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음식 인테리어 쇼핑/음식과 가구,

카페 의자와 작품으로서의 공간

by 격암(강국진) 2017. 6. 24.

한국에는 정말 카페가 많다. 일본 사람들은 퇴임하면 라면집을 할거라는 답을 많이 말한다고 하는데 한국에서는 그 답이 한 때 치킨집이었고 이제는 카페라고 말하는 사람이 더 많은 것같다. 아뭏튼 한국에 카페는 정말 많다. 그런데 나는 한국의 그 카페들에 가보고 실망한 적이 많다. 열군데를 가보면 돈이 안 아까운 곳은 한군데 정도밖에는 없는 것같다. 사람들이 그렇게 열광하는 곳이 카페이니 만큼 내가 이렇게 느끼는 것은 내가 까다로운 사람이라는 뜻일 수도 있지만 나는 정말 한국 카페 주인들이 카페 너무 쉽게 생각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아주 많다. 


나의 불만사항들은 분명하다. 카페들은 상당수가 불편한 의자를 가지고 있고 비전문성이 넘치는 커피를 비싼 가격으로 팔며, 내부 인테리어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서 소리가 울리는 구조를 가져서 나 혼자 있는 경우가 아니면 책을 읽거나 대화를 하는데 있어서  너무 방해가 된다. 


카페커피의 비싼 가격은 나로 하여금 카페를 자주 방문하는 것을 돈 아깝게 만드는 주요 이유이지만 요즘은 백다방처럼 싼 커피도 많으니 가격문제는 어느 정도 이해해 준다고 하자. 그리고 비싼 임대료와 인건비 그리고 인테리어 비용을 생각하면 커피가 마냥 쌀 수 없는 이유가 있다. 


사실 주인이 만들 건 점원이 만들건 전문성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커피를 비싸게 파는 것은 이해해 주기가 좀 힘들다. 하지만 그래도 억지로 이해해 준다고 하자. 커피 값의 상당 부분은 실제로 공간대여료다. 카페에서 마시는 커피의 가격을 구성하는 부분에서 인건비와 가게 임대료그리고 인테리어에 대한 투자비와 유지비를 제외하고 원두가 차지하는 부분은 얼마 안된다. 원두를 아낌없이 쓰는 드립커피라고 해도 그 값은 아마 5백원도 안될 것이다. 


그러나 그렇다면 공간은 돈값을 해야 할 것이 아닌가. 하지만 많은 카페는 커피에도 전문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인테리어에도 전문적이지 않다. 나는 스타벅스 커피를 개인적 취향으로 좋아하지 않지만 그래도 그런 외국 체인은 차라리 좋았다. 내가 가 본 몇몇 곳은 공간 구성이건 가구건 전문가가 관여했다는 티가 난다. 다르게 말하면 고민의 흔적이 있다. 그런데 많은 커피숍은 그렇지가 못하다. 대충만든 비전문적인 커피를 비전문적인 안목으로 꾸민 장소에서 팔면서 아메리카노 한 잔에 3천원 4천원을 요구한다는 것은 너무 하지 않은가. 


나의 불만이 무엇인지는 대개 카페의 의자가 잘 보여준다. 사람들은 카페를 살필 때 내부 장식이나 테이블을 더 많이 보는지 모르겠지만 나에게 있어서 카페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카페의 의자다. 왜냐면 못생긴 테이블은 못생겨도 기능적으로 크게 문제가 없지만 불편한 의자는 내가 카페에 들어가는 이유의 상당 부분을 무의미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의자가 불편한 이유가 나를 더욱 더 불편하게 만든다. 


카페 의자가 불편한 이유는 분명하다. 좋은 의자는 비싸다. 탁자처럼 몸바깥에 있는 가구와는 달리 의자는 옷처럼 몸에 접촉하는 것이기 때문에 대충 만든 것과 장인의 솜씨로 만든 것이 극단적으로 차이가 난다. 침대는 과학이라지만 사실 의자야 말로 과학이다. 겉보기에는 별거 아닌 의자가 앉아보면 너무나 편한 경우가 있고 진짜 화려하고 멋져 보이지만 앉으면 고문이 따로 없는 의자도 있다. 사실 후자가 대부분인데 그만큼 좋은 의자는 만들기가 쉽지 않다. 


게다가 탁자 하나에 둘이나 네명 심지어는 여덟명씩 앉는 경우도 있지만 의자는 사람 수 만큼 필요한 법이다.  카페를 하려면 앉을 곳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아름다우며 게다가 편안하기도 한 의자를 사려면 엄청난 돈이 든다. 예를 들어 인기있는 가리모쿠의 1인용 의자를 하나 산다면 그 가격이 개당 45만원쯤이다.





이런 의자를 4개씩 다섯테이블을 꾸미려면 20개를 사야하고 이것은 겨우 다섯테이블의 의자값만으로 9백만원이 나간다는 뜻이다. 


물론 카페를 어떻게 유명 외제 가구로 채우냐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현실과 타협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런데 한국 카페는 종종 겉모양새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즉 가격을 타협해서 좀 더 싼 의자를 구입하려고 하면 그 때 먼저 의자의 안락함이 포기 된다. 그래서 개당 10만원대의 카페 의자들이 등장한다. 세상에는 참 의자가 많은 것같지만 실은 한국 카페의 의자들은 천편일률적이다. 카페 전문 가구점에 가서 목록구경을 해 본 사람은 대부분의 카페들에서 그 목록에 있는 의자들을 본다. 


