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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책 이야기

미치오 카쿠의 마음의 미래를 읽고

by 격암(강국진) 2016. 5. 31.

16.5.31

미치오 카쿠는 끈이론을 전공한 물리학자로 방송출연을 많이 하고 인터뷰도 많이 한다. 그의 책 마음의 미래의 마지막에는 그가 인터뷰한 사람들의 목록이 늘어서 있는데 수십명의 노벨상수상자가 포함되어져 있을 정도로 대단한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다닌다. 그 자신이 물리학자일 뿐만 아니라 세계적 전문가들을 많이 만나고 거기에 방송에 출연을 한다라는 사실들이 바로 이 책 마음의 미래가 가지는 성격을 암시해 준다. 

 

 

마음의 미래는 우리가 개인적 몽상에서 혹은 영화나 소설속에서 상상했던 것들이 과연 실제로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언제 가능할지 아니면 불가능할지를 진지하게 물어보는 책이다. 이런 종류의 책들은 사실 세상에 아주 많다. 이들은 외계인은 존재할까? 염력이나 텔레파시는 가능한가? 우리는 인간보다 뛰어난 로보트를 만들 수 있는가 같은 질문들을 늘어놓고 거기에 대해 답하는 책들이다. 다만 이 책은 그런 종류의 책중에서 매우 뛰어난 책이라고 할 수 있는 데 첫째로 그런 질문들을 탐구한 사람이 매우 지적인 인간이기 때문이다. 앞에서 말했다시피 미치오 카쿠는 스스로가 끈이론을 전공한 물리학자로 책도 여러권 쓴 사람이다. 게다가 그가 그런 공상과학적인 질문들을 던지고 답을 받아낸 사람들이 세계에서 가장 첨단 연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거기에 아주 성공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미치오 카쿠는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두서없이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그의 의식에 대한 이론을 뼈대로 해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그는 의식을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이 세계의 모형을 만드는 과정으로 정의한다. 의식을 영혼이나 심장처럼 어떤 존재로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과정으로 생각하기 때문에 이러한 관점은 인간의 의식이 컴퓨터에 이식된다던가 레이저를 통해 먼 우주로 전송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든다. 나는 그의 의식이론에 찬동하지만 사실 그 이론은 아직 세부 내용이 너무 없어서 예측능력이 너무 작다. 때문에 철학의 수준에 머무른다고 생각한다.

 

이제까지의 내용때문에 혹시 이 책에 대해서 황당한 이야기만 늘어놓은 것으로 생각한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그렇지 않다. 미치오 카쿠는 비전문가로서는 놀라울 정도로 성실하게 신경과학과 인공지능분야를 공부했고 가장 최신의 연구사례를 한 권 가득이 채워주고 있다. 일반독자로서는 사실 그 내용을 상세하게 읽지 않고 즐겨도 그만이지만 그런 것을 쓰려고 해본 사람은 그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안다. 그건 마치 언어라고는 한국어밖에 모르는 사람이 한페이지는 영어로 한페이지는 불어로 또 한페이지는 이탈리아어로 글을 쓰는 것같다. 다시 말해 배워야 할 것이 엄청나게 많은 것이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이런 종류의 책은 사실 전문가가 보기에 매우 부실하기 쉬운데 미치오 카쿠의 책은 그렇지 않다. 적어도 물리학을 전공했지만 뇌과학과 인공지능 분야에서 학술논문을 써 본 내 입장에서는 그렇다. 나는 여전히 이 책은 그저 즐거움을 위해 읽는 책이며 이 세계에 뭔가 원천적인 새로운 시각을 주는 책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런 책을 이렇게 쓸 수 있다는 것은 존경스러운 것이다. 세상에는 여러가지 책이 필요하다. 

