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백종원의 골목식당이 인기 절정이다. 나도 요즘에는 아이들과 함께 찾아보고 있다. 그런데 지난번 포방터 시장편에서 부터 골목식당은 지역상권 재활프로그램에서 인간 재활 프로그램으로 바뀌어 시청률이 올라가는 것같더니 이번 청파동편부터는 아예 완전히 인간 재활 프로그램으로 내용이 바뀐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인터넷에서는 골목식당을 이젠 뒷목식당으로 부른다. 워낙 뒷목잡게 만드는 사람들이 나온다고 해서다. 기사의 댓글에는 사람들이 이런 사람들 장사잘되는거 해주지 말라고 분노를 쏟아내고 있고 막연히 어려운 사업자정도 인식되던 자영업자들에 대한 인식도 바뀌고 있다. 현실이 이런데 자영업자들 망하는 것이 최저임금제때문이라고 할 수 있냐던가 저런 자영업자들은 응당 망해야 하지 않는가 하는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골목식당을 보면서 새삼 다시 한번 느끼는 것은 한국 사람들은 참 가게 쉽게 연다는 거였다. 경험도 실력도 준비도 없는 데 가게부터 연다. 그런 것은 장사를 하면서 손님상대로 실험을 하고 늘려갈 수 있다는 식의 의식이 팽배하다. 청파동편만 봐도 사람들을 분노하게 하는 고로케집과 피자집 주인들은 저런 준비를 가지고 돈받고 음식을 이미 팔고 있었다는 것이 황당할 정도다. 엄청 비싼 가격으로 꽈배기를 팔고 있는 고로케집 주인도 그렇고 먹으면 배탈날 것같은 피자를 만들어 파는 피자집 주인도 그렇다. 저런 사람들은 가게를 여는게 아니라 집에서 요리 연습이나 하고 있어야 할 것같다. 가게를 열고 나서 꽈배기 만드는 것을 연습하는 사장도 있고 소면도 제대로 못삶으면서 돈받고 음식을 팔겠다는 사장도 있다. 그들은 백종원이 시키는 것을 잘 따라하지도 않지만 사실 애초에 그런 정도의 준비는 장사하기 전에 했어야 할거라는 것 투성이다.
서툰 장사꾼에 대해서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흥분하는 것은 이것이 단순히 누군가의 서툼에 대한 것이 아니라 양심과 윤리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이것은 불특정 다수를 향한 민폐다. 이런 것을 사소하게 생각하면 세상이 매우 살기 힘들어 진다. 그러니까 공공장소에 쓰레기 버리고 공공장소에서 험악한 분위기 연출하거나 소음을 내고 공원이나 강변같은 대중을 위한 장소를 더럽히는 행위나 서툰 장사꾼은 같은 차원에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걸 윤리적으로 사소하게 생각하는 나라가 바로 후진국이고 후진국과 선진국의 생활의 질의 차이는 상당 부분이 그런 곳에서 나온다.
내가 음식 한그릇을 주문받고 판다는 것도 일종의 계약이다. 짜장면을 주기로 하고 돈을 받았으면 짜장면을 내줘야 하는 것이 음식점 주인의 의무인 것이다. 그걸 못하면 그건 사기다. 준비가 안된 상태로 장사를 하면서 음식이 맛이 없으면 안오면 되지 않는가, 우리 가게를 선택한 것은 당신이고 내가 어떻게 장사를 하건 상관하지 말라고 생각할 일이 아니다. 그런데 고로케집 사장도 피자집 사장도 자신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것에 대해서 손님에게 미안한 느낌이 없다. 그래서 그들이 방송에서 쉽게 보여주는 웃음이 나는 얄밉기만 하다. 그게 지금 그렇게 피식 피식 웃으며 할 일일까?
방송에 나온 고로케집이나 피자집은 하나의 공통된 특징이 있다. 가게 음식의 수준과는 걸맞지 않게 터무니 없이 인테리어가 좋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 돈이 있다면 그냥 집에서 음식연습이나 더하고 가게를 시작했으면 좋았을텐데 말이다. 멋진 실내 장식에 와인잔까지 걸려 있는 가게를 보면 그 가게에서 팔고 있는 것이 시장 한구석에서 종종 파는 꽈배기 튀김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다. 피자집 주인은 뭘 만들던 전세계 각지의 레시피 이름을 나열하면서 뭔가 귀한 음식을 주는 것처럼 말한다. 그리고 물론 두 집다 음식이 싸지 않다.
