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매일 커피를 몇잔씩 마시고 카페에도 자주 간다. 아침이면 커피를 만들어 보온병에 담아서 출근하는 것이 나의 일상이다. 그래서 집에서 커피를 마시는 방법에 대해 어떤 방법이 지겨워 진다 싶으면 방법을 바꾸곤 한다. 그것이 카페에 가는 것보다는 싸고 무엇보다 재미있기 때문이다.
얼마전에 우리집에 새로운 커피 메이커가 생겼다. 새로운 집에 들어가서도 쓸까 해서 산 것인데 대단한 것을 산 것은 아니지만 이녀석을 사다가 이런 저런 것을 몇가지 알게 되었으니 그걸 써둘까 한다.
내가 산 커피 메이커는 타이거라는 일본회사에서 나온 카페 바리에라는 커피 메이커다.
지금 일본 아마존에서 8508엔 그러니까 지금 환률로는 7만9천원쯤 하는 기계다. 커피 메이커는 이보다 싼 것도많기는 하지만 요즘 인기있는 캡슐커피 머쉰이나 다른 에스프레소 머쉰에 비하면 사실 아주 싼 가격이기도 하다.
아마도 에스프레소 머쉰을 커피메이커와 비교하는 것에 대해 그건 비교가 안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커피메이커에 대해 내가 읽은 한 글에서 어느 블로거는 이렇게 단언한다. 커피메이커는 커피를 맛있게 만들 수가 없다고. 내가 마셔본 커피메이커도 그랬던 것은 사실이다. 커피메이커 커피는 맛이 없다. 그래서 우리는 애초에 에스프레소 머쉰을 살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커피 바리에라는 기계를 사게 된 것은 몇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는 이 기계는 스팀으로 뜸들이기 기능이 있다는 것이다. 핸드드립으로 커피를 만들 때 사람들이 하는 것이 일단 커피 가루를 뜨거운 물로 불리고 그 다음에 커피를 내린다. 그것을 흉내내는 기능이 이 스팀기능이다. 기계의 아마존 리뷰를 읽어 보니 전자상가 점원이 이 기계를 권하면서 핸드드립 커피 못지 않은 커피를 만들어 주는 커피 메이커라고 주장했다고 한다. 맛은 주관적인데가 있고 가게 점원이야 항상 과장은 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 기계를 사서 커피를 마셔본 결과는 꽤 훌룡했다. 하지만 맛에 대해서는 나는 이 기계를 사고 후회하지 않았다라는 정도만 적어두련다. 괜히 또 커피메이커가 만드는 커피의 맛에 대한 논쟁을 하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8만원짜리 커피메이커가 만드는 커피가 세상에서 제일 훌룡할 것을 기대하는 사람도 현명한 사람은 아니다. 그러나 맛있다. 그것이면 충분하다.
내가 이 기계를 사게 된 두번째 이유는 이 기계가 저렴하면서도 여러가지 방식으로 커피를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이 기계는 커피가루를 가지고 커피를 만드는 기능말고 에코파드와 소프트파드를 가지고 커피를 만드는 기능이 더 있다. 그래서 총 3가지 방식으로 커피를 만든다. 이 커피메이커는 위의 사진에서 주전자 밑에 보이는 밑받침의 높이를 조절할 수가 있기 때문에 커피잔을 커피 나오는 구멍 바로 밑에다 놓고 커피 한잔을 만드는 식으로 쓸 수도 있다. 내가 마셔본 결과로는 커피를 너무 볶은 것을 선택했는지는 몰라도 유명 커피 브랜드인 무세티의 커피가루로 만든 커피보다 UCC 에코파드로 만든 커피가 더 입에 맞았다.
내가 처음 네스프레소 캡슐커피 머쉰을 사서 커피를 마셨을 때 나는 참 맛이 훌룡할 뿐만 아니라 아주 간편하다고 생각했다. 커피 메이커에 커피를 만들때 마다 물을 채우고 맛이 없는 커피를 잔뜩 만들어 내는 것이 아니라 캡슐하나에 커피한잔을 만들 수 있으며 물도 한번씩 잔뜩 넣어두면 커피를 뽑을 때 마다 다시 채워야 하지 않는다. 편리하고 맛있으니 좋다.
