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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가 원하는 것

by 격암(강국진) 2019. 7. 5.

요즘 한일간의 분위기가 좋지 않습니다. 얼마전에 일본의 아베정권에서 한국에 무역보복을 하겠다고 발표했기 때문이죠. 이때문에 일본산 물건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인다던가 일본 국적을 가진 연예인들을 비난하는 사람들도 나왔다고 합니다. 또 일본으로 여행가지 말자고 하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지요. 오늘은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JTBC에 나와서 일본 무역 보복에 대한 정부의 대책에 대해서 설명하는 인터뷰를 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누군가와 분쟁이 났을 때 우리가 생각해 봐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하는 점일 것입니다. 그래야 그 싸움을 평화롭게 끝내거나 이길 수 있기 때문이죠. 상대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은 부질없는 싸움을 하거나 싸움에 패하는 길일 것입니다. 물고기가 물에서 싸우자고 하면 땅위로 올라갈 때까지는 참는 것이 지혜로운 것입니다. 



그런데 일본의 아베총리가 원하는 것은 뭘까요? 저는 한국 사람들이 아베를 일본으로 생각하는 거라고 믿습니다. 즉 아베와 싸우는 것을, 일본 정부와 싸우는 것으로 확대해석하는 것을 넘어서 일본 그 자체와 싸우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입니다. 물론 아베가 처음부터 한국에 미사일을 쏜다거나 한국의 배를 침몰시키는 일을 하기는 어렵겠죠. 그러니까 아베는 뭔가 사소한 분쟁을 시작한 다음에 그 판이 커지는 것을 원할 것입니다. 아베가 한국을 한대 치면 한국정부와 한국인들이 벌떼처럼 일어나서 일본에 반격하고 그러면 그에 대한 보복으로 다시 아베가 한국을 더 치면 판이 점점 더 커지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이 아베에게 좋은 이유는 첫째로 일본은 인구로보나 경제규모로 보나 한국보다 크기 때문입니다. 말하자면 총력전이 되면 한국이 불리하다는 겁니다. 둘째로 이렇게 총력전이 되면 일본 시민들은 아베를 어떻게 생각하건 아베를 지지하지 않을 수 없는 면이 있습니다. 왜냐면 총력전이 되어서 일본이 한국에게 지면 일본은 큰 댓가를 치뤄야 하고 그 댓가는 아베가 지는 것이 아니라 일본 전체가 져야 하는 것이 되기 때문이지요. 우리집과 옆집이 싸움이 붙었는데 처음에 싸움이 어떻게 시작되었건 이미 이 싸움에 지면 우리 집안 전체가 망할 판이라면 사람들은 대개 이기고 보려고 합니다. 애초에 서로의 말도 이제는 믿을 수가 없으니 대화는 불가능해집니다. 


하지만 아베의 길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왜냐면 세상에는 규칙과 상식이 있으니까요. 큰 나라라고 해서 무조건 모든 조약과 상식을 어기면 세계 전부로부터 따돌림을 당할 수 밖에 없겠죠. 그래서 규모가 작은 나라도 상식과 규율을 강조하면서 살길을 찾을 수도 있습니다. 세계는 힘의 논리로 돌아간다지만 진정 100% 그렇다면 세계 시장이라는 시스템이 어떻게 돌아갈 수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시스템과 시장의 논리는 작동하는데 시간이 걸립니다. 사안이 복잡해지면 더욱 그렇죠. 그러니까 적이 처들어와서 우리의 목숨을 위협하는 상황이라면 어쩔 수 없지만 누군가 우리를 한대 친다고 서둘러 되받아치기 시작해서 난타전이 되고 그래서 나중에는 누가 먼저 잘못했고 누가 더 많이 잘못했는가를 따지기도 어려워지면 그 일은 이제 전체의 일이 아니고 둘만의 일이 되기 쉬운 겁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한국이 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은 정도를 벗어나지 않으면서 여론전을 펴고 천천히 상대하는 겁니다. 대응을 포기하면 절대 안되고 이에는 이로 대응해야 겠지만 명분과 여론을 생각하고 그 속력을 주의해야 합니다. 또한 한국인들이 하나로 뭉쳐야겠지요. 우리 힘으로 일본을 이기는 것이 통쾌하겠지만 그 이상으로 주변국들에게 일본의 행동이 정당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그들에게도 손해가 된다는 것을 설득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선이 어딘가에서 분명히 그어지는 것은 아니겠지만 싸움을 되도록 아베와 하는 것으로 제한하는 것이 좋습니다. 일본 정부, 일본 기업, 일본 국민으로 끝없이 쉽게 나아가서는 안됩니다. 


