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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생활에 대하여

자신감이란 무엇인가?

by 격암(강국진) 2022. 7. 22.

22.7.22

우리는 자신감을 가져라는 조언을 자주 듣습니다. 이런 말을 하는 이유 그리고 그 효과가 뭔지는 분명합니다. 하지만 자신감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많은 혼란이 있는 것같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자신감을 가진 사람이 되지 못하는 경우도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자신이 뭔가를 해낼 수 있다고 믿는 것은 무조건 좋은 일일까요? 이런 자신감이란 혹시 열등감을 숨기기 위한 과장된 행동에 불과하게 되는 건 아닐까요?

 

아무런 노력도 재능의 증명도 없이 어느날 갑자기 나는 유명가수처럼 노래를 부를 수 있다거나 김연아처럼 피겨스케이트를 탈 수 있다고 외치는 것이 진정한 자신감은 아닐 것입니다. 그런데 할 수 있다라고 자신을 세뇌하는 말들은 종종 이런 식이 될 때가 있습니다. 시험공부를 하나도 안한 학생이 나는 할 수 있다라고 외치는 것은 시험공부를 열심히 한 학생들에게는 뻔뻔한 말이 될 것입니다. 평생 요리만 한 사람앞에 가서 요리라고는 전혀 해보지 않은 사람이 나도 기죽지 않겠다, 나도 할 수 있고, 내 의견도 존중해 달라고 외치는 것이 정말 제대로된 자신감일까요? 그것은 오히려 상대방의 노력과 그 노력을 한 시간을 비웃고 모욕하는 일이 아닐까요? 

 

자기를 믿기 위해서는 우리는 먼저 자기를 알아야 합니다. 그리고 세상을 알아야죠. 세계 복싱 챔피언이라도 앞으로 내가 할 게임이 뭔지도 모르면서 나는 이길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은 엉터리 허풍에 불과합니다. 혹시 그 게임이 스타크레프트 게임이거나 보드 게임이라면 세계 복싱 챔피언이라도 당연히 잘 할 수는 없을테니까요. 자기를 모르고 상대를 모르고 세상을 모르면 무슨 소리를 하든 다 헛소리입니다. 그것을 무엇보다 우리 자신이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근거없이 나는 할 수 있다는 소리를 외치는 것은 사실 자신이 두렵고 열등감이 느껴진다는 것을 고백하는 행위나 다름없습니다. 

 

자신감을 가지려고 하는 사람들 즉 자신감이 없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그들은 세상에는 자신과는 달리 자신감이라는 것을 가진 사람이 있으며 자신은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바로 그 자신감을 가진 사람들은 바로 그것 때문에 성공하고 있다고도 생각합니다. 사실 그들은 이정도가 아니라 대개 모든 면에서 자신의 주변의 사람들을 흉내내려고 합니다. 주변 사람들을 살펴서 그 들 중에서 평균적인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자신이 남과 다르다는것을 지적받기를 매우 두려워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돈을 펑펑 쓰는 사람들 사이에 가면 자기도 부자 흉내를 냅니다. 성적으로 개방적인 사람들 사이에 가면 자신도 그렇게 보수적인 사람이 아니라면서 행동패턴이 완전히 바뀝니다. 허풍을 부리고 거만한 사람들 사이에 가면 자신도 그렇게 행동합니다. 

 

이러한 행동이 만들어 내는 결과중에서 가장 나쁜 것은 세상과 자신이 점점 더 알 수 없는 것이 되어 간다는 겁니다. 그런 사람은 무엇보다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합니다. 자신은 마치 거울처럼 남의 말과 행동을 반복하는 사람이니 내일의 나는 또 어떻게 행동할지 자기도 모르는 겁니다. 오늘 당연한 일은 내일은 당연하지 않은 일일 것입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내가 누구인지 모르는데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없는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이런 자신감없는 사람들이 모여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을 하다보면 결론은 어디로 갈 지 알 수 없습니다. 서로 의견을 말해 봐야 서로가 서로를 베끼니 서울에 가본 적이 없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서울에 대한 결론을 만드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자신을 아는 사람은 아는 것은 안다고 할테고 할 수 없는 것은 할 수 없다고 할 것입니다. 그 사람은 결코 아무 근거없이 '나는 할 수 있다.'를 외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바로 이같은 태도가 자신감이 없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오히려 자신감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담담히 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그 사람은 역시 자신감이 있어 보입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이번에는 어떤 일을 자신은 할 수 없다라고 또 담담히 말하면 그것도 자신감이 있어 보입니다. 왜냐면 그 사람은 자신이 그걸 못한다고 해서 무가치한 인간이 되는 것처럼 그것을 말하고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나는 영어 못해라고 담담히 사실을 말할 뿐입니다. 자신감이 없다는 사람들은 반대로 뭔가를 할 수 있다고 말하면 듣는 사람에게 불안감을 줍니다. 오히려 자신없어서 허풍을 떨며 그렇게 말하는 것같기 때문입니다. 뭔가를 할 수 없다고 말하면 그 사람은 마치 미안한 것처럼 말합니다. 그걸 못하면 그 사람이 무가치한 존재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기 때문입니다. 자신감이 있는 사람이란 어떤 의미로 그냥 내일도 해가 동쪽에서 뜹니다라고 말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그는 자기가 말하는 것을 알고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자신감이 있어보이는 것입니다. 

