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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 이야기 : 매일 아침의 일과.

by 격암(강국진) 2021. 1. 20.

나도 커피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워낙 커피를 좋아하는 아내덕분에 커피는 우리 생활에 있어서 아주 중요한 부분이 되었다. 우리는 대개 아침 점심으로 커피를 내려 마시는 것은 물론 시내며 시외의 커피숍들을 이따금 방문한다. 우리집에서 커피가 중요한 자리를 차지한다는 것은 우리집을 와본 사람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첫째로 우리집에는 유독 컵이 많다. 마치 영업하는 집처럼 집의 여기 저기에 컵들이 잔뜩 쌓여져 있다. 그 컵들은 상당수 내가 일본에 있던 시절부터 여기저기서 조금씩 모은 것이고 한국에 돌아와서도 모던하우스 같은 곳에 가서 하나 둘 씩 구입한 것이다.

 

 

나는 겨울에는 그저 뜨거운 블랙커피를 마시지만 여름에는 이 컵 저 컵에 아이스커피를 만들어 먹는다. 그래서 우리집에서 아주 중요한 기계가 바로 냉장고다. 한국에 들어와서 새로산 LG 냉장고는 고맙게도 정수기가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차가운 정수물을 언제나 마실 수 있는 것은 물론 자기가 혼자서 자동으로 얼음을 잔뜩 만들어 둔다. 여름이면 아이스커피를 많이 마시는 나에게는 아주 고마운 냉장고다. 이게 아니라면 우리집의 얼음 소비량을 봤을 때 제빙기를 따로 사야하지 않았을까. 

 

우리집의 거실에는 우리 가족을 따라 미국과 일본을 거쳐 한국까지 세계를 여행한 오래된 이케아 책꽃이가 두 개 있다. 미국에서 사서 내가 직접 조립한 3단 책꽃이인데 벌써 20년이 다되었지만 원목이라서 아주 튼튼하다. 두개를 나란히 늘어놓은 이 삼단 책꽃이들의 상판에는 커피콩 글라인더, 에스프레소 머신, 모카 포트 그리고 카푸치노를 위한 우유거품을 내는 기계가 원두가 든 봉지들과 함께 진열되어 있다. 

 

 

고온고압의 증기로 커피를 뽑아내는 에스프레소 머신은 본래 매우 비싸다. 커피숍에서 쓰는 것은 몇천만원이나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요새는 싼 기계도 많은데 그 중의 하나는 이탈리아 사람들이 많이 쓴다는 모카포트다. 이것은 가스렌지 위에서 물을 끊이면 그 증기압으로 커피를 추출해 준다. 그게 아니라도 내가 가진 오스너 드 바리스타같은 기계는 10만원대에 살 수 있다.

 

소위 아메리카노라는 것은 미군들이 이탈리아에서 에스프레소가 너무 진하다고 온수를 섞어 마셔서 나온 이름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아메리카노도 기본은 에스프레소인 셈이고 그때문에 대부분의 커피숍은 에스프레소 기계를 늘어놓고 거기서 커피를 뽑아서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해서 나는 에스프레소 맛을 모른다. 집에서 만들어도 그렇고 나가서 먹는 아메리카노도 그렇고 대부분의 경우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나만 그런게 아니라 아내도 결국 에스프레소나 아메리카노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 

 

다만 예외가 하나 있다. 그것은 아포카토다. 나도 그렇지만 아내는 아포카토를 아주 좋아한다. 아포카토는 에스프레소를 끼얹은 아이스크림이다. 뜨거운 에스프레소를 아이스크림에 부으면 아이스크림과 진한 커피맛이 뒤섞여서 좋은 맛이 난다. 아이스크림을 수저로 퍼먹고 나면 잔에는 녹은 아이스크림과 섞인 에스프레소가 남는데 그걸 쩝쩝 거리며 마시는 것도 괜찮다. 매우 고급스런 자판기 커피맛이랄까. 아포카토는 드립커피로는 만들 수 없다. 진한 에스프레소를 써야 한다. 

