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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 마찰에 대한 시국단상

by 격암(강국진) 2019. 8. 2.

드디어 일본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하겠다는 날이 되었습니다.미래는 모르는 거지만 일본은 사실 이미 한국에 대한 무역규제를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뒤돌아서기 어려운 길에 들어섰기 때문에 앞으로도 한국에 대한 공격은 계속 될 것같다는 느낌입니다. 오늘이 무사히 지나가도 이 사태는 끝나는 것이 아니고 화이트리스트 배제로 가면 상황은 더 험악해 지겠지만 그렇다고 세상 끝나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우리는 차분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대응해야겠지요. 우리가 서두르기를 바라는 것은 아베입니다. 



어떤 경우든 아베로 대표되는 극우 정권이 퇴조하면 모를까 이대로 한국에 대한 공격을 멈춘다는 것은 아베가 무역을 무기로 쓴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일본은 한국을 아직도 그다지 대단하게 여기지 않고 있으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성향이 있기 때문에 한국을 굴복시킬 수 있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러고 보면 일본은 트럼프가 낙선하길 바랄 것이고 한국은 아베가 실각하기를 바래야 할 처지이며 아베는 문재인 정권이 하루 빨리 끝나고 박근혜같은 대통령이 한국에 또 나타나기를 기다릴 처지입니다. 하지만 이런 것은 몇년단위의 일이고 세계 무역은 그렇게 오랜동안 지체될 수 없기 때문에 아베의 한국공격은 참으로 무모한 것이라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일본의 한국 공격을 미국이 중국을 무역으로 공격하는 일이나 예전에 미국이 일본과 플라자 합의를 맺었던 때의 일과 같게 이야기하지만 사실 그건 매우 무리합니다. 왜냐면 미국은 세계 패권국가이자 최대의 수입국으로서 지금의 중국도 그리고 과거의 일본도 미국에 큰 흑자를 보고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미국이 가게 손님이라면 중국이나 일본은 가게 주인인 셈입니다. 손님이 가게 주인에게 돈 좀 그만 밝히라고 항의하는 상황입니다. 플라자 합의의 결과는 엔화가치의 상승이었습니다. 미국측에서 보자면 일본이 엔화를 조작해서 가치를 하락시키고 그 결과로 무역을 잘해서 돈을 버니 엔화가치를 정상화시키라고 한 셈입니다. 


반면에 한국은 일본의 3대 무역흑자국입니다. 게다가 일본의 관객객중 거의 넷중 하나는 한국인이라고 하죠. 다시 말해 한국은 일본에게 매년 엄청난 무역적자와 관광수지 적자를 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무역을 무기로 한국을 공격한다는 것은 가게 주인이 손님에게 나가라고 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이 상황은 일본이 한국을 참으로 깊게 무시하고 있다는 것만 확인시켜 줍니다. 즉 한국과 거래 안해도 우리는 별 문제가 없으니 너희들은 손님으로 취급 못해주겠다는 것이죠. 좀 심하게 말하면 세계경제시장에서 한국을 몰아내겠다는 겁니다. 제대로 대접받을 나라가 아니라고 하면서 말이죠. 


하지만 정말 이게 될까요? 일본은 엄청난 재정적자가 누적되어 있는 나라이고 올림픽이 내년에 있으며 후쿠시마 사태로 환경과 경제 측면 모두에서 큰 부담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아쉬운 소리를 해야할 약점을 가진 나라입니다. 관광이든 무역이든 한국의 존재감이 그렇게 사소하지 않을 뿐더러 지금의 반도체 국면이 보여주듯 경제는 서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일본이 한국 죽이기에 나선다면 일본은 치룰 수 없는 댓가를 치뤄야 할 것입니다. 


자꾸 30년이나 50년전 심지어 백년전의 세상을 상상하면서 사고를 하면 안됩니다. 한국은 조선말의 그 약하고 세계로부터 동떨어져 있던 은둔의 나라가 아니고 세계 12위권의 경제대국입니다. 그리고 세계는 백년전과는 비할 수 없이 연결되어 있습니다. 미국이 강국이라고 해도 이라크나 아프카니스탄은 공격할 수 있지만 일본이나 한국같은 나라에 미사일을 날릴 수는 없습니다. 베트남전쟁시작하듯 할 수는 없습니다. 그로 인한 경제적 파국의 크기가 너무 커지면 결국 시장과 기업들이 압력을 행사할 테니까요. 얼마전에 미국이 중재를 시도했다는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그 시도의 이전에는 미국의 IT기업들이 그걸 백악관에 요구했었다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결국 시장을 빼놓고는 지금의 싸움은 거론할 수 없습니다. 


