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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와 정치 그리고 매국

by 격암(강국진) 2019. 7. 13.

어떤 사람들은 정치가 경제와는 별로 상관이 없는 것처럼 말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민주주의 국가가 되기 위한 과정을 돈을 낭비하는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우리는 종종 봅니다. 사람들을 교육하고 설득하고 서로 공감하여 하나의 공동체가 되려는 그 과정을 어떤 사람들은 모두 낭비라고 생각하며 어떤 강력한 독재자가 나타나서 강력한 리더쉽으로 결정을 척척하면 우리가 부자가 될거라고 믿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그렇지 않습니다. 우리는 결국 우리의 정치와 윤리와 상식이 허락하는 만큼 부자가 되는 것입니다. 


매국노 이완용


정치와 경제의 관계를 보여주는 좋은 예는 식민지입니다. 식민지를 지배하는 제국주의 국가는 식민지 국가와 경제는 통합합니다. 하지만 정치는 통합하지 않습니다. 식민지와 본국 사이에는 경제에 관한한 벽이 없습니다. 일본 사람이 조선에 와서 장사를 하는데 아무 제약이 없습니다. 오히려 인맥이 좋은 본국 사람들이 당연히 더 유리한 입장에 서지요. 그런데 정치는 따로입니다. 사실 식민지의 정치는 거의 실종상태고 정치는 제국이 독점하죠. 식민지에는 자유가 없으니까요. 또한 식민지 국민이 심각하게 가난해 지는 것에 대해서 본국의 국민들은 나쁘게 생각하지 않고 책임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경제는 하나이지만 진짜로 식민지와 공동체라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 결과 식민지에서 돈은 흘러 나가기만 합니다. 식민지를 가진 본국이 더 많은 생산시설을 가지고 더 많은 제품을 싸게 만들기 때문에 식민지 시민들은 자신들의 노동을 아주 싸게 팔아야 합니다. 그래서 그들의 생활수준은 더 나빠집니다. 소를 가지고 농사짓던 나라에 누가 와서 트렉터를 팔면 농사짓는 일이 편리해 지는 것이 아닙니다.  결국은 낡은 방법으로 아주 많은 사람들이 노동을 하고 고용되어 일할 수 있는 나라가 소수의 사람만 일해도 전만큼 생산하는 나라가 됩니다. 그리고 나머지 사람들은 실직을 하고 가난해 지는 것입니다. 소작인 100명을 먹여 살리던 땅이 소작인 10명만 먹여살리고 90명을 거지로 만드는 겁니다. 이제 트렉터를 쓰면 10%의 인력만 있어도 농사를 지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런 빈곤은 연구와 교육을 통해 스스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도 없어지게 만듭니다. 가난한 식민지가 더 가난해 지는 것입니다. 


애초에 트렉터 공장이 그 나라안에 있었다면 거지가 되는 90명의 사람들중 일부는 그 공장에 취직했을 것이고 그들 중 다수는 정치적 압력을 가해서 농경사회가 산업사회로 바뀌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생기는 것을 막으려고 할 것입니다. 교육이나 복지로 부를 분배하려고 할 겁니다. 아니면 공장을 마구 허락해 주지 않겠죠. 그런데 경제는 통합되고 정치가 분리되면 트렉터는 들어오는데 그때문에 생기는 피해자들이 정치력을 발휘할 곳이 없습니다. 공장은 다른 나라에 있거나 그들의 결정에 따라서 지어지고 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식민지는 이제 옛날 이야기이지만 경제와 정치의 분리 이야기는 옛날 이야기가 아닙니다. 우리는 하나의 나라안에서 특권계층이 있을 때 식민지의 논리가 그대로 적용되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특권계층이 자기들끼리만 잘 살려고 하고 빈민층에 대해서는 공동체 의식을 느끼지 못할 때 경제는 통합되었지만 정치는 분리된 식민지 상태가 되는 것입니다. 양반으로 태어났다고 해서, 재벌가문에 태어났다고 해서, 유력 정치가 집안에 태어났다고 해서 잘살고 잘먹는 것이 보장되는 나라는 국민을 식민지 지배하는 나라입니다. 그 나라에서 국민들이 행복하지 못한 것이 바로 실질적 식민지배때문이기 때문이죠. 


