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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책 이야기

린다 슈 박의 사금파리 한조각(a single shad)을 읽고

by 격암(강국진) 2015. 8. 18.

15.8.18

벌써 10년전쯤의 일이다. 뉴욕에 살 때 아내는 책읽는 모임에서 읽기로 했다면서 이 책을 사들고 왔다. 그 이후 한국에서도 사금파리 한조각이라는 이름으로 번역되어 출판된 이 책은 한국계 미국인 2세 린다 슈 박이 쓴 것이다. 사금파리 한조각은 아이들에게 권장하는 책들의 기준이 되곤 하는 뉴베리 상을 수상한 책이기도 하다. 그때도 읽었던 것같은데 집에 있는 책을 무심코 집어들어서 다시 읽었고 감동했다. 그래서 기록을 남긴다.  

 

 

이 책이 가지는 장점은 우선 문화적인 향기가 강하다는 것이다. 이 책은 도공과 도자기 만드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배경으로 깔린다. 나는 일전에 도자기라는 3부작 다큐를 본 적이 있었는데 그 이후 그 다큐의 큰 팬이 되어 기회가 될 때마다 주변사람에게 권하곤 한다. 도자기는 요즘 사람들이 대충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상품이었고 요즘 스마트폰 이상의 상품이었다. 그리고 그것을 선진적으로 만들어 낸 나라 중 하나가 고려였다. 그래서 고려청자는 도자기로 유명한 중국에서도 신비한 상품으로 높이 평가되어졌다. 조선의 도공이 일본으로 끌려가서 일본 도자기의 역사를 시작시켰다는 이야기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런 문화적인 바탕위에 린다 박은 고민하고 서로 돕는 인간들을 쌓아 올린다. 도공 민은 멋진 작품을 만들기 위해 온갖 열성을 다하는 장인이고 외아들을 일찍 잃은 그의 아내는 친절하고 헌신적이다. 주인공인 목이는 다리 밑에서 사는 외다리 노인이 키우는데 목이와 학노인이 서로를 아끼고 생각해 주는 모습은 눈물이 나도록 아름답다. 

 

나는 서양의 아동문학을 좋아한다. 그 이유는 그 책들은 대개 가난하고 어려워도 행복할 수 있다라는 메세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가난과 역경에 패배하지 않고 자신의 꿈을 쫒으며 사는 삶이 강조된다. 어릴 적에 인기있었던 삐삐라는 티비 시리즈 캐릭터도 우스꽝스럽게 그려지지만 실은 어린 나이에 혼자서 살아가는 아이다. 그런데도 누구보다 쾌활하고 행복하다. 힘든 걸 억지로 참는게 아니다. 하고 싶은 것은 있고 그걸 위해 노력하며 살지만 그걸 이루지 못해도 행복하게 사는데는 문제가 없다. 그저 더 재미있으니까 꿈을 추구하는 것이다.  

 

재미교포인 린다 박의 책도 그런 것이 나타난다. 같은 이야기를 한국 사람이 쓰라고 한다면 다는 아니라고 해도 대부분 우울한 이야기가 되고 말았을 거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는 안된다. 다리밑에 살아도 훔치지 않고 구걸하지 않는 자존심을 지키며 살고 나름 행복하게 사는 사람들이 아름답다. 이 책은 그런 모습을 그린다.

 

이 책은 아이를 위한 책이라기 보다는 아이들도 이해할 수 있게 간단한 구조를 가진 책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어른들이 읽어도 좋은 책이다. 특히 이 책을 읽고 감동할 수 있는 어른들에게는 삶의 활력을 줄 것이다. 일상에서 잊고 살기 쉬운 사랑과 정 그리고 열정을 짧은 글속에서 잘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아내도 미국에서 어른들과 함께 읽었다. 

 

아쉬운 것은 이 책만으로도 린다 박에게 매우 감사하지만 어른인 나로서는 좀 더 길고 좀 더 자세한 이야기가 되었으면 더 기쁘게 읽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언젠가 읽었던 사유리라는 책이 생각난다. 게이샤의 추억이라는 영화의 원작이기도 한 소설이다. 린다 박이 작정하고 쓴다면 사유리 이상의 장편소설이 될수도 있을지 모른다. 아니 어쩌면 이 소설은 이 소설인채로가 좋은지도 모른다. 따로 누군가가 그런 소설을 써주었으면 한다. 그러면 나는 동의보감을 읽었을 때 처럼 즐겁게 읽었을 것이다.

 

한국 사람에게 과거의 역사는 지나치게 왕족과 귀족중심으로만 이해되고 있다. 게다가 그것이 또한 지나치게 인문학중심이다. 심지어 선비들의 삶을 이야기할 때도 그들이 수학과 기술에도 관심을 가졌었다는 것은 잘 알려지지 않는다. 그저 매일 공자왈 맹자왈만 하고 살았던 것같다. 

 

복잡한 철학책도 나름대로 좋지만 이 책은 그런 철학책들이 담을 수 없는 것을 담는다. 가족이 모두 돌려보며 읽어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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