기업은 물론 반드시 정의롭거나 진보적이지 않습니다. 아베같은 사람이 정권을 쥔다는 것은 일본의 경제계가 그를 돕는다는 뜻인데 그것은 그렇게 해서 지금의 일본의 질서를 지키는 것이 자기들에게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겠죠. 상황은 박근혜 이명박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보수정권과 같습니다. 삼성이나 현대가 보수정권이 바보이며 부패했고 말도 안되는 짓을 한다는 것을 모를 수가 없습니다. 그들은 세계를 상대로 무역하고 경쟁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의 낡은 질서를 유지하는 쪽이 자신들에게 유리한 면이 있기 때문에 자본은 보수정권을 지지하는 것뿐입니다.


세계는 이 상황에서 자기에게 유리한게 뭘까 산수를 열심히 하고 있을 것입니다. 양향자 국가인재개발원 원장은 삼성 반도체 출신의 인사입니다. 그녀는 미국이 한국이 메모리 분야뿐만 아니라 비메모리분야에서까지 세계 반도체의 주도세력이 되는 것을 용인해야 하는가를 가지고 고민할거라고 주장합니다. 그래서 미국의 중재가 오히려 두렵다고까지 했다는 군요.


하지만 계산과 예측이 전부라면 세상은 절대로 변해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미래는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가는 것이죠. 저는 한국이 지금 아주 결정적인 순간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1894년의 청일전쟁에 이기면서 전혀 다른 이미지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이 일본도 요즘 꽤 컷어라는 생각은 했고 청나라가 기울었다는 생각은 했지만 설마 일본이 중국에게 이길 줄은 몰랐기 때문입니다. 


한반도를 둘러 싼 정세는 요동칩니다. 그리고 그 핵심에는 한국의 국력상승이 있습니다. 뒤집어 말하면 한국의 국제적 지위의 상승없이 한반도의 정세는 변할 수 없습니다. 한국은 이지역에서 전통적 최약체였습니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연결되어 국경 이 더 적은 의미만을 가지는 시대에, 강력한 경제적 문화적 힘을 가진 한국을 힘으로 억압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한국은 독재정권을 몰아냈기 때문에 명분이 없고 은밀한 거래가 힘들기 때문입니다. 한국을 억압해도 아주 무리한 짓은 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바로 이번 아베의 공격이 좋은 예입니다. 아베는 한국에 내정간섭을 했습니다. 주권을 침해한 것입니다. 이럴 때 한국을 치는 것을 불가능하며 한국도 하나의 주권을 가진 국가라는 것을 확실하게 하는 선례를 남길 수 있다면 그것이 바로 한국에게 있어서 청일전쟁에 해당하는 사건이 될 것이고 진정한 한국의 독립이 될 것이며 나아가 한반도 평화정착으로 가는 중요한 사건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제국주의자가 아닙니다만 청일전쟁이후에 일본이 거대한 제국이 되었듯이 한국도 단기간에 훨씬 대단한 나라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사실 경제계가 한국의 진보정권을 그다지 돕지 않지만 한반도 평화정착과 한국의 발언권상승이 경제적으로 도움이 된다는 확신이 서게 된다면 민주화 운동으로 단련된 한국 대중과 한국의 기업들이 하나가 되어 단숨에 대단한 일을 이룰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한국은 사실 온갖 제약장치를 달고 마라톤을 해온 거나 다름없습니다. 이제 그 제약장치를 벗어버릴 수 있다면 갑자기 급가속을 하는 것처럼 느껴지겠죠. 그 핵심에는 한반도 평화정착과 북한과의 자유왕래를 넘어 대륙과 육로로 연결되는 일이 있을 것입니다. 


지금의 싸움은 이런 의미가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아베같은 어리석은 자가 일본의 수장이며, 일본이 이렇게 무리한 도발을 감행했다는 것은 한국에게 큰 기회입니다.   물론 위기이기도 하지요. 그렇지만 기회가 될 수 있는 위기이니 꼭 기회로 만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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