그런데 결과물은 형편없다. 그럴듯한 인테리어로 손님을 끌어서는 물건을 팔고 상품에 실망한 그 손님이 오늘은 재수가 없었다고 나가면 다른 손님을 또 그 인테리어나 이름으로 끌어들인다. 그러다가 일이 잘 안되면 장사를 접어버릴 것이다. 그러면서 그들이 파는 물건의 가격은 고생하면서 열심히 실력을 닦은 사람들보다도 더 비싸다. 이게 사기가 아니면 뭔가.
그 결과가 크건 작건 사기를 당한 사람은 기분이 아주 나쁜 법이다. 대형범죄만 나쁜 게 아니다. 불친절한 가게 하나 말도 안되는 음식하나가 한 사람의 하루를 다 망치기는 아주 쉽다. 앞에서 말했듯이 불특정 다수를 향해 하는 나쁜 행위는 그것들이 작은 것이라도 마치 공공장소에서 사방에 지속적으로 쓰레기를 버리는 것과같은 행위가 되고 만다.
나는 이런 사람들이 장사를 준비하고 있는게 아니라 이미 장사를 하고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에 작은 충격을 받았다. 사회적으로 그런 일을 하면 큰 잘못이라는 공감대가 없고 지역공동체가 없이 그저 누구나 뜨내기인 사회에서는 윤리적 기준이 추락한다. 그게 지금 우리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 아닐까? 예를 들어 어느 지역의 모든 사람들이 친인척인 집성촌이 있다고 해보자. 그 곳에 낯선 사람이 들어가서 상식바깥의 도너스를 팔 수 있을까? 앞에서 말했듯이 그런 건 사기다. 그런데 사기를 당한 사람이 주변에 알리면 모두가 친인척인데 그런 사기를 그냥 두고 보지 않을 것이고 그런 가게는 문을 닫으라는 압력이 들어올 것이다. 예를 들어 그런 가게가 입주한 건물주를 통해서 압력이 들어 올 것이다. 그 장사를 하고 있는 사람이 그 동네 사람이라면 그 장사꾼의 부모형제가 와서 친인척들에게 민폐끼치지 말라고 꾸짖고 사과하고 다녔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을 보면 능력만 되면 무조건 쉽게 쉽게 가게를 열려고 하는 일이 그다지 윤리적 저항을 받지 않는 것같다. 거의 나의 권리인데 상관하지 말라고까지 여겨지는 분위기다. 지난 번 포방터 시장에서는 돈가스집이 소개되었다. 그 돈가스 집 사장과 민폐를 끼치는 가게들의 사장들을 같이 떠올리면 한국이 이래도 되겠는가 싶다. 돈가스집 사장은 오랜 경력과 노력으로 굉장히 음식이 맛이 좋고 서비스가 좋으며 가격이 싼데도 골목식당같은 곳이 소개해 주지 않으면 문을 닫아야 할 것같은 분위기였다. 왜 더 비싸게 안파냐는 말에 제 수준은 이정도라고 겸손하기 까지 하다. 그런데 고로케집이나 피자집 사장같은 사람들도 대박을 꿈꾼다. 한국이 정말 이래도 되는 걸까? 이건 열심히 노력하는 사람의 피땀을 무시하는 행위가 아닌가. 지금도 열심히 장사를 잘하려고 노력하는 많은 자영업자들에게도 민폐를 끼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방송이란 어떤 것도 모든 것을 보여줄 수는 없는 법이다. 그래서 나는 나름의 희망을 가지고 세상을 보려고 한다. 하지만 골목식당에 나오는 사람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걱정이 된다. 세상에 저런 사람들이 많다면, 세상이 저런 사람들을 쉽게 받아준다면 정말 그런 사회는 살기가 만만치 않을 것같기 때문이다. 아무쪼록 골목식당에서의 난리법석도 잘 수습되었으면 한다. 뒷목식당이니 발암방송이니 하는 소리가 그만 나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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