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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한국문화

일본이 한국의 식민지가 되는 날이 올까?

by 격암(강국진) 2021. 8. 16.

21.8.16

일본의 위기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국가부채는 엄청나게 쌓여서 그리스를 능가한지 오래고, 후쿠시마 원전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으며 정치적 무능이 지나치다. 일본의 자존심이라는 토요타도 전기차로 세상이 바뀌면서 얼마나 갈지 모른다. 일본은 프랑스나 이탈리아처럼 관광으로 먹고 살기도 어렵다. 가장 관광을 많이 오는 것이 중국과 한국인데 스스로 그들과 사이좋게 지내기를 거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가장 큰 위협은 뭐니 뭐니 해도 한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일본은 조선을 삼키는데 실패했고 이제 그 조선에 의해 더욱 빠른 망국의 길을 갈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스스로가 내리는 선택이다. 지금이라도 일본이 변하고 독일이 그렇게 했듯이 보다 보편적인 역사관을 가지고 주변 국가와 공존번영하는 길을 택한다면 미래는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을 정치 경제적으로 장악한 노인들은 결코 변하지 않을 것이며 그들이 지지하는 정치가들은 결국 일본을 빠른 망국의 길로 가게 만들 것이다. 이때문에 머지 않은 장래에 일본은 한국의 실질적 식민지가 될 수 있다. 

 

이 말은 물론 한국이 군사적으로 일본을 병탄한다는 뜻이 아니다. 오늘날 무력 전쟁은 시대착오적이다. 요즘 시대의 전쟁은 경제와 문화분야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그 전쟁에서 진 쪽은 실질적으로 식민지나 다름없게 살게 되기 쉽다. 특히 일본과 한국처럼 지리적으로 그리고 문화적으로 가까운 두 나라는 그렇다. 

 

이 이야기를 하기 위해 우선 국내적으로 서울과 지방과의 관계를 살펴보자. 지금은 좀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했지만 오랜간 한국의 지방은 서울의 식민지 같은 곳이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 진 것이 젊은이들이 고향을 떠나고 노인들만 넘쳐나는 지방이다. 지방은 젊은이들을 키워서 서울로 보내고 수도권의 자본에 의해 지배당했다. 빠르게 발전하는 세상에 따라가기 위해서는 지방에 머물러 있어서는 안됬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은 무조건 서울로 가야만 했다. 그렇게 해서 지방사람들은 수도권의 상권을 살리고 부동산 가격을 올리는데 기여하고 수도권 사람을 부자만들어 주었으며 그 돈이 돌아서 지방의 땅도 빼앗기게 되었다. 법이든 정치든 교육이든 문화든 경제든 모든 것의 중심은 수도권이 차지하고 있었다. 

 

이 사실들을 곰곰히 생각해 보면 지방이 수도권의 식민지였다는 말이 그렇게 큰 과장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이 진짜 식민지가 되지 않은 이유도 몇가지 있다. 일단 지방에도 사람이 있으니 정치적으로 그들의 중요성이 없지 않다. 게다가 지방자치제가 실시된 이후로는 더더욱 많은 투자가 지방에 이뤄졌다. 30년전의 지방, 아니 20년전의 지방만 했도 사실 지저분하고 후진적이었다. 그러나 지금 전국을 돌아다녀보면 지방이 얼마나 살기 좋아졌는지 믿기 힘들정도다. 때로 여기가 스위스나 이탈리아나 캐나다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여기에는 한가지 이상의 이유가 있지만 분명한 한가지 이유는 지방을 살리기 위한 국가적인 노력이 있었기 때문이다. 즉 지방과 수도권은 하나의 국가공동체인 한국안의 두 지역이었다. 

 

