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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성의 문제

박사방 혹은 조주빈사건 우리는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by 격암(강국진) 2020. 3.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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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몇일 박사방, n번방 사건에 대한 기사와 청원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이 사건의 주범인 별칭 박사인 조주빈은 그 신상이 공개되었죠. 그래서 저는 그냥 조주빈사건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이 조주빈 사건은 회원제로 돈을 받고 여성들에게 가학행위를 한 사건입니다. 그 가학행위의 자세한 내용은 알면 알 수록 정신건강에 좋지 않을 것같아 몇몇 사례만 읽었습니다. 

 

 

 

박사라는 별칭을 가진 주범 조주빈

 

 

이 사건의 가해자들을 잡아서 강력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국민적 분노에 저는 공감합니다. 이에 대해서 몇몇 사람들이 이견을 내놓다가 욕을 먹기도 하는 것같은데 강력한 처벌은 옳습니다. 사람이 사람을 돈벌이 도구로만 쓰는 것은 인간존중이라는 기본을 망각한 것이죠. 게다가 강간당한 피해자에게 '강간범도 나쁘지만 너도 처신을 잘했어야했다'고 말하는 식의 양비론은 옳지 않습니다. 물론 세상에 100%는 없습니다. 99.99%가 이쪽 잘못이라도 반대쪽도 0.001%는 잘못이다라는 식의 말은 언제나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피해자의 수도 많고 그 중 상당수가 미성년자로 알려진 이 상황에서 양비론처럼 들리는 말을 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제가 제 마음대로 판결을 내린다면 조주빈은 살인죄에 준하는 형량을 받아 마땅하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조주빈은 정말 그런 벌을 받게 될까요? 또 이번에 이 조주빈과 그 공범들을 잡아서 전부 사형에 처하거나 해외추방을 해버렸다고 해봅시다. 그러면 이제 우리나라에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까요? 어떤 분들은 이것이 여성비하적 사고때문이라고 생각하고 페미니즘 교육을 강화하고 성상품화에 대한 법규를 더욱 더 엄격히 해야한다고 할 겁니다. 그거면 문제가 해결이 될까요? 엄격히 한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요? 

 

조주빈이 충분한 벌을 받지 못하는 진짜 이유 그리고 이런 범죄의 재발을 막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보통 생각하는 것과는 반대일 수 있습니다. 이 조주빈 사건이 심각한 것이기에 우리는 조주빈만을 볼 것이 아니라 이 사건을 넘어 사회적 관용과 다양성의 범위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성문제에 대해 뭐가 불법이고 뭐가 상식적으로 이해가능한 수준인가는 시대에 따라 사람에 따라 다릅니다. 몇십년전만 해도 미니스커트가 단속대상이었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요즘은 거의 속옷차림의 여자들이 춤을 추는 것도 쉽게 볼 수 있죠. 하지만 요즘이라고 한국에서 모든 게 허용되지는 않습니다. 대표적으로 매춘이 합법은 아닙니다. 하지만 어떤 나라에서는 매춘도 합법이죠. 어떤 여성은 자신도 가슴을 들어낼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어떤 사람들은 말도 안된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게이나 레즈비언은 보기 싫다면서 그들을 억압하려고 합니다. 어떤 사람은 게이나 레즈비언의 권리를 인정하지 못하는 나라는 선진국으로 스스로를 말할 수 없다고 말합니다. 

 

저는 결코 선을 어디에 긋는 것이 옳다거나 그르다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지금 말하는 것은 다만 상식선이 존재하고 상식선이 필요하며 그 상식선이 강력한 영향력을 발휘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이 상식선은 사회적 공감대의 문제이지 어떤 개인이 시대와 공간을 초월해서 절대적 답을 말할 수 있는, 무슨 객관적 보편적 답이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개인적 의견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상식선은 사회적으로 존재합니다. 특히 법의형태로 그렇죠. 

