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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책 이야기

우리는 섬에서 미래를 보았다를 읽고

by 격암(강국진) 2015. 10. 5.

15.10.5

아베 히로시와 노부오카 료스케는 아마초라는 일본의 작은 섬에서 살기로 결정한 청년들이다. 아베는 명문 교토대학을 나와서 토요타에서 근무하던 사람이고 노부오카도 동경에서 웹디자인을 했었다. 이들이 2700명정도가 살아가는 작은 섬 아마초에 살기로 한 것이다. 우리는 섬에서 미래를 보았다는 이 두사람이 섬에서 5년간 살았던 이야기를 적은 것이다. 이 책은 아마초와 관련된 다수의 사람들의 인터뷰를 포함하고 있다. 나는 이 책을 아주 재미있게 읽었다. 최근에 읽은 책 중에 가장 재미있었다. 

 

 

이 책은 꼭 성공기를 쓴 것은 아니다. 그들의 삶은 보는 관점에 따라 성공일 수도 있고 앞날이 캄캄한 상태일 수도 있다. 아마초는 일본에서 섬마을 만들기 운동의 선구적이고 성공적인 예로 소개되는 유명한 섬이라고 한다. 그러나 유명하다고 해서 이 섬사람들이 모두 아주 부유하게 산다는 뜻은 아니다. 이 섬도 인구의 40%가 노년층을 이루며 인구가 겨우 2천 7백명 정도 밖에 안된다고 하니까 존재와 사라짐의 경계속에서 아둥바둥 대고 있는 상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제주도 같은 엄청난 섬에 가도 답답함을 느끼는 것이 육지 사람인데 이런 섬이란 그야말로 손바닥 만한 섬이 아니겠는가. 그들이 책에서 설파하는 새로운 삶에 대한 그들의 생각도 좋은 이야기들이기는 하지만 우리가 만일 철학이나 사상을 원한다면 이들이 쓴 책보다는 더 좋은 책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내가 이 책에서 주목하게 되는 것은 인간과 인간의 만남에 대한 것이었고 좋은 마을이란 어떤 것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것이었다. 책은 그들에게 있었던 사소한 일상과 좋은 생각이지만 또 그다지 새롭지도 않은 생각을 적어 내려간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그 이야기와 정보자체만으로는 그렇게 대단하지 않다. 그러나 그 사이 사이에 인간과 인간의 만남이 보이고 솔직한 인간이 보인다. 그것이 모든 단어와 문장을 훨씬 가치있게 만든다. 

 

나는 책에서 매력적인 사람들을 발견하고 다시 한번 역시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것을 절감했다. 아마초는 아마초라서 매력적인게 아니라 아마초의 사람들이 있어서 매력적이다. 책에는 저자 말고도 인터뷰를 한 여러 사람들의 얼굴이 사진으로 나온다. 책의 말미에 보여주는 아마초의 풍경도 좋았지만 책속에 나오는 그 얼굴들이 무엇보다 내 관심을 끌었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그 웃는 얼굴들에서 자기 삶에 대한 자신감과 만족감이 보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그들은 행복하고 자기 삶에 만족해 하는 것같아 보였다. 

 

일본 사람이 자주 쓰는 말에 일기일회라는 말이 있다. 일생의 단한번의 인연이라는 뜻으로 쓰이는 이 말은 한번의 만남이 중요하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이다. 아베나 노부오카는 그 섬에서도 그리고 그 섬에 들어가기 전에도 여러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인연을 이어간다. 예를 들어 자전거 여행중에 단 한번 만난 노인과 10년 넘게 엽서로 인연을 이어가다가 그 노인이 섬을 방문한다던가 닭을 사러가서 만난 요리사와의 인연을 이어서 결국 아마초에서의 삶에서 까지 도움을 주고 받는다. 이런 이야기는 첫째로 만남이 모두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게 만들고 두번째로 그런 만남을 잘 살리는 이 사람들은 참 대단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든다. 우리는 만남을 그만큼 소중하게 생각하며 살고 있는 것일까?

