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제별 글모음/집에 대한 생각

발코니 확장은 만악의 근원인가?

by 격암(강국진) 2020. 7. 22.

요즘 박인석이 쓴 아파트 한국사회라는 책을 틈틈히 읽고 있습니다. 재미있고 유익한 좋은 책입니다. 저자의 문제의식에 모두 공감하는 것은 아니지만 많은 부분에서 공감하며 부지런히 찾은 자료들이 많은 참고가 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책을 다 읽기도 전에 저는 한가지 문제에 대해 생각을 정리해 볼 충동을 느낍니다. 그것은 바로 발코니 확장의 문제입니다. 

 

이 책의 3부는 한국아파트의 평면구조를 흥미롭게 풀어갑니다. 그러다가 10장에서 발코니확장에 대해 논하는데요. 단순하게 말하면 2005년에 합법이 된 발코니 확장은 만악의 근원이라는 겁니다. 이게 집값을 상승시키고 후분양제도 실시하지 못하게 합니다. 고층아파트 재건축붐도 만들어 냅니다. 그러니 자연스런 결론은 발코니 확장을 합법화시킨 판단은 엄청난 바보짓이었고 발코니 확장을 지금이라도 금지시키는 것이죠. 저자는 이걸 발코니 확장의 금지라고 하지 않고 확장된 발코니 공간을 전용공간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말하지만 사실은 그게 그겁니다. 그렇게 되면 그건 발코니 확장이라기 보다는 그냥 실내공간이니까요. 발코니를 가지고 싶으면 그걸 실내공간과 연속이되도록 확장하지 말라는 것이죠. 

 

저도 전에 지적한 바 있지만 요즘 아파트 모델하우스에 가보면 소위 4베이가 대세입니다. 4베이는 아래와 같은 단면도를 가집니다.

 

보면 바깥쪽으로 방이 네칸이 존재하는 것을 알 수 있죠. 요즘 이런 평면도가 보통인 것은 앞에서 말한대로 발코니 확장이 합법이기 때문입니다. 발코니를 확장하면 확장한 공간이 실내공간이 됩니다. 잘 보면 위의 단면도에서 점선을 그은 부분이 있는데 그 부분이 발코니 공간입니다. 그리고 이 비율이 거의 전용공간 면적의 30%에 달할 정도로 넓습니다. 그러니까 30평아파트이지만 실은 실내공간이 40평인 것이죠. 이런 서비스 공간이 많아지게 만드는 방법은 발코니의 면적을 최대화하는 것 즉 집을 길게 만드는 것입니다. 그래서 2베이가 보통이던 아파트는 이제 3베이를 거쳐 4베이가 대세가 되었습니다. 

 

이것이 당연한 일이 아니라는 것은 외국의 아파트 특히 일본의 아파트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일본의 아파트는 외부창부분이 유독 좁습니다. 그리고 내부로 길죠. 옆쪽 벽은 이웃집과 이어진 것이니 창이 있을 수 없습니다. 다시 말해 한국 아파트와 비교하면 한국 아파트는 외부로 면한 면적을 최대화하려고 늘렸는데 일본 아파트는 반대로 그걸 최소화하려고 짓누른 듯한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니 환기도 잘 안되고 실내가 어두워집니다. 실제로 저도 일본에 살 때 위에 보여준 집과 같은 단면도를 가지는 아파트에 산 적이 있으니 위의 단면도는 아파트로는 상당히 보편적인 것입니다. 일본의 보편주거는 단독주택이지만 나가이 집이라고 해서 집도 저렇게 짓는 경우가 일본에서는 많습니다. 

 

먼저 말할 것은 저자가 이 책에서 발코니 확장이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는것에 대해 저는 대부분 동의한다는 겁니다. 이건 좀 사기같은 면이 있습니다. 40평아파트를 30평아파트라고 부르는 것이죠. 그 결과 그 토지에 용적률이 200%였는데 실제로는 270%짜리 아파트가 들어설 수 있는 것입니다.이건 극단적인 건축물을 상상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만약 발코니 면적만 100평을 만드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하고 그걸 확장해서 실내공간으로 삼았다고 생각해 보십시요. 그런 집을 30평아파트라고 부르는 것은 말장난이죠. 그걸 빼고 용적률계산하는 것도 그렇습니다. 