 

그런데 이 필요악이자 사회적 공감대인 상식선은 강력한 왜곡을 만듭니다. 이 상식선의 위는, 즉 사회적으로 용인되는 곳은 사회적으로 허용가능범위이기 때문에 사회는 그것을 오히려 어떻게 잘 관리할 것인가를 고민합니다. 예를 들어 술과 담배는 마약으로 금지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홍보도 하고, 음주운전단속도 하고 술을 먹어도 이렇게 먹어라 저렇게 먹어라라고 말하며 담배의 해로움에 대한 연구도 합니다. 콜라나 소금도 그렇습니다. 적당히 소비하라고 하죠. 그러다가 마약으로 인한 사망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비만이나 폐렴으로 죽어도 사람들은 그걸 개인적 선택이라고 말합니다. 흥분해서 당장 설탕과 소금의 소비규제를 법규화하라고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상식선의 밑은 사회적으로 허용되지 않는 영역이기 때문에 음성화가 이뤄지면서 오히려 상황이 비정상적으로 흐르는 경향이 있습니다. 매춘이 합법인 나라와 매춘이 불법인 두 나라에서 매춘하는 사람들을 비교할 때 어느 쪽이 더 위험한 상황에 있을까요? 답은 당연히 매춘이 불법인 나라입니다. 걸리면 처벌받는데 어떻게 자기 권리를 주장하고 자기보호를 하겠습니까? 매춘을 했다는 사실을 숨기느라 위험에 처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선을 없애고 모든 것을 양성화 즉 허용하는 것도 불가능한 이야기입니다. 하나의 사회는 그 사회가 지킬 상식선에 대한 합의에 근거합니다. 그 선이 너무 좁은 영역만 허용하면 그 사회는 살기 불편하고 성장할 수 없는 전체주의적 국가가 되겠죠. 그 선이 너무 느슨해지면 그 사회는 윤리적 기준을 잃어버리고 사회적 구심력을 잃어서 붕괴할 수도 있습니다. 뭐든지 자유니까요. 하루 앞을 볼 수 없어서 사람들은 그런 사회에서는 피곤하고 불안하게 살아야 할 것입니다. 사회적 다양성은 부족해서도 안되지만 넘쳐서도 안됩니다. 

 

여기서 중요한 질문은 오늘의 한국에서 존재하는 상식선은 과연 오늘의 현실에 맞냐는 겁니다. 조주빈 사건같은 범죄에 대해 있을 수 있는 흔한 반응은 다양성을 늘리는게 아니라 줄이자고 주장하는 겁니다. 하지만 사실은 다양성이 넘쳐서 문제가 아니라 지금 우리가 다양성을 포용하지 못하는데서, 살인범과 소매치기를 구분하지 않는 것에서 문제가 생기고 있는거 아닐까요? 옷깃을 스치는 것도 성추행이고 강간도 성추행이기는 마찬가지라는 식의 시각도 꽤 있는거 아닐까요? 그렇다면 앞에서 말한 그 반응은 오히려 음지를 키우고 범죄를 흉악하게 만들지 않을까요?

 

박사방의 영상물은 외국의 포르노물과 유사합니다. 강간, 추행, 가혹행위, 지저분한 행동을 시키는 일들 따위가 그렇습니다. 사실 제가 상상력이 부족해서 인지 몰라도 인간이 상상가능한 모든 변태적인 일들은 이미 포르노물로 제작되어 있는 것같더군요. 그러니까 박사방의 영상물들은 그런 포르노물을 한국의 여성들을 가지고 찍은 거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물론 조주빈 사건과 외국 포르노는 근본적으로 상당히 다릅니다. 외국의 포르노 산업은 우리나라에 비하면 훨씬 양성화되어 있습니다. 조주빈이 미국에서 똑같은 일을 했다면 아마 무기징역일 겁니다. 제가 처음에 내린 형벌과 같죠. 그런데 아마 한국에서 재판을 하면 그 정도 처벌받기 불가능할 것입니다. 

 

이것도 일견 의아한 일이죠. 포르노 산업이 발달해서 성문제에 관용이 넘치는 것같은 외국인데 처벌은 오히려 외국이 더 높으니까요. 성문제에 윤리적으로 엄격한 것같은 한국인데 법으로 가면 오히려 처벌이 별거 아니게 나오니까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됩니다. 그 이유는 앞에서 말한대로 옥석을 가리지 않고 상식선을 높게만 잡기 때문입니다. 필요한 것보다 다양성이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살인과 소매치기를 구분하지 않고 같은 죄라고 여기는 나라에서는 소매치기도 사형시키거나 살인도 경범죄로 여기게 됩니다. 살인과 소매치기 사이에 상식선을 그어 구분하는 나라는 처벌이 달라지는 것이죠. 

