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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생활에 대하여

무시당하기와 무시하기

by 격암(강국진) 2022. 2. 12.

2022.2.12

누군가에게 무시당했을 때 그걸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사실 스스로를 솔직히 돌아본다면 스스로가 수많은 사람들을 무시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서로에 대한 평가와 대접은 오고가는 것이기 때문에 바로 이 우리의 이 무시때문에 무시당함은 종종 돌아오기도 한다. 즉 내가 그 사람에게 관심없어 한다는 사실이 그 사람이 나를 대하는 태도를 결정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말하면 어떤 사람들은 나는 사람들을 무시하지 않는다고 말할지도 모른다. 이는 무시한다는 것을 어떤 특별히 무례한 행동으로 파악하기 때문에 생기는 오해다. 무시한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관심이 없다,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우리가 정말 모든 사람의 삶에 대해 관심이 있고 중요하다고 생각하는가? 그런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정말 대단한 사람이다. 

 

예를 들어 당신이 돈을 버는 것이나 유명인사가 되는 것에 관심이 집중되어 있다면 그런 것과 상관없이 사는사람에게는 관심이 없어지기 쉽다. 대통령이나 일론 머스크 같은 유명인사와 만나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는 데 당신은 그런 기회를 그저 아무 이름도 없는 평범한 사람과 차를 마시기 위해서 날려버리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럴 때 당신은 그런 선택을 하는 것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하겠지만 그것도 역시 당신이 그 평범해 보이는 사람을 무시하고 있는 행동이다.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을 너무 믿어서는 안된다. 어떤 사람은 '누군가가 BMW를 태워준다는데 그럼 그걸 안타요? 당연히 타지?'라고 말하면서 BMW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 열광하는 자신을 당연하고 자연스러워 할지 모르지만 어떤 사람에게는 그저 비싼차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은 거의 의미가 없으며 애초에 BMW정도가 고급차라고 생각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어떤 사람에게는 프라다 가방이나 만원짜리 비닐가방이나 실질적으로 크게 차이가 없다. 누군가는 슈퍼카에 미쳐있지만 누군가에게 그건 불편하고 실용성없는 물건에 지나지 않는다.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이 바로 우리로 하여금 남을 무시하게 만든다. 누군가를 만났는데 그 사람이 가지고 있는 것이나 말하고 있는 것이 영 아무 흥미를 주는 것이 없다면 우리는 최대한 예의를 지키려고 하지만 그래도 역시 대답이 심드렁해 지기 마련이다. 그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럽다고 당신은 여기겠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보면 지금 당신은 상대방을 무시하고 있는 것이 된다. 

 

그렇다. 재미없는 걸 재미없다고 느끼는 것이 잘못은 아니다. 그러니 이것은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결론을 진지하게 믿는다면 누군가가 우리를 무시할 때도 당신은 그것을 개인적으로 감정적으로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 왜냐면 결국 그 사람은 당신이 재미없다고 느끼고 있는 것 뿐이니까 말이다. 당신은 당신이 무가치하고 재미없는 사람이라고 평가하는 그 사람이 괘씸하겠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첫째로 그 사람이 뭘 좋아하는 가를 당신이 결정할 수가 없다. 어떤 사람은 이상한 이유로 당신을 좋아할지 모른다. 마찬가지 이유로 어떤 사람들은 참으로 이상한 취향을 가져서 당신에게 아무런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 괴상한 사람들을 좋아할 것이다. 둘째로 더 중요한 것은 이런 사람간의 차이때문에 상대방을 무시한 것은 당신이 먼저였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신은 아마도 자신의 연기나 예의를 대단한 것으로 여길지 모르지만 상대방은 아마도 벌써 당신이 상대방에게 별 관심이 없다는 것을 느끼고 상처받았을지도 모른다. 즉 당신은 결코 상대방을 무시한 적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미 상대방은 당신이 그를 무시했다고 느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왜냐면 사실 당신은 그 사람에게 큰 관심이 없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당신을 무시하는 것은 이런 당신의 무시에 대한 반응일 수있다. 그러니 어떻게 그것에 대해서 불평할 수가 있겠는가? 왜 세상이 나를 미워하냐고 묻는 사람이 던져야 하는 첫번째 질문은 이것이다. 당신은 세상을 사랑하는가? 누구나 자신을 좋아해 주는 것을 좋아한다. 당신이 먼저 세상을 미워하고 무시하고 무관심하니까 세상이 당신에게 차가운 것이다. 

 

무시를 당했다고 느끼는 것은 쉬운 일이다. 하지만 우리가 누군가를 무시했다는 것을 느끼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 우리는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에 의해 눈이 멀어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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