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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책 이야기

작은집을 권하다를 읽고

by 격암(강국진) 2014. 9. 22.

2014.9.22

우리 생활에 있어서 집이 가지는 영향은 문화적 경제적으로 워낙 크다. 따라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고 물을 때 우리는 어떤 집에서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은중요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것은 기본적 토대의 문제다. 우리가 우리 삶의 보다 근원적 토대를 바꿀 때 우리 삶은 많은 것이 필요없어지고 바뀌게 된다. 예를 들어 우리는 자동차 연료비를 아끼려는 고민을 하지만 차가 없는 생활을 한다면 애초에 자동차 유지비니 연료비니 주차문제같은 것은 있지도 않을 것이다. 집은 우리의 주거환경이며 따라서 우리 생활의 토대가 된다. 우리는 집때문에 행복하고 또 집때문에 너무나 불행하지 않은가? 

 

작은 집이라는 개념이 내 주목을 끌게 된 것은 이때문이었다.  서점에 들어가 이런 책 저런 책을 뒤적였지만 결국 내가 사가지고 나온 책은 이 책 작은 집을 권하다였다. 

 

 

이 책은 스스로도 매우 작은 집을 싼 땅에 짓고 사는 일본인 타카무라 토모야가 통상 타이니 하우스라고 부르기도 하는 6개의 스몰하우스의 주인들을 찾아가 그들의 집을 둘러보고 인터뷰도 한 내용을 정리한 책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왜 작은 집에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진다. 나는 작은 집에 대한 정보를 모아 놓은 책으로서 이 책을 흥미 있게 읽었다. 하지만 동시에 아직은 작은 집이라는 개념이 부족하다는 것도 느꼈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사람들은 땅이 넓은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다. 주로 미국인이고 호주인도 있다. 그리고 선진국이니 만큼 소득 수준이 높다. 아래에도 쓰겠지만 이런 이유때문에 한국같은 다른 나라에서도 작은집이 경제적으로 경쟁력을 가질지 알 수가 없다. 

 

이 책에 따르면 작은 집운동은 정확한 시작점이 없지만 굳이 말하자면 그 시작점은 제이 셰퍼의 작은 집이라고 한다. 그 말은 아직 정리는 안되었지만 그가 작은집운동의 흐름을 대표하는 사람이기도 하다는 뜻이다. 작은 집 운동은 그저 작은 공간에 산다는 뜻이 아니다. 제이 셰퍼의 집을 보면 그게 뭔가가 좀 감이 잡힌다. 

 

제이 셰퍼는 트레일러 하우스 생활을 잠시 했다고 한다.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큰 집을 관리하고 사는게 싫어서 단순하게 살고 싶어서 였다. 하지만 셰퍼가 트레일러에 살아보니 문제가 많았다. 단열도 제대로 안된 것은 집이라고 부를 수도 없었다. 그래서 그는 돈을 들여 작은 집을 지었다. 잡지에서 주는 상도 받았다. 그는 이제 작은 집을 짓는 재료를 팔거나 작은 집을 지어주는 사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사실 미국에서 트레일러에 사는 사람들은 전에도 많았다. 그런 작은 집에 사는 것은 전에도 가난한 사람들 사이에서 흔한 일이었다. 셰퍼와 다른 사람의 차이점은 그는 보다 집다운 집에서 살고 싶어했다는 점이고 그러기 위해 돈을 쓰는 것을 아끼지 않았다는 것이다. 목재로 지은 그의 집은 작지만 시설이 좋고 예쁘고 난방도 잘된다. 예쁜 그의 집을 보고서 많은 사람들은 비로소 작은 집이라는 것이 대안적 주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즉 이 책에서 말하는 작은 집운동의 핵심적 부분은 집은 작지만 생활의 질은 포기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것은 오히려 압축된 소비에 가깝다. 더 압축해서 집의 공간을 설계함으로써 우리는 오히려 더 많이 소비할 수 있는 여력을 가지게 된다. 낭비는 줄이고 효율은 높이는 것이다. 

