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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투자에 대하여

투자와 나를 지키기

by 격암(강국진) 2022. 3. 27.

2022.3.27

투자의 시대다. 우리나라도 선진국반열에 들게 되었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남아있게 된다면 앞으로의 미래는 투자의 시대라고 불려야 할 이유가 있다. 긴 이야기를 짧게 하자면 그게 선진국민이 사는 방법이기 때문이다. 농업사회가 상업중심의 사회로만 변해도 물건의 가격은 그것이 언제 어디에 있는가에 크게 의존하게 된다. 그저 쌀한포대는 어디서나 옷한벌이라는 식의 교환이 통할 수 없는 것이다. 상업사회에서의 많은 노동은 물건들이 적당한 순간에 적당한 장소에 있도록 하기 위해 종종 행해지며 당연히 그에 대한 댓가도 치뤄진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노동이 진짜 노동이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는다.

 

복잡하게 고도화된 사회에서는 돈도 마찬가지다. 그 돈이 언제 어디에 있는가에 따라 그 돈의 가치는 크게 바뀔 수 있다. 그리고 돈을 어디에 둘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이 바로 투자다. 상업화된 사회에서 상거래가 선택사항이 아니듯이 고도화된 사회에서는 누구나 투자를 하게 된다. 월급을 받아서 그저 우체국통장에 넣어두기만 하고 있는 것도 투자다. 그 사람은 나는 투자따위는 몰라라고 말할지 모르지만 그 사람은 현금이야 말로 중요하며 은행이 가장 안전하게 내 돈의 가치를 지켜준다라는 믿음속에서 투자를 하고 있는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아직 많은 사람들은 투자를 위해 고민하고 시간을 쓰는 것을 노동으로 생각하는 일이 부족하다. 이건 들판에서 농사짓는 것은 노동이고 사무실에서 일하는 화이트컬러는 노동이 뭔지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고와 비슷한 것이다.

 

사실 한국 사람의 상당수는 은행에서 융자를 해서 집을 산다. 그러면서도 자기가 투자를 하고 있다는 자각이 작다. 가지고 있는 돈으로 집을 사도 그것은 투자인데 융자까지 내서 집을 사면서 나는 투자따위는 몰라라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투자를 하지 않는다는 말을 하는 이런 사람들이 반드시 틀린 것도 아니다. 그들은 말하자면 안전하게 자산을 지킨다고 말하고 있는 것인데다가 나는 투자따위는 몰라라고 말하면서 소위 말하는 투자 정보들에게서 귀를 막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년간 부동산 가격이 크게 올랐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건 이명박 박근혜 정권 내내 부동산 가격이 오르지 않은 후에 돌아온 부동산 가격상승이었다. 과거 노무현 정권때도 부동산 가격은 올랐다. 그리고 그 이후에 당선된 이명박은 여기저기를 개발하겠다고 야단이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권 초기부터 부동산 가격은 오르지 않고 평행선을 그었다. 2009년에는 이미 새로 지은 아파트에 공실이 많다는 기사가 뜨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런 부동산 가격 안정화는 거의 10년을 유지했다. 이명박 박근혜 정권을 지나 다시 문재인 정권이 되고 나서야 부동산 가격은 오른 것이다.

 

이런 투자를 투자로 생각하면 정말 하기가 쉽지 않다. 노무현 정부때 부동산이 오르는 것을 보고 집을 산 사람은 그 집이 정말로 크게 오르는 것을 볼 때까지 10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융자까지 내서 집을 샀다면 그 10년동안 이자도 많이 내야 했을 것이고 예기치 못한 일로 돈이 필요해져서 집을 팔아야 했다면 그 투자는 실패한 투자가 되었을 것이다. 이런게 쉽다면 사실 과거를 돌아볼 때 뭘 해도 다 쉬웠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2009년에 만원정도 밖에 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7만원 정도다. 테슬라나 비트코인같은 대단한 종목이 아니라 그저 삼성전자 주식을 들고 있었어도 지금 몇백%의 수익을 냈을 것이다.

 

그런데 주변을 보면 그런 사람은 별로 없다. 실제로 삼성주식을 산 사람도 대부분은 그렇게 장기투자를 하지 못했다. 왜냐면 '좋은 정보'와 '불안한 정보'를 끝없이 듣게 되기 때문이다. 일이년안에 큰 돈을 벌어 돈걱정없이 살고 싶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에도 시간은 흘러 10년이 20년이 훌쩍 간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면 좀 어처구니가 없는 경우가 많다. 바쁘게 열심히 이리저리 뛰어다녔는데 제일 성공한 사람은 제자리를 지킨 사람이더라는 것이다.