 

책의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면 저자는 먼저 현대 신경과학과 MRI같은 첨단 측정기구에 대한 소개에서 시작한다. 그리고 나서 염력이라던가 기억이라던가 천재라던가 꿈을 비디오로 기록한다던가 하는 연구들을 계속 소개한다. 이런 이야기들은 언뜻 들으면 안그럴것 같지만 사실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대학과 연구소에서 진지하게 하고 있는 연구들이다. 

 

뇌라는 신대륙에 인간은 아직 제대로 착륙도 못하고 있다. 현대 신경과학은 뇌에 이상이 있는 환자라던가 새로운 측정기구들을 통해서 뇌에 대한 정보를 축적했고 노벨상을 받은 허지키 헉슬리의 이론이나 휴벨과 위젤의 연구따위를 통해 뇌에 대해 훨씬 더 많은 것을 알게 되었지만 그 상황은 마치 달착륙을 하려고 노력중인 것과 비슷하다. 다시 말해 아직 결정적 돌파구를 만들어 내지는 못한 것이다. 백미터를 쏘나 천미터를 쏘나 아직 달로부터는 멀기 때문에 달 자체는 잘 모른달까. 게다가 지금 문제의 뇌라는 달까지 거리가 얼마나 되는지를 아는 사람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과 유럽에서는 수조원의 돈을 들여서 뇌를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미국의 연구는 뇌의 구조를 아주 정밀하게 측정하는 것으로 말하자면 게놈프로젝트와 비슷하다. 유전자 코드를 다 알아내는 것이 게놈프로젝트인데 그 코드를 다 알아도 물론 그것만으로 우리가 인간을 모두 이해하게 되는 것은 아니다. 마찬가지로 뇌의 모든 뉴론의 연결상태를 모두 알아내서 그것을 데이터베이스에 담아도 그 의미를 얼마나 알아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다. 이 연구의 중요한 한 분야는 재미교포인 세바스찬 승 즉 승현준 교수가 선도하고 있다. 

 

반면에 유럽의 프로젝트는 컴퓨터에서 뇌를 시뮬레이션 하는 것이다. 이것은 블루 브레인 프로젝트라는 이름으로 마크람이 주도하던 것인데 유럽연합은 여기에 큰 돈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이것도 마찬가지로 뇌를 시뮬레이션하는데 성공한다고해도 그 뇌가 알파고처럼 바둑을 잘 둘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렇게 두 프로젝트 모두에 나름대로의 회의론이 존재하지만 그래도 뇌과학에 돈을 투자하는 것은 뇌에 대한 이해가 그만큼 절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에 대해 좋은 말들을 많이 썼으니 상식적인 비판의 말을 몇마디 쓰고서 소감을 마칠 까 한다. 나는 미치오 카쿠의 상상력을 즐기면서 이 책을 읽었다. 그러나 저자는 때로 너무 무의미한 말을 많이 한다. 예를 들어 금세기 말이나 이런 것이 될 것이다같은 말은 아무 의미가 없다. 오늘날의 세계의 변화속도를 생각하면 80년뒤에 세상이 어떨지는 아무도 말하지 못한다. 실은 금세기 말에 인류는 이미 멸망하고 없을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그러므로 가야할 길이 아직 몇천리인데 한두걸음 걸은 연구분야에 대해 말하면서 분야가 어떤 성과를 것이라고 말하는 것은 지나친 낙관론에 가깝다. 책은 많은 정보를 주고 나름대로 통찰력을 가진 사람이 여러 연구분야를 둘러 것을 소개하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비전공자가 말하는 듯한 인상이 조금은 남는다. 우리는 과학을 즐길 있지만 과학의 본질은 즐기는 것에 있지않다. 과학의 본질은 세상과 우리 자신을 진지하게 성찰하는 철학이다. 가능한 모든 미래에 대해 꿈꾸는 일을 즐기는 것은 제한하고 그중에서 어떤 것을 실제로 만들어야 할지, 그걸 위해서 우리는 댓가를 지불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를 생각하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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