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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한국문화

식민지 근대화론의 본질은 인종차별이다.

by 격암(강국진) 2021. 8. 19.

일부 한국 사람들도 그렇지만 일본 사람들 중에는 식민지 근대화론이 모욕이며 이것은 자신의 인종차별적 믿음을 고백하는 것이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기에 그들은 그걸 당연히 옳은 것으로 여기거나 그렇지 않더라도 시비를 따지기 위해 토론할 여지가 있는 문제로 여길 뿐만 아니라 거기에 더하여 한국과 일본이 친하게 지내자고 하는 것이다. 차라리 한국과 일본은 서로의 원수라고 말한 다음에 식민지 근대화론을 떠들던지 아니면 나는 한국이 싫다고 말하고 식민지 근대화론을 떠들어야 그나마 앞뒤가 맞다. 한국과 일본이 앞으로는 친하게 지내자고 말하면서 혹은 심지어 나는 한국을 사랑한다고 말하면서 조선이 일제의 식민지가 된 덕분에 근대화된 것은 역사적으로 사실이 아니냐 운운하는 것은 바보같은 소리아니면 매우 사악한 소리다. 

 

아주 극단적인 이야기를 해보자. 서양 국가가 미대륙을 차지 하지 않았을 때 인디언들이 스스로 산업화하고 오늘날 발전된 국가가 될 수 있었다고 믿는 사람들은 얼마나 될까? 서구 문화가 여전히 세계의 주류인 오늘날 이 질문을 던졌을 때 인디언도 나름대로 독립적으로 산업화 할 수 있었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별로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런 인디언들의 후손에게 조차 봐라 니들은 지금 문명화된 세상에서 문명인으로 살고 있지 않은가. 우리가 너희들을 근대화시켜준 것이니 고마워해야 한다는 말은 터무니 없으며 해서는 안될 말이다.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어떤 여학생이 공부를 잘 하지 못한다고 하자. 그런데 어떤 사람이 그 여학생에게 여자가 공부는 무슨 공부며, 너는 어차피 공부도 못한다고 하면서 아예 공부할 기회 자체를 빼앗아 버리고 어디 공장에 취직하거나 일찍 결혼하여 애낳고 사는 것을 강요했다고 하자. 기회를 박탈당한 그 여자는 그 사람에게 내가 살길을 알려주셔서 감사하다고 해야할까? 

 

이런 예들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자유의지고 또 하나는 본질론이다. 식민지가 된다는 것의 첫번째 의미는 자유의지가 박탈당한다는 것이다. 즉 외교권도 없고, 나름대로 경제정책을 펼 수도 없으며 국방도 우리 마음대로 하지 못하게 되었고 교육도 우리마음대로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자유의 박탈을 의미하는 식민지라는 단어와 발전을 말하는 근대화라는 단어를 합체시키는 것은 너는 본래 스스로의 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전혀 없는 존재이므로 내가 발전시켜주었다라는 말이 된다. 이것은 너는 본질적으로 절대 발전할 수 없으며 그런 의미에서 나를 포함한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다고 말하는 인종차별적 발언이다. 자신은 식민지가 되지 않고도 발전할 수 있었지만 너는 식민지가 안되면 즉 자유의지를 박탈당하는 일이 없었다면 나와는 달리 그게 불가능했다고 말하는 것이니 이게 인종차별이 아니면 뭐겠는가. 

 

착각하지 말아야 할 것이 어떤 사람의 발전에 혹은 어떤 나라의 발전에 주변 사람이나 주변 나라가 좋은 영향을 끼쳤다고 주장하는 것은 식민지 근대화론과는 전혀 다르다는 점이다. 한국이 근대화하기 위해서는 일본이나 서양으로부터 배우는 것이 꼭 필요했다같은 말과 식민지 근대화론은 전혀 다르다. 이 두가지 중에 앞의 것은 사실 아주 엄밀히 말하면 언제나 사실이다. 지금 세상에서 선진국이라고 자부심을 가지는 나라중에 그 긴 역사속에서 주변 나라로부터 문화적 경제적 영향을 받아 발전하지 않은 나라가 하나라도 있을 수 있는가? 누구나 세상으로부터 배워서 발전한다. 반면에 후자는 제 아무리 역사적으로 그럴듯해 보이더라도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한국인은 물론 인디언에게도 그런 식으로 말하는 것은 너희는 본질적으로 열등한 인종이라는 인종차별이다. 물론 여성에게 그렇게 말하면 그건 남녀차별이고 말이다. 인종차별이나 여성비하가 당연한 것이거나 적어도 그런지 안 그런지 토론해 볼 수 있는 주제인가? 