 

실제로 30년전에 지어진 아파트들은 지금처럼 4베이 아파트가 아니었습니다. 때문에 아파트를 허물고 새로 지으면 토지 용적률을 높이는 효과를 가지게 됩니다. 재건축붐이 발코니때문에 일어난다고 하는 것은 이때문입니다. 또한 30평아파트가 비싸지는 이유의 한부분도 이때문입니다. 사실은 40평아파트를 30평이라 부르고 40평값을 받는다면 30평아파트가 비싸졌다고 하게 되겠죠. 

 

그런데 말입니다. 저는 아직 책을 3분의 1정도밖에 읽지 않고 하는 말입니다만 이 좋은 책에서 아직 단 한번도 온돌 이야기를 하는 것을 저는 본 적이 없습니다. 이 책의 논의를 보면 일본, 한국, 유럽의 기후나 생활문화의 차이는 전혀 이야기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유럽의 아파트는 이런데 한국의 아파트는 이렇다는 말을 일종의 보편논리로 하게 됩니다. 그리고 저자는 발코니를 이야기하면서 아래의 유럽발코니 같은 것을 이야기하고 이게 얼마냐 좋냐고 찬양하는 식으로 말하죠. 

 

 

그런데 말입니다. 왜 여기서 우리는 질문을 멈추고 무지의 벽을 세울까요? 그러니까 왜 한국인은 아파트 발코니 확장이 불법일 때도 그걸 열심히 했을까요? 왜 한국인들은 일본인들이 짓는 것같은 아파트를 짓지 않았을까요? 그 답을 건축가가 바보라서 라던가 공무원과 시민들이 바보라서라고만 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습니다. 질문만 던지면 쉽게 답도 나오니까요. 

 

생각해 보면 한국의 전통 가옥인 한옥은 위에서 보여주는 지붕없는 발코니 같은 것을 가지지 않습니다. 게다가 한옥을 보면 한옥은 1자로 길거나 ㄴ자 혹은 ㄷ자로 휘어져서 명백히 외부와의 접촉길이를 길게 하려고 하는 집입니다. 2005년에 발코니 확장을 합법화해준 공무원은 바보천치거나 건설계에서 돈받은 사람이고 지금 우리는 다시 발코니 확장이 불법이 세상으로 가야할까요? 한국의 전통집을 생각해 보면서 그리고 온돌이나 한국인의 생활문화를 생각해 보면서 발코니 확장을 다시 생각해 보면 이야기는 거의 정반대로 흘러갑니다. 

 

 

한옥이 외부와 최대한 접촉면적을 길게 잡으려고 하는 이유는 한국의 여름이 덥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겨울에도 햇볕을 많이 받는 것이 유리한 면이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 부분은 세계 어디나 공통입니다. 바람잘통하고 햇볕많이 받는 것이 왜 나쁘겠습니까? 그런데도 한국 이외의 장소에서 집은 외부의 접촉공간을 최소화하려고 합니다. 그건 그들의 난방시스템이 집안에서 장작을 때는 시스템이기 때문입니다. 온돌이나 바닥난방이 아니라 말입니다. 

 

표면적이 넓으면 열이 많이 빠져나가죠. 그러니까 햇볕이고 뭐고 바람이고 뭐고 그런 집은 춥습니다. 일본에 살아보면 정말 바닥난방없는 일본집은 이갈리게 춥습니다. 바닥난방이 되는 한국집, 한국아파트와는 전혀 비교가 되질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외국의 집들은 표면적을 최소화하는 형태가 많은 겁니다. 바람도 잘 안통하고 햇볕도 안들어서 어두컴컴한데 말이죠. 그러니 그들이 바람쐬고 햇볕쐬려면 바로 위에서 말한 발코니에 나와 앉아있어야 했겠죠. 유럽에 처음 가보면 그 상쾌한 여름날씨에 한국 사람들은 놀라고는 했습니다. 요즘은 기상이변때문에 바뀌었지만 말입니다. 

