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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국민 그리고 최종무기

by 격암(강국진) 2019. 8. 4.

2019.8.4

기해왜란이 발발했습니다. 한일간의 견해차이는 있는게 당연하고 앞으로도 있을테지만 경제적 무기로 타국을 공격하는 행위는 경제전쟁을 시작한 것이니 기해왜란이 발발했다고 하는 것이 옳을 것입니다. 일본은 아직도 한국을 내정간섭할 수 있는 속국취급하듯하고 있습니다. 

 

 

 

이런 시기에 뉴스를 보다보면서 저는 정부와 국민의 역할이라는 것에 주목하게 됩니다. 민주국가에서는 정부와 국민의 역할이 다르고 그에 따라 그 효과도 다르게 됩니다. 지금 우리나라가 흥분하고 있는 부분만 해도 그렇습니다. 만약 일본의 반도체 부품회사나 어떤 개인이 한국을 싫어해서 한국에 대한 공격을 단행하는 것이라면 저희는 이만큼 흥분하지 않을 것입니다. 한일간의 의견격차는 과거에 그랬듯이 앞으로도 있을 것입니다. 문제는 이것이 일본정부가 한국과 한국 정부 그리고 한국 시민들을 다루는 방식이었다는 점에 있습니다. 짧게 말하자면 문제는 아베총리였던 것이죠. 

 

이부분은 정말 중요합니다. 한가지만 봐도 그렇습니다. 한국 정부가 일본과의 무역에 아무런 제약을 가하지 않았는데 삼성이나 한국 시민들이 스스로 사지 않고 팔지 않는다는 행동을 취한다고 할 때, 또 한국 국민들이 일본에 여행을 가지 않거나 동경올림픽에 대해 보이코트 운동을 벌인다고 할 때 그것에 대해 한국정부를 비난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민주사회와 시장경제의 대전제는 기회의 균등이고 규칙이 공평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게임의 법칙안에서는 자유인 것입니다. 시민의 자유를 공격할 수는 없는 것이죠. 

 

이번에 아베가 기해왜란을 일으켰던 이후에도 정부는 평화적 외교노력을 계속하면서 명분을 쌓아왔습니다. 정부가 여행안가기 운동을 한것도 아니고 이번 화이트리스트 배제가 있기 전에는 어떤 정부의 행동도 없었습니다. 할거라는 암시만 있었죠. 

 

사실 싸움은 국민이 하고 정부는 무겁게 행동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입니다. 예를 들어 한국 정부가 일본 올림픽에 불참을 선언하거나 하는 식으로 일본에 반응하면 한국은 공격받을 이유만 가지게 될 것입니다. 지금도 표면적으로는 미국은 양비론을 펴고 있습니다. 유럽과 중국 러시아를 포함하는 세계의 여러국가들도 자기 이득을 계산하기에 바쁠 겁니다. 그러니 한국이 명분을 주면 그 명분을 가지고 한국을 억누르려고 하기 쉽습니다. 그 댓가는 일본이 치르겠죠. 밀약으로 말입니다. 조선의 망국때에도 밀약이 있지 않았습니까?

 

물론 한국은 조선처럼 약하지 않고 한국의 경제는 세계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민주국가의 정부는 명분에 약합니다. 그들도 독재자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각 나라의 언론이 보기에 한국 정부는 이제까지 두둘겨 맞기만 했고 최소한의 대응조치만 했는데 한국을 그 나라의 정부가 공격한다면 명분이 없지요. 명분없는 짓을 하면 중국 러시아 일본같은 국가가 아니면 자기 선거에 도움이 안돼니 정치가가 그런 일을 하기 쉽지 않습니다. 공식적으로는 정의로운 국가는 밀약을 하지 않으니까요.

 

과거 왜란이 일어났을 때에도 의병이 그걸 막는데 있어서 중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21세기 경제전쟁에 있어서야 말로 시민의 역할이 즉 의병의 역할이 정말로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온국민이 일어나 광화문을 채우면서 지소미아 취소하라고 요구하는데 미국이 한국정부에 압력을 넣어서 그걸 지키라고 할 수는 없습니다. 시민들이 일본에 한국의 현실과 이번 사태에서 왜 한국인들이 흥분하는가를 일본시민들에게 알리는 행동을 한다고 해서 외국인들이 한국정부에게 일본사회를 교란하지 말라고 주장하지는 않습니다. 한국정부 주도로 그렇게한다면 난리가 날겁니다. 아베가 한국 신문사를 사서 한국 시민들에게 자기 주장을 퍼뜨리면 우리도 난리가 나겠죠. 

 

지난 번 탄핵국면에서도 그랬듯이 경제전쟁의 진정한 몸통은 그래서 국민입니다. 이렇게 봤을 때 이번 기해왜란은 한국 사회의 민주성과 일본 사회의 민주성을 겨루는 일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리석은 일본의 지도자가 뭘 하든 일본 시민들은 그저 수동적으로 쳐다만 본다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일본의 싸움은 전부 일본 정부의 몫이 될 것입니다. 뭘 하든 그것은 규칙을 바꾸는 일본 정부의 행동이 될 것이고 그것은 결코 빠를 수도 효율적일 수도 명분을 가지는 일이 될 수도 없습니다. 

 

어쩌면 아베는 한국의 시민들, 한국의 의병들을 보면서 부러워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문재인이 일본에 비하면 분명히 약소국인 한국의 지도자인데도 운신의 여유를 가질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시민사회때문입니다. 그것은 국민우민화로 정권을 잡는 아베가 가질 수 없는 것이죠.   

 

기해왜란의 최종병기는 바로 민주주의입니다. 백년전의 봉건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들은 이제 국가의 힘이 단순히 무기의 양과 경제규모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정부의 힘은 느리며 여러가지 제약에 이미 묶여 있습니다. 그들은 사실 쉽게 앞으로 나서서는 안됩니다. 모이자고 마음만 먹으면 백만명이 거리로 모이는 바로 그 시민이 힘이야 말로 현대사회의 최종병기입니다. 그들이 만들어 내는 선전물이며 논리며 언행이 하나 하나 돌맹이가 되어 낡은 적들을 무찌르게 될 것입니다. 전쟁을 해도 평화를 사랑하고 데모도 즐거운 축제로 만들며 단합된 대오를 흐트러뜨리지 않는 시민의 힘이야 말로 21세기의 최종병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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