 

이런 사례 중의 하나는 시골을 떠나 도시로 간 사람들일 것이다. 그들은 시골의 땅을 정리하고 도시에 정착했고 시골땅을 팔아 생긴 얼마 안되는 돈과 그 이후에 벌어들인 월급으로 열심히 자산을 불리려고 노력했다. 그런데 몇십년이 지난 후에 보니 시골에서 계속 버티고 살던 어릴적 친구가 훨씬 더 부자가 되어있더라같은 이야기는 세상에 흔하다. 그 시골이 더이상 시골이 아니게 되었고 과거에는 싸던 땅이 이제는 큰 돈이 되는 땅이 되었기 때문이다. 몇십년 시골에서 버틴 친구가 인생에서 성공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투자로는 오히려 그 친구가 더 성공한 셈이다.

 

이런 이야기를 통해 우리가 내려야 하는 결론이 투자는 역시 장기투자야라던가 투자는 역시 부동산이야라는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건 그런 사례가 있다는 것이지 반대로 장기투자 운운하고 고집하다가 망한 사람도 얼마든지 있다. 안좋은 이야기를 하자면 끝이 없지만 한가지만 생각해도 나는 그런 걸 좋은 투자라고 부를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서울의 은마아파트같은 곳은 재건축 이야기가 나온지가 그야말로 수십년이다. 그걸 투자로 생각해서 거기에 자산을 묻어놓고 수십년을 언제 재건축이 되나 하고 신경쓰면서 산다는 것은 나로서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재건축 언제되나 하고 기다리면서 20년을 보낸다는 말인가?

 

투자는 때로 삶의 자극이 된다. 현대자동차 주식을 가지고 있고 테슬라 주식을 가지고 있으면 아무래도 산업계의 동향같은 것을 더 많이 보게 되고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런건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게 지나쳐지면 부질없이 오고가는 사소한 뉴스에 중독되어 하루 하루를 보내게 되는데 그건 인생낭비다. 오늘은 비가 와서 올랐고 내일은 눈이 내려서 내렸다는 식으로 온갖 검증되지 않는 정보와 근거없는 인과론이 판을 친다.

 

그렇다면 우리는 뭘 배워야 할까? 미래는 모르는 거니까 뭘 배우려고 하면 안될까? 미래를 알 수 없다는 말을 너무 액면 그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된다. 확실히 내일 해가 뜰지 안뜰지도 모르는 일이기는 하지만 확률이 어느 쪽이 높은가를 이야기하자면 내일 해가 뜨지 않는다고 말하는 사람은 바보다. 우리가 지름길과 잔꾀를 멀리한다면 자신의 생각은 소중히 여겨야 하며 이런 의미에서 나는 자기를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어떤 것을 가치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게 되었다면, 혹은 그 반대로 생각하게 되었다면 거기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우리 나름의 소신으로 살아야 한다. 다만 첫째로 소신을 가지기가 어렵고 그걸 가지게 되었다고 해도 그 소신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 수정되지 않는 소신도 위험하다. 하지만 지켜야 할 소신이란게 아예 없이 이런 저런 말들에 휘둘리는 사람이라면 귀를 아예 막는게 더 낫다.

 

투자를 하건 투자를 하지 않건 그건 모두 삶의 일부다. 그리고 삶은 자기 소신을 가지고 운영되어야 한다. 앞에서 말한 시골에 남은 친구의 경우에도 단순히 시골에 남는 것이 이득이고 좋은 투자라고 생각해서 남는다면 그것은 안될 것이다. 그 친구는 아마 발전없는 시골에 질려서 그 시골을 떠났을 것이다. 삼성주식이 오르기전에 팔아버리는 보통 사람들과 같은 길을 가는 것이다. 삶이 행복으로만 채워질 수는 없겠지만 하루 하루의 일상에서 만족을 느낄 때 우리는 5년을 10년을 버틸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말하자면 좋은 투자란 객관적으로 정해진 것이 아니라 자기 삶의 길을 정하고 그 길을 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틀린 생각이 아니고 꾸준하며 운이 너무 나쁘지 않다면 모든 쓸데없는 잡음을 물리치고 투자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자기 길을 몰라 우왕좌왕한다면 언제나 망하는 투자만 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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