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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 인테리어 쇼핑/음식과 가구,

맛과 소박함

by 격암(강국진) 2014. 12. 6.

나는 계란 후라이를 좋아한다. 그리고 우리 아이들은 계란밥이라는 것을 아침으로 종종 먹는다. 계란밥이란 그저 밥위에 노른자를 익히지 않은 계란을 얹어서 비벼 먹는것에 지나지 않는다. 파나 참기름 그리고 간장 정도를 끼얹어 먹을 뿐이다. 간단하지만 맛이 있다.

 

이 세상에는 간단하지만 맛있는 것들이 있다. 예를 들어 각종 비빔밥이 그렇다. 채소와 고추장 그리고 계란 후라이 정도를 넣고 비벼먹어도 맛이 있고 아예 김치국물정도에 밥을 비벼먹는 정도로 간단해도 맛이 있다. 간단한 먹거리에는 소면도 있다. 밥에 버터를 비벼먹는 것도 간단하지만 맛있고 따뜻한 밥에 스팸을 구운 것과 김치 정도면 훌룡한 맛을 낸다.

 

이 간단한 먹거리도 사실 한때는 매우 호사스런 것이었다. 소면만 해도 한 때는 잔치때나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었다고 한다. 버터나 스팸이 별거 아니게 된 것도 그리 오래 되지 않는다. 나는 언젠가 19세기에 쓰여진 서양소설을 읽으면서 놀란 기억도 있다. 그 책에 나오는 교회의 목사는 매주 강연이 있는 날 아침이면 힘을 내기 위해 계란 한개를 먹는다고 했다. 그런데 뭔가를 위해서 어느날 아침에는 그 계란을 절반씩 나눠먹는 장면이 나온다. 풍요로운 것같은 서양 이야기인데 옛날이라고 해도 계란 한개를 가지고 나눠먹는다는 장면이 내게는 신기했다. 그들도 계란을 마구 먹기 시작한게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 

 

이제 한국사람은 소면이나 버터나 계란따위는 쉽게 구한다. 적어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렇다. 그들은 시시하게 김치반찬에 버터를 밥에 비벼먹는 정도의 식사를 하지 않는다. 그것은 너무나 불쌍한 식사라고 생각할 것이다. 60년대나 70년에는 달랐지만 말이다. 이제 21세기 한국의 거리에 있는 식당에서는 해물탕이라던가 스테이크, 장어구이등 훨씬 값비싼 것들을 판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그런 풍경에는 기묘한 점이 있다. 우리는 소박함을 잃었고 겉치레만 가득하다. 자기 취향을 잃고 돈으로 환산된 가치에 빨려들어간다. 거기에 우리는 실은 그다지 부유하지 않다라는 현실이 개입하면 우리의 식문화는 기묘한 것이 된다.

 

누군가가 계란밥을 먹을래 장어구이를 먹을래하고 묻는다면 사람들은 흔히 장어구이를 선택할 것이다. 그게 훨씬 귀한 음식이기 때문이다. 물론 맛도 있지만 재료비도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하지만 계란밥은 다 같은게 아니고 장어구이도 다 같은 게 아니다. 밥도 계란도 고급이 있고 저질이 있으며 물론 장어도 그렇다.

 

이제 약간 질문을 바꿔보자. 최고급 계란밥을 먹을까 아니면 허접한 장어구이를 먹을까? 그래도 답은 여전히 대개는 장어구이일 것이다. 장어구이를 계란밥따위에 비교할 수는 없다고 생각하는데다가 우리는 각자의 가격에 대한 선입견이 있다. 즉 계란밥이라면 이정도 가격이면 되고 장어구이는 이정도 가격은 할 수밖에 없다는 감이다. 

 

이 정도에서 왜 장어구이 음식점은 있는데 계란밥 음식점은 없을까를 생각해 보자. 음식의 가격은 당연히 재료비만 들어 있는 것은 아니다. 거기에는 인건비와 인테리어 비용도 들어가고 무엇보다 가게의 임대료가 들어간다. 만약 손님이 빈접시만 받는다고 하더라도 가게 주인은 가격을 청구해야 할 이유가 있다. 사실 커피숍에서 커피의 재료가격은 커피값의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까 계란밥처럼 사람들이 싼 음식이라고 생각하고 재료비가 얼마들지 않는 것은 음식점 메뉴가 될 수가 없다. 땅값이 비싸고 인테리어 비용이 많이 들수록 인건비가 비쌀 수록 그렇다. 사람들은 계란밥 값이 왜 이렇게 비싸냐고 하면서 불평할 것이고 거기서 남는 이익으로 가게세도 못낼 것이다. 그러니까 계란밥 음식점은 없다.