경제에 있어서 정치가 중요함을 보여주는 또 다른 예는 독일과 그리스입니다. 유럽은 EU로 통합되면서 경제가 통합되었습니다. 경제정책의 핵심은 통화정책입니다. 그리스가 독일물건을 너무 많이 사면 그리스 돈값이 떨어져서 독일물건값이 그리스 돈으로는 올라가게 됩니다. 그러면 독일로 돈이 유출되는 것이 줄어들겠죠. 독일 물건이 비싸서 물건을 사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모두가 유로를 쓰면 그런게 없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리스와 독일이 정치적으로 합친 것도 아닙니다. 복지정책도 연금도 독립국가처럼 각자 운용하지요. 그러니까 경제적 장벽을 허물어 버렸는데 정치는 통합한 것이 아니라면 경제적 강자가 경제적 약자를 먹어치우게 되는 것입니다. 


오늘날 강대국들이 식민지를 가지지 않는 것은 그들이 식민지를 가지면서 그 나라의 사람들을 자국민과 똑같이 대우하지 않을 수가 없기 때문입니다. 즉 식민지를 가지면 경제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도 통일된다는 뜻이죠. 만약 인도와 영국이 지금도 하나의 나라라면 정치가는 전부 인도사람일 것입니다. 1인 1표인데 인도인이 훨씬 훨씬 많으니까요. 


오늘날은 국제적으로 경제적 약자인 나라는 정치와 공동체 정신이 오히려 더 뛰어나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그 나라의 국민들을 보호할 수 없습니다. 앞에서 든 국내의 예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회적으로 가난한 계층이 살아날 방법은 공동체 정신입니다. 부자들은 뭉쳐서 서로의 뒤를 봐주고 있는데 가난한 사람들이 흩어져서 각자 먹고 살겠다고 경쟁하면 결국 더 가난해지는 것을 피할 수가 없습니다. 


식민지 근대화론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저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을 화나게 만듭니다. 그것은 첫째로 식민지가 되지 않았으면 조선은 스스로 발전할리가 없었다고 단언하는 가정을 바닥에 깔고 있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스스로 조선인은 무능하고 가망이 없다고 단언하면서 그 말을 듣는 조선인의 후예인 한국인이 왜 화를 내는지 모르겠다고 하거나 스스로가 한국인이라면서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참 한심합니다. 미래는 모르는 것입니다. 한국전쟁 이후에도 많은 사람들은 한국이 이만큼 발전할지 몰랐습니다. 조선이 식민지화없이는 근대화되지 못했을 거라는 단언은 식민지사관에 불과합니다. 


둘째로 어느 정도 물질적인 성장이 있었다고 해도 그것은 식민지 수탈의 결과이며 무엇보다 조선인의 행복과는 다른 이야기라는 겁니다. 누군가가 당신의 친인척을 창녀로 팔아버렸다고 합시다. 매춘을 해서 돈을 몇푼 벌었다고 할 때 그 인신매매범이 너에게 돈을 벌 기회를 줬다. 내 덕분에 그 돈이라도 벌었다라고 말한다면 그건 정말 분노하게 만드는 일이겠지요. 일본덕분에 조선이 근대화되었다라는 주장은 이것과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런데도 몇몇 한국 사람들이 이걸입에 담는 다는 것은 탄식을 자아내게 합니다. 


세계는 지금도 하나로 뭉치기도 하고 흩어지기도 합니다. 그리고 인공지능때문에 2-30년뒤에는 많은 직업이 사라질거라고들 말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통합이 만들어 내는 비극때문에 어떤 사람들은 폐쇄만을 주장 하지만 답이 그렇게 간단한 것이었다면 애초에 EU같은 것에 누가 가입하겠습니까. 정치적 통합없는 경제적 통합은 무서운 것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제적으로 통합되는 흐름에서 스스로를 소외시켜서 경제적으로 소외된다면 경제적으로 점점 뒤쳐지겠지요. 통합되어 거대해진 경제는 자기안의 약자를 잡아먹기 전에 자기 바깥의 약자를 먼저 잡아먹으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니까 EU에 가입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죠. 


결국 답은 개방하냐 안하냐가 아니라 우리의 통합입니다. 즉 정치적으로 사회공동체적으로 사회 윤리적으로 강해지는 수밖에는 답이 없다는 것입니다. 개방을 하지 않는 것으로는 우리를 지킬 수 없습니다. 속력에 대해서는 협상의 여지가 있지만 개방하지 않고 사는 공동체는 생존불가능합니다. 결국 오직 공동체 정신만이, 올바른 정치만이 우리를 지킬 수 있습니다. 


요즘 한일간에 마찰이 있으니까 참 가관인 사람들이 보다 분명히 보입니다. 우리는 매국노들에 대해서는 관대해져서는 안됩니다. 그들은 우리의 사회적 연대를 파괴하여 한국을 식민지 상태로 만들려는 제2의 이완용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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