지방과 서울간에 존재하는 이런 식민지적 관계는 따라서 공동체 정신이 존재하지 않는 두 개의 다른 국가사이에서는 훨씬 더 심각할 수 있다. 만약 한쪽 국가에 사는 인재들이 자신들의 미래는 다른 나라에 있다고만 생각하면서 가난한 나라쪽을 시골처럼 만들기 시작하면 서울과 지방사이에서 벌어지는 일이 두 국가사이에서 벌어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두 국가는 독립적이므로 한쪽 나라가 다른 쪽 나라에게 경제적 보상을 할 이유가 없다.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나는 예는 쉽게 찾을 수 있다. 한가지 예는 미국과 멕시코일 것이다. 또 가난한 필리핀이나 인도네시아 사람들이 홍콩이나 싱가폴에서 사는 모습을 보면 사실 완전히 3등국민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필리핀에서 대학을 나오거나 선생님을 하던 사람이 홍콩에서 가정부를 하는 식이다. 왜냐면 그게 더 돈을 벌기 쉽기 때문이고 그만큼 자기 나라가 절망적이기 때문이다. 유럽연합내에서도 이런 일은 있었다. 생산성이 큰 독일이 돈을 빨아들이고 그리스같은 국가는 빚이 늘었다. 유럽연합은 하나의 나라는 아니지만 경제공동체로서 어느 정도 보상을 하는데도 그랬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사실 미국과 한국과의 관계도 그랬다. 지방과 서울의 관계처럼 오랜간 한국은 외국을 특히 미국을 바라보고 살아왔기 때문이다. 한국 대학교수의 상당수는 미국에서 박사를 받은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지방에서 고등학교 나온 인재가 서울로 가듯이 서울에서 좋은 대학나온 인재는 미국으로 유학가는 것이 보통이었고 사실 지금도 어느 정도 그렇다. 그래서 한국은 옛날에도 지금도 미국의 식민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국가 사이에서는 문화적 요소가 중요해 진다. 캐나다와 영국의 인재는 모두 미국인으로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단순히 미국의 식민지가 되지 않은 것도 문화적 힘에서 나온 것이다. 앞에서 말했듯이 많은 인재들이 미국으로 유학을 갔고 거기서 직장도 얻었지만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한국으로 돌아왔다. 삼성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월급 좀 더 준다면 모두 미국이나 중국으로 취직하러 가는 것은 아니다. 그런 사람도 있고, 군복무의 의무가 여러가지 제한을 가하는 것도 있지만 한국의 모든 인재들이 다 미국 가서 살기를 바라지는 않는다. 미국문화는 한국에 깊은 영향을 미쳤지만 한국은 그것에 완전히 휘둘리지 않았다. 즉 문화적 구심력이 벽이 되어 한국을 지켜준 것이다. 

 

일본과 한국이 서로에게 특별한 존재인 이유는 한일간의 문화적 장벽은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작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사람들에게 이 점은 굉장히 중요하다. 일본인들은 굉장히 보수적이고 모험을 싫어한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지금도 외국에 잘 나가지 않는다. 일본 경제가 지금보다 훨씬 좋았던 20년전에도 미국 뉴욕에는 일본인보다 한국인이 더 득실거렸다. 보다 더 개방적이고 진취적인 한국인들과 일본인들은 이 점에서 다르다. 한국인들이라면 보다 더 세계적으로 퍼져서 살 수 있지만 일본인들은 그렇지 않다. 일본인은 극단적으로 말하면 일본에서밖에 살지 못하는 사람들이다. 그런 일본인들이 일본을 제외하고 세계에서 가장 잘 적응하고 살 수 있는 나라가 한국이다. 

 

그러므로 일본이 몰락하고 일본이 얼마되지 않는 그들의 인재들도 활용할 처지가 못되어 일본의 인재들이 좌절할 때 그들이 바라보고 진출하려고 하는 나라는 한국이 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이 일은 이미 문화계에서는 일어나고 있다. 일본의 연예계는 너무나 후진적이기 때문에 일본에서 연기자나 가수가 되려고 하는 사람들중에는 한국에서 꿈을 찾으려고 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그래서 박진영이 일본에서 가수 선발 프로그램을 진행했을 때 크게 호응이 있었던 것이다. 중국이나 미국으로 가는 거라면 훨씬 더 큰 공포가 있다. 하지만 한국은 갈 수 있다. 이것이 일본 사람들의 정서다. 

 

여기서 우리는 한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모든 것이 맞다면 일본이 잘 살 때 한국은 일본의 식민지가 되었어야 하지 않는가? 맞다. 일본에게 그렇듯이 한국에게도 해방이후 가장 위험한 국가가 일본이었다. 무역수지를 따지지 않더라도 실제로 일본의 한국 내에서의 정치적 문화적 영향력은 굉장했고 지금도 정상이 아니다. 그렇게 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이상한 일이 한국에는 전에도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지금 우리나라에서 설치는 친일 언론들을 보면 도대체 국적이 어딘지 의심될 정도다. 그러나 그래도 우리는 우리를 지킬 수 있었고 민주국가를 키워낼 수 있었다. 만약 박정희 전두환으로 이어지는 군사독재정권이 계속되고 그 결과 경제적 성장도 한계가 있었다면 우리는 필리핀이나 미얀마같은 나라가 되었을 것이고 지금쯤이면 정말 일본의 식민지처럼 일본 사람들 가정부나 하고 잡역부나 하면서 2등 시민으로 살고 있을 것이다. 한국의 민중은 그 군부독재를 물리쳤고 민주국가를 만들었다. 한국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경제적으로도 성공했다. 사실 아슬아슬했던 때도 많았다. 촛불시민이 탄핵시킨 박근혜만 해도 위안부 합의를 해주고 사법농단사건을 일으키는 등 문제를 많이 일으켰다. 하지만 그들을 우리는 물리칠 수 있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가. 한국의 문화적 역량과 구심력이 일본의 그것에 비해 본래 강했다는 말로 밖에는 설명할 수 없다. 임진왜란때 조선을 처들어온 일본군은 우두머리가 도망가도 포기하지 않고 저항하는 의병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일본에서는 서로 싸우다가도 우두머리가 항복하면 아랫사람들은 금방 이쪽편의 백성으로 충성했기 때문이다. 일본제국은 조선을 합병했지만 그래도 조선을 삼킬 수는 없었다. 북해도의 아이누족을 말살 하고 오키나와의 류큐 왕국을 편입한 그들이지만 조선은 삼킬 수 없었다. 그러기에는 조선의 문화적 역량이 너무 컸기 때문이다. 난 반대로 만약 조선이 일본을 무력으로 강점했으면 일본 사람들은 결코 독립운동을 하지 않고 계속 조선인으로 남아있었을 거라고 믿는다. 실제로 2차세계대전을 이긴 미국이 일본에 입성했을 때 미군은 일본인들의 환대에 어리둥절했다고 한다. 세상을 강약으로 보고 강자에게는 수그리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는 사람들이랄까. 이것이 조선인과 일본인의 차이이며 한국이 결국 일본의 영향력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는 이유다. 

