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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생활에 대하여

늘어나는 시간, 줄어드는 시간

by 격암(강국진) 2019. 1. 16.

19.1.16

사람이란 누구나 24시간을 산다. 어떤 사람은 자신이 놀고 있다고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자신이 열심히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따지고 보면 결국 인간의 하루란 그저 24시간인 것이다. 직장에서 땀흘려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자신이 일한 시간에 대해 자부심을 가지는 것은 물론 나쁜 일이 아니다. 그러나 그 자부심은 진실의 한 쪽면만 보고 있는 것일 수 있다.  

 

직장일을 열심히 한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가족과 보낸 시간이 없다거나 자기 자신과 대화를 할 시간이 없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자정이 넘어서 퇴근해서는 또 새벽같이 출근하는 삶을 보내는 샐러리맨은 자기만큼 열심히 사는 사람이 없다면서 자부심을 느낄지 모르지만 알고 보면 주어진 시간에 뭔가를 채워넣은 만큼 다른 뭔가가 그 시간에서 빠져나간 것인데 첫째로 그것을 보지 못했고 둘째로 빠져나간 그것이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시간을 한번 비워 본다. 그러면 우리는 그 시간에 뭘 할까? 어머니가 넌 한가하다면서라고 물으며 벽에 못을 좀 박아달라고 부탁할지 모른다. 아이는 비가 오니 차를 좀 태워달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 비어진 시간을 당신은 동네의 거리를 걸으며 여기는 이런 가게가 있었군, 여기는 이런 놀이터가 있었군하면서 걷는다거나 캔맥주를 마시며 쓰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것이 물론 그다지 가치없는 일일 수 있으며 그런 시간을  우리가 채우고 싶은 다른 것으로 채우는 것도 우리의 선택이다. 다만 나는 묻고 싶다. 우리는 정말 우리가 선택한대로 시간을 채우고 있는가?

 

사실은 그런 사람은 정말 드물다. 거기에는 두가지 이유가 있는데 하나는 우리가 가볍게 살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유롭지 않다. 우리는 자꾸 온갖 것을 약속하고 스스로를 속박에 빠뜨린다. 그래서 마치 로또를 맞아서 엄청난 돈이 생긴 사람이 그 돈을 순식간에 다 써버리듯 시간이 참 많은 것같았는데 이런 저런 제약과 약속에 그 시간들을 던져 버리고 나면 그 시간이 전부 어디론가 가버린다. 우리는 온갖 것에 속박을 받고, 어느새 아침부터 저녁까지 개처럼 헉헉거리면서 다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살면 10년도 금방이고 30년도 금방이다. 지나간 시간을 아쉬워만 할 필요는 없겠지만 때로 멈춰서 뒤를 돌아보면 우리는 충격을 받게 된다. 그 많던 시간을 나는 도대체 뭐에 다쓰고 살았던 것일까? 뭐가 그렇게 대단한 일이 있었다고 말이다. 만약 신이 우리에게 선물로 수명을 줬다고 한다면 죽고 나면 신이 물어볼지도 모른다. 넌 도대체 내 선물을 뭐에 쓴거냐고 말이다. 당신은 자신있게 답할 수 있을 것같은가?

 

또 다른 이유는 우리가 일상에 빠지면서 우리의 시야가 좁아지기 때문이다. 즉 다른 일이 존재하고, 다른 일도 기쁨이 있으며, 중요한 것이라는 감각이 사라지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람은 직장에 다녀야 하고 월급으로 얼마를 받던 직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시간이 가치 있는 시간이다라는 이데올로기가 너무 강하다. 여기에 중독되면 직장에서 하는 행위 이외의 것은 노는 것이 된다. 그런 사람은 자기는 사무실 나가서 잡담하고 몇글자 끄적이고 끝나고 술을 마신 것이 전부라도 자신이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한다. 하루종일 일은 제자리를 맴돌았지만 자신은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그것이 직장속의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반대로 하루종일 애를 보면서 빨래하고 청소하고 양가의 부모들일을 챙기며 밥까지 하는 아내를 보고 퇴근하고 돌아와서는 하루 종일 놀았다고 말하는 것이다. 

 

나도 벌써 반백년의 시간을 써버렸다. 나머지 시간은 어떻게 뭘로 채우게 될지 모르겠다. 헛되이 시간을 쓴다는 것이 뭔지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지만 헛되이 시간을 채우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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