 

20세기에 아파트에 입주한 분들은 거의 누구나 이 발코니에 새시문을 달아서 외부와 공간을 격리했습니다. 그걸 넘어 실내공간과 구분없어지게 확장공사한 분들도 많았습니다. 발코니 확장이 합법이 되기 전에도 말입니다. 왜냐면 그게 한국의 생활문화고 기후에 맞는 방식이기 때문입니다. 지붕도 없이 열린 실외공간은 겨울에는 너무 추워서 안나가고, 여름에는 너무나 덥기때문에 나갈 수 없어서 위에서 보여준 멋진 발코니는 한국에서는 일년중 대부분의 시간동안 무용지물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공무원들은 난처했을 겁니다. 한국 사람들은 다 법을 어기며 발코니 확장을 하는데 그걸 일일이 단속해서 금지시키면 비현실적이니까요. 그건 어느 정도 한국인인데 한복을 입지말라는 법을 만들거나 추운 나라에서 외투를 입지말라는 법을 만드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그리고 드디어 발코니 확장은 합법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자가 말한 여러가지 다른 문제들도 만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대안이 다시 발코니 확장을 불법으로 만드는 것일까요? 어쩌면 애초에 문제는 한국의 생활문화와 기후는 생각하지 않고 안일하게 서양식으로 집을 짓기 시작했던게 문제가 아닐까요? 그걸 사람들이 자기에게 맞게 개조해 쓰는 것이 보편화된 것이 발코니 확장이라고 한다면 그 역사를 뒤집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 아닐까요?

 

우리는 건축을 불행히 서양에게서 배웠습니다. 한옥은 극히 드문 경우가 되었고 그래서 한국건축과 외국건축을 구분하지 않고 그냥 다 집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한국 기후와 온돌문화는 한국의 전통주거문화를 굉장히 다른 것으로 만들었습니다. 한국집의 핵심인 바닥난방이 외국에는 전혀 없었습니다. 지금도 그렇죠. 실질적으로 100% 바닥난방이 보급된 나라는 한국이외에 없습니다. 

 

그런데 집을 볼 때 서양눈으로 봅니다. 지금도 지붕도 없는 발코니나 옥상정원 그리고 마당을 보면 탄성을 터뜨리는 사람들 정말 많죠. 한국에서 그런 공간은 죽은 공간입니다. 멋진게 아닙니다. 겨울은 너무 춥고 여름이 되도 한국에서는 파라솔 같은 거 가져다 놓고 차양막 적당히 펼치는 것으로 감당이 안됩니다. 열기가 엄청나죠. 열대야가 있을 때도 많습니다. 그런데도 죽으나 사나 서양식으로 집을 봅니다. 그렇게 기준을 서양으로 놓고 이게 집이라고 부르기 시작하면 결론이 산으로 갑니다. 나중에 나 이렇게는 너무 불편하고 춥고 답답하고 어둡다고 하면 서양사람은 이런 집에 잘 사는데 그걸 그렇게 느끼는 당신이 잘못이라고 할지도 모르죠. 옷좀 더 입으라고, 추워도 뜨거워도 참으라고.  모든 사람들이 발코니 확장을 하는 상황에서 그걸 합법화 시킨 것은 바보짓이었을 까요? 이런 현실이 좀 안타까워서 이런 생각을 기록해 봅니다. 

'주제별 글모음 > 집에 대한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파트와 단독주택 어떤 집이 좋은가.  (0) 2020.12.06
한국집을 아시나요?  (0) 2020.07.25
아이디어의 비슷함  (0) 2020.07.05
예쁜 집 두 채  (0) 2020.06.26
한국집의 두번째 근본  (0) 2020.06.21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