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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외교의 핵심은 한국이다.

by 격암(강국진) 2018. 7. 24.

요즘 잘 되어가는 것같았던 북미관계가 지지부진하다는 뉴스가 많다. 그 자세한 이유는 기술적인 것일 수도 있고 따라서 걱정할 것이 없는 것일 수도 있지만 북미 문제는 보편적 차원에서 말하자면 역시 신뢰의 문제다. 즉 북한도 미국을 믿을 수 없고 미국도 북한을 믿을 수가 없다. 


사실 북한의 비핵화의지를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만 북한이 이른바 정상국가가 되고 싶어 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이 핵을 가지는 것보다 더 중요하다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북한이 뭐하러 이러니 저러니 하면서 미국과 수교하고 싶어하겠는가. 북한도 국제 제재에서 벗어나서 경제발전을 하고 싶고 여러 나라와 교역을 하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다. 김정은은 말할 것도 없이 김정일만 해도 남북회담을 하고 비핵화회담을 하면서 북미 수교를 이끌어내고 정상국가가 되고 싶어하는 의지를 보인바 있었다. 


오히려 미국의 입장은 아리송한 데가 있다. 즉 과연 미국이 북한을 정상국가로 만들고 싶어하는지가 의심스럽다. 사실 현 북한의 상황은 북한을 둘러싼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등의 강대국들이 현재의 상황에 별로 불만이 없거나 현재의 상황을 더 선호하기 때문에 유지된 억지 상황이 아닌가. 세계적으로 냉전이 끝난 것도 벌써 30년은 되었는데 북한이 저렇게 사는 것을 순수히 북한 내부 사정만의 문제로 여기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인권이나 군사문제를 이야기하지만 사우디나 이스라엘은 그럼 인권국가이고 군사문제가 없는가. 베트남이나 중국 나아가 쿠바와도 수교하는 미국이 북한과는 수교가 안된다고 하는 것은 상당부분 핑계라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적어도 미국의 현재 정부 즉 트럼프 정부는 비핵화에 대한 댓가로 북한과 거래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것같다. 그러니까 북한도 미국도 거래를 할 강한 의지가 있고 이때문에 싱가폴 북미 정상회담도 이뤄진 것이다. 이것은 북한도 알고 미국도 안다. 그러니까 북한도 미국도 서로가 거래할 마음이 있다는 것을 어느 정도는 믿을 것이다. 게다가 복잡한 국제 관계를 생각했을 때 북미간의 거래가 길어지면 질수록 중국이나 일본등 다른 나라가 끼어들어서 문제가 더 복잡해 진다는 것도 알 것이다. 즉 북미는 빠르게 거래를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 다시 여기서 문제는 신뢰로 돌아간다. 성공적 거래를 하면 이득을 볼 것같은데 배신당할 것이 두렵다. 


이같은 것을 다시 점검하고 생각해 보면 북미 외교의 핵심은 한국이라는 결론이 난다. 미국이라고 뭉뚱그려 말하지만 미국이라고 해도 그것은 미국의 정치가 일 수도 있고 미국의 대중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미국의 정치가를 움직이는 것은 여론이다. 즉 미국의 대중이 북한을 믿을 수 있다고 하면 북미 외교는 성공할 수 있다. 물론 현실을 보면 누구 잘못이든 북한은 미국 대중이 전세계에서 가장 믿지 못하는 나라이지만 말이다. 


그럼 도대체 뭘 해야 미국대중이 북한을 다시 보게 될까? 북한이 비핵화를 단계단계 실천하는 것도 중요하고 미국에 참전병사의 유해를 돌려주는 행위를 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결국 지속적으로 미국 대중이 북한을 다시 보게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오직 하나 뿐이다. 그것은 남과 북이 서로를 신뢰하여 하나되는 드라마를 보여주는 것이다. 이것은 반드시 통일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남북 이산가족 문제나 남북 경협이나 남북 스포츠 단일팀 같은 것들도 그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은 이미 지난 동계올림픽에서 증명된바 있다. 전쟁이 임박했다고 할정도로 나빴던 북미 관계가 정상회담까지 간 것은 결국 올림픽이라는 기회를 통해서 남과 북이 대화하고 교류하는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남북교류는 북한이 할 수 있는 어떤 다른 교류와도 다르다. 북한이 중국이나 러시아와 친밀한 관계를 보인다고 미국대중이 감동받지 않는다. 북한이 일본과 수교를 하는 것은 조금 더 영향력이 있겠지만 그것도 결국 북미관계와 닭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의 싸움이다. 


결국 신뢰의 딜래마를 깰 정도로 북한에게 손을 내밀어 줄 존재는 이 지구상에 남한정부뿐이다. 그것도 이제까지의 보수정부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보수정부는 북한이 지금처럼 위협으로 존재하는 것이 자신의 정치적 입지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그랬기 때문에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진척을 보였던 북미관계가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엉망이 된 것이다. 오직 남한의 민주정부만이 한반도의 위기가 북한뿐만 아니라 남한에게도 손해를 끼치는 일이라는 것을 강하게 인식하고 북한에게 손을 내밀 강력한 의지를 가진다. 그리고 신뢰의 딜레마를 깨기 시작하여 나아가 미국을 포함하는 세계와 북한을 연결해 줄 수 있다. 


정리하면 결국 북한은 남한과 사이좋게 지내야 북미관계를 개선할 힘이 나온다. 이제는 그걸 강력하게 북한도 인식할 필요가 있다. 문재인과 김정은의 두번의 만남이 가지는 힘이 북미 정상회담도 가능하게 했던 것이다. 북한은 북한 나름대로 불만이 있을 수 있지만 그들이 원하는 것을 가지고 싶다면 그들은 남한에게 요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남북간의 관계를 개선하는 것에 더 집중해야 한다. 


남북의 이산가족문제나 철도연결문제나 경협문제같은 것이 진척을 보이고 그걸 남북 정상회담 같은 것을 통해 다시한번 주목하게 만들면 미국의 대중이 왜 북한을 이상한 나라로 보겠는가? 반면에 어떤 형태로든 남북관계에 있어서 큰 진척이 없이 어떤 외교적 잔재주로 미국으로부터 뭔가를 얻어내려고 한다면 그것은 결국 되지 않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결국 미국의 대중은 현 미국정부가 북한에게 속았다고 생각할 것이며 북한은 역시 믿을 수 없는 나라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 여론속에서 북미 관계라는 것이 얼마나 갈 것이며 북한이 정상국가에 도달하는 것이 가능할까? 북미수교라고 해도 그것은 결국 종이에 쓴 약속이다. 미국 대중이 북한을 안믿으면 소용없다. 


미래는 모른다. 문재인 정부 다음번 정부도 민주정부일지 모르고 정권말엽이 되면 또 추진력이 떨어질 것이다. 그러니 빠른 시기에 한반도에 사는 여러 사람들이 바라는 남북한 간의 개방과 협력이 큰 감동을 주는 일이 있기를 바란다. 사람들이 이제 적어도 남한과 북한간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이 친밀해 졌다고 믿게 할 필요가 있다. 그것 없이는 북미 외교는 또 뻔한 문제를 만들다가 좌초할 것이다. 


한국도 북한도 꼭 이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특히 북미외교가 속도가 나지 않을 때는 말이다. 북미관계가 잘 안되는 것을 기다리지 말고 우리끼리 잘 하면 된다. 그러면 북한이 세계에서 정상국가로 통하는 날은 더 빨리 올 것이다. 한반도 평화는 반드시 남북한의 의지만의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남북한의 단결만이 그것을 가져오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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