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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살고 싶은 마을

와코시를 소개합니다 1 : 공원과 도시의 삶

by 격암(강국진) 2017. 2. 18.

-송천동 마을 신문에서 글을 써달라고 해서 쓴 와코시 소개의 글들입니다. 이미 전에 소개했던 내용들을 정리한 것이지만 그건 먼 과거의 글들이므로 여기 올려 둡니다. 

 

와코시를 소개합니다 1.

 

나는 일본 와코시에서 10년을 살았다. 내가 이화학연구소에서 일할 때의 일이다. 와코시는 관광가이드에 나온다던가 뭔가의 모범사례로 공중파 방송같은 데서 소개할 그런 곳은 아니다. 그곳은 숙박업소도 얼마없는 그저 평범한 일본의 소도시다. 그러나 유명한 곳의 소개에 지친 사람이라면 그런 평범함속에서 오히려 나름의 재미와 중요성을 발견하게 된다. 튀는 것이 없으니까 비로소 평범한 특징이 들어난달까. 한옥마을이 곧 전주는 아니다. 전주사람들의 삶은 훨씬 평범한 곳이 더 잘 보여주는거 아닐까. 마찬가지로 우리가 대다수 일본인들의 평범한 일상을 알고자 한다면 오히려 와코시 같은 곳에 대해 읽어보는 것이 괜찮은 방법일 것이다.

 

와코시는 동경의 서쪽에서 동경과 경계선을 맞대고 있는 사이타마현의 작은 도시로 동경의 이케부쿠로역에서 전철로 15분쯤 되는 거리에 있다. 이곳은 한국으로 치면 서울 외곽의 성남시같은 곳이지만 면적도 인구도 훨씬 작다. 이 도시의 인구는 2017년 현재 81368명이며 그 지리적인 크기는 동서와 남북으로 각각 2.5킬로와 4.5킬로밖에 되지 않아 송천동의 크기와 비슷하다. 동경 경계선에 가까운 시라고 하는데 이렇게 규모가 작다고 놀라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나 실은 일본은 이렇게 작은 자치 시들이 아주 많다. 일본은 몇 개의 도와 부를 빼면 43개의 현으로 나뉘어져 있고 현들은 다시 시나 군으로 나뉘어지는데 와코시가 있는 지역의 지도를 보면 그 지역이 이렇게 작은 자치 단위들로 잘게 나뉘어 있는 것을 볼 수가 있다. 와코시는 작은 도시지만 초등학교가 8, 중학교가 3개 그리고 고등학교가 2개 있으며 장애인학교도 2개가 있다.

 

송천동의 북쪽에는 만경강이 있듯이 와코시의 북쪽에는 아라카와라고 불리는 강이 있고 그 천변에는 아라카와 공원이 있다. 아라카와 공원에는 산책로와 야구장, 축구장, 연못과 놀이터등을 만들어 놓았다. 아라카와 공원은 경관이 뛰어나며 강에서 오리며 물고기를 구경한다거나 갈대밭을 즐길 수도 있다. 이 천변 공원에는 야구장, 축구장들이 아주 많다. 예를 들어 야구장은 당장 눈에 보이는 것만 9개나 된다. 이것도 강을 따라 시의 경계를 넘어 공원이 계속되기 때문에 몇 개가 더있는지 모른다. 이곳에 가면 일반인이며 초중고 야구팀들이 매일 여기에 나와서 연습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런 걸 보면 환경이 이렇게 다른데 WBC같은 데서 한국대표가 종종 일본을 이기는 것은 참 기적같다일본에서 스포츠는 단순히 보는 것이 아니다. 일본에서는 학생들도 일반인들도 스포츠에 열중하는 모습을 더 자주 볼 수 있다. 그건 학교에서의 부활동이 매우 활발하며 스포츠를 위한 환경도 좋다는 것과 깊은 상호관련성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주말에 공원에 가면 사람들이 바베큐장소로 지정된 곳의 여기저기에 텐트를 치고 음식을 만드느라 북적거린다. 일본에서는 이렇게 먼 곳에 가지 않고 집 근처의 공원에서 아이들을 풀어놓고 바베큐 같은 것을 하는 사람이 제법 많았다. 사람들은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하면서 때로는 낮잠을 자거나 그저 뭔가를 읽으면서 공원에서 하루를 보낸다. 마치 그곳이 자기집 정원인 것처럼 말이다.