 

 

아포카토

 

그래서 결국 우리집의 커피는 그저 갈은 원두를 드리퍼에 내린 드립커피다. 나는 많이 쓰이는 칼리타 드리퍼가 아니라 보다 완전한 원통형인 하리오 드리퍼를 쓰는데 신기하게 드리퍼가 다르면 맛도 달라지고 내 입맛에는 하리오 드리퍼가 맞다. 원두 커피의 맛에 영향을 주는 것은 여러가지가 있다. 우선 콩이 중요하고 그다음에는 그걸 어느 정도의 굵기로 갈았는가가 중요하며 드리퍼에 따라서도 맛이 달라지고 커피를 어느 정도까지 추출했는가에도 영향을 많이 받는다. 아 그리고 커피를 내릴 때 쓰는 물의 온도도 중요하다. 보통 90도라고들 하는데 펄펄 끊는 물은 아니다. 그걸 약간 식혀야 하거나 아니면 애초에 전기주전자 중에는 커피 뽑는 물의 온도까지만 끓이는 스위치가 있는 것도 있다. 나는 제니퍼룸이란 곳에서 나온 제품을 쓰는데 이 주전자에는 그런 기능이 있을 뿐만 아니라 드립커피용 주전자를 따로 주기도 한다.

 

 

 

우리집은 보통 두가지 원두를 구비해두고 그걸 다 먹으면 새로 원두를 사는데 우리집의 베스트셀러는 예가체프 커피다. 그리고는 거기에 블루 마운틴이니 문블랜드니 하는 다른 종류를 하나 더 구비해 두는 것이다. 문블랜드는 문재인 대통령이 좋아해서 그렇게 이름이 붙은 블랜드 커피로 콜롬비아, 브라질, 이디오피아, 과테말라커피를 각각 4대 3대 2대 1로 섞은 것이라고 한다. 손님에게 내줬더니 아주 인기가 좋았던 커피였다. 요즘에는 인터넷에서 원두를 사면 싸고 맛이 좋다. 커피숍같은 곳에서 파는 것보다 절반 값에 맛은 더 좋은 수도 있으니 사방에서 잘 보고 사는 쪽이 좋다. 싸고 맛있는 원두를 구하는 것은 커피맛을 살리는 첫번째다. 왜냐면 커피를 너무 많이 추출하면 커피맛이 없어서 그렇다. 그렇다고 비싼 원두를 사서 퍽퍽 쓰다보면 우리집처럼 날마다 커피를 두 차례씩 마시는 입장에서는 돈도 들고 무엇보다 좀 낭비처럼 느껴지게 된다.  

 

이렇게 구한 원두를 우리는 잘 갈아야 한다. 그라인더는 수동도 있고 전동도 있는데 전동그라인더도 얼마하지 않으니 전동을 사는 쪽이 좋다. 우선은 콩을 가는 일이 그렇게 쉽지 않아서 별거 아닌 일로 손잡이를 돌리고 있다보면 귀찮기만 할 뿐더러 수동그라인더는 대개 정밀하지가 않다. 그런데 같은 콩도 콩을 얼마나 잘게 갈았는가에 따라 커피맛이 크게 차이가 난다. 결국 커피란 뜨거운 물이 갈린 콩을 통과하면서 커피성분을 추출하는 것이다. 그러니 물의 온도와 커피 알갱이가 얼마나 큰가가 커피맛을 결정할 수 밖에 없다. 커피 알갱이의 크기가 물이 커피 사이를 통과하는 시간을 결정하기 때문이다. 굵은 가루는 재빨리 물을 통과시키지만 아주 고운 가루에 부은 물은 한참이 걸려서 천천히 아래로 떨어진다.