 

한국에는 여성모양을 한 섹스도구인 리얼돌조차도 금지시키자고 하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런 분들이 듣기에는 앞에서 말한 포르노물들은 성인들이 합의에 의해 가상으로 찍는 것이라고 해도 당연히 금지시켜 마땅한 것으로 여길 것입니다. 하지만 그걸로 이제 문제는 끝난 걸까요? 이런 일에 의문을 표하면 너는 그런 포르노 물을 좋아하는구나라던가, 리얼돌같은 게 그렇게 가지고 싶냐는 말을 들어야 하는 걸까요? 하지만 게이가 아닌 제가 게이의 성적 취향을 존중한다라고 말해도 진보적인 사람들은 대개 그게 세계적 표준이고 상식이라는 말을 하지 너도 게이냐라던가, 동성애가 그렇게 하고 싶냐는 말을 하지는 않습니다. 이건 다른 걸까요?

 

한국은 이미 선진국으로 통하는 나라입니다. 그리고 오늘날 한국만큼 성에 대한 금기가 강한 다른 선진국을 저는 알지 못합니다. 그런데 현실을 보면 외국에는 별로 없는 매춘이 오히려 한국에 더 흔한 것같습니다. 룸쌀롱같은 문화는 외국에서 찾아보기 힘드니까요. 미국에서 여자 나오는 술집에서 접대한다는 이야기 들어본 적있습니까? 미국에는 포르노 산업이 있으니까 룸쌀롱이 넘치고 여기저기에 창녀가 넘칩니까? 오히려 한국이 성접대가 더 흔하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한국에서는 노래방에서 술을 팔면 청소년이 거기에 드나들지 못하죠. 술파는 곳은 술을 안마셔도 청소년출입금지니까요. 술파는 곳에 대한 사회적 기준은 한국이 일본보다 더 엄격합니다. 일본 노래방에서는 성인들이 얼마든지 술을 마시고 그 옆방에서는 여고생들이 자기들끼리 노래부르고 놉니다. 자기 딸과 같이 가서 아빠는 술마시고 딸은 콜라마셔도 아무 문제없습니다. 그러면 그 일본 노래방은 퇴폐적일까요? 아닙니다. 제가 보기엔 한국 노래방이 훨씬 더 퇴폐적입니다. 일본노래방은 노래방도우미같은 걸 부르는 분위기가 전혀 아니니까요.  일본의 대학생들은 나이가 되지 않으면 술을 잘 마시지 않습니다. 술은 한국의 미성년자들이 더 많이 마시는 것같습니다. 

 

조주빈에 대한 분노가 성문제에 대한 억압과 처벌이 답이라는 식으로 흐를 경우 문제는 오히려 더 심해질겁니다. 그리고 일베나 워마드같은 극단론자집단은 훨씬 더 증가할 것입니다. 극렬여성주의자들이 한국남자를 모두 싸잡아서 한남충이라고 부르고 극렬남성주의자들이 여성을 모두 변기나 성적인 도구처럼 여기는 식의 관점들이 지금보다도 더 보편적으로 통하게 될지 모릅니다. 

 

사실 지난 5년 10년간의 흐름이 바로 그것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회에 적합한 관용과 다양성이 상식선에 의해서 허용이 되지 않으니까 옥석이 구분이 안되면서 피해자가 나옵니다. 그리고 그 피해자들은 다시 마치 조주빈과 일당인 것처럼 되버리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한국남자는 모두 가부장적 쓰레기이기 한국여자는 모두 허영많은 김치녀 운운하는 식의 이야기가 세상에 가득 찹니다.  

 

이 모든 것은 처벌의 수위가 약해서 그런게 아닙니다. 3천원 횡령이든 3천억 횡령이든 횡령은 횡령이다라는 식의 바보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문제는 성문제를 넘어서 존재하는 다양성의 수용에 대한 문제입니다. 그 부분을 무시하고 분노할 때 세상은 더 좋아지는게 아니라 아마 더 나빠질 겁니다. 

 

조주빈에 대한 분노는 당연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 틈을 타서 극단적 견해를 가지고 사회적 억압을 증가시키려는 사람들과는 달라야 합니다. 한국 사회는 경제적으로 성장했고 그 결과 더 많은 다양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진보는 가난해야 하고, 노무현은 이명박과 다른게 없고, 부자는 다 나쁜 놈이거나 다 은인이라는 식의 관점으로 세상은 좋아지지 않습니다. 조주빈의 처벌과는 별개로 우리는 더 많은 것을 용인하고 합법화하는 것을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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