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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유학 이야기

by 격암(강국진) 2019. 6. 28.

나는 두 아이의 아버지다. 큰 아이는 재수끝에 일본 교토대학에 합격해서 유학중이고 둘째 아이도 고3인데 일본 유학을 목표로 공부를 하고 있다. 이런 이야기도 장래 진로때문에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까하여 오늘은 일본유학이라는 진로에 대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사실 우리 아이들이 일본유학으로 진로가 정해진 것은 어느 정도 자연스런 일이다. 둘다 5년전까지는 일본에서 살았고 따라서 그들에게는 초등학교 중학교를 나온 일본이 고향처럼 느껴지며 일본어에 능통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올 무렵부터 일본유학을 결정해 놓고 돌아오거나 내가 처음부터 그걸 추천하고 격려한 것은 아니었다. 무엇보다 큰 아이가 스스로 일본유학 코스에 대한 정보를 얻어 와서 그 시험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아이가 원하는 일이었던 셈이다. 


게다가 나도 일본 유학이 몇가지 이유로 특히 우리 아이들에게는 적합하다고 생각했는데 첫째로 어릴 때부터 외국에서 큰 우리 아이들이 한국입시 체제 하에서 좋은 대학에 갈 수 없었기 때문이고 둘째로 우리 아이들은 일본어에 능통하고 일본살기에 익숙하기 때문이며 세째로 일본유학을 선택했을 경우 한국에서 보다 더 좋은 교육을 상대적으로 작은 학비로 받을 수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나는 대학에 꼭 가야한다고는 믿지 않는다. 그러나 이 말이 꼭 대학에 갈필요 없다거나 대학공부를 어디서 해도 좋다는 말은 아니다. 대학졸업증은 여전히 운전면허증같이 내가 써먹을 수 있는 증명서고 비용문제와 시간문제가 없다면 대학의 시간은 내가 앞으로 뭘 할지를 생각하면서 보낼 수 있는 시간이기도 하다. 진로의 문제는 사람마다 자기에게 주어진 상황에 맞춰야 하는 일이다. 일반론적으로 말했을 때 가장 바람직하지 않은 경우는 그다지 성적이 좋지 않은 학생이 별다른 목적의식없이 과를 선택하고 그다지 좋지 않은 대학에 들어가서는 아무 생각없이 많은 돈을 쓰면서 대학에 다니는 것일 것이다. 


문제는 정도의 문제지만 거의 누구나 이 경우에 빠져들기 쉽다는 것이다. 성적은 아무리 좋아도 더 좋아야 할 것같다. 누구나 중학교나 초등학교때부터 나의 일생의 일은 이것이다라고 확신하면서 살기를 바란다. 하지만 사실 고등학교를 졸업하면서 자기 인생에 대해서 확신을 가지고 사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러니까 마음에 차지 않는 대학의 마음에 차지 않는 학과에 들어가서 공부하기 쉬운데 돈은 참 많이 든다. 그래서 집안이 넉넉하지 않은 경우에는 대학 졸업과 동시에 빚을 많이 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다. 


나는 우리 아이들이 이 함정에 빠지게 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일본 유학이라는 진로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일본 유학은 일본 생활을 그리워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동기부여가 좀 더 크게 되는 일이고 뻔한 진로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처럼 보였다. 다시 말해서 남과 차별성도 없이 시간과 돈만 쓰는 대학생활을 하는 것보다는 일본 유학이 괜찮아 보였다는 것이다. 


게다가 일본이 가깝다는 것도 큰 역할을 했다. 미국 유학이라면 좀 더 용기가 필요했을 것이다. 부산에서 오사카까지의 비행기표는 비수기 평일에는 10만원이 안 할 때도 있다. 제주도가는 것보다 비행기표가 싸다. 가깝고 싸서 자주 오고갈 수 있으며 일본은 우리 아이들에게는 익숙한 곳이니 혼자 보낼 수 있겠다는 생각이 좀 더 쉽게 들었다. 


앞에서 말했듯이 한국에서 진학하는 것보다는 일본유학쪽이 더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다. 물론 가서 외국인으로서 공부하는데 겪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므로 그 부분도 고민은 해야하지만 말이다. 일본 유학을 결심해도 누구나 일본 명문대에 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어에 능통하다는 것을 전제로 말하면 내가 보기엔 일본유학시험이 한국 입시보다 훨씬 쉽다. 이미 일본으로 유학을 간 큰 아이의 경우를 예로 들면 본인이 유학이라는 목표를 위해 열심히 한 것도 있겠지만 교토대에 합격했다. 교토대학은 서울대나 카이스트보다도 세계적으로 더 높은 평가를 받는 명문대다.  큰 아이가 한국에서 공부해서 열심히 한다고 해도 겨우 소위 인서울 하는 대학정도에 가는 수준이었을거라는 것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추가 유학으로 기울었다. 


일본 유학시험은 통상 EJU 시험점수와 토플영어점수로 이뤄진다. EJU 시험은 800점 만점에 400점이 일본어, 200점이 수학 그리고 나머지 200점이 과학 두과목으로 이뤄져 있으며 사람들은 통상 물리 화학을 선택하지만 우리 아이의 경우에는 생물화학을 선택했다. 이 점수 배정을 보면 결국 일본어를 잘하고 수학을 좀 잘하면 전체 점수의 3/4에서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다. 게다가 공부해야 하는 과목의 수가 작다. 그러니까 애초에 일본에서 살다가 온 우리 아이같은 경우에는 유리한 시험이었다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바람직한 선택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그래서 학과를 보지 않고 일본의 명문대에 가겠다는 식으로 유학공부를 하면 생각보다 훨씬 쉽게 와세대 대학같은 명문대에 갈 수 있다. 첫째로 앞에서 말한대로 시험과목수가 작기 때문이고 둘째로 과에 따라서 커트라인이 차이가 많이 나기 때문이다. 이과계열은 더 어렵고 문과계열은 더 쉽다는 것이 내 전체적인 인상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대학이름보다 전공이 더 중요한 시대니까 이런 식의 유학이 그렇게 바람직하지는 않다. 