 

사람들은 비싼 것을 좋아하면서 돈을 내지 않는 것을 좋아한다. 돈이 없기 때문이다. 비싼 종류의 음식을 싸게 먹고 싶어하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결합하면 장사가 되는 것, 사람들이 자주 사먹는 것이란 한마디로 싸구려 장어같은 것이다. 음식점이 가격을 생각하지 않고 맛만 생각한다면 고급 음식의 가격은 한없이 올라가고 그렇다고 계란밥같은 것을 정성을 다해 고급으로 만든다고 팔리지도 않는다. 그러니 맛이나 음식의 질을 타협하지 않는 훌룡한 분들도 있겠지만 이런 현실은 겉만 번지르르한 음식을 만드는 것으로 해결되기 쉽다.

 

음식이 몸에 나쁘건, 실은 맛이 없건 상관이 없다. 문제는 이미지다. 이건 본래는 맛있는 것으로 유명한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중요하다. 아무리 형편없는 맛이라도 스테이크를 먹은 저녁은 화려한 저녁으로 생각하고 아무리 만족스런 맛이었다고 하더라도 계란밥을 먹는 식사는 부끄럽고 초라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소비자는 모든 불합리에도 스테이크를 선택한다. 우리는 뭐가 맛있는 것인지 모르는 경우가 너무 많다.

 

음식의 맛이나 질보다 인테리어를 화려하게 해서 마치 궁전에서 밥을 먹은 것처럼 만들고 가격도 높게 받지 않는 방법은 하나 뿐이다. 음식 자체의 질은 가장 나중에 신경쓰는 것이다. 세상이 이렇다면  음식 맛에는 아무 신경을 쓰지 않는 화려한 레스토랑만 늘어날 것이다.

 

음식의 이미지를 좋게 하는 것에는 문화적 영향도 크다. 감자튀김과 계란 후라이 정도를 주면서 비싼 돈을 받으면 불평이 나오지만 브로클리를 더하고 서양풍의 식기를 이용한 후에 그런 세트를 뉴욕커 스타일 브런치라고 하면 불평이 없어지는 것을 보면 알 수가 있다. 본질이 비슷해도 외국어 이름을 붙이는 쪽이 화려해 보이니까 외국어 이름을 가진 식당이나 음식이 많아진다. 아니면 아예 외국의 음식을 팔면 불평이 줄어든다. 불고기집이라고 하면 왠지 야끼니꾸 집보다는 가격이 싸야 할 것같은 느낌이다.

 

모든 음식적 주인이 이렇고 모든 소비자가 이런 것은 물론 아니다. 음식에 대해 철학이 있고 양심이 있으며 알맹이를 생각하면서 소비하는 손님들도 있다. 안타까운 것은 부동산 가격이 올라가는 시대에 이런 분들은 점점 더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는 것이다.

 

부동산가격이 올라가니까 임대료가 올라가고 그러면 겉만 번지르르한 음식점 장사를 하지 않으면 음식점 운영이 안되기가 쉽다. 수도권의 집값은 이미 예전에 비싸졌지만 지방의 땅값은 최근 10년간 많이 비싸졌다. 그러면서 지방에는 외국어 이름을 단 가게들, 전과는 달리 화려한 인테리어를 한 가게들이 늘어났다. 그런 변화가 모두 나쁜 것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내가 느끼기에는 적어도 대부분은 나쁜 것이라고 할 수는 있을 것같다. 내실이 사라지고 지역적 특징은 줄어든다.

 

우리가 일본이나 유럽의 어느 동네에 갔다고 하자. 그런데 거기서 부대찌개 집이 있는 것이다. 들어가보니 한국풍이라고 생각되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인테리어에 엄청나게 돈을 들이고 있다. 그런데 정작 나온 음식이 형편없다거나 혹은 서민의 음식인 부대찌개가 엄청난 가격으로 팔리고 있다고 해보자. 이렇게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볼때 이런 가게가 얼마나 오래갈 수 있을거라는 생각이 드는가. 한국에 새로 생기는 가게들도 여기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그리 오래가는 가게가 될 수는 없을 것이다.

 

계란밥정도면 비빔밥 정도면 충분히 맛이 있다. 게다가 값도 싸다. 하지만 우리는 그런 것을 잘 먹지 않는다. 논리적으로는 싸고 맛있으면 최고인데 우리는 싸고 맛있는 음식문화를 점점 사라지게 만든다. 우리는 소박함과 내실을 잃었다. 살아남기 쉬운 것은 겉만 번지르르해서 남들에게 난 이런 거 먹었다고 하면 아 그래 굉장한걸 이라는 소리는 듣기 쉽지만 실은 그다지 몸에 좋지도 않고 맛도 대단하지 않아서 뒷끝이 그다지 좋지 않은 음식들이다. 50년쯤 지나면 우리는 엄청난 돈을 내고 멋진 테이블에 멋진 식기위에 벌래를 올려놓고 먹고 있게 되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또한 똑같은 문제가 우리가 살아가는 다른 방면에서도 마찬가지로 존재하지 않는가를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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