 

일본에는 공원이 주변에 많다. 와코시처럼 작은 도시들이 계속 이어지는 가운데 다른 시에 속한 공원들도 계속 있기 때문에 차를 타고 가볼만한 멀지 않은 공원들은 우리 주변에 아주 많았다. 그래서 우리가 일본생활을 시작했던 무렵 우리는 한동안 이 주변의 공원들을 순례다니기도 했었다. 또 굳이 공원이 아니라도 꽃길을 조성해 놓은 곳도 사방에 있었다. 철이되면 이 꽃길들에서는 꽃축제들이 열린다.




 

와코시의 남쪽에는 또하나의 공원인 수림공원이 있다. 이 공원은 두개의 산책길과 조깅 코스가 각각 1킬로 정도로 나있고 넓은 잔디밭 한쪽으로는 시립체육관이 있어서 사람들이 실내 스포츠도 할 수 있게 해줬다. 한바퀴를 천천히 돌면 반시간정도가 걸린다. 이곳도 와코시의 시민들이 많이 찾는 중요한 휴식공간이다.  나는 산책하기 좋은 도시가 살기 좋은 도시라고 생각하는데 우리집 앞에 있던 이 수림공원은 나의 이런 생각을 더욱 강하게 해주었다. 이 곳에는 산책하기 기분좋게 오래된 나무가 울창하게 많이 자라고 있어서 내 기분을 좋게하고 생각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해 주었다.

 

일본을 처음 본 사람중에는 일본이 생각보다 부자나라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는 사람들이 종종있다. 사실 나도 그랬다. 왠지 일본에 있는 많은 것들이 낡아보이고 작아보이는 경우가 많아서다. 그러나 맨하탄이나 해운대처럼 높고 휘황찬란한 건물을 가진 것만이 부자나라의 증거는 아니다. 사람들이 공유하면서 사용할 수 있고 그래서 그 안에서 주민들이 서로 소통도 하게 만든 시설이 많은 나라가 부자나라가 아닐까? 일상속에서 우리집 앞에서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삶이 풍요로운 삶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가 어떤 삶을 추구하는가 하는 것에 대한 반성이 필요하고 그런 삶을 위해 시민이 공유할 수 있는 공공시설이 필요하다.

 




공원은 그런 시설들의 좋은 한 예다. 다른 예들도 많은 데 도서관도 그렇지만 와코시에 있었던 종합아동센터라는 곳도 그렇다. 일본의 각 시마다 몇개씩 만들어 놓은 아동센터는 말하자면 3-4층짜리 건물에 아이들이 놀수 있는 시설을 채워놓은 것이다. 이곳에는 보드게임이라던가 탁구나 농구, 배드민턴 같은 것을 할수 있게 해놓고 어린 아이들이 놀 만하게 유아용 시설도 해놓았다. 작은 독서실도 있다. 아동센터는 시민들에게 공짜로 개방되어 있는 아이들용, 가족 놀이용 건물이다. 우리 아이들도 친구들과 여기가서 종종 놀았다. 비가 오는 주말이면 어린 아이가 있는 부모들이 아이를 데리고 와서 시간을 보내는 공립 무료 키즈카페같은 곳이다.

 

부자는 부자니까 이렇게 살 수 있다라고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분명 그런 점도 있지만 오히려 반대인 면도 크다. 내 것만 챙기는 것이 아니라 공유하기로 하면 모두가 부자가 된다. 모두가 공유하는 거리에 벗꽃 한그루가 있다면 그것은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한다. 내 땅위의 내 건물, 내 나무가 나 한사람을 풍요롭게 만드는 효과에 비하면 그 차이는 명백하다. 그런데도 우리는 흩어지고 갈라져서 각자 문제를 사적으로 해결하려고 하는 면이 상당히 있는 것같다. 많은 돈을 들여서 멀리 캠핑을 떠나고 피트니스 클럽에 가입하며 키즈카페에 간다. 그것이 우리의 일상을 실제로 가능한 것보다 더 가난한 것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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