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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인테리어 쇼핑/음식과 가구,

업자가 만드는 한국의 집과 가구에 대한 인상

by 격암(강국진) 2015. 1. 9.

좀 시간이 흘렀지만 한국에서 중소 가구점들과 빌라들을 둘러볼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본 가구와 집들은 한가지 공통점이 있었는데요. 그것은 마치 아마추어가 만든 것처럼 느껴졌으며 그런 것을 생각하면 가격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입니다. 


물론 소비자의 입장에서 그런 것이죠. 생산자의 입장에서는 도대체 이것보다 어떻게 더 싸게 만들수 있는가라고 할것입니다. 실제로 제가 방문한 한 가구단지는 평일낮이라고는 해도 단지 전체에 손님이라고는 우리 부부밖에 없는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한산했습니다. 그렇게 손님이 없으니 박리다매는 꿈도 못꾸겠더군요. 


가격이란 내가 그 물건에서 뭘 기대하는가에 따라 다릅니다. 저는 물건들 앞에서 자연스레 저에게 질문하게 되었습니다. 탁자라면 이 탁자는 한 몇년 쓰다가 버릴 용도로 잠깐 쓰려고 사는 것인지 아니면 오랜 동안 두고 두고 가지고 다니며 쓰려고 하는 것인지 질문하게 되는 것이죠. 몇년 쓰려는 물건은 비싸면 안되죠. 차라리 내구성이 약한게 좋지, 가격이 비싸서는 그런 용도로 물건 못삽니다. 오랜동안 쓸 물건은 물론 기본적으로 매우 마음에 들정도의 높은 품질이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제 기준으로는 중소 가구점의 물건들은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니었습니다. 몇년 쓰다가 버릴 가벼운 물건으로 보기에는 너무 비싸고 평생 끌고 다니겠다고 생각하니까 돈을 더 주더라도 더 좋은 것을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문제는 일단 기본적 물가가 올라 있기 때문에 가격을 싸게 받는데 한계가 있다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사람들의 생활수준이 낮고 물가가 싸다면 큰 기술이나 경험이 없는 사람이 어설프게 만든 가구나 집도 싼 가격으로 팔수 있고 팔릴 것입니다. 그런데 물가가 오르니 가격이 쌀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은 점점 더 높은 수준의 물건을 요구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극단적으로 표현해 가내수공업처럼 물건을 만드는 미숙련공의제품은 시장에서 자기 자리를 찾을 수가 없는 것이죠. 가격이 싼 것도 아니고 AS를 잘 기대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품질이 아주 우수한 것도 아니니까요. 그들은 대기업들에 비해 경쟁력이 상당히 약하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이걸 잘 보여주는 것이 요즘 들어온 이케아 입니다. 이케아는 말하자면 가구업계의 공룡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사실 저가 가구를 파는 곳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그것에 멈추는 것은 아니죠. 여러가지 인테리어의 예를 보여주면서 집을 이렇게 꾸미라는 아이디어 개발을 열심히 합니다. 물론 중소가구업체들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탁자면 탁자고 침대면 침대일뿐 집이나 방같은 전체적 그림의 차원에서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제가 들린 가구점들 중에서 괜찮다고 느껴지는 가구점은 일룸이라는 곳이었습니다. 일룸도 고급가구를 파는 곳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싸구려 저가를 파는 곳은 아니며 이케아 제품같은 것과 소비층을 공유하지 않습니다. 무엇보다 그 디자인에 많은 공을 들였다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다른 가구점들은 고민이 부족해 보이는 곳이 대부분이더군요. 





가구단지에 가니까 당장 등장하게 되는 것이 재질이었습니다. 물론 월넛으로 할것인가 오크냐 고무나무냐 소나무냐 같은 것에 따라서 가구의 질은 크게 차이가 납니다. 하지만 만든 물건의 재질에만 집중한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가구 디자인이 뭐 다 거기서 거기지 특별할 것이 있는가 하는 말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둘러본 빌라들을 소개하는 업자들의 말에서도 저는 같은 것을 발견했습니다. 그들은 한결같이 어떤 소재를 써서 집을 만들었냐에만 집중할 뿐 집의 디자인에 대해서는 무지한 것같더군요. 이를 지적하자 한 여성 부동산 업자는 건축업자들이 남자라서 그렇다고 말합니다. 즉 여자라면 그렇게 짓지 않을 것같은 집을 짓는 다는겁니다. 


그 분이 말하는 여자란 사실 집을 잘 사용하는 사람을 말합니다. 여자들이 집에서 청소하고 빨래하고 물건을 수납하고 더 많은 시간을 쓰지 남자는 그렇게 하지 않으니 뭘 모른다는 말인 겁니다. 집을 소유는 하지만 집을 사용을 안하는 건축업자가 집을 멋대로 지으니 평수에 비해 집이 별로 쓸모가 없는 경우가 많아진다는 것이죠. 


빌라들을 둘러보면서 이래서 한국에서는 다들 아파트 아파트 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동네 업자가 짓는 빌라가 아니라 대규모로 짓는 아파트는 건설 자체가 보다 전문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어도 그런 건물은 전문 설계인이 설계를 해서 짓겠죠. 당연한 것이지만 빌라니까 아파트보다 나쁜 게 아니라 그걸 누가 어떻게 짓는가가 문제일 것입니다. 


그래도 앞에서 말한 것처럼 일룸같은 가구는 맘에 들었습니다. 또 빌라도 납득이 가는 구조를 가진 집이 없는 것은 아니더군요. 아무쪼록 노력하고 좋은 물건 만드는 곳들이 성공하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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