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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책 이야기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고

by 격암(강국진) 2016. 5. 20.

16.5.20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었다. 베스트셀러로 아는 사람이 많은 책이며 아마도 인생을 바꿔줄 책은 아니겠지만 분명 재미있고 인상깊은 책이기에 소개해 둔다.  쉬운 책이므로 아직 읽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내용의 자세한 소개는 피하도록 하겠다. 

 

 

히가시노 게이고는 일본의 서점에서는 대개 따로 그의 작품 코너가 따로 마련되어 있을 정도인 다작의 인기작가다. 이제까지 무려 80권의 소설을 썼다고 하니 대단하다는 말밖에는 나오질 않는다. 다수의 작품이 드라마나 영화로 만들어 지기도 했으며 나도 갈릴레오시리즈라던가 신참자같은 드라마를 본 적이 있다. 나는 이번에 라플라스의 마녀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같이 읽었는데 둘 다 재미있는 책들이었지만 나미야 잡화점이 훨씬 더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얼마전에 방송되어 인기가 있었던 한국 드라마 시그널과 비슷한 구조를 가진다. 다시 말해 과거의 사람과 현재의 사람이 대화를 나누면서 이야기가 전개되어 간다. 그리고 그 대화가 풀려가면서 그들의 인연이 펼쳐진다. 유치할 수 있는 구조를 가진 이야기가 단순히 황당한 판타지가 되는게 아니라 몰두할 수 있고 감동할 수 있는 무게를 가지는 것은 현실 사회의 인간이 가진 고민에 대한 묘사 때문일 것이다. 

 

우선 여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풍족하지 못한 사람들이다. 망한 가게의 주인이거나 도둑놈이고 대개가 고아이며 부모가 자살하거나 어릴 때부터의 꿈이 깨지고 빛나보지 못한 채 죽은 사람들이다. 환상적인 마법이 존재하는 세계라면 고민이 없는 세계일 것같지만 사실 사람들은 고민투성이고 아픔투성이인 것이다. 

 

그런 아픔들이 단순히 과거와의 소통이라는 마술에 의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마술은 진실을 폭로하고 진실은 우리의 삶을 견딜만한 것으로 바꾼다. 그 진실이란 다름아니라 우리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의 삶이 세상의 기준으로 언뜻보면 대단한 것이 없지만 그러나 사실은 우리도 누군가를 구원할 수 있는 소중한 삶을 살고 있다. 다른 무엇보다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비록 과거의 사람과 고민상담을 하는 판타지가 등장하지만 이야기를 움직여 나가는 것은 인간에 대한 희망과 믿음이라는 것이 금새 명백해 지고 소설은 유치한 이야기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나미야잡화점의 기적을 흥미롭게 만드는 또하나의 장치는 이것이 2012년과 1970년대의 대화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응답하라 시리즈같은 복고풍의 드라마가 인기를 얻지만 이렇게 과거를 다시 보여주는 이야기는 자연히 과거를 조명하게 하고 그와 비교해서 우리의 현재가 얼마나 과거와 다른지를 느끼게 해준다. 응답하라 1988같은 드라마를 보면서 그래 저때는 저렇게 살았지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과 유사하다. 

 

어쩌면 냉소적인 사람들에게 이 소설은 유치하고 도움이 안되는 싸구려 감상을 제공한다고 비판받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판타지를 허망한 상상의 수준위로 끌어 올릴 수 있는 것은 상당한 재능이다. 아직 읽어보지 않은 사람은 읽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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