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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세상보기

전자 제품 매장에서 낡은 한국을 느끼다

by 격암(강국진) 2017. 12. 26.

길을 걷다가 하이마트가 있어서 추위도 잠깐 피할 겸 매장구경도 할까해서 전자제품 매장에 들어갔다. 그리고 매장을 한바퀴 둘러 본 후에 나오면서 나는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그것은 신기한 제품으로 매장이 가득 차 있어서가 아니다. 그것은 내가 매장에서 그다지 진기하게 구경하고 싶은 물건이 없더라는데 그 이유가 있다. 굉장히 오랜동안 나에게 전자 제품 매장은 세상을 바꾸는 물건을 소개하는 곳이었다. 그런데 더이상 그래 보이지가 않는다. 나는 그냥 가게를 휙둘러보고 바깥으로 나왔다. 내가 그나마 시간을 조금 쓴 곳은 라디오와 스피커를 파는 오디오 부분이었다. 


그 이유가 뭘까? 그 가장 큰 이유는 피씨의 시대가 지고 모니터가 보편화되었으며 모든 신기한 기능을 스마트 폰이 다 흡수한 것에 있는 것같다. 계속 새로운 피씨가 나오던 시절에는 새 모델 피씨를 보는 것이 재미있었고 데스크탑 시대가 가고 난 후에는 노트북 컴퓨터를 구경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그리고 나서는 엠피쓰리나 피엠피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던 시절도 있다. 소형화되어가는 프로젝터를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었다. 점점 좋아지는 모니터와 텔레비전은 우리에게 감탄사를 뽑아냈다. 


그런데 그 모든 것이 지나갔다. 많은 신기한 기능들은 대부분 스마트폰에게 흡수당했다. 그리고 그 스마트폰조차 이제 상당히 낡았다. 그래서 가장 최신의 백만원 이상하는 스마트폰을 봐도 그렇게까지 신기하지 않다. 보급형 스마트폰도 일상생활에서 쓰는 기능이 다되고 제일 고급 제품이라도 화면 사이즈가 그정도라면 별 더 신기할 것도 없다. 티비도 그렇다. 물론 티비의 화질은 더 좋아지겠지만 이젠 더 좋아질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다. 즉 변화의 효율이 떨어진다. 


최근에 내가 관심이 있었던 물건들에는 VR기기, 드론, 전기차, 전기 스쿠터, 스틱형 피씨가 있다. 굳이 뽑아보자면 구형 아날로그 라디오나 턴 테이블 같은 복고풍 기기가 오히려 첨단 기기보다 더 흥미를 끌었던 것같기도 하다. 그런데 드론이나 아날로그 라디오나 턴테이블은 몰라도 다른 건 전자매장에서 잘 안판다. 있어도 매장의 중심을 차지 하지 않는다. 별로 돈이 안되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자동차는 말할 것도 없다.  결국 세상을 뒤흔드는 제품이 가장 먼저 나오는 곳이 동네의 전자제품 매장이 아니게 되었다. 그러니 거기에 가도 오랜동안 구경할 것이 없는 것이다.  


어쩌면 문제는 전자제품 매장이 아닐지도 모른다. 흥미를 끄는 물건이 있어도 그것들은 대부분 미제거나 중국제다. 피엠피가 첨단기기였던 시절 한국물건이 세계최첨단이었다. 전기스쿠터가 여기 저기 보이지만 지금 전기 스쿠터를 대량생산하고 있는 곳은 중국이다. 테슬라의 자동차들은 당연하고 LG기술로 만들었다는 쉐보레 볼트도 미국것이다. 한국은 정말 소니가 망한 일본을 쫒아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본만큼 부자도 아니면서 첨단에서 밀린다. 


나는 한국인은 매우 진취적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진취성을 억누르는 것이 있다. 심지어 공산국가인 중국에서보다 그렇다. 예를 들어 한국의 인터넷 상거래가 얼마나 힘든가. 한국에는 겨우 겨우 아이폰이 들어와서 스마트폰 산업이 발달되었고, 리모델링이나 인테리어에 대한 관심이 이케아가 들어온 후 좀 더 커진 것같지만 그뿐이다. 한국에는 중고 거래도 낡아빠진 구식으로 행해지고 아마존 같은 인터넷 회사도 들어오지 않는다. 진취적으로 드론 같은 것으로 첨단 서비스를 시행해 보겠다는 변화에도 뒤지기만 하고 있고 전기차로 가는 미래에도 뒤지기만 하고 있다. 


한국은 시대에 뒤져간다. 재벌회사를 포함하는 기득권들이 자기만 살겠다고 나라를 억누른 결과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들이 만든 정권인 이명박 박근혜 정권이 무슨 짓을 했나. 머리에 떠올려 보자면 한숨만 나올 뿐이다. 이제 좀 숨통이 트여 나라가 앞으로 가는 것같지만 그래도 상처가 너무 깊고 적폐세력은 너무도 뿌리가 깊다. 그 결과는 다른 곳이 아니라 전자매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나라가 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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