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제별 글모음/살고 싶은 마을

와코시를 소개합니다 3 : 자전거가 있는 마을

by 격암(강국진) 2017. 4. 5.

5-6년정도 이전의 일이었을까 하루는 한 일본인친구가 부정주차로 벌금을 냈다고 하는데 그게 한국돈으로 70만원쯤한다고 했다. 벌금이 너무 높아서 깜짝 놀랐다. 일본의 자동차 문화는 한국과 많이 다르다. 와코시에서는 골목길에 무단주차되어 있는 자동차를 보기가 힘들었다. 그 이유중 하나가 바로 엄청난 부정주차 과태료다. 그러나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애초에 부정주차를 하는 사람이 거의 없으니까 저런 과태료가 가능하지 너도 나도 부정주차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부정주차를 엄벌하기도 힘이 들 것이다. 전주가 그렇다. 이건 보다 복잡한 문화의 문제다.  



길가에 주차된 차가 하나도 없는 골목



일본에서는 차를 사서 등록을 하려면 반드시 주차장소를 가지고 있다는 증명서를 첨부해야 한다. 트럭만 그런게 아니라 보통 승용차는 물론 경차도 시골이 아니라면 주차장등록을 해야 한다. 이때문에 나가는 주차장소에 대한 월세도 상당하다. 와코시의 경우 한달에 10만원이 넘는 돈이 이런 주차장비용으로 나갔는데 동경시내였다면 그보다도 훨씬 비쌌을 것이다. 이렇게 일본은 차를 가진 사람은 자기 주차장이 있어야 한다. 한국처럼 아파트에 살면 그 아파트 주차장을 공용으로 쓰면서 어디에나 차를 세울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다. 아파트 임대료와 주차장 임대료는 완전히 분리되어 있으며 주차장 계약은 따로 해야 하고 따라서 주차장에 빈자리가 있어도 남이 거기에 세워서는 안된다. 우리 집이 비었다고 남이 아무나 우리집에 잘 수 없는 것과 같다. 그나마 회사나 연구소의 주차장에는 직원이나 고객이 차를 자유롭게 세울 수 있지만 그것도 집이 연구소에서 가까우면 상시주차증을 안준다. 필요할 때마다 허락받아서 임시로 주차해야 한다.


일본에서 차를 주차하는 흔한 예


주차비용이 아니라도 일본에서 차를 운행하는 것은 돈이 많이 든다. 차 자체는 싸고 좋지만2년마다 하는 차검도 대개 80만원정도는 든다. 도로비도 비싸다. 와코시에서 불과 백킬로미터 떨어진 니꼬라는 곳까지 다녀오는 것도 편도도로비가 3-4만원이 나올 정도다. 그러니까 혼자서 돌아다니는 사람은 대중교통을 쓰게 된다. 습관적으로 차를 타기보다는 꼭 필요하면 산수를 해보고 탄다는 식이다. 


이런 일본의 정책이 좋기만 한 것은 물론 아니다. 하지만 차를 운행하는 사람들에게 자동차의 사회적 비용을 내라고 하는 정책은 적어도 두가지 직접적 결과를 만들고 장기적으로는 더 큰 결과를 만든다. 그런 정책의 직접적 결과중 하나는 사람과 차가 통행하기 좋게 골목이 비게 된다는 것이다. 2차선인데 차들의 갓길 주차로 교통이 막히고 차들이 주택가에서는 사람들이 흔히 자기 집 앞의 도로변에 차를 세워놓는 그런 풍경이 와코시에는 없다. 과태료도 비싸고 어차피 모두 자기 주차장이 있기 때문이다. 또하나는 차를 운행하는 일이 공짜가 아니다보니 자전거를 타는 일이 보편화된다는 것이다. 와코역앞에는 큰 자전거주차장이 있다. 많은 사람들은 역까지 자전거를 타고 다시 거기에서 전철을 타고 출퇴근 하곤 한다. 또 아침이면 많은 학부형들은 아이를 자전거에 태우고 유치원으로 가는데 아이를 앞뒤로 두명씩 태우고 가는 사람도 일본에서는 쉽게 본다. 학원이나 은행에 간다던가 마트에 가는 것도 자전거로 하게 된다. 거의 어느 집이나 식구수대로 자전거가 있는데 와코시 안에서 움직이는 경우 어쩔 수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걷거나 자전거로 해결하는 것이 보통이다.


사람들이 걷거나 자전거를 타는 일이 계속되면 도시의 모양이 바뀌게 된다. 또 도시의 모습은  자전거 없이는 유지될 수 없다. 와코시가 작다고는 해도 가게들이 몰려있는 역전까지 걸어서 가려면 시간이 들고 여름이면 덥다. 짐까지 있다면 더욱 곤란하다. 게다가 걷기나 자전거타기는 골목에 있는 상점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기본적 조건을 만들어 낸다. 사람들이 걷거나 자전거를 타면 어떤 장소를 지나가는데 시간이 걸리고 뭔가가 눈에 들어오면 멈추기가 훨씬 쉽기 때문이다. 걷기와 자전거타기는 마을이 골고루 개발되게 만든달까. 반면에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경우에는 골목을 순식간에 지나쳐버리는데다가 이왕 차를 탔으니 더 멀리 있고 주차하기 좋은 큰 쇼핑몰로 가는 경향이 생긴다. 그렇게 되면 결국 걷는 사람이 없어진 골목상권은 죽어버리게 되는데 그러면 사람들은 더더욱 차타기에 중독된다.


이런 악순환이 계속되면 결국 도시의 모습은 바뀐다. 도시는 점점 차에게 공간을 빼았기고 걸어다니기 쾌적하지 않은 장소로 변해간다. 천변이건 공원이건 상가건 관광지건 망가진다. 산책하기 좋지 않는 도시는 죽어가는 도시다. 시끄럽고 위험하니 점점 거기에 머무르고 싶지 않아지지 않는다. 일본의 유명한 관광도시인 교토를 차로만 가득 채운다면 관광객은 오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슬로시티라고 스스로를 부르는 전주는 지금 상당히 그런 상태다. 어디나 차가 공간을 채우고 짜증을 만들어 내고 있다. 변화에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적응이 되면 다 방법이 있기 마련이다. 우리에게는 자동차에 빼앗긴 인간의 자리를 찾아나가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도시는 차의 행복이 아니라 인간의 행복을 위한 장소니까 말이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