의 음식이 된 것이다. 개방되어 있는 것이 문화인데 어떻게 그것을 훔쳐가지 못하도록 지켜야 한다는 발상이 가능할 것인가. 그렇다면 당신의 집은 원래 그 조상이 김치제조법을 혼자 만들어 냈다는 말인가. 

 

김치가 한국의 것이라는 말은 김치가 한국이라는 땅에 속해 있다는 의미고 한국대중에 속해 있다는 의미다. 다시 말해 한국사람들이 그것을 현시대적으로 즐기고 계속 발전시키고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이것은 자연히 김치로 하여금 한국의 문화적 지리적 특성을 가지게 된다. 같은 채소도 나라를 바꿔서 재배하면 그 맛이 크게 다르다. 그래서 일본무는 한국무와 다르고 특히 일본고추는 한국고추와는 전혀 다르다. 한국의 고추는 그 기후와 토질의 탓으로 매운 맛이 줄어든 고추가 되었지만 외국의 고추는 매운 맛만 강하다. 그래서 일본사람이 한국김치를 처음보면 벌겋게 만들어진 김치에 놀라는 것이다. 자기들 고추로 그런 색깔이 날만큼 넣게 되면 너무너무 맵기만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물론 몇몇 일본 사람들이 착각하는 것처럼 김치란 단순히 소금절인 배추에 고춧가루 뿌린게 다가 아니다. 

 

한국의 문화유산은 오랜 시간에 걸쳐서 한국에 만들어진 재료를 조합해서 만들어 진 것이다. 그것을 외국에 가져 갔을 때 오히려 더 훌룡한 것으로 발전할 수도 있겠지만 그건 절대로 쉽지 않다. 우리가 유럽의 치즈나 와인이나 맥주를 간단히 복사할 수 없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단순히 그대로 복사하는 식으로는 되지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중국인이 만든 김치나 일본인이 만든 김치는 한국의 김치와 같지 않은 것이다. 대부분의 외국인은 사실 김치가 뭔지 잘 모른다. 그들은 대개 진짜 맛있는 김치를 먹어 본 적이 없다.  엉터리 맥주와 진짜 맛있는 맥주의 차이도 모르는 무식쟁이가 맥주는 보리차에 알콜 좀 들어간 거라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진짜 한국 사람은 대개 한국 사람이 만든거라도 식당김치는 진짜가 아니라고 말하지 않은가? 농담이 아니라 나는 외국에서 그런 지독한 김치를 김치라고 주장하며 손님에게 대접하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다. 

 

만약 중국인이나 일본인이 어떤 새로운 김치를 만들어 그 김치가 세계적인 유행을 만들고 그래서 세계에 그 김치가 퍼진다고 해도 그것을 중국인이나 일본인이 우리 김치를 훔친 것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어리석은 것이다. 그것은 그들이 새로운 맛을 만들어 낸 것이거나 그들이 운이 좋아서 그들이 가진 어떤 새로운 요소가 첨가되면서 세계적인 맛이 된 탓이기 때문이다. 남이 노력해서 만든 결과나 남이 당첨된 복권에 대해 시기하는 것은 보기가 좋지 못하다. 

 

만약 중국회사가 한국 사람을 고용하고 한국 재료를 써서 김치를 만들고 그것을 세계에 팔아 부자가 되었다고 해도, 이것은 김치를 중국인에게 빼앗긴 것이 아니다. 이런 경우에도 김치는 여전히 한국의 것으로 남는다. 한국 사람이 한국 재료를 써서 만들어야 김치라고 하기 때문이다. 

 

반대로 어떤 어리석은 중국인들은 일본이나 한국의 음식에 대해 이건 모두 중국의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들은 면도 만두도 자기가 제일 먼저 만들었으니 모든 면이나 만두나 우리 것을 훔친 것이라고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오래전에 배워서 우리 것으로 만든 것은 우리 것이지 중국 것이라고 할 수 없다. 

 

나는 채소에 대해서만 말했지만 이것은 단순히 채소나 목재 같은 유형의 재료만 그런 것이 아니다. 태권도의 기합은 세계 어디를 가나 한국어로 한다. 판소리의 가사를 영어로 한 다음에 영어로 판소리를 하는 것을 들어 본적이 있는가? 

 

어떤 문화가 우리 것이 되는 것 중의 핵심은 그것을 우리가 즐기고 있다는 점이다. 즉 한국 대중이 그 맛을 계승하고 즐기고 있다는 것이 김치가 한국의 것인 핵심적 이유라는 것이다. 김치는 찌개로 만들거나 볶음밥을 만들어도 맛이 좋다. 그런데 그렇게 되는 이유는 그것이 한국의 김치이기 때문이다. 한국인이 발전시키고 계승해온 맛을 가진 김치 위에 다가 여러가지 다른 요리도 개발한 것이다. 일본식 김치나 중국식 김치에다가 한국식 조리법으로 다른 요리를 만들면 잘 되지 않는다. 