 

정리하자면 결국 자신감이란 일관성있게 살고 자신을 계속 성찰하는 삶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그냥 그때 그때의 느낌에 따라 살고 아무런 기록도 기억도 없이 살아가는 사람은 사실 자기라는 것이 거의 존재하지 않습니다. 말한 것처럼 자기도 내일의 자기가 어떨지 전혀 모르는 겁니다. 하지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해 계속 고민하는 사람은 그런 노력의 결과로 적어도 어느 정도의 일관성을 가지게 됩니다. 나는 이렇게 살아왔고 이게 좋다는 생각의 정리가 있는 겁니다. 어디에서 어디를 거쳐 어디로 달려가고 있는가를 스스로 어느 정도 아는겁니다. 고깃덩어리를 던져주면 어디든 달려가는 존재가 아니라 자기 나름의 대로의 인생의 목표와 의미를 위해 일관성 있게 사는 겁니다. 학교를 왜 가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내일 비가 오건 바람이 불건 자신은 학교에 갈 것을 압니다. 하지만 그냥 친구가 가니까, 가라고 하니까 학교에 가는 사람은 사실 내일 자신이 학교에 갈지 모릅니다. 어떤 유혹과 어려움이 있으면 바로 포기할 것같습니다. 그러니까 자신을 모르는 겁니다. 

 

우리는 서로 서로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해줄 때가 있습니다. 그 뜻은 '내가 보기엔 네가 충분히 해낼 수 있어 보이니 너도 그렇게 믿으라.'는 것이지 '근거없더라도 할 수 있다고 외치고 자기를 세뇌하면 그게 힘이 되어 놀라운 일을 해내게 될 거야'같은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우리는 심지어 스스로가 스스로에게 자신감을 가지라고 말할 때도 후자의 의미대로 말할 때가 있습니다. 자신과 주변을 냉정히 돌아보는 대신 환상속에 자신을 집어넣으려고 합니다. 그리고 물론 이것은 자신의 열등감과 불안감을 없애려는 잘못된 시도이며 흔히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듭니다. 자기를 똑바로 보는 대신에 거꾸로 거짓말을 통해 자기를 외면하려고 하니까요. 

 

세상에는 자신감이란 걸 가진 사람이 있으며 그 사람은 그 자신감에게 도움을 받는다는 생각은 착각입니다. 세상에는 일관성있게 자기의 원칙대로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을 뿐입니다. 그 결과 그들은 자신을 어느 정도는 압니다. 그래서 자신의 지식을 더 확신을 가지고 담담히 말할 수 있을 뿐입니다. 자기를 잃어버린 사람이 그들을 보면 그들은 마음이 강하고, 자신이 넘치는 사람처럼 보일 뿐입니다. 그런 모습이 부러워서 자신감이란 환상을 자기에게 집어넣으려고 하는 사람은 점점 더 그 목표에서 멀어집니다. 남을 흉내내고, 자신을 직시하기를 거부하고, 일관성있게 자신의 원칙대로 사는 것에서 멀어질 때 우리는 점점 더 자신감없는 인간이 될 뿐입니다.  

 

거짓말은 마약과 같습니다. 마약을 먹으면 잠깐 고통을 잊고 뭔가 일을 더 잘해낼 수 있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길게보면 바로 그런 짓을 하기 때문에 점점 약해집니다. 마라톤 경기에서 급하다고 잠시 전력질주를 하면 조금 지나면 오히려 기권하기 쉽상입니다. 거짓없이 두려움없이 사는 것은 인간이 아닐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래도 우리의 힘은 정직에서 나옵니다. 못하는 것은 못한다고, 찌질한 것은 찌질한게 사실이라고 인정할 때 우리에게는 남들이 보기에 자신감처럼 보이는 능력이 생겨난다고 저는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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