 

긴밀하게 연결된 것은 좋은 마을이란 어떤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그 답은 단순하다. 좋은 사람들이 있는 마을이 좋은 마을이다. 설사 자연이 황폐하고 돈이 없어도 사람이 좋은 마을이 살기에 좋은 마을이다. 그리고 사람이 좋으면 환경은 점차 좋아지게 되어 있다. 사람이 나쁘면 환경은 점차 나빠져서 그 마을은 내가 평생 살아갈 고향이 되어주지 못한다. 아베는 아마초를 고향으로 느낀다고 말한다. 거기서 태어나서 고향인 것이 아니라 거기에 있으면 왠지 편안하고 오래 살던 집에 돌아온 것같아서 고향으로 느낀다는 것이다. 

 

아베와 노부오카는 뭘 할건지도 생각하지 않고 메구리노와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그런데도 그럭저럭 몇년간 일들을 하고 성과를 만들어 냈는데 거기에는 그들의 노력도 크지만 그 이상으로 주변사람들의 도움이 컸다는 것이 명백하다. 거듭 느끼게 되는 것은 아마초의 훌룡한 사람들이 아마초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라는 사실이다. 그들의 포용력이 없었다면 메구리노와 같은 회사는 육지에서 청년들을 불러오지 못했을 것이다. 우리나라도 섬뿐만 아니라 여기 저기 고령화되어 가는 마을과 지역이 많다. 그 지역의 사활은 결국 그곳의 주민에 달려 있다는 것은 이 책을 읽으면 분명해 진다. 

 

그렇다고 해서 아베와 노부오카가 단순히 운이 좋은 사람들이라는 뜻은 아니다. 그들이 아마초에 정착하고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노력과 능력때문이다. 다만 새로 이주하는 사람의 적응력과 그 지역의 포용력 모두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아베와 노부오카는 대단한 친화력과 인맥을 가지고 남들이 생각하기에는 도저히 안될 것같은 일을 작은 섬에서 해내면서 그럭저럭 살고 있다. 그들의 꿈은 아주 크다. 그들은 대안적 삶의 모범을 보이고 싶은 것이다. 그렇게 해서 작게는 일본을 나아가서는 세계를 개혁하겠다는 꿈이다. 젊은이들의 꿈이 대단하다고 생각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나 그들은 그런 꿈을 이야기 하기 전에 우선 그들 자신이 섬을 사랑하고 현재 행복한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뭔가를 하기 위해 현재의 생활을 참는 식이라면 섬에서 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내가 이래서 이곳을 사랑한다말이야 하는 식으로 느끼면서 매순간 매일을 행복을 느끼면서 살아가는 것이 중요하다. 소명의식이 있고 행복이 있으니 이들은 어려운 일 앞에서도 그럭저럭 살 수 있는 것이다. 아니 좀 더 긍정적으로 말해보자. 꿈과 희망이 있고 지금 사는 곳에 대한 애정이 있으면 그것으로 사는 문제는 충분히 해결된다. 이 세상 어떤 문제도 다 그럭저럭 헤쳐 나갈 수 있을 것이다.  

 

도시의 삶에 대한 이야기들은 우리를 움츠러들게만 하는 경우가 많다. 한방에 성공하고 한방에 실패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있다보면 어느새 우리는 우리 자신을 뭔가에 구겨넣고 있는 느낌이 든다. 지금 있는 곳은 가까운 장래에 떠나야만 할 임시거처이고 우리는 애정이 없다. 그리고 언제나 우리는 불안하다. 

 

그런데 아마초의 삶은 그와는 다르게 들린다. 삶은 단단히 사람과 땅에 뿌리박고 있다. 그것은 아마초 자체가 살기 좋은 곳이라기 보다는 거기 사는 청년의 꿈과 그들의 이웃때문일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자기 삶에 보람이 있고 좋은 이웃이 있다면 우리는 어디에서든 행복하게 살 수 있다. 그러나 물론 우리는 도시의 성공신화에 더 익숙하다. 그것은 엘리트 코스를 일단 벗어나면 삶은 엄청난 비극과 고통으로 변하고 만다는 떠도는 삶에 대한 신화다. 

 

인간의 중요성, 만남의 중요성, 생각의 중요성을 다시 느끼게 해준 이 책을 나는 유쾌하게 읽었다. 저자는 우리가 어떻게 먹고 살고 있는지 자기도 모르겠다고 말하지만 책을 읽어보면 사람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저자들과 좋은 아마초의 이웃때문이라는 것이 강하게 느껴진다. 나는 사람들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반드시 섬으로 가서 새 생활을 시작하지 않는다고 해도 우리가 잊고 있던 뭔가를 기억나게 해줄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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