 

이제 일본은 몰락하고 있고, 상황이 뒤집어졌다.  한국의 1인당 소득이 일본을 능가하기 시작했을 뿐만 아니라 무엇보다 진취적이고 미래적인 산업을 일본은 하지 못하고 있다. 이 말은 젊은 인재들에게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뜻이다. 한국의 옆에 있으면서 한국에게 나쁜 영향을 주었던 일본은 이제 거꾸로 인재유출을 걱정해야 할 판이다. 그리고 그것은 무역수지의 역전으로 이어질 것이다. 최근에는 인상적인 사건도 있었다. 한국에게 반도체 재료로 경제압력을 가한 결과 일본의 회사가 공장을 일본에서 한국으로 옮긴 사건이 생긴 것이다. 일본 스스로가 기업과 인재를 한국으로 보내고 있다. 별다른 변화가 없다면 이런 일은 가속화할 수 있다. 한국은 한국의 하층민을 그린 봉준호를 영웅으로 여기지만 일본은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고레에다 히로카즈감독을 일본의 어두운 면을 그린다면서 박대했다고 한다. 그는 결국 최근에 한국에 와서 영화를 찍고 있다. 이것이 한국과 일본의 차이다. 

 

이제 공은 일본으로 넘어갔고 일본도 한국이 해낸 것을 그들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할 때다. 그리고 한국인으로서 나는 진심으로 그들이 그걸 해내기 바란다. 그들이 성숙한 민주주의 국가로 탈바꿈하여 진정으로 한국과 나란히 설 수 있는 나라가 된다면 한일은 손잡고 세계를 호령하는 시대를 열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게 더 안정적이고 밝은 미래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면 나는 일본이 그걸 해낼 수 있다는 것을 믿지 않는다. 그들은 미래로 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퇴행하여 이미 무너진 일본제국을 되살리려고만 하다가 별 힘도 못쓰고 한국의 식민지가 되기 쉽다고 믿는다. 가능성으로 보자면 후자가 더 커 보인다. 

 

사실 한국의 민주주의도 이명박 박근혜를 보면 알지만 그리 튼튼한 것은 아니다. 그래도 한국의 민주주의는 정말 대단한 것이고 특이한 것이다. 식민지를 가지지 않은 나라중에서 선진민주국가가 된 지구 상의 유일한 나라다. 기존의 선진국들은 과거의 영광에 기대어 살고 있어서 보수적이지만 한국은 가장 혁신적이다.  이걸 이 나라 저 나라 모두 할 수 있다고 믿을 수는 없다. 따라서 나는 일본이 자력으로 민주화될 수 있다고는 도저히 믿을 수 없다. 그들은 여전히 메이지유신에 머물러 있다. 

 

결국 일본의 몰락은 지속될 것이고 가까운 장래에 그 몰락은 한국덕분에 속력이 더욱 빨라질 가능성이 크다. 일본의 뜻있는 사람들이 일본을 포기하기 시작할 수 있다. 일본의 유명한 기업가 손정의가 일본에는 투자할 기업이 없다고 말하는 것을 보라. 그는 코로나 위기속에서 진단키트 같은 것을 기부하겠다거나 올림픽 유치하는 것을 비판했다가 비판만 잔뜩 받았다. 놀랍도록 멀지 않은 장래에 일본인들이 한국 사회에서 2등시민으로 사는 미래는 그렇게 터무니 없지 않은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10년후의 일본은 독도를 차지하기는 커녕 땅을 팔아서 연명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들은 다른 나라보다 한국에 그걸 팔아야 그나마 그들의 생활을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중국이나 미국에게 그렇게 하기는 불안할 테니까 그렇다. 한국도 IMF때 비슷한 일을 당했지만 이겨냈다. 하지만 일본에는 민중의 힘을 제대로 쓸 정치가가 없을 것이다.  시대착오적인 정치를 너무 오래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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