 

결국 김치가 한국의 것인 이유는 한국 사람들이 그것을 사랑하고 계속 만들고 그 연장선상에서 다른 요리도 만들기 때문이다. 김치가 한국의 것이라는 말은 김치라는 문화를 지키고 계승할 만큼 사랑하는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이라는 말이다. 만약 어느날 한국사람들이 김치를 먹지 않고 김치란 음식이 박물관의 전시물이 된다면 김치는 더이상 한국의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예를 들어 전주는 전주 비빔밥으로 유명하지만 전주 사람들이 비빔밥을 안먹고 그걸 유지, 계승 발전하는데 별 관심이 없다면 전주비빔밥이란 것은 전주의 것이 아닌 것이다. 

 

이야기는 김치에서 시작되었지만 우리는 다른 것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수가 있다. 예를 들어 쌀을 보자. 세계무역에서 국가라는 벽은 이미 정말 약하다. 이런 시대에 우리 쌀을 지키자는 것을 단순히 외국쌀의 수입을 막자라는 것으로만 이해하면 미래가 없을 것이다. 그보다는 우리가 우리 쌀을 사랑하고 사용해야 한다. 우리 쌀로만 만들수 있는 술이나 음식을 만들고, 우리만의 특징을 가진 쌀을 개발하고 즐겨야 우리의 한국쌀이 미래에 남는 것이지 아무런 특징도 없고, 문화적인 발전도 없이 그저 외국 쌀이 들어오는 것을 반대하는 것만으로 우리쌀이 지켜지고 있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나는 나아가 이런 이야기를 핸드폰이라던가 자동차 같은 공산품에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공산품에는 국적이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공산품도 그걸 사용하는 소비자가 있고 소비자의 요구와 생산자의 노력이 합쳐지면서 좋은 제품이 발전되어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다보면 어떤 지역의 문화적 특징이 거기에 깃들지 않을 수가 없다. 사람들이 문자를 안보내는데 문자를 보내는 기능은 뭐하러 발전하겠는가. 스티브잡스는 소비자는 자기가 원하는것을 모른다고 말했다지만 그말은 소비자의 문화적 특징이 안중요하다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소비자의 문화적 특징에 대한 남다른 통찰력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러므로 현기차도 삼성도 그것이 지금 그러는 것처럼 국적을 거의 잃어버릴때 망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토요타도 BMW도 다 문화적 특색을 가지고 있다. 일단 기본적 소비자로서 자기 국민을 중요하게 생각한 결과 좋은 제품을 만들어 내는 힘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데 자기를 잃고 자국민에게는 비싸고 저질의 제품을 팔고 외국인들을 우대하기 시작하면 제품은 얼마지나지 않아 엉망이 될 것이다. 외국인들이 너희는 한국사람이라서 현기차나 삼성제품을 더 좋은 조건으로 쓰는 구나 부럽다라고 해야 현기차와 삼성제품이 세계에 팔릴 것이다. 그런데 현실은 거꾸로다. 외국에서 사오는 직구를 해야할 판이다. 

 

한류드라마도 마찬가지다. 한류드라마가 세계적인 인기가 있는 것은 한국에 특출난 작가가 있어서가 아니고 한국문화가 반영된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수출해서 돈을 번다고 일본이나 중국 대중에게 스토리를 맞추기 시작하면 얼마가지 않아 자기를 잃어버리고 망할 것이다. 한국대중이 좋아하는 드라마가 세계적인 드라마가 되는 것이다. 

 

문화는 사랑하는 것이지 소유하는 것이 아니다. 그걸 사랑하니까 우리 문화지, 무슨 지적 재산권처럼 내 것으로 독점하는 것이니까 내 것이 되는 것이 아니다. 일본사람들에 비하면 우리는 전통옷을 거의 입지 않는다. 그걸 보면 한복은 더 이상 우리 것이라고 주장하기 어렵다. 혹여나 외국의 어느 나라가 우리 한복의 아이디어에서 영감을 받아 그런 옷들을 사랑한다고 하면 그거야 말로 한복을 빼앗기게 되는 것일 것이다.

 

한옥에 살기는 싫어하면서 그걸로 관광지나 만들어 돈을 벌 생각이라면 한옥은 더 이상 우리 것이 아니다. 국악을 즐기지 않으면 국악은 우리 것이 아니다. 우리가 막걸리를 즐기지 않으면 막걸리는 우리 것이 아니다. 

 

문화적으로 빈곤하면서 즉 먹고 마시고 즐기고 사는 형태가 단순하고 원초적이라 통상 우리 것이라도 말해지는 것을 하나도 즐기지 않으면서 그것이 박물관에 있다는 이유로 그건 우리것이라 주장하는 것은 통하지 않는다. 

 

그런데 유감스런 일이지만 그게 한국의 현실이다. 한국전쟁직후와 비교하면 우리는 믿을 수 없이 부자가 되었다고 하는 것이 통설이지만 우리는 오히려 훨씬 더 가난해 진 것도 같다. 이 문화적 가난은 중장기적으로 봐도 경제난에 기여할 것이다. 그 궁극에 다르면 사회적 정체성과 구심력의 붕괴에 까지 이를 것이다. 나라가 망하는 것이다. 우리가 김치가 한국의 것이라는 것이 무슨 의미인가 같은 질문에 대해 깊이 고민해서 생각해 보지 않을 수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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