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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 정말 만나야 할 사람은 누구일까?

by 격암(강국진) 2018. 9. 19.

어제인 9월 18일 문재인 대통령은 수행단 200여명과 함께 북한을 방북했다. 이는 한반도 평화정착에 큰 도움이 되는 일이며 현정부가 이룩한 큰 성과다. 나는 현정부를 지지하는 사람으로서 남북정상회담 보도를 아주 기쁘게 봤다. 하지만 여기에는 한가지 씁쓸하고 의아한 면이 있다. 그것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말할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그게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면 그게 왜 어쩔 수 없는 것인지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은가 생각한다.





그것은 현재의 남북 교류에 있어서 경제나 예술 공연 체육 교류는 강조되고 있는 반면 학술적 교류는 소외되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특히 이공계열의 학문은 더더욱 그런 것같다는 인상에 관한 것이다. 이번 방문단에서 두드러진 것은 국내 재벌 총수들이 간 것이었고 각종 경제협력을 할 단체장이 간 것이었다. 그 이외에도 마술사라던가 지코나 에일리같은 가수도 갔으며 정당대표들도 방북에 따라갔다. 


그런데 거기에 남북한 학술교류를 위한 사람이 있었던가? 사실일지는 모르나 이번 방북에는 단 한명의 이공계 출신 인사도 없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만큼 학술교류에 대한 생각은 없다는 것이고 과학기술인이 가지는 사회적 중요성이 약하다는 것이다. 물론 보이지 않는 것은 학계나 과학기술인만도 아니다. 의료계도 농어민도 학생들도 소상공인들의 교류도 없는 것같다. 


이에 대해서 앞에서 말했듯이 그런 분야는 천천히 하면된다던가 여러가지 현실상 쉬운 것부터 하다보니 현실이 그랬다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에 대해 나는 말하고 싶은 것이다. 그게 현실이라면 우리는 그게 옳은 현실인지 물어야 하지 않을까? 나는 나자신이 이공계열 사람이라고 해서 무슨 비율을 따져서 이공계 인물도 있어야 한다는 뜻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는 이공 학문이 이땅에서 계속 어떤 수동적 존재로 취급되는 것에 머무는 현상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 


반대로 생각해 보자. 우리가 만약 학문을 아주 중요한 것으로 여긴다면 남북교류를 할 때 먼저 학술교류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올 법하다. 학문이란 국제적으로 표준화되어 있는 분야라서 교류의 성과가 비교적 빨리 나올수 있는 분야이기도 하고 학술 공동체의 규모가 커져서 교류가 커질 수록 발달하는 것이 학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당연히 학술분야는 지식인의 분야이다. 학술을 하는 지식인이 사회적으로 중요하다는 의식이 있다면 그들간의 소통은 당연히 중요하다고 여겨질 것이다. 


결국 이번 남북한 교류는 우리 사회가 지금 우리 사회에서 누가 중요하고 누가 어떤 영향력을 펼치는가에 대해서 무슨 생각을 하는가를 보여주는 한가지 기준이 되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솔직히 그리 달갑지 만은 않다. 결국 우리는 거시 경제로 협동하고 대중문화로 유혹하는 것을 교류라고 생각하며 사회적으로 중요한 것은 권력을 가진 정치가들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물론 교류를 추진하는 일에는 여러가지 제약이 따르고 오늘날의 현실이 일조일석에 만들어 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현정부는 누가 진짜 중요한 사람인지에 대해서 깊은 고민을 보여주는 노력이 필요하다. 북한은 우리의 경제적 식민지도 아니고 우리는 북한의 돈지갑도 아니다. 지나치게 경제만 보다가는 교류는 교류가 아니라 수탈이 되거나 사기 당하는 일이 될 수도 있다. 세상에 학문을 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가지 이유는 우리가 그런 1차원적인 수준을 넘어서 사회를 융합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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