일본은 지금 천문학적인 국가채무를 가지고 있습니다. 아베가 부양책을 펴면서 더 심해졌다고 합니다. 일본정부가 1년에 갚아야 할 빚의 이자가 한국의 정부예산보다 더 많다고 하더군요. 정상하고는 거리가 먼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자동차가 주저앉고 수출로 돈을 벌지 못하면 일본은 심각한 문제가 금방 터집니다. 사실 후쿠시마 사태로 돈을 한정없이 쓰고 있기도 합니다. 만약 일본국민이 스스로 일본을 못믿고 일본을 탈출하려고 든다면 일본은 한순간에 무너질 수도 있는 아슬아슬한 국가입니다. 그런 일은 일어날리가 없다고 많은 사람들이 믿지만 그런 믿음에 지나치게 많은 판돈이 걸려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아베가 트럼프와 시진핑에게 굽신거리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베의 행동은 초조해 보입니다.  잘 되는 일이 없으니 결국 누구 탓을 해야겠는데 적당한 적이 한국밖에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같습니다. 한국이 발전해서, 한국이 방해를 해서, 한국이 시기를 해서, 한국이 일본의 외교를 망쳐서 하는 식으로 자꾸 일본의 문제를 한국탓으로 하고 싶은 겁니다. 미국이나 러시아나 중국탓을 하기에는 무섭나 보지요. 


우리는 그렇게 급하지는 않습니다. 이번 일본의 무역보복은 자충수이며 문제가 안되는 것은 아니지만 일본에 더 큰 해를 끼칠거라는 주장도 많이 있습니다. 실제로 해당 물건을 파는 회사의 주식은 떨어진 반면에 삼성이나 LG등의 주식은 오히려 무역보복조치 발표 이후에 올랐다고 하더군요. 괴로운 것은 한국만이 아닙니다. 또 지난 번에 있었던 샤프사건을 거론하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샤프는 LCD TV로 1등을 하고 있던 삼성에게 갑자기 패널공급을 끊었지만 지나고 보니 곤란해 진 것은 샤프일뿐 삼성은 잘 살아남았다는 이야기입니다. 


한국인은 평화로운 촛불집회로 박근혜를 탄핵했습니다. 물러서지는 않지만 냉정한 사람들의 연대가 강합니다. 평화가 폭력보다 강합니다. 감정이 앞서고 무차별적으로 공격하는 사람은 강하지 않습니다. 진짜 강자는 함부로 그 힘을 쓰지 않습니다. 그럴 필요도 없고 냉철하게 행동할 여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주먹좀 세다고 함부로 주먹을 쓰는 사람은 알고 보면 열등감에 빠져 있고 무서워서 그러는 겁니다. 아베의 실력행사가 그렇습니다.  상황은 한국에게 그리 불리하지만은 않으니 아베가 원하는 것을 해주지는 말아야 하겠습니다. 아베는 한국인이 일본인을 미워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아베는 일본인들에게 봐라 한국인들이 우리를 전부 미워한다고 말하고 싶어합니다. 우리도 한국인을 미워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아베가 미운데 아베가 원하는 것을 해주는 일은 없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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