 

그래서 처음에는 계속 커피를 가는 굵기를 바꿔가며 자기 입맛을 찾아야 한다. 문제는 커피의 굵기만 중요한게 아니라 예를 들어 커피를 얼마나 추출하는가도 중요하기 때문에 그 조합들의 수가 많다는 것이다. 심지어 이 답은 콩에 따라서도 다를 수 있다. 그래서 때로는 언젠가 우연히 뽑았던 그 커피맛이 참좋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그 커피를 다시는 뽑을 수 없다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건 그저 우연히 여러 조합이 맞아 들어가서 나온 맛이었고 나는 그 세부 사항이 기억나지 않기 때문이다. 보통 대부분의 커피숍에서는 드립커피를 팔지 않는다. 왜냐고 물으면 커피숍은 드립커피의 맛을 일정하게 하기가 어려워서 그렇다고 답하는 일이 많다. 내게는 아쉬운 일이다. 드립커피야 말로 맛있는 커피라고 나는 느끼기 때문이다. 

 

이렇게 커피콩을 정하고 그걸 가는 굵기를 정해서 커피를 갈고 나면 이제 그걸 드리퍼에 붓고 커피를 내리면 된다. 내가 커피를 내리는 방법은 이렇다. 우선은 필터종이를 드리퍼에 넣고 커피가루없이 뜨거운 물을 부어준다. 당연히 이 물은 버리는 물이다. 그렇게 하면 필터종이에서 나는 향을 없앨 수 있고 주전자와 드리퍼도 데워줘서 맛을 좋게 한다고 한다. 사실 커피없이 필터를 통과한 물을 마셔보면 그냥 맹물맛이 아니고 종이맛이 난다. 그걸 없애주는 것이 당연하다. 

 

그걸 하고 나면 앞에서 말한대로 90도 정도의 물을 커피가루 위에 붓는데 커피 가루의 가운데에 천천히 조금씩 부어서 물이 필터종이에 이르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신선한 커피가루의 경우 뜨거운 물을 만나면 가스가 나와서 커피가 빵처럼 부풀어 오른다. 그래서 처음에는 이렇게 부풀어 오른 것이 가스가 빠져서 꺼질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필터종이에 물이 닿지 않도록 하는 것은 물이 커피가루를 통과해서 아래로 떨어져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물이 드리퍼의 옆면에 직접 닿으면 표면장력덕분에 그쪽으로 물이 빠르게 빠져나가기 시작한다. 물은 결국 드리퍼의 맨위에서 드리퍼의 옆면을 타고 떨어진다. 이러면 안된다. 하지만 원칙이 그렇다는 것이고 이 부분은 조금만 주의하면 된다. 완벽하지 않다고 커피 맛을 완전히 망치고 그러는 건 아니다. 

 

커피 맛에 영향을 더 많이 주는 것은 커피의 추출양이다. 나는 커피콩 세스푼 정도를 갈아서 250cc내지 200cc 두 잔의 커피를 만든다. 커피를 내리는 주전자에는 그래서 눈금이 있는 것을 써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얼마나 커피를 내렸는지 몰라서 커피를 너무 많이 내리게 된다. 커피의 맛은 첫번째 방울의 맛과 많이 커피를 내린 후의 맛이 정말 다르다. 시험삼아 커피를 많이 내린 커피 찌거기에 물을 부어서 커피를 더 내려서 맛을 보면 정말 맛이 없다. 그러니까 커피 가루가 아깝다고 계속 커피를 내리면 지금 커피 주전자에 떨어지고 있는 커피는 바로 그 맛없는 커피인 것이다. 내가 커피를 내리는 방법은 커피를 100cc보다 조금 더 뽑는 것이다. 그리고 드리퍼를 치워버린다. 이렇게 뽑은 커피는 매우 진하다. 나는 여기에 물을 더 부어서 400cc정도의 커피를 만든다. 사실 더 적게 뽑으면 더 맛이 좋은데 그러면 너무 낭비같아서 이렇게 하고 있다.

 

어떤 사람은 내가 뽑은 커피가 진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으니 사실 커피를 어느 정도 뽑고 거기에 어느 정도 물을 붓는가 하는 것도 취향의 문제다. 아마 커피 가루를 더 굵게 갈아서 먹을 만큼의 커피를 내리고 바로 먹는 것도 좋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내가 시도한 방법중에서는 이렇게 내리는 커피가 제일 괜찮았다. 이게 거의 매일 아침 내가 하는 일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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