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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전주 생활

아들과 전국 여행 1

by 격암(강국진) 2017. 8. 11.

요즘은 고등학생이 된 아들과 전국을 여행하고 있다. 전주에서 출발하여 어머니가 사시는 수원을 거쳐서 임진각을 보고 춘천에 온 참이다. 설악산과 강릉 포항 그리고 경주를 거칠 참인데 하다보니 통영빼고는 알쓸신잡에 나온 도시들을 둘러보는 여행이 되었다. 어제는 외국에서 자란 아이에게 임진각을 보여주고 한반도의 현실을 느끼게 하고 싶었는데 그런 의도가 얼마나 달성되었는지 모르겠다. 



임진각


그래도 여행은 여러가지 뜻밖의 일들이 벌어져서 즐겁다. 어제도 임진각에서 한 여고생에게 화분 선물을 받았고 춘천닭갈비를 먹고 나서야 닭갈비의 진실을 알게 되어서 좋았다. 매운 것을 싫어하던 경호가 춘천 간장닭갈비를 먹어보더니 왜 닭갈비가 닭갈비인지 알겠다며 이건 좋단다. 저녁에 둘이서 새로운 보드게임을 한 것도 좋았고 길을 같이 찾거나 춘천거리를 산책한 것도 좋았다. 어쩌다보니 강원도 쪽은 굉장히 오랜만인데 춘천은 일단 도시가 깨끗하고 정감이 간다. 문화적인 도시라는 느낌이다. 그래봐야 하루저녁의 느낌이지만 말이다. 



춘천 거리 사진 몇장


좋은 일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뜻밖에 비가 와서 의암호 스카이워크는 구경하지 못했다. 비가 올때는 운영하지 않는단다. 뭐 스카이워크 그 자체가 본래 아주 대단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래도 일부러 갔으니 비가 오지 않았으면 그것대로 좋았을 것이다. 나에게는 다리위로 달리는 자전거 도로가 더 인상적이었다. 차에 고생스럽게 두대의 자전거를 실었는데 형편만 괜찮았다면 자전거를 타고 싶었다.  그래도 비오는 춘천거리의 낭만도 큰 장점이어서 불만만 있는 것은 아니다. 비오는 춘천과 수변의 풍경은 정말 사랑하는 사람과 오고 싶은 분위기를 준다. 물안개가 근사하다. 의암호위에 떠있는 카페에서 아내에게 화상통화로 호수를 보여주었던 것은 그런 분위기 탓일 것이었을 것이다. 아들과의 시간도 좋지만 아내와 데이트 하고 싶은 곳이다. 



의암호


이번에 처음으로 에어비앤비에서 방을 잡고 여행중인데 허잡한 모텔같은 곳에 가는 것보다 더 좋은 면이 있다. 일단 싸고 주인과 개인적으로 접촉 할 수 있는 면이 좋다. 지금은 춘심이란 곳에 머무는 참인데 주인가족들이 다 친절하고 소탈해서 훨씬 안심이 되는 느낌이다. 뭐랄까 재래시장에 가는 느낌이랄까. 재래시장의 장점도 결국은 고용인이 이니라 책임지는 주인들과 소통하는 즐거움에 주로 있는거 아니겠는가. 이 비싼 성수기에 고가의 호텔에 갈 것이 아니라면 이렇게 여행하는 쪽이 훨씬 좋은 것같다. 



닭갈비 골목


춘심의 방


아침에 일어나서 방앞에 있는 의자에 앉아 이 글을 쓰고 있다. 고양이가 어슬렁대고 있어서 사진을 찍어두고 싶다. 이제 경호를 깨워서 설악산으로 출발해야 겠다. 그리고 유명한 강릉커피를 맛보고 싶다. 경포대 주변을 돌자고 하면서 자전거를 가져왔는데 날씨때문에 과연 성공할지 잘 모르겠다. 잘 모른다는 것 그것이 또한 즐거움이다. 한국은 아름답고 좋은 곳이다. 이 여행기간동안 이런 생각을 유지할 수 있고 경호에게도 이것을 가르쳐 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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