 

그런데 몇몇 사람들은 숫자나 사실들을 조금 늘어놓으면서 식민지 근대화론 같은 것을 뻔뻔 스럽게 떠든다. 이것은 여자나 흑인의 유전자를 검사해서 이래서 그들은 열등하다고 주장했던 사이비 과학자들을 떠올리게 만든다. 역사나 경제학은 과학이 아니다. 지구가 끝날 때까지 토론하더라도 그때 식민지가 안되었더라면 조선은 근대화가 되지 못했을 거라는 주장을 증명할 수는 없다. 역사를 돌아보면 우리가 미래를 예측할 수 없었다는 예들은 넘쳐난다. 불과 30년전만 해도 삼성이 소니보다 커질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믿기 힘든 일이었고, 한국 전쟁 이후의 폐허를 보면서 반세기가 조금 넘게 지나면 한국의 경제가 세계 10위안에 들게 될거라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조선이 일본의 식민지가 되지 않았으면 근대화가 절대 되지 못했을거라는 증명이 가능하겠는가.

 

자신만만하게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은 자기가 뭘 하고 있는 지를 착각하고 있을 뿐이다. 증명할 수 없는 것을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 분석이나 예측이 아니라 그냥 자기의 믿음의 고백이다. 식민지 근대화론이 고백하고 있는 믿음이란 결국 이런 것이다. 

 

'조선인은 열등한 민족이라 자유의지를 빼앗기고 남에게 강제당하지 않으면 절대 스스로 발전할 수 없는 사람들이다.'

 

그러니까 식민지 근대화론을 말하면서 내가 한국을 사랑한다던가, 한국과 일본이 사이좋게 지내자고 하는 것은 바보의 말이 아니면 사악한 말이다. 내가 당신에게

 

'나는 당신이 인간이하의 열등한 침팬지라고 믿는다. 우리 이것을 친구론이라고 부르자.'

 

라고 한 뒤에 친구론을 말하고 그것을 기정사실화한 후에 우리 앞으로는 친하게 지내자고 한다면 이거 미친 소리 아니겠는가. 

 

사람들은 흔히 언론과 출판의 자유라던가 학문의 자유따위의 논리를 펴면서 우리는 어떤 질문이든 던질 수 있고, 토론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말을 진심으로 믿는 사람들은 사려깊게 이 문제를 생각해 보지 못한 사람들이다. 이 세상에는 무한대의 질문이 있다. 그 모든 질문을 다 던져본 후에 우리가 뭔가를 해보겠다고 한다면 우리는 아무 것도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므로 현실적으로는 자유를 말하면서도 우리에게는 상식이라는 제약이 있다. 그게 아니라면 우리는 끝없이 왜를 물을 수 있다. 사람을 죽이면 안되잖아라고 해도 왜? 하는 식으로 되물을 수 있는 것이다. 외적이 처들어 오는데 싸우자고 하는 말에 왜 싸워야 하는데?라고 되물을 수 있다. 

 

오늘날의 세계에서 상식은 인종차별은 질문대상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식민지 근대화론이란 바로 인종차별이다. 이런 말은 베트남은 한국없으면 발전할 수 없다는 말이나 일본은 조선이 없었으면 발전할 수 없었다같은 말들과는 다르다. 왜냐면 우리는 베트남의 국민된 권리를 박탈하고 우리마음대로 결정하면서 베트남과 교류하는게 아니기 때문이다. 조선은 일본을 식민지로 삼지 않았기 때문이다. 식민지의 역사를 은근슬쩍 그저 평범한 국가간의 교류쯤으로 혼돈시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그런건 강간범이 너도 좋았잖아라고 되묻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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