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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전쟁과 손혜원 사건

by 격암(강국진) 2019. 1. 21.

요즘 연일 손혜원 사건이 시끄럽다. 어떤 사람들은 이 사건의 진실이 무엇이냐에 관심이 있을 지도 모르지만 내 입장에서 보면 이 사건의 진실은 이미 들어나 있다. 다만 어떤 사람들이 진실을 진실이라고 여기지 않고 자꾸 세부사항에 빠져들 뿐이다. 나는 오히려 이 문제를 언론의 문제로 보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이 일이 하루 이틀 사이에 조용해 지지 않는다면 온라인과 오프라인 매체들은 다시 한번 크게 나뉘어 전쟁을 벌이게 될지도 모른다. 일단 일이 그렇게 되면 그 여파는 아주 커질 것이다. 


손혜원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가? 나는 먼저 이 점을 분명히 해야 겠다. 왜냐면 진실이 이미 들어나 있다는 말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어떤 사건도 어떤 의미에서는 영원히 진실은 들어나지 않는다. 대량학살을 한 전두환이나 징기스칸도 나름의 정의를 주장할 수 밖에 없는 것이 진실이고 제 아무리 깨끗하고 훌룡하신 분도 인간이라면 비판할 수 있거나 동의할 수 없는 부분 혹은 의심스럽지만 진실을 알 수 없는 부분이 하나도 없을 수는 없다. 문제는 그걸 바라보는 틀에 있다. 내가 진실이 들어나 있다고 말할 때 나는 그것을 어떤 틀에서, 어떤 스케일에서 말하고 있는 것일까?


내가 말하는 틀이란 투자의 틀이다. 다시 말해 과연 손혜원은 이런 식으로 큰 돈을 벌 수 있는가 하는 것이며 정황으로 볼 때 만약 벌 수 있다면 그것은 비윤리적인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 답은 모두 부정적이다. 사실 목포 사람들은 서울 사람들이 손혜원처럼 건물을 사주고 조카가 상주하게 해주기를 원할 것이다. 이런 걸 투기라고 한다면 이건 마치 동네 햄버거 집에 가서 햄버거를 사먹었더니 햄버거 사재기 의혹이 있다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다. 지금 언론에서 떠드는 이야기는 한국에서 재태크를 하는 방식으로는 아주 기괴한 것이다. 목포는 어떤 의미에서 죽어가는 지방의 소도시다. 강남의 건물 한채값이면 목포땅을 얼마나 살 수 있을까? 강남의 아파트 한채가 50억씩 하기도 하는데 그 돈으로 손혜원이 샀다는 그 건물들을 산다면 몇채나 살 수 있을까. 



창성장이 있다는 골목의 모습. 이런 곳의 건물 몇채를 사는게 투기일까?



언론이 몇채가 어떠니 뭐니 해서 그럴싸하게 들릴 뿐 금액으로 환산해서 생각하면 이게 투기건 투자건 나라를 뒤흔들 규모가 아니다. 물론 손혜원이 해명하듯이 그것들이 다 자기 명의로 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솔직히 나는 이 사건이 터졌을 때 노무현의 아방궁생각이 많이 났다. 언론들은 노무현이 퇴임후 머물 사저를 보도할 때 고의적으로 그 평수를 말하는 일이 많았다. 크고 넓은 아방궁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부산도 대구도 아니고 정말 소도시도 안되는 봉화같은 시골에서 평수따져서 그걸 아방궁으로 말하는 것이 말이 될까? 시골에서 10억원어치 땅을 매입하면 그 땅이 얼마나 넓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거의 공원수준으로 크다. 서울에서는 허름한 아파트 한채 값밖에 안되지만 말이다. 서울에 있는 박근혜 집이나 이명박이 준비하다가 어그러진 퇴임후 사저는 모두 수십억의 가치는 있는데 그건 아방궁이 아니고 시골집이 아방궁이라는게 말이되는가. 


