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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글쓰기/책 이야기

건축에 대한 4권의 책들

by 격암(강국진) 2016. 8. 7.

16.8.7

요즘 참 덥다. 그래서 도서관을 찾는 일이 더 많았고 책도 더 많이 읽게 되었던 것같다. 그런데 오늘 내 이름은 빨강이라는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고 난 후 한가지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책을 읽으면 대부분 독후감을 쓰곤 하는데 이것이 거의 두달만에 쓰는 독후감이었던 것이다. 이것은 이례적이다. 나는 읽으면 워낙 빨리 잊어버리기에 독후감을 써야 정리가 되고 기억을 좀 더 하곤 한다. 안그러면 지난달에는 뭘 읽었는지 자체를 잊어버리는 일도 많다. 나중에는 내가 내 독후감을 읽어 봐야 책 내용이 기억나는 일도 많다. 

 

거기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분명히 최근에 독후감을 쓰지 않았던 것에는 내 독서가 주로 건축에 관한것이 많았던 것이 한 이유였다. 건축관련 책들은 사실 아 독후감을 남겨야지 싶은 것이 별로 없었다. 알랭드 보통의 행복의 건축이라던가, 천장환의 현대 건축을 바꾼 두 거장 그리고 임석재의 교양으로 읽는 건축과 지혜롭고 행복한 집 한옥은 다 재미있게 읽었던 책들이다. 그런데 지나고 보니 건축에 대해 몇개의 글을 쓰기는 했지만 책 자체에 대한 독후감은 어느 것 하나 쓴 것이 없었다. 그러기에는 너무 아까운 책들이라 건축에 관한 책들을 나열하며 간단히 소개해 보려고 한다. 

 

 

천장환의 현대건축을 바꾼 두 거장은 건축 자체보다는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와 미스 반데어 로에의 사적인 면을 많이 이야기하지만 그래서 더 재미있고 건축을 친숙하게 느끼게 하는 면이 있다. 알랭 드 보통의 책은 유명 서구 작가답게 이야기들이 치밀하고 준비가 많이 되어 있으며 철학자로서의 관점도 분명 존재해서 재미있고 유익하다. 마지막으로 임석재의 두 책은 솔직하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줘서 좋았다. 단순히 교과서스러운 말의 나열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의 관점으로 고민하는 사람의 말이라야 나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독후감이 이렇게 짧은 것은 무엇보다 내가 미학이나 예술 혹은 건축에 대해 그리 깊은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걸 전제하고 말하자면 건축분야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같고 특히 한국의 건축은 그야말로 난장판에 사막같은 상황이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그러니까 독후감같은 걸로 정리가 잘 안된다. 

 

우리가 어떤 것을 평가하고 그 의미를 말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어떤 사고의 틀이 필요하다. 그래서 과학이라던가 경제라던가 혹은 교육이나 사회문제등에 관한 책을 읽으면 독후감을 쓰기가 비교적 쉽다. 건축에 비하면 그런 분야는 훨씬 더 사람들 사이에서 기초적인 합의가 이뤄져 있달까 그렇다. 

 

반면에 건축은, 특히 개인이 들어가 사는 집의 경우는 정말 합의가 없다. 특히 전통적 주거가 역사의 단절로 인해서 사라져 버리다 시피한 한국은 정말로 정말로 그렇다. 그렇다보니 좋은 집, 나쁜 집 이야기하기가 쉽지 않다. 그런 기초적인 부분이 부실하면 남의 이야기를 평가한다던가 해석하는 일은 더 어렵다. 최근 나는 철학이 있는 집이라는 글들을 몇개 썼다. 그것들이 아마도 독후감을 쓰기 위한 준비작업쯤 되지 않을까 한다. 그정도로 집이란 허공에 뜬 주제다.

 

그래도 위에서 언급한 책들은 모두 재미있고 유익하다. 집따위는 잊어버리고 단순하게 대충 살다가 가면 그만이라는 말은 매력적이고 하기 쉬운 말이다. 그래도 좋은 집에는 매력이 있다. 그걸 부인하기 어렵다. 그래서 나는 자꾸 이 주제로 돌아오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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