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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집에 대한 생각

아파트와 단독주택 어떤 집이 좋은가.

by 격암(강국진) 2020. 12. 6.

저는 가끔 블로그에 누군가가 질문을 하면 댓글을 몇줄 달다가 이런 문제는 좀 더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해서 본격적으로 글을 쓰고는 합니다. 오늘 아침에는 '그러니까'님이 제가 아직도 아파트가 싫은가하고 질문하셨더군요. 링크도 하나 주셨는데 그건 단독에만 오래 살다가 아파트 가서 살아보니 역시 아파트가 편하고 좋더라라는 글이었고 단독의 어려운 점을 나열한 글이었습니다. 

 

그러니까 님의 질문에 직설적이고 짧게 답을 하자면 그렇다입니다. 저는 지금도 아파트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 답에는 오해가 끼어들기 아주 쉽습니다. 지금 이 순간의 상황만 볼 것인가 가까운 미래를 볼 것인가, 개개인의 취향과 상황차이는 어떤가에 따라 집이란 여러가지 모습을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우선 한가지만 말씀드리면 단독에 20년 30년 살던 분이 새로 아파트로 이사가셨다면 그 분은 굉장히 아파트가 좋은 걸 느끼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왜냐면 이런 경우 아파트는 신축이거나 완전히 리모델링된 곳이 되기 쉽기 때문입니다. 새로 이사가면 그런 경우가 많으니까요. 반면에 그 분이 살았던 단독이란 아무리 신축이라도 10년이고 전부터 살던 집이라면 30년전의 집이 되기 쉽죠.

 

그런데 한국의 주거문화는 정말 지금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10년전 집은 아파트건 단독이건 요즘 짓는 집과 많이 다릅니다. 10년전의 저는 한국집에 대해 아파트건 단독이건 절망적일 적도로 구조가 나쁘고 집에 돈을 쓰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요즘 보면 리모델링 열풍에, 4베이 아파트 대세에, 혁신적 구조의 단독주택들까지 정말 10년전 아파트나 10년전 전원주택같은 건 상상하기 힘들정도입니다. 역시 한국은 뭐든지 빨리 빨리 변하는 나라입니다. 요즘 사람들이 요구하는 것, 새로운 변화 추세를 집짓는 분들이 반영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20년 30년 아파트 살다가 새집지어서 단독으로 나가신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분은 단독 절대 찬양론에 빠져있을 겁니다. 왜냐면 그분들의 아파트는 20년이상된 아파트고 집은 새로 지어 나간 거니까요. 살아보니 너무 좋기만 하다고 하겠죠. 새 집은 관리도 거의 필요없습니다. 이런 부분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지금은 계획에 없지만 살다가 그럴 필요가 생기면 싫어도 아파트에 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말해 싫지만 어떤 댓가를 치루고서라도 절대 아파트는 사람 살 곳이 못된다는 식으로 말하는 건 아닙니다. 또 집이란 개인의 취향의 문제인 동시에 개인의 취향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집이 개인의 취향이라는 것은 물론 제가 아파트가 싫다고 해서 다른 누군가가 아파트를 좋아하는 것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지만  집이 개인의 취향이 아니라는 것은 집이란 대개 1인 가구를 위한 것이 아니라는 겁니다. 어떤 사람은 미혼으로 혼자 살고, 어떤 사람은 부부가 살며 어떤 사람은 아이들에 심지어 부모님과 같이 살기도 합니다. 이에 따라 아파트와 단독의 장단점은 아무래도 갈립니다.

 

한국의 아파트는 기본적으로 1인가구를 위한 주거입니다. 그 구조가 사생활을 주지 못합니다. 스페인 같은 곳의 맨션과는 구조가 다릅니다. 이 문제는 단독주택도 잘못지으면 마찬 가지인데 많은 단독주택이 이렇습니다. 하지만 단독은 고칠 수있고, 지금은 더 잘 지어지고 있습니다. 개인의 취향에 따라 말입니다. 반면에 아파트 주거는 그렇게 하기 더 어렵습니다. 똑같은 구조로 여러 가구를 짓는 것이니 문화적 관성을 더 크게 받게 되죠. 혁신적 구조의 아파트라도 아무래도 더 보수적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가구수가 얼마 안되는 저층 맨션같은 것이 재미있게 지어지는 것같더군요. 

 

그런데 취향때문이기도 하지만 바쁘게 사는 한국인들은 집 바깥으로 나도는 시간이 워낙 길어서 아파트의 단점을 잘 이해 못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하루 중 집에 머무는 시간이 극히 짧은 겁니다. 그래서 사실 집에 둘이서 있는 시간도 아주 짧고 1인주거용 주거라도 별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집에 머물 시간이 거의 없는 사람이 좋은 집은 왜 찾을까요? 1년에 한두번만 외출하는 사람이 차는 불편하고 지하철이 역시 편하고 좋아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거 아닐까요? 어떤 집이 좋은가를 따지려면 자기 생활에 대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자기가 어떻게 살고 있는지, 그렇게 계속 살고 싶은지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입지도 않은 옷에 대해 좋고 나쁜 걸 따지는 식이 됩니다.