우리는 물론 손혜원의 행동에 대해서 여러가지를 따질 수 있고 그걸 계속 따지다보면 우리를 실망시킬 면도 발견할 것이다. 따지면 돈을 벌기 위해서 했다는 증거도 나올지 모른다. 하지만 지방에 이런 식으로 이정도 땅사서 부자 못된다. 돈을 번다고 해도 그게 죄는 아니고 목포에 무슨 큰 개발사업이 진행중인데 그 정보를 빼내서 투기한 것도 아니다. 지방에 땅산 것이 투기가 되려면 이정도가 아니라 훨씬 더 거대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이명박 일가의 땅이 얼마나 넓은가. 투기란 그런게 진짜 투기다. 전재산이 50억대인 손혜원이 지방에 건물산 것은 크게 보도하지만 과연 우리나라 정치권이나 재계 내부에서 이런걸 투기로 볼까? 이런 걸 보도하려면 차라리 아들 딸에게 아파트 사준 정치인 찾는게 더 중요하겠다. 


내게 있어서 실망스러웠던 것은 손혜원 사건이 터져 나왔다는 것 자체가 아니다. 누구나 그렇듯 언론도 실수를 한다. 오해를 할 수도 있다. 나는 조선일보를 싫어하지만 사실 조선일보도 틀린 뉴스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실망한 것은 일단 사건이 터져나왔을 때 이 사건에서 공중파방송들이 고집을 부리려는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이런 보도는 한 사람의 인생을 망칠 수 있다. 그런데 반성도 없고 적어도 상호간에 비판도 없다. 그냥 바보같은 소리나 하거나 침묵할 뿐이다. 손혜원은 여당의원이니까 그렇다. 예를 들어 그들이 감히 나경원같은 집안의 투기 의혹을 이렇게 시끄럽게 방송할까? 


내가 보기엔 이걸 제대로 따지는 곳은 뉴스공장정도가 유일하고 아니면 나머지는 팟캐스트같은 매체다. 공중파 방송들이나 오프라인 신문들은 침묵하거나 동조하고 있다. 이건 전형적으로 동업자 심리이며 국민이 받는 고통과 손해는 무시하는 행위다. 


이 동업자 심리에서 벗어나는 곳은 앞에서도 말했듯이 뉴스공장정도를 제외하면 온라인 매체들이다. 그러므로 이렇게 계속 손혜원 공격하기가 지속되다가 그 모순이 폭발하면 온라인 매체들은 더욱 가열차게 일어나서 기성 언론의 한심함을 공격할 것이다.  손혜원이 이름을 걸치고 있는 곳은 빙상연맹에 대한 비판분야도 있어서 과연 누가 손혜원을 죽이려고 하는가가 진실공방의 핵심이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이 사건은 진보대 보수의 싸움이고 온라인 매체와 오프라인 매체의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 기성 언론들은 아직도 세상바뀐 것을 모르고 자만하고 있다. 자신의 실수쯤은 뭉게고 넘어갈 수 있다는 태도다. 하지만 이미 어떤 사람에게는 공중파 뉴스가 유튜브나 팟캐스트 뉴스보다도 못한 지경이 되어 있으며 내가 저 위에 당장 사진을 올리듯이 정보가 온라인을 타고 흐른다는 것을 그들은 무시하고 있다. 원하면 누구나 당장 스트리트뷰로 손혜원 조카 카페가 어떤 곳에 있는지 눈으로 볼 수 있다. 


기성언론들도 잘못만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의 현실에서 기성언론들은 열개중의 하나만 잘못을 해도 쓰레기 취급을 받는다. 반대로 팟캐스트나 유튜브 방송은 자잘한 잘못이 있어도 하나만 대박방송을 하면 크게 칭찬을 받는다. 그것이 한가지 이유때문은 아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기성언론들은 돈줄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1억들여 만든 프로그램이 백만원들여서 만든 프로그램과 비슷하거나 못하다면 욕을 먹지 않을 수 없다. 연봉이 억대인 사람들이 방송국에 모여서 쓰레기 같은 걸 만들고 있으면 사람들이 욕을 안할 수가 없다. 


기성언론은 이 상황을 심각하게 여겨야 한다. 그들은 유튜버나 팟캐스트를 하는 사람들을 우습게 여기고 있는데 세상은 그런 상황이 아니다. 미디어 환경이 바뀌었으니 전처럼 행동해서는 안되는데 그 변화를 자각하지 못한 언론사들이 문제다. 그들은 쓸모없어졌는데도 자신의 자리를 자각하지 못한 낡은 기득권처럼 행동하고 있으며 그 모순은 손혜원 사건같은 것을 시작으로 폭발할 수 있다. 정유라-최순실이 대통령도 끌어내리고 광화문을 촛불로 채운 것을 기억하라. 작아보이는 일도 아주 커질 수 있다. 이렇게 작은 일도 엄청난 언론 개혁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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