우리 부부는 카페같은 집을 꾸미고 싶어서 그런 목록을 본 적이 있고 실제로 고민끝에 몇개인가의 의자를 사기도 했다. 그 덕분에 카페에 갈 때 마다 한동안 아내는 아 이 의자는 얼마짜리 하고 말하곤 했다. 생각보다 그렇게 종류가 많지 않다. 그 의자들은 대개 유명 디자이너의 의자들을 베낀 중국제 의자들이라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내구성이나 안락함이 떨어진다. 어떤 때는 아주 많이 떨어진다. 겉보기는 그럴 듯하지만 오래 앉아 있어보면 싸구려 플라스틱 의자보다 앉아있기가 더 불편하게 느껴질 정도다. 생김새는 편안하게 기댈 수 있는 의자같은데 그렇지가 못하기 때문에 자세가 안나온다. 


이런 의자의 선택에서는 주인의 취향과 고민이 느껴지질 않는다. 그냥 목록보고 하루이틀만에 결정한 것같은 느낌이다. 모든 카페가 그런 것은 아니다. 얼마전에는 동네의 한 카페에 갔는데 그 카페는 기본적으로는 서양풍이지만 몇몇 좌석은 아예 평상위에 좌식탁자앞에 앉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엉터리 같은 의자로 마음 상하는 것보다는 나는 차라리 그런 곳이 좋다. 등에 기댈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엉터리 카페 의자보다는 바닥에 방석깔고 앉는게 훨씬 편하기 때문이다. 


한국의 많은 카페는 서양풍인데 이런 서양풍카페의 문제는 전통찻집을 보면 좀 더 분명하게 느끼게 된다.서양풍의 카페보다는 전통찻집의 스타일이 훨씬 더 안정적으로 발전되어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전주의 한옥마을에는 차보다 밭빙수가 더 유명한 외할머니솜씨라는 전통찻집이 있다. 이 전통찻집의 테이블과 의자는 우리가 보통 만나는 서양풍의 의자와는 물론 전혀 다르며 여기에도 온돌바닥위에 놓여진 좌식테이블이 한쪽에 있다. 전통찻집이 흔히 그렇듯 이 찻집도 대개 나무의 결을 살리고 단순한 구조를 가진 투박한 의자와 테이블로 채워져  있다. 



그런데 모양만 보면 이런 투박한 의자가 불편할 것같지만 실제로 앉아보면 별로 그렇지도 않다. 이런 테이블에 앉아서 오랜동안 차를 마시고 책을 읽어도 별로 불편하지 않다. 많은 서양풍의 카페가 가진 싸구려 의자들이 오히려 이런 나무 의자에 앉는 것보다 더 불편하다. 


나는 결코 서양풍보다 전통적인 분위기 쪽이 좋다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나는 다만 공간도 하나의 작품이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 공간을 구성하는 중요한 부분인 가구, 그중에서도 우리가 앉는 의자에 대한 고민을 살펴보면 이 문제에 대한 우리의 고민이 어느 정도인지가 들어난다. 


우리는 카페의 커피가 일종의 작품이어야 한다는 것을 이제 서서히 알아가고 있다. 집에서도 커피를 다 만들어 마실 수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커피 전문점에 가면 우리는 이제 바리스타의 커피를 기대하게 되었다. 그런데 카페의 공간도 많은 고민이 필요하고 완성도를 따질 수 있는 작품이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는 것은 아직 그만 못한 것같다. 


카페 의자, 나아가 카페 인테리어를 보고 있으면 한국의 많은 카페는 도대체 그 곳의 주인은 어떤 공간을 만들려고 하는 것인지 알 수 없는 곳이 많다. 마음속에 주제가 없고 어설픈 흉내만 내다보니 거품만 잔뜩끼게 된다. 실제로는 베르사이유 궁전같은 곳이 될만큼 알지도 못하고 투자도 못하는데 겉모습만 흉내내려고 하다보니 이도 저도 아닌 엉터리 공간이 된 것이다. 


구체적으로 불편한 의자는 주인이 실제로 그 카페가 어떤 공간이 되어야 하는가에 대해 별로 고민이 없었다는 사실을 내게 지속적으로 알려준다. 통일감이 없는 인테리어는 다시 한번 그것을 나에게 알려준다. 그런 공간은 어쩐지 만들다 만 곳같다. 그런데 공간에 대한 고민은 별로 하지도 않았으면서 그런 가게에 대해 비싼 공간 대여료를 요구하는 것이 옳을까? 


흔하디 흔한 전통찻집이 별거 아닌 거 같아도 그런 공간은 여러 사람의 노력끝에 완성된 나름의 완성도를 가지고 있다. 마찬가지로 실제로 서양에 있는 카페도 그런 식으로 완성된 공간이다. 단순하게 테이블 하나와 의자 하나로 된 공간도 서양에서 오랜 입식생활을 통해 만들어 졌다. 예를 들어 테이블의 높이와 의자의 높이가 어때야 하는지, 팔걸이가 있어야 하는지, 테이블의 모양과 면적이 어때야 하는지가 전부 문화적 진화의 결과이며 당연히 서구인의 생활문화, 서구인의 체형과 관련을 가진다. 


요즘은 집의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전보다 높다. 게다가 외국 생활을 해 본 사람도 많아서 어설픈 서양풍의 한계를 느끼는 사람도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의 현실은 그것을 쫒아가지 못하고 있다. 그 모든 문제를 집약하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카페의 의자다. 젓가락 하나도 잘만들려면 예술이 된다. 그런데 돈을 지불할 가치가 있는 카페를 하나 만드는 것이 예술이 안될 이유가 없다. 공간은 그저 공간이지 좋은 공간이 어디있어라고 말한다면 옷은 그저 천으로 몸이나 가리면 그만이지 좋은 옷이 어디있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한국에서 작품으로서의 공간에 대한 고민은 아직 멀고도 멀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