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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집에 대한 생각

예쁜 집 두 채

by 격암(강국진) 2020. 6. 26.

근래에 집들이 참 잘지어진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구조든 재료든 10년정도 전과는 크게 다른 것같습니다. 주거문화라는게 본래 그렇게 빨리 바뀌는게 아닌데 말이죠. 그런데 전보다는 많은 고민을 하는 것이 사실이지만 새로운 답이라는게 또 아주 많죠. 근래에는 몇 채의 집을 방송과 서핑중에 발견했습니다. 아무렇게나 찾은 것은 아니고 핵심은 한옥이 아니면서도 한국의 정신을 살린 집이 있는가 하는 것이었죠. 실제로 살아 본 것도 심지어 집안에 들어가 본 것도 아니지만 재미있는 것같아 그렇게 본 집중 두채의 집을 간단히 소개해 봅니다. 

 

첫번째 집은 진천벚꽃집입니다. 이 집은 한옥이 아니지만 긴 처마를 가진 박공지붕과 마루를 가진 집입니다. 다만 마루의 높이가 한옥보다는 많이 낮군요. 그래서 한옥처마의 효과를 다 보고 있는 것같지는 않습니다. 

 

한옥하면 사람들은 황토벽에 나무기둥, 기와 지붕같은 이야기를 합니다만 한옥의 진짜 정신은 바깥으로 터진 구조와 긴 처마입니다. 그러니까 공간구조를 따라하면 되는 것이지 현대적 재료가 없던 시절의 전통을 꼭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죠. 성능과 가격을 고려해서 지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집은 뒷편에 연결된 3층건물 부분이 없으면 깨끗하게 지은 한채의 농가주택같은 모양입니다. 결국 한옥이냐 양옥이냐를 고민한 끝에 두 집을 수평으로 붙인 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 집은 아래 사진을 보면 알 수 있듯이 벌판에 혼자 서있는 집입니다. 그래서 담장은 따로 크게 중요하지 않은 집이 되었습니다. 한옥은 본래 기단을 높이하고 주변에 담을 치지만 이 집은 마루의 높이가 앞에서 말했듯이 낮습니다. 그게 좀 아쉽군요. 

 

진천 벚꽃집 1
진천 벚꽃집2

 

 

 

두번째로 소개할 집은 서울 은평구의 한옥마을에 있다는 낙락헌입니다. 이 집은 언뜻 보기에 전형적인 한옥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진천벚꽃집이 양옥과 한옥의 수평적 결합이라면 낙락헌은 수직적 결합입니다. 이 집은 아래 사진에서 보면 기단이 보통 한옥보다도 좀 더 높습니다. 왜냐면 사실 한옥을 반지하의 양옥위에 얹은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누각의 아래가 상당히 높고 주차장의 역할을 하게 됩니다. 

 

그것뿐이라면 소개할 가치가 없겠지만 이 집은 아래 사진에서 보는 방향으로 뒤로 ㄷ자를 이뤘다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양옥건물인 반지하 아래층은 하늘까지 뚫린 중정을 가지게 됩니다. 저는 그게 참 멋지더군요. 이 집도 좋지만 한옥을 짓겠다고 했으니 상당히 비싸게 지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좀 더 단순화를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만 구조적으로 이런 답이 훌룡한 답중의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은평 한옥마을 낙락헌 1
은평 한옥마을 낙락헌 2

 

 

집은 각자의 취향이라는 말은 옳습니다. 하지만 사실 글도 그림도 옷도 음식도 그렇습니다. 그리고 어느 것이나 문화적 공통성이라던가 발전을 논하죠. 저는 한국 주거 문화가 엉망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뿐만이 아니라 많은 분들이 그렇게 생각하는 것같더군요. 다만 아파트만큼 한국 주거 문화를 뒤엎을 새로운 답이 나오지 않고 있을 뿐입니다. 드넓은 대지에 마음껏 작가적 상상력을 발휘하는 집도 가치가 있겠습니다만 그런 집에 모두 살 수는 없으니까요. 그런 의미에서 위에서 소개한 두 집은 생각해 볼만한 시도가 아닌가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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