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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별 글모음/우리시대의 혁명

에너지로 보는 미래

by 격암(강국진) 2022. 10. 13.

22.10.13

전쟁과 경기침체, 환경문제와 질병 문제등 세상에는 참 많은 문제가 있다. 그리고 그 문제들을 가까이서 보면 우리는 많은 이유들과 우연들을 보게 되고 미래는 점점 알 수 없는 것이 되고 만다. 하지만 에너지 소비의 동향을 보면 자질구레한 곳에서 인간들이 우왕좌왕하는 사이 미래는 쉬지 않고 자기길을 갔다는 생각이 든다.

 

예를 들어 우리는 민주주의의 역사를 사상의 역사, 민중계몽의 역사로 볼 수 있고 그에 따라 여러 사람들의 피와 땀의 역사로 그것을 보게 된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화석연료 사용의 역사로 볼 수도 있다. 나무가 아니라 석탄을 연료로 쓰기 시작하면서 즉 에너지 밀도가 높은 자원을 쓰게 되면서 그걸로 힘을 발생시키는 증기기관이 만들어졌으며 그 결과 우리가 아는 산업혁명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산업구조의 변화가 시민의 변화를 요구했고 결국 우리가 아는 세상이 만들어 진 것이다. 

 

레오나르도 다빈치가 비행기를 설계한다고 해도 그 비행기에 없는 부분은 결국 엔진이었다. 즉 인간의 힘으로는 하늘을 날 수 없었다. 우리는 높은 밀도를 가진 에너지원과 그것을 사용하게 만들 수 있는 엔진이 필요했다. 따라서 인간이 하늘을 날아 여행하는 일은 훨씬 뒤에나 현실화되었다.  다른 예도 있다. 아폴로 11호로 인간이 달을 방문한 것이 1969년의 일이니까 벌써 반세기 이전에 인간은 달에 사람을 보냈다. 그런데 왜 달여행은 아직도 대중화되지 못했을까? 이 질문의 궁극적인 답도 결국 에너지다. 지금의 상태로는 그것이 너무 비싼 것이다. 어떻게 말하면 에너지만 있으면 어떻게든 진보는 일어나지만 그게 해결이 안되면 머리를 아무리 써도 해결이 어려운 것이다. 무한대의 에너지만 있다면 화성에 가든, 화성을 개조해서 인간이 살 수 있는 곳으로 만들든 다 가능해진다. 

 

19세기와 20세기는 인류의 에너지 사용 역사에서 기념할만한 시기였다. 19세기 후반부에는 석탄사용이 시작되었고 20세기후반부에는 에너지 밀도가 더 높은 석유의 경제가 발달했다. 이제 우리는 지구위를 거의 덮다시피하게 많은 자동차를 가지게 되었고 비행기여행도 대중화되었다. 그리고 이것은 지구온난화 문제를 일으켰다. 탄소배출이 공장과 자동차나 발전소의 문제만이 아니고 고기 생산을 위해 길러지는 가축의 메탄도 큰 기여를 한다지만 거대한 농장의 운영을 포함해서 많은 식량을 생산하는 것도 결국 에너지 문제다. 더 많은 고기소비를 불러오는 인구증가도 에너지 생산에 달린 것이니까 가축의 메탄도 결국 에너지 생산의 문제이기도 한 것이다. 

 

우리는 보통 지금을 경제적 침체기로 여기는 경향이 있지만 인간의 에너지 소비량을 보면 오히려 우리는 지금 인간 문명의 절정을 달리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지난 반세기만 봐도 에너지 소비량은 크게 늘었다. 그만큼 인구도 늘었고 전반적인 소비도 늘었으며 기업의 가치를 반영하는 주식시장은 우상향으로 오르기만 했다. 에너지가 인간 문명을 움직이는 근원적 원인이라면 이러한 에너지 소비패턴의 변화가 인류에게 큰 변화를 불러 일으키게 될 것이 분명하다. 이 에너지 소비곡선이 지금까지 처럼 계속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S자를 그리게 되면 세상에는 전례없는 대혼란이 생길 것이다. 그런데 혹시 지금 그런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위의 그래프를 자세히 볼 수록 그런 것같다는 생각이 더 든다. 

 

화석연료는 한계가 있고 환경문제를 불러온다. 탄소배출을 제한하는 정책은 Re100같이 재생에너지를 쓰는 것을 권장하고 확인하는 운동과 과정을 거쳐 점점 더 많이 탄소배출을 하는 산업을 억누를 것이다. 그리고 화석연료 채굴을 위해 장기적으로 투자되는 돈을 줄일 것이다. 한때는 석유가 고갈될 것을 걱정했으나 요즘은 경기침체 뉴스만 나와도 석유가 남아돌 것같아서 석유가격이 급락한다. 그래서 OPEC같은 곳에서 석유감산을 추진하기도 한다.