 

이것은 아주 최근에 일어난 일만도 아니다. 서구의 옛 성이나 지주들의 대저택을 생각해 보라. 우리나라 옛날 부자 양반들의 수십채 집이 이어진 저택을 생각해 보라. 그것은 일종의 자급자족적 마을에 가깝고 거대한 호텔에 가깝다. 그 공간은 모든 것을 내부적으로 소유하려고 한다. 그것을 어떤 개인이나 가문이 독점적으로 소유하는 것이 과거 부자들의 소비였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부자들도 대개는 그렇게 안한다. 세상의 많은 것들이 상업화 되었기에 내 집에 좋은 요리사를 두고, 여기저기에 별장을 가지고 있을 필요가 없다. 레스토랑에 가면되고 호텔에 가면 된다. 거대한 성을 가지고 수없이 많은 하인을 두고 운영하면 돈만 낭비될 뿐만 아니라 골치만 아프다. 

 

작은 집을 짓고 사는 사람들도 정성적으로 같은 이야기를 한다. 그들은 그걸 아웃소싱이라고 부르는데 오늘날에는 많은 것들을 나가서 구할 수 있으므로 그걸 독점적으로 소유하기 위해 많은 돈과 시간을 쓰는 것이 어리석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도서관이나 커피숍이 그럴듯한데 왜 내게 서재가 있어야 할까를 우리는 물을 수 있다. 마치 공원이 가까이에 있으면 내가 산책을 하기 위해 거대한 정원을 가질 필요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정원이 있어봐야 공원처럼 클 수도 없고 관리하는 일이 어렵기만 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작은 집운동을 단순히 작은 집에서 살아서 비싼 주거비를 아끼자는 운동으로만 생각하는 것은 오해다. 분명 그런 면도 있을 수 있지만 적어도 셰퍼의 작은 집은 작지만 생활의 질은 포기하지 않는 집이다. 그래서 평당으로 치면 건축비가 매우 비싸다. 그것은 어떻게 말하면 더 멋지고 신나게 재미있게 살기 위한 방법이다. 바로 집에 소유되는 것을 멈춤으로써 말이다. 

 

사실 이 책에서 소개하는 작은 집을 한국에서 짓자고 하면 여러가지로 현실성이 떨어진다. 일단 한국에서는 미국에서보다 자재는 더 비싸고 땅값도 비싸다. 한국은 미국처럼 공간이 넘쳐나는 나라가 아니다. 아무리 작은 집을 지어도 전원주택 부지의 가격이 얼마나 하는가를 알아보면 작은 집이 그리 현실성이 있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연료비도 미국보다 한국이 훨씬 비싸다. 미국인들은 예로부터 자동차 연비같은거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그래서 도시에서 좀 떨어진 교외에 사는 것이 더 쉬워 보인다. 100km 운전은 아무것도 아닌 미국은 한국과는 다르다. 땅값은 걱정없고 자재가 싸며 렌트비가 비싼 미국 사람이 예쁘고 편한 작은 집을 짓는 것과 한국 사람과는 입장이 다르다는 것이다. 

 

지금 이순간으로 따지자면 한국사람은 차라리 시설좋은 도시의 원룸에 들어가 월세로 사는 것이 훨씬 더 인간적인 삶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게 아니면 지방에서 좀 후미진 동네에 빈집을 수리하여 살면 작은 집은 아니라도 큰 돈 안들이고 괜찮은 집에 살 수 있다. 이왕에 도시를 떠날 수 있다면 시골에는 빈 집이 늘어가는데 뭐하러 아주 작은 집에 살아야 할것인가?  물론 원룸에는 원룸의 문제가 있다. 후미진 동네에는 후미진 동네의 문제가 있다. 작은 집에 사느니 원룸에 살자고 하면 왠지 로망이 깨진다. 하지만 작은 집의 개념도 한국에서 그 자체로는 문제가 있는 것이다. 

 

이 책을 쓴 타카무라 토모야는 책의 서두에 자신의 작은 집을 간단히 소개한다. 자기의 집을 간단히 소개하는 이유는 아마도 그의 집은 책에서 소개한 다른 사람의 작은 집들처럼 예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일본도 한국과 같지는 않지만 미국이나 호주에 비하면 일본은 한국과 비슷하다. 그래서 구조는 비슷하지만 일본에 사는 그가 짓고 사는 집은 훨씬 더 초라하다. 그 근본적 이유는 경제성에 있어서 미국보다 일본에서 작은 집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더 떨어진다. 그런데 그렇게 되면 사람들이 감탄하는 그런 예쁘고 멋진 작은 집이 아니라 움막이나 토굴 수준의 집이 된다. 다닥다닥 붙어있어서 프라이버시가 없는 것도 무시한다면 원룸건물이나 쉐어하우스와 구분이 안된다. 