비용은 어떨까? 물론 장학금도 없이 사립대학에 가면 학비가 많이 든다. 하지만 공립에 가면 학비가 훨씬 싸다. 교토대학의 경우에는 일년학비가 5백만원대에 불과하니 한국의 대학보다 학비가 더 싸다. 그것도 전체 학생의 절반정도는 집안사정이야기를 하면 절반정도 감면을 받을수 있다고 한다. 또 EJU시험에서 일본어를 잘보거나 전체성적이 좋으면 장학금을 받을 수도 있다. 장학금을 누구나 받는다고는 하기 어렵지만 이런 장학금은 1-2%의 학생만 받는 장학금은 아니고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1년 장학금을 받으며 상위 1-2%에 들면 4년간 장학금을 받을 수도 있는데 그걸로 등록금은 충분히 낼 수 있다. 또 이 이외에도 장학금은 더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생활비의 경우 교토에서는 월 40만원정도면 꽤 좋은 원룸을 구할 수 있었다. 도쿄는 더 비쌀 수도 있는데 방은 구하기에 따라 더 싼 방도 있을 수 있다. 그리고 본래 일본은 알바를 하는 사람이 많아서 어느 정도는 알바로 생활비를 충당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진로인데 이건 누구도 확언할 수 없고 우리도 아직 결과를 본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내가 들은 바로는 해외에서 공부하는 것이 외롭고 어려 울 수는 있어도 대학졸업후 취업자리는 한국에 비해 많다고 한다. 다만 아무래도 외국에서 계속 사는 것이 그렇게 아름답고 좋은 이야기일 수만은 없을 것이다. 끈끈한 인간관계를 좋아하는 한국 사람에 비해 일본인들은 관계가 냉정한 경우가 많다고 하는데 사실 외국인으로 외국에서 살아가는 것이 어떻게 쉬울 수 만 있을 까. 


만약 일본유학에 진심으로 관심이 있다면 정보를 얻어야 하는데 일본 유학전문학원은 좋은 출발점이고 찾아보면 일본유학 전문학원은 쉽게 찾을 수 있다. 한국과 일본의 교육체계의 차이가 있고 정보를 얻는 측면이 있어서 유학학원은 적어도 처음에는 다니는게 바람직하다. 일본 대학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으며 자습실 같은 것을 사용할 수도 있고 소속이 있다는 것이 마음을 잡아 주는 효과도 있을 것이다. 대학교 원서를 쓸 때 도움을 받을 수 있기도 하다. 학원은 공부이상으로 정보와 서비스쪽에 더 큰 의미가 있는 느낌이므로 학원을 고를 때는 그쪽으로도 관심을 줘야 할 것이다. 


우리 아이들 같은 경우에는 학기 중에는 전주에서 서울까지 주말마다 버스로 올라가서 학원을 다녔고 방학때는 서울지역에서 학원을 다녔다. 학원비는 과목마다 몇십만원 수준인데 영어를 포함해서 수학, 일본어, 과학 두과목까지 모두 들으면 엄청난 액수가 된다. 아마 한달에 3백만원에 육박할 것이다. 하지만 영어는 그저 토플 영어 공부니까 반드시 일본 유학 학원에서 듣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몇달은 돈을 투자해서 학원공부를 하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내가 보기엔 어느 정도 정보를 듣고 교재를 습득한 후에는 혼자서 교재를 풀어도 큰 문제가 없는 것같다. 우리 큰 아이의 경우에는 영어와 일본어를 듣지 않았고 나중에는 수학과 생물도 안 들어서 화학만 수업을 들었기 때문에 그렇게 큰 비용이 들지는 않았다. 


일본은 원서를 두번 받는다. 6월 EJU를 보고 8월쯤에 원서를 받고 11월 EJU를 보고 1월쯤에 원서를 또 받는다. 일본은 대학도 많고 입시요강도 대학마다 다양해서 위에서 말한 학원같은 곳에서 내가 어느 정도의 대학을 노려볼 수 있는지 상담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대학의 수준마다 다르지만 대학은 1차 서류전형을 통과하면 2차면접을 봐야 하는데 걱정은 아주 많았지만 우리가 경험한 바로는 그렇게 대단한 질문은 없었다고 한다. 중요한 포인트는 일본어 소통이 되는가 하는 점인 것같았다. 큰 아이의 경우에는 와세다, 츠쿠바, 교토를 쳤는데 6월에 와세대에 합격했었고 합격증을 받아 놓은 후에 다른 대학을 11월 시험보고 다시 응시했다. 면접시험을 위해서는 일본에 가는 것이 기본이지만 대학에 따라서는 한국에서 면접을 보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그러나 대학에 따라서는 합격발표를 보기 위해서도 일본에 가야 하는 경우도 있고 외국인에 대한 배려가 별로 없는 대학도 많다. 예를 들어 일본 우표를 동봉하라고 하는 식으로 주문하면 일본 우표를 어디서 구하겠으며 인터넷 뱅킹으로 입금을 안받는다고 하면 어떻게 돈을 내겠는가? 


이런 것때문에라도 유학은 정보가 중요하다. 일본 대학 입시에 대한 정보는 디씨인사이드의 외국대학갤러리에 가면 그때그때 최신 정보가 올라 온다. 하지만 거기서 이런 저런 정보를 과장되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가려서 들어야 할 말이 아주 많아서 참조만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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