 

온실가스 배출의 제한이란 기본적으로 결국 에너지 소비곡선이 계속 이렇게 증가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위의 그래프를 보고 있으면 극적인 개혁이 없는 한 30년 뒤에는 우리는 지금 보다 두배의 화석 에너지를 사용하게 될 것같다. 그게 허용가능한 미래일까? 온난화는 둘째치고 세계의 공장이라는 중국 옆에 있는 한국은 지금도 공기의 질이 심각하다. 지금보다 지구가 두배의 매연을 내뿜는 세상은 상상하기도 싫다. 물론 우리는 에너지를 쓰면서도 탄소배출을 막는 효율을 높일 것이고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릴 것이다. 하지만 정말 제때에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극지방의 빙하가 녹는 등 이미 기상이변은 코앞에서 벌어지고 있는데 과연 인류는 적당한 수준의 개혁을 30년안에 이룰 수 있을까?

 

전에도 말한 적이 있지만 세계 기후 협약이라는 것은 1990년 즉 지금으로부터 약 30년전에 시작되었다. 그런데 그래프를 보고 있으면 지난 30년간 인간이 뭘 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는다. 과연 앞으로의 30년은 극적으로 다를까? 상황을 보면 지금 수준의 탄소배출을 계속 해도 문제인데 위의 그래프를 보면 그걸 자발적으로 달성하는 것은 적어도 어떤 대단한 국제질서의 변화가 있지 않고는 거의 불가능하게 느껴진다. 이렇다고 할 때 기후이변과 같은 외부적 요인에 의해 강제적으로 그런 개혁이 강요될 때 우리에게 얼마나 대단한 충격이 올 것인가. 예를 들어 코로나로 인한 경기침체는 대단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에너지소비가 줄었다는 것이 저 위의 첫번째 그래프에서는 그저 작은 자국에 불과하다.

 

이걸 생각하면 강요되어지고 효과가 있는 에너지 사용과 온실 가스 배출 제약은 전 세계가 전쟁상황같은 극단적 상황으로 들어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같다. 그렇다고 지금 이대로라면 미래는 아주 어둡다. 사실 30년전과 지금도 많은 것이 다르다. 공기의 질도 물의 질도 다르다. 우리는 어느새 생수를 마시고 정수된 물을 마시는 데 익숙하며 더러운 공기때문에 마스크를 쓰는데 익숙해졌다. 30년뒤에는 심해진 기상이변때문에 강력하게 정화된 공기만 마시고 살고, 여름에 그냥 돌아다니면 죽는게 당연하며 24시간 에어컨을 가동해야 사람이 살만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우리가 단지 생존하기 위해서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할 것이며 더 아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서는 더 작은 집이 선호될 것이다. 매연을 내뿜는 자동차들은 몰상식한 것으로 여겨질 것이다. 고기의 가격도 크게 오를 것이다. 그리고 이런 개혁으로 인한 압력은 국가들간에 긴장을 높여서 전쟁이 벌어질지도 모른다. 물론 그런 환경에서는 지금 아프리카 같은 곳에서 식수가 없어서 많은 사람들이 죽듯이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대기 오염만으로도 엄청나게 죽을 것이다. 우리는 그런 세상에도 적응해서 담담하게 살게 될까?  앞에서 말한 미래는 어느 정도 지금과도 비슷하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세상을 가까이서 봐서 그럴뿐 이미 앞에서 말한 세상에서 살고 있는 지도 모른다. 

 

미래는 모른다. 40년전의 사람들은 기후이변보다 석유고갈을 더 걱정했었다. 하지만 끝없이 솟아오른 에너지 소비 곡선을 보고 있으면 이제는 이 곡선이 어디로 가건 다 문제라는 생각이 든다. 이제까지 처럼 계속 성장하기에는 환경파괴가 너무 심각할 것같다. 그렇다고 그 추세가 바뀐다면 그것은 인류역사에 없었던 경제적 대파국이 될 것이다. 우리가 익숙한 세계는 바로 지난 두 세기처럼 에너지 소비가 마구 늘어나던 시대의 세계였다. 

 

우리는 재생에너지, 핵융합을 포함하는 안전한 핵연료의 사용, 전기 사회로의 전환, 수소 경제등 여러가지 대안들이 가급적 빠른 시기에 현실적인 것이 되기를 바랄 수 밖에 없다. 그것이 모두 실패한다면 우리는 정말 끔찍한 미래를 가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우리의 일이 아니고 남의 일이라면 이럴 때 대부분의 사람들은 전쟁을 예측할 것이다. 서로 죽여서 개체 수를 상당히 줄이지 않고는 파국이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인간은 동물과 달리 자기를 초월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우리는 이제 다시 한번 이제까지와의 우리와는 다른 새로운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을 것인가? 세상은 그 답을 그리 오래 기다려 주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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