 

미국내지 호주의 작은 집 운동이라는 것이 가지는 두번째 핵심적 요소는 개인적 공간이다. 즉 단순히 작은 공간에 사는게 아니라 작지만 자신만의 공간을 독점적으로 소유하는 것이 그 핵심요소로 들어가 있다. 단순히 작은 공간에 살아서 주거비를 아끼자는 것이라면 쉐어하우스나 원룸에 사는 것보다 싼 방법은 없을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작은 집에서 살기란 그런게 아니다. 작지만 오히려 그 작은 공간의 소유는 더더욱 완벽한 것이 되고 다른 사람으로부터 떨어져 있을 수 있어야 한다. 나의 완전한 지배공간이다. 그러므로 이웃과 벽을 공유하는 원룸에서 사는 것은 작은 집에서 사는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것이다. 터가 넓어도 작은 집에 산다는 것이 기본 개념이다. 

 

내가 작은 집의 개념에 대해 여러가지 불만을 털어놓았으니 이런 책은 읽어볼 필요도 없다고 말하는 것으로 착각하지 말아주었으면 한다. 이 책은 읽어볼 만한 책이다. 나는 질문을 던지는 것과 답을 찾는 것은 별개의 것으로 생각하며 항상 답보다는 질문을 던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답이 완벽하지 않아도 질문이 쓸모 있다면 우리는 누군가가 질문을 던지고 답을 찾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우리 자신의 답을 만들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 답도 대개 엄청 쓸모 있지는 않을지 모른다. 그러나 자꾸 질문을 하다보면 우리는 언젠가 괜찮은 답에 이르게 될 수 있는 것이다. 내가 이 독후감을 쓰고 있는 것도 사실은 이 질문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기 위한 것이다. 그들의 답을 평가하고 내 안에서 답을 찾기 위한 것이다. 

 

저자는 우리 삶을 돌아보라고 틈틈이 말한다. 엄청난 집값을 생각하면 우리는 살기 위해 집을 쓰는 게 아니라 집을 위해 살게 된다. 평생 노동하는 것의 상당부분이 집값을 지불하기 위한 것이 되어 우리는 가난해지고 무엇보다 미래를 걱정하게 된다. 그러므로 주거의 대안을 찾아 싸면서도 괜찮게 살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 우리는 고된 노동과 미래에 대한 걱정에서 벗어난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내가 보기에 대안적 삶의 핵심은 단순성과 아웃소싱에 있다. 현대는 너무나 많은 것을 쉽게 주변에서 구할 수가 있다. 도서관이 흔하고 나아가 전자도서관이 보편화 되는 시대에 내 서재가 커다랗게 있어야 할 이유가 뭐겠는가. 나만의 독점적 책읽을 공간이 필요하다고 해도 우리는 그런 공간을 공유해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도서관이나 카페가 좋은 예일 것이다. 혼자 사는 사람의 집에 제대로된 부엌이 꼭 있어야 할까? 여러 사람이 모여서 집밥을 만들어 먹고 싶다면 그런 부엌을 가끔 빌릴 수는 없을까? 컴퓨터가 수억장의 사진을 가질 수 있는 시대에 우리는 부피를 차지하는 몇십권의 사진첩과 액자들을 끌고 다니고 그것들을 위해 벽과 책장을 준비해야 하는 것일까?

 

집이 작아지면 물건도 정리하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작은 집은 의미가 크다. 우리는 우리가 끌고 다닐 필요가 있는 것과 없는 것에 대해 잘 생각해 보고 되도록 우리 몸을 가볍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많은 짐에서 해방된다. 그것이 대안적 삶의 핵심일 것이다. 이 책에서 작은 집을 만드는 과정에 대해 말하는 것이 있다. 하나는 중요한 것부터 챙기다 보면 집이 작아진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필요없는 것을 계속 제거해 가다보면 집이 작아진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결국 우리의 삶을 단순화하는 것이 행복에 다가가는 길이라는 점을 말하고 있다. 