그런데 몇가지 단점이 있었다. 일단 캡슐커피는 비싸다. 그보다 더 나쁜 것은 캡슐커피의 사이즈가 표준화가 안되어 있으니 커피 머쉰을 만든 회사에 묶이게 된다는 것이다. 마치 프린터 회사들이 잉크 카트리지를 표준화 안시키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다양한 커피를 마시기가 곤란하다. 그래서 나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네스프레소 캡슐커피 머쉰을 안쓰게 되었다. 다른 걸 먹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파드 커피라는 것은 (영어로는 pod다.) 말하자면 규격화된 캡슐커피라고 할 수 있다. 모양은 캡슐하고는 좀 다르지만 에코포드라는 것은 이렇게 생겼다.
왜 에코포드냐하면 기존의 캡슐커피가 쓰레기를 양산한다는 지적때문이다. 이 에코포드는 썩어서 없어지는 재질인데 반해서 캡슐커피는 금속재질이 있기 때문에 사실 썩지 않는 쓰레기를 많이 만들고 환경오염 문제도 있다.
에코포드 말고 있는 포드커피에는 소프트 포드가 있고 하드 포드가 있다. 국내에서도 유명한 이탈리아 커피인 무세티나 일리는 하드 포드만 판다. 그래서 내가 산 기계에서는 쓸수가 없다. 하지만 소프트 포드는 쓸 수가 있다. 소프트 포드는 좀 더 크고 말그대로부드럽게 이렇게 생겼다. 여담이지만 소프트 포드로 커피를 뽑는 형식을 쓰면 소프트 포드가 아니라 녹차 티백같은 걸 놓고 녹차도 한잔 뽑을 수 있다.
이 기계를 사고 UCC 에코포드를 사서 커피를 만들어 봤고, 무세티 커피가루를 사서 커피를 만들어 먹어봤는데 역시 포드커피가 캡슐커피처럼 아주 간편해서 좋았다는 것을 부정할 수가 없었다. 물의 양을 맞추거나 그때마다 물을 채울 필요도 없으니까. 포드 커피는 물론 회사마다 가격은 다르기는 하지만 독점적으로 커피를 제공하는 네스프레소 캡슐커피 가격의 절반정도 밖에 안하는 거 같다. 표준화된 규격이기 때문에 회사에 매이지 않고 다양하게 커피를 마셔볼 수 있는데다가 가격도 싸니까 나로서는 만족이다.
우리가 이 커피 메이커를 사게 된 마지막 이유는 앞에서 보여준 그림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커피 메이커가 유리 주전자가 아니라 보온병에 커피를 받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많은 커피메이커는 커피를 만들면 커피가 유리주전자로 떨어지고 그 주전자를 히터가 데운다. 그런데 이 커피 메이커는 그냥 보온병에 떨어진다. 그래서 바닥가열을 위해서 전력을 쓰지 않는다. 실은 타이거는 보온병이나 밥솥을 만들어 파는 것으로 유명한 회사다. 내 느낌이지만 커피를 계속 데우고 있는 것보다는 커피를 보온병에 떨어지게 하는 쪽이 맛도 더 우수한 것같다. 오래 동안 데운 커피는 정말 맛이 없다.
검색해 보니 한국에서도 보온병을 쓰는 커피메이커가 있긴 있었지만 거의 드물다. 커피메이커란 대개 대량의 커피를 만들어 여러사람이 마시도록 하는 기계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 커피 메이커는 그 목적이 2사람정도가 비교적 금방 마실 커피를 만들거나 바로 바로 한잔 커피를 만들어 먹기 위한 것이다. 가정용으로는 이런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커피야 여러가지 방식이 다 매력이 있다. 때로는 냉동건조커피를 먹어도 맛이 있고 커피 믹스를 먹어도 맛이 있다. 하지만 이왕 커피를 자주 먹으니 여러가지 방식으로 먹어보고 싶다. 커피 메이커를 새로 하나 사서 우리 부부의 작은 즐거움도 늘었지만 우리 집에 커피를 좋아하는 손님이 오면 커피를 대접할 수 있는 방식이 하나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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