 

아마 요즘 코로나때문에 바깥출입 못하고 가족들이 집안에서 많이 지내는데 아파트 사는 사람들 중에는 미칠 것같은 사람들도 많을 겁니다. 아이들이며 남편이며 다 집에 있으니까 말이죠. 코로나로 부부가 너무 오래 서로를 봐서 이혼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더군요. 반면에 요즘 인기있는 중정같은게 있는 단독에 사는 분들은 만세를 부르고 있겠죠. 놀이공원 안가도 집이 놀이공원이라면서. 정원에서 모래장난하고 수영장설치하고 바베큐하고 그러면서 아파트 팔길 정말 잘했다고 말할 겁니다. 이렇게 상황따라 다른 겁니다. 

 

지금 한국에서 단독에 비해 아파트가 편한 점은 솔직히 많습니다. 그런데 그 장점의 상당 부분은 단순히 한국의 보편주거형식이 아파트라서 그런 겁니다. 제가 보기엔 한국의 주거문화도 빠르게 바뀌고 있고 단독에서 사는 문제를 극복하려는 노력도 많은 것같습니다. 그러니 몇년 지나지 않아 단독의 문제들도 극복될 가능성이 많습니다.

 

예를 들어 단독의 대표적 문제중 하나가 관리가 힘들다는 건데 그런 건 단독주택 관리 서비스가 발달하면 엄청난 비용을 들이지 않아도 아파트 만큼이나 편하게 하게 될 수도 있죠. 어차피 아파트도 관리비내고 생활하니까 그런 거 아닙니까. 그런 걸 아파트라는 집의 장점이라고만 생각하면 오해가 있을 수 있죠. 원룸빌딩들이 즐비한 곳에 가면 그 빌딩들 계단이며 주차장 청소는 주인들이 하지 않습니다. 관리서비스가 생겨서 그 사람들이 해주죠. 비슷한 거 아닐까요. 지금도 물론 남에게 시켜서 그런 서비스를 쓸 수 있지만 단독주택 문화가 발달하면 그런 서비스도 더 발달해서 더 싸고 편해질 겁니다. 

 

또다른 단독의 대표적 문제가 난방비입니다. 이 문제는 옆집을 지붕과 벽과 바닥을 삼는 아파트의 구조상 단독주택이 경쟁하기 힘든 분야지만 최근에 지어진 집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10년 20년전의 단독주택과는 상황이 많이 다릅니다. 즉 어떻게 집을 지었냐에 따라 이 문제도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습니다. 잘지어진 단독주택에 사는 분들중에는 난방비 걱정 전혀 없다고 하는 분들도 많습니다. 

 

또 거론할 중요한 것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주차장입니다. 한국의 주차상황은 지금 폭발직전입니다. 차는 아무 빈터에나 주차해도 된다는 예전부터의 관습과 문화는 바뀌지 않으면 안됩니다. 왜냐면 그러기엔 한국에 차가 너무 많아서 계속 싸움이 나기 때문이죠. 아파트 주차는 쉽기만 할까요? 그러니까님이 주신 링크를 따라가 보니 그 글을 쓰신 분은 주차장 문제를 단독의 단점으로 적으셨던데 이건 일반적인 상황이 아닙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많죠. 

 

요즘에는 한 가구가 일곱대의 차를 가진 집도 있다고 하더군요. 이정도는 아니라도 2대 3대는 정말 흔합니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아파트에 살면 그 사람들이 주차공간을 너무 차지해서 그 아파트 주민도 차를 댈 곳이 없다고 합니다. 이건 기본적으로 주차장에 소유자가 표시되어져 있지 않은 한국의 상황이 만든 겁니다. 차고지증명제가 실시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불법주차벌금이 다른 어느 선진국보다 쌀 정도로 불법주차에 대해 관대한 한국 주차문화가 만드는 거죠. 내땅 남의 땅 구분하지 않고 '차 좀 댈 수도 있지'하는 식으로 생각하는 사람은 아직도 한국에 많습니다. 그런데 한국의 차량댓수는 지금 폭발적으로 늘고만 있거든요. 그러니까 아파트는 주차문제에 대해 무풍지대라고 생각하는건 오해입니다. 

 

단독 주택의 경우, 자기 차고를 가진다면 주차가 왜 어렵겠습니까. 더구나 아주 중요한 건 지금 차의 주류가 전기차로 전환되고 있다는 겁니다. 전기차때문에 단독으로 이사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자기 주차장에 개인 충전기를 설치하면 차를 핸드폰 충전하듯이 편하게 쓸 수 있기 때문이죠. 반면에 지금 아파트같은 곳에서는 전기차때문에 주차문제와 충전 문제로 계속 싸움이 난다고 합니다. 안그래도 주차문제가 심각한데 전기차 충전한다고 오래 세워두겠다고 하니까 말이죠. 전기차는 아파트의 매력을 감소시킬 요인 중 하나입니다. 아마 앞으로 이 문제는 점점 심각한 문제가 될 겁니다.

 

더 쓰기로 한다면 끝이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결론은 자기 형편과 취향에 맞춰서 선택을 하시면된다는 평범한 것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평생 하나에만 살 필요도 없죠. 이리저리 살아보면 더 재미있지 않겠습니까. 다만 저는 아파트가 싫습니다. 그리고 아파트건 단독이건 여러가지 고려요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 한국의 보편주거는 분명 아파트였지만 지금 한국의 주거문화는 달라지고 있기 때문에 과거로부터 내려오는 말에 너무 얽매여서도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옛날과 지금이 다르고 지금과 가까운 미래가 다를테니 결국 자기 감각으로 자기가 선택해야죠. 어떤 선택도 다 문제가 있고 그 문제를 해결할 방법도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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