 

중요한 질문은 단순화의 정도다. 예로부터 단순한 삶을 동경하고 그 극단으로 간 사람은 많았다. 그들은 거의 완전한 무소유로 간다. 우리나라에서는 가난한 수도승들이 그런 예다. 성당의 신부님들도 그렇게 산다. 불교나 기독교 같은 종교가 아니라도 안빈낙도를 말하던 선비의 삶도 그런 예라고 생각하며 심지어 개혁이나 혁명을 꿈꾸던 혁명전사들의 생활도 그와 비슷하다. 우리가 고리끼의 어머니 같은 책을 읽어보면 혁명전사와 수도승의 차이는 참 작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물론 그런 극단적 단순화도 훌룡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보다 온건한 단순화도 고려해 볼 수 있다. 우리는 그저 한발만 더 단순하게 사는 방법을 고민하면서 살 수 있을 것이다. 약간만 불편함을 감수하면 많은 것을 얻을 것이다. 어차피 그런 단순화된 삶이 미래다. 이것은 어느 나라에서나 주어진 환경속에서 고민하고 실천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집을 줄인다는 것은 그 단순화의 한가지 방식이다. 남들이 보통 생각하는 것보다 조금 더 작은 집에 살고, 남들이 전부 아파트를 사려고 할 때 나는 월세를 살기로 결정하는 것도 단순화라는 것이다. 그것이 단순화인가 아닌가를 판정할 수 있는 방식중의 하나는 이렇다. 내가 만일 가까운 미래에 다른 나라로 떠나기로 한다면 지금의 삶을 정리하는데 얼마나 시간이 걸릴 것인가, 얼마나 많은 것을 나는 포기해야 하는가. 떠나기로 했을 때 포기해야 하는 것이 너무나 많다면 우리의 삶은 지나치게 복잡한 것이다. 수도승은 흔히 그저 일어서면 떠날 준비가 된 사람으로 산다고 묘사된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만일 가까운 시일내에 외국으로 가야 한다면 갈 수있을 것인가를 생각해 보면 그것이 매우 어렵다는 것을 알것이다. 애들 교육문제가 떠오를 것이고, 벌려 놓은 사업이며 프로젝트, 투자한 돈들이 생각이 날 것이고, 이제껏 만들어 놓은 인맥으로 연결된 사람들 생각도 날 것이다. 나와 아이들이 여기서 출세코스를 벗어날 수 없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조금만 더하면 과장이 되고 차장이 될 텐데 여기서 떠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생각이 들 것이다. 동시에 실은 계속 해서 회사에 붙어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절대 10년이 안되고 5년도 가능할지 안할지 모른다는 생각도 들 것이다. 

 

그러나 때로는 그 무리한 기초 뜯어내기를 우리는 감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의 삶은 제자리를 지키는 것도 아니고 점점 더 무거워진다. 그래야 우리의 삶은 가벼워 질 수 있고 자유로운 것이 될 수 있다. 그래야 우리는 비로소 우리 삶이 어딘선가에서 연료를 마구 흘려대고 있는 거대한 고물차 같은 것이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우리가 확실히 그 의미를 인식할 수 있는 것만을 소유하자는 것, 커다란 집을 그런 것이 있는 줄도 잊어버린 물건들로 채우는 삶을 계속하지 말자는 것, 그것이 어리석다는 것. 이런 것들을 문득 문득 절감하게 되는 것이 작은 집의 아이디어가 설득력을 지니는 이유 일 것이다. 

 

작은 집운동의 선구자 제이 셰퍼는 자신을 위해 작은 집을 지었지만 그게 직업이 되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의 삶을 단순화하는 것을 고민할 때 우리는 그렇게 만들어 낸 답에서 새로운 직업을 찾아 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하다보면 세상을 바꿀 수 있을지도 모른다. 바로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도 자유롭고 가볍게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보람이 있는 일인데 그게 내 생활까지 보장해 준다면 그것이 얼마나 좋은 일인가. 따라서 우리는 이런 고민을 계속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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