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YTN뉴스의 진보와 보수의 유튜브대전 누가 웃을까?라는 코너에 김용민이 나와서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전반적으로 김용민의 분석에 저는 동의했고 예리하고 유익한 말들이었다고 생각했습니다만 유튜브 문제를 너무 사소한 것으로 폄하하고 있다는 느낌은 들었습니다. 그것은 마치 인터넷 초기에 우익들이 인터넷 정치사이트 같은 것들을 무시하던 모습과 닮아있습니다.
어떤 것이든 그것이 유지가능한 형태를 가지게 되면 그것은 무시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즉 생존하고 계속 존재할 힘을 가진 녀석은 힘도 가지게 된다는 것입니다. 김용민이 말한대로 지금의 유튜브 우익증가는 보편적 무대에서 자신들의 정당성을 주장할 수 없게 되자 자기들끼리만 뉴스를 주고 받을 수 있는 공간으로 숨어들어간 측면이 큽니다. 그런데 그 숫자가 어마어마하다는 것은 사소한 일은 아닙니다. 왜냐면 그렇게 되면 그 인기와 조회수를 바탕으로 수익구조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유튜브에 가서 인기동영상 목록을 보면 저는 몇개인가의 극우 동영상이 인기동영상이 되어 있는 것을 봅니다. 김어준이 만드는 다스베이더같은 동영상 보다도 순위가 높더군요.
일베나 태극기부대도 겉으로 보기에는 초라합니다. 게다가 우리의 일상에서 나는 일베라고 자랑스럽게 떠드는 사람은 별로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이명박 박근혜 시대를 거치면서 무시할 수 없는 사회적 영향력을 유지했던 것은 은밀하게 그리고 대놓고 우익이 그들을 지지했기 때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 지지는 때로 현역 정치인이 일베같은 사이트를 칭찬하는 말을 하는 선전의 형태를 띨 때도 있지만 구체적으로 돈의 형태로 들어간 것도 있는 것같습니다.
아무리 재벌이라고 해도 KBS나 MBC같은 방송국을 설립하고 후원하는 일은 간단한 일이 아닙니다.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가니까요. 하지만 일베같은 사이트를 후원하고 유튜브에서 우익들의 주장을 뿌려댈 논객들을 후원하는 일은 이에 비하면 극히 작은 돈입니다. 재벌이 아니라고 해도 구독하고 동영상좀 봐주면 자신들이 좋아하는 극우 논객이 금전적인 이득을 본다는데 그정도는 해주겠다는 사람은 백만도 넘는 것같습니다. 이러면 가짜뉴스를 생산하는 공장들이 살아남고 심지어 번성하는 구조가 생기는 것입니다. 저는 그게 걱정됩니다.
돈은 중요한 것입니다. 어찌보면 한국 개혁세력은 이 돈 때문에 약한 것도 큽니다. 돈을 무시하거나 사소한 것으로 여기는 태도가 있고 부자면 진보를 하면 안되고 진보인데 돈을 많이 벌거나 쓰면 정당하게 버는 것인데도 죄책감을 느껴야 한다는 식의 태도가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가 가난한 사람들의 현실을 고발하는 컨텐츠를 만들어 팔아서 큰 돈을 벌었다고 해봅시다. 아마 많은 진보성 인사들은 이것을 부도덕한 일로 여길지 모릅니다. 그 돈은 어딘가에 기부되어야 하며 그런 컨텐츠를 만든 사람은 그 돈을 써서는 안된다고 할지 모릅니다.
저는 그래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사회적 문제를 연구하고 고민하여 사회에 도움이 되는 컨텐츠를 만들었는데 그에 대한 댓가를 받으면서 죄책감을 느껴야 합니까? 바로 그런 태도가 내가 진보적이고 사회에 이득이 되는 일에 나선다면 나는 평생 고생만해야 한다라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는 거 아닐까요?
공익을 위해 금전적 이익을 도외시하고 나서는 것은 아름다운 것입니다. 그것은 칭찬받아 마땅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 진보를 자처하고 지지하려면 무슨 도사나 고행하는 종교인처럼 무소유를 외치며 힘들게 살아야 하며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위선이고 심지어 나쁜 짓이라는 주장은 파기해야 합니다. 그건 진보에 대한 잘못된 견해입니다.
요즘의 미디어 트렌드를 보면 유튜브같은 방송은 무섭게 성장할 것같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공중파방송, 종합편성방송국들이 시대에 뒤져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는 영향력을 늘려가지만 뉴스는 없습니다. 그런데 종편은 이도 저도 아니라서 분쟁에 휘말립니다. 뉴스를 잘 못하면 욕을 먹고 드라마나 예능을 잘 못만들어도 욕을 먹습니다. 이런 저런 제약을 너무 많이 걸다보니 물에 물탄듯 하거나 구태의연한 컨텐츠를 만들게 되는 일이 많아서 시대에 뒤져 갑니다. 젊은 사람들 중에는 시간맞춰서 티비 앞에 앉아서 공중파 방송을 보는 사람이 점점 줄어갑니다.
이런 시기에 유튜브 공간이 우익이 넘치는 곳이 되어간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입니다. 어쩌면 그것은 부분적으로 진보성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들이 라디오 같은 포맷에 지나치게 익숙해 졌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뭔가 새로운 것이 더해져야 하는 것은 아닐까요? 팟캐스트 시절 나꼼수라는 인기 방송이 나왔듯 이제 동영상 시절에 걸맞는 좋은 시사평론 유튜브 방송이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나꼼수 방송이 사